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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KIA : KT - 이강철의 용병술을 이범호의 뚝심이 이겨내다.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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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초반 벤자민을 무너뜨리며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봤던 경기가 '바빕신의 가호를 받은 KT' 타선으로 패배의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심지어 KT에서는 김민-김민수-박영현 필승계투조가 든든하게 후반을 지켜주고 있어서 오늘은 하늘이 KIA를 버리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압도적 1위 팀의 저력은 확실히 남다르네요. 하늘의 억까를 이겨내고, 부진의 늪을 헤매던 이우성이 극적인 역전 투런포를 날리고, 김도영이 쐐기 쓰리런까지 날리면서 KT의 필승계투조를 완벽히 무너뜨리고 매직넘버를 '1'로 줄였습니다.

 

 

이강철 감독의 뜻대로 흘러갔던 경기

 

올해 벤자민은 2시 경기 성적이 '3경기 6.2이닝 ERA 22.95, 피OPS 1.544'으로 굉장히 안 좋습니다. 1회는 잘 넘겼지만, 2회부터 공이 계속 벨트라인으로 형성되면서 4실점을 우르르 했죠. 여기에 KT 쪽에서 결정적인 수비 미스가 나오는 등 초반 3득점을 뽑고, 3회에는 김도영의 홈런으로 4점을 선취했고, 황동하는 KT 킬러 답게 위기 마다 무실점으로 넘기며 쉽게 1승을 가져오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타구 운이 정말 일방적이었죠. 황동하가 6회에 교체된 것도, 2루타 허용 이후에 오재일의 빗맞은 안타(오재일은 어젯밤에 수원시 한바퀴 돌면서 쓰레기라도 열심히 주웠던 건지 바빕타를 2개나...) 였는데, KIA는 2회부터 이창진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7회에는 대타 최형우가 1사 1, 2루에서 친 레이저 타구가 2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추가 득점을 하지 못 했죠.

 

반대로 KT는 7회말 공격에서 정말 모든 운들이 전부 좋은 쪽으로 작용했습니다. 장현식이 구위를 앞세워서 2아웃까지 쉽게 잡았는데 2사 이후에 정준영이 몸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기가 막히게 받아 치더니(이건 타자가 너무 잘 쳤습니다. 어떻게 쳤지 싶었던) KIA에서 김민혁을 잡기 위해 이준영을 올리자 대타 안현민(이 선수 이름 처음 들었는데 타석에서 집중력이 너무 좋던)이 볼넷을 골라 나가며 찬스를 이어갔죠.

 

KIA는 믿을맨 전상현을 올렸고, 전상현은 회전력이 좋은 포심을 바탕으로 문상철에게 몸쪽 높은 코스로 던져 평범한 플라이를 유도했는데, 이 타구가 하필 주력이 약한 나성범 앞으로 가는 바람에 빗맞은 적시타가 되고 말았죠. 나성범 탓을 좀 하긴 했는데 발 빠른 외야수였더라도, 잡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수비가 좋은 외야수였다면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아쉽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오윤석을 상대로도 역시 유리한 카운트 잡고, 포크볼을 존에서 잘 떨궜는데, 오윤석이 1차적으로 잘 컨택해내긴 했지만, 이 타구도 하필 3-유간을 절묘하게 빠져 나가며 동점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연속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승부가 원점이 됐는데, 전상현 잘못이라기 보다는 이준영이 볼넷이 너무 치명적이었죠. 안현민이 검증된 타자도 아니고, 1군 경험이 부족한 타자인데 왜 끌려 갔는 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두 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재일이 6회에 이어 또 몸쪽 포심에 밀렸는데 이게 또 좌익수 앞으로 또옥~ 떨어지면서 역전 점수까지 주고 말았죠. 

 

 

만약, 오늘 경기가 KT 승리로 끝났다면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의 승리라고 밖에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KT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인 로하스가 3회 주루 과정에서 나성범의 저격을 받고 어깨 통증으로 빠졌고, 경기 중반부에 이강철 감독은 낮경기라서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을 보전하고 싶어서인지 황재균, 김상수, 김민혁을 모조리 빼버렸는데, 이들이 빠진 자리에 대신 들어간 타자들이 모조리 좋은 활약을 했거든요.

 

로하스 대신 들어 온 정준영은 3타수 2안타, 황재균 대신 들어 온 오윤석은 3타수 2안타로 정말 잘 해줬습니다. 여기에 이강철 감독이 낮경기에 약한 벤자민을 3회에 바로 빼버렸는데, 이상동, 소형준, 우규민 3명의 투수가 KIA 강타선을 3.2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버렸거든요. 

 

주전 빼고 백업 넣었는데 그 백업들이 4안타를 치고 타점도 올리고, 승리계투조라고 할 수 없는(소형준은 정상 구위라면 선발이고, 우규민은 승리계투조에 가깝지만) 이상동, 소형준, 우규민으로 무실점을 하면서 경기 승부를 뒤집어 버렸으니까요. 설령 그게 '운'이 따랐다고 해도 말이죠.

 

 

이강철 감독의 수를 이겨 낸 이범호 감독의 용병술

 

7회 우규민이 안타 2개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리자 이강철 감독은 마당쇠 김민을 마운드에 올렸고, 김민은 최형우를 2루수 라인드라이브(잘 맞았는데 아쉽)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역전을 당한 KIA의 공격, 첫 타자 김도영이 2구째 김민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잘 받아 쳐서 3-유간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 기회를 만듭니다.

 

다음 타석에는 나성범. 전 나성범의 능력이면 투런 홈런으로 역전타를 날려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나성범이 아니라 이우성이 타석에 들어서네요? 이우성? 후반기에 극도로 부진하고 5월 이후 홈런이 하나도 없던 이우성? 여기서? 아무리 정규시즌 1위가 유력하다지만 너무 여유로운 용병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우성은 3구째 하이 존으로 들어오는 투심에 헛스윙을 하며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립니다. 그래 차라리 병살보다는 삼진이 낫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4구째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잘 골라내더니, 5구째 김민의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몰리는 행잉 슬라이더가 됐고, 이걸 놓치지 않고 강한 스윙으로 연결시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려 버립니다.

 

이건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순간입니다. 홈런을 쳐줄 수 있는 타자의 타석에서, 최근 감이 좋지 못한 타자를 대타로 내보냈는데, 이 타자가 역전 홈런을 치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심지어 3개월 이상 홈런이 없던 선수였는데요.

 

오늘 경기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2개의 홈런을 날린 김도영이었지만, 실제로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선수는 졌다고 생각한 경기를 '한 번의 스윙'으로 뒤집어 버린 이우성입니다.

 

나성범은 큰 부상이 아니라 낮경기의 후유증(제발 KBO는 내년부터는 9월 경기도 5시 시작으로 하길)으로 어지럼증으로 인한 교체라고 하니, 이것도 다행이죠.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죠. 1점 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마무리. 후반기 피OPS .524, WHIP 0.82를 자랑하는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이강철 감독의 마지막 한 수까지 이겨냅니다.(사실, 박영현 8월에는 엄청 잘 던졌지만, 9월에는 성적이 안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한승택이 안타를 치는 기적을 보여줬고, 박찬호가 존 안으로 들어오는 박영현의 투구를 중전안타로 만들면서 찬스를 이어갔고, 한준수가 있는데 왜 리그에서 가장 느린 한승택을 대주자로 쓰지 않았는 지 타박하고 싶던 찰나에 박정우가 역시 한가운데 존에 들어오는 박영현의 포심을 놓치지 않고 박찬호와 똑같은 궤적의 중전 적시타로 연결시킵니다. 그리고 김도영은 바뀐 투수 김민수의 바깥쪽 낮은 포심을 공략하며 쐐기 쓰리런을 날렸고요.

 

오늘 경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우 같았던 이강철 감독의 용병술(+바빕신이 도운)을 이범호 감독의 뚝심이 이겨내다'라고요. 

 

정규시즌 우승 매직 넘버를 1로 줄인 것도 기쁘고, 김도영이 홈런 2개를 친 것도 기쁘며, 이우성이 긴 부진을 씻고 결정적인 역전 홈런을 친 것 다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기쁘고 자랑스럽고 뿌듯한 것은 '바빕신 억까에도 불구하고 상대 팀의 가장 강한 카드를 힘으로 이겨냈다'는 점입니다.

 

바빕신이라는 요행에 기대지 않고 순수 실력으로, 선수의 기량으로,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집중력으로 만들어 낸 승리. 이게 바로 KIA 타이거즈가 올 시즌 2위와 8경기 차이의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수 단평

 

  • 황동하 - 7회까지 던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KT 상대로 여전히 좋은 모습. 다만 송구 연습은 좀 하자.
  • 장현식 - 빨리 매직넘버 다 없애 버리고, 장현식 길게 휴식을 줬으면...
  • 이준영 - 바빕신은 통제할 수 없지만, 볼넷은 통제할 수 있다.
  • 전상현 - 어제 혹시 수원역에서 쓰레기 바닥에 버렸나요?
  • 곽도규 - 강백호 상대로 잘 던지다가 실투 하나 던진 것 때문에 가슴이 철렁.
  • 박찬호 - 두 번의 좋은 포구(황동하의 악송구, 한승택의 원바운드 송구)가 승리를 지켰다.
  • 이창진 - 백업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까운 타석에서의 생산력
  • 박정우 - 역시 백업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까운 컨택, 주력, 송구 능력(...은 오늘은 좀 구렸음)
  • 김도영 - 문학에서 홈런 1개 이상 치면 그때는 정말 40-40 기대해도 좋다.
  • 나성범 - 로하스를 잡는 송구는 멋졌지만, 문상철의 타구를 못 잡은 건 정말 걱정이네
  • 소크라테스 - 9월 중순인데 이렇게 더운 거 실화? 소크라테스를 위해선 온난화도 쌉인정
  • 김선빈 - 매 경기 멀티 히트 이상 치는 느낌
  • 변우혁 - 오늘도 좌투 상대로는 잘 했는데, 우투 상대로는 영...
  • 김태군 - 번트 마스터. 스퀴즈도 마스터.
  • 서건창 - 물 오른 타격감. 백업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쉽다.
  • 한승택 - 지난 한화 전 수비를 씻는 멋진 도루 저지(원바운드였지만 방향은 정확)와 기적의 안타
  • 최원준 - 강백호의 타구를 잘 잡아주긴 했는데 손목을 자꾸 덮는 건 어떻게 교정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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