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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KIA : 키움 - 최형우 원맨쇼로 끝내기 승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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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후라도를 또 만나서 후라도에게 또 막혔는데 후라도에게 또 이겼습니다.

 

정말 후라도는 참 좋은 투수입니다. 150km/h 넘는 강속구를 던지진 않지만, 140km/h 중후반의 포심을 보더라인에 정말 잘 넣습니다. 그리고 후라도의 진정한 무기는 체인지업이죠. 계속 존에서 떨구는데, 손 끝의 감각이 좋다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땅볼 타구가 정말 많이 나왔죠. 그 결과가 3-4-5회 연속 3병살이고요. (6회는 그냥 더블 플레이)

 

후라도가 워낙 잘 던지니까, 이범호 감독이 오늘 타순을 짤 때, 평소와 달리 1번 소크라테스, 2번 최원준으로 짰는데 두 명이서 5안타를 합작하면서, 경기 분위기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 끌려 갔던 이유가 번트 작전을 안 하고 강공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규시즌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라 번트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기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은 찬스였던 5회 찬스였고요.

 

김선빈과 이우성의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는 세계 제일의 번트 마스터 김태군이 들어섰는데, 상대 수비가 100% 압박 수비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강공으로 전환했지만 병살타로 결과가 좋지 못했죠. 그냥 포스트시즌 예행 연습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삼성이 SSG에게 패배한 소식을 들어서인지 타자들의 집중력도 좋지 못 했습니다. 대표적인 타석이 6회였는데, 소크라테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김도영이 3볼에서 후라도의 바깥쪽 벗어나는 볼을 굳이 건드려서 볼넷으로 나가는 걸 거부했고, 마지막 슬라이더가 존으로 들어오면서 풀카운트에서 2루로 뛰었던 소크라테스까지 아웃되며 3번의 병살타, 1번의 더블플레이가 나오고 말았죠.

 

여튼, 5회 찬스에서 번트만 잘 댔으면 어렵지 않게 가져갈 수도 있었던 경기였는데(번트 성공했으면 박찬호가 그 누구보다도 우익수 플라이를 잘 날리니 1득점 확률이 매우 높았죠. 진짜로 우익수 플라이 쳐서 이닝 끝났고) 번트를 너무 아낀 바람에 경기를 어렵게 가져갔습니다.

 

 

최형우, 아직 낡지 않았다.

 

후반기 최형우 성적이 좋지 못 해서, 이제 정말 노쇠화가 온 건가 싶었는데 오늘 엄청난 피칭을 하던 후라도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던진 한가운데 포심을 놓치지 않고 강한 스윙으로 연결시켜서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려줬죠.

 

후라도의 공이 너무 좋아서 그냥 강한 스윙을 했던 게 운 좋아서 실투가 되는 바람에 넘어갔다고 하던대, 이런 게 바로 클래스고 경험입니다. 주자도 없으니 여기서는 장타 아니면 힘들겠다는 생각 때문에 풀카운트에서도 강한 스윙을 하는 거죠.

 

끝내기 안타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스윙이었죠. 소극적이고 경험 없는 타자들은 끝내기 만루 상황에서 초구는 그냥 지켜봤을 겁니다. 그런데 최형우는 초구부터 방망이 돌려서 존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았죠. 운이 좀 따른 타구이긴 했지만(바운드가 크게 튀는 바람에 끝내기 2루 주자가 너무 쉽게 들어왔죠.) 최주환의 동점타도 그렇게 치면 운이 따른 타구였고, 키움의 2득점이 모두 KIA 수비 실수에서 비롯되었으니 뭐, 야구는 운 아니겠어요?

 

오늘 최형우가 좋은 활약을 하면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에도 한 걸음 앞서 나간 모습입니다. 아래는 지명타자 포지션의 주요 선수들 기록.

 

  • 최형우 - 112경기 .282 / .361 / .506 / .867, 22홈런 108타점, WRC+ 122.8
  • 전준우 - 097경기 .290 / .358 / .493 / .851, 17홈런 077타점, WRC+ 122.9
  • 강백호 - 135경기 .288 / .361 / .479 / .840, 25홈런 092타점, WRC+ 118.0
  • 김재환 - 126경기 .267 / .357 / .492 / .849, 26홈런 081타점, WRC+ 115.4

 

다들 고만고만해서 팀 성적이 좋은 최형우에게 아무래도 표가 좀 몰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10경기 남아 있어서 끝까지 열심히 해야겠지만요.

 

 

1루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

 

오늘 경기 후라도 공이 너무 좋아서 야수들 타석에서 점수 못 뽑은 걸 탓하고 싶지 않지만, 수비 문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죠. 특히, 수비에서 가장 구멍 역할을 한 게 이우성입니다. 정작 이우성은 오늘 실책이 하나도 없었지만요.

 

3회초 무사 1루에서 박수종이 번트를 투수 앞으로 댔는데 1루수 이우성이 베이스를 비워 두고 앞으로 나오는 바람에 주자가 모두 살아서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죠. 이것만 봐도 1루 수비에서 경험이 부족한 게 여실히 보입니다. 그나마 무실점으로 막아서 다행이지, 이 수비 하나 때문에 스타우트의 한계 투구수가 일찍 도달해서 불펜 투수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6회 이주형의 타구를 김도영이 악송구를 하면서 이게 실점으로 까지 연결이 됐는데, 김도영 송구가 빗나간 게 일차적인 문제이지만, 이우성의 포구도 아쉬운 부분이 많죠. 발을 붙이고 포구해낼 수도 있어 보였는데, 역시 1루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1루에서 타자를 살려줍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쉬운 수비이지, 원인 제공은 김도영)

 

9회 실점으로 연결될 뻔 했던 전상현의 견제 악송구도 포구가 아쉽고 여러모로 수비에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우성은 내내 외야수로 뛰다가 올 시즌이 처음으로 1루수로 뛰는 거니까요. 첫 시즌부터 1루수 수비 잘 하면 그 선수는 천재죠.

 

그리고 이우성을 1루로 돌린 이유가 1루수들의 공격력이 아쉬운 탓도 있는데, 올해 이우성의 스탯을 보면 1루수로 보기엔 너무 아쉽습니다. 1루수라면 모름지기 홈런 등 장타가 나와야 하는데, 올해 이우성의 홈런 수는 8개에 불과하고, 장타율도 .412에 불과합니다. 대전고 김동주인줄 알았는데, 똑딱이에 가까운 스탯이에요. 왜 이렇게 장타가 나오지 않는 지 선수 스스로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 KIA 1루수의 리그 성적은 OPS .644, WRC+ 79.7을 기록하며 리그 8위(9위 SSG, 10위 키움)였습니다. 올해는 OPS .791, WRC+ 107.4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훨 나아지긴 했는데 리그 평균 1루수 성적 수준이고, OPS는 리그 6위, WAR은 리그 8위, WRC+는 리그 5위입니다. 그냥 딱 평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구멍이 아닌 정도.

 

최형우가 은퇴를 하면(지금 봐선 언제 은퇴할 지 모를 일이지만) 나성범이 지명으로 가고, 이우성은 좌익수로 가는 게 팀 밸런스 측면에서 나을 것 같습니다. 1루수는 변우혁 일단 키워보고 황대인도 있고 트레이드를 시도해보거나 해야죠. 이우성을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1루수가 아닌 외야수로 다시 돌리는 게 나아 보입니다.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오늘 톱타자 역할 제대로! 재계약도 유력
  • 최원준 - 두 개의 구린 타구는 참 별로였지만, 그래도 2안타로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만들다.
  • 김도영 - 쓰리 볼에서 타격할 거면 제대로 하길
  • 나성범 - 아무 것도 못 함
  • 김선빈 - 그 무시무시한 후라도 상대로 총알 같은 안타
  • 김태군 - 최주환이 변화구에 타이밍이 맞고 있었는데 왜 또 변화구를 요구했지?
  • 한준수 - 너무 큰 것만 생각했나?
  • 박찬호 - 후라도에게 약하긴 하네, 내일은 다시 톱타자 역할 해줄거지?
  • 스타우트 - 알바로 쓰기엔 너무 아쉬운데... 내년에는 다른 팀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볼 지도?
  • 장현식 - 감독님, 우승 확정하면 푹 쉬게 합시다.
  • 곽도규 - 실투가 아니라 볼배합이 문제였다. 
  • 전상현 - 일주일 만에 나와서 많은 공을 던지며 위기를 잠재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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