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양현종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던 게 먼저지만, 5회 두 번의 실수 때문에 주지 않아도 될 점수가 들어오면서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오늘 경기 잡았으면 매직 넘버를 1로 줄일 수 있었는데, 선수들의 미스 때문에 매직 넘버를 줄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네요.
과욕의 박찬호, 미숙한 김도영
전 KIA의 3-유간 수비 범위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찬호나 김도영이나 운동 능력이 뛰어나서 넓은 범위를 커버해주고, 둘 다 어깨가 좋아서 송구도 빠르게 가죠. 문제는 안정성입니다.
제가 박찬호 수비의 단점으로 주구장창 주장하는 게 '플레이의 침착함이 부족하다' 인데, 오늘도 여실히 드러났죠. 2회 첫 실책이야 발이 미끄러져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지만, 1사 1, 2루에서 박수종의 3-유간 깊숙한 땅볼을 잡고 2루에 송구하는 건 '과욕'입니다. 타구 자체가 빠르지도 않았고, 깊숙한 타구라서 2루에 제대로 송구를 했어도 병살이 쉽지 않았어요.
그 타구는 그냥 잡아서 몸을 틀지 않고 3루 쪽으로 송구하는 게 정석이고, 이렇게 해서 주자 진루를 막았으면 2사 1, 2루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걸 굳이 병살타로 잡겠다고 몸을 틀어 2루에 송구하는 바람에 악송구가 됐고, 실점하고 1사 2, 3루 상황이 됐죠. (문제는 이걸 박수종의 내야 안타로 준 기록원의 판단입니다. 이것 때문에 양현종 ERA 망가짐...)
양현종 다음으로는 임기영이 등판했는데 임기영도 지난 경기에서는 138km/h까지 투심을 던졌는데 오늘은 투심 구속이 131km/h(?)에 그쳤고, 장재영이 아무리 변화구에 약해도 그렇게 벗어나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에는 방망이가 안 나옵니다. 결국, 마지막 볼이 폭투가 되면서 또 추가 실점.
이어서 김병휘가 친 타구가 이쁘게 3루수 앞으로 갔는데 전 당연히 병살 플레이 시도할 줄 알았어요. 몸을 한 번 틀어서 던져야 했지만, 타구가 비교적 빨라서 충분히 병살이 가능할 거라고 봤고요. 뭐, 그런데 홈 송구한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문제는 런 다운 플레이 때 또 미스가 나온 거죠.
올해 김도영의 런 다운 플레이를 보면 제대로 주자를 잡은 기억이 없습니다. 결국, 김도영이 투수 임기영에게 주는 순간이 늦었고, 임기영은 3루 주자 박수종을 제대로 태그하지 못 하면서 또 다시 실점을 했죠. 그리고 런다운 플레이 하는 사이에 주자들은 또 다 한 베이스씩 진루했고, 이주형의 2루 땅볼 때 또 다시 실점
5회에 2점 준 거야 양현종의 투구가 안 좋았다고 할 순 있는데, 그 이후에 4점은 오롯이 수비 미스죠. 박찬호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았으면, 임기영의 폭투 때 3루 주자가 들어올 일도 없고, 김병휘의 3루 땅볼 때 1루 던져서 그냥 공수교대죠. 수비 실책과 미스 때문에 무려 4점이나 더 준겁니다.
박찬호 딴에는 빨리 공수 교대를 만들어서 양현종의 승리(이미 지고 있는데 왜...?)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과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박찬호는 운동 능력도 좋고, 타석 경험을 쌓아 가며 컨택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으며(프로야구 역사에 박찬호만큼 극적으로 컨택 능력을 발전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겁니다.) 파이팅도 넘치는 선수인데, 늘 이런 침착함이 부족하네요.
박찬호의 수비에서 단점이라고 엄청 비판하고 있지만, 이건 천성이라 안 바뀔 것 같습니다.
김도영도 시즌 치르면서 경험 쌓으면 수비에서 플레이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네요. 여전히 미숙한 플레이가 너무 많습니다. 제가 이전에 김도영의 문제로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가 떨어진다고 했는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네요.
현재 KIA의 약점은 수비의 안정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박찬호나 김도영이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해서 수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명은 정규시즌 끝나고 다른 거 하지 말고 수비 연습이나 입에서 단내나게 했으면 좋겠고요. 특히 김도영은 강습 타구 연습이랑, 송구 연습 많이 해야 합니다.
남은 경기 1루수는 변우혁으로
오늘 타선이 무려 15개의 안타를 치면서 10득점을 뽑은 키움보다 안타를 더 쳤습니다. 헤이수스가 만만한 투수도 아닌데, 15개의 안타를 친 걸 보면 타선의 여전히 강하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오늘 경기 타선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가 변우혁이죠. 첫 타석부터 헤이수스의 존에 들어오는 커브를 받아 쳐서 홈런을 쳤고, 3회에는 찬스를 살리지 못 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좌익수 앞으로 깔끔한 배럴 타구로 안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변우혁 올해 성적을 보면, 플래툰이 맞긴 합니다. 왼손투수 상대로는 .388의 타율과 5홈런 OPS 1.154를 기록하고 있지만, 오른손투수 상대로는 타율 .228, 0홈런, OPS .573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작년에도 좌투수 OPS .966, 우투수 OPS .553 이었습니다.
변우혁이 좌투수에 더 강한 이유는 별 게 없습니다.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는 눈에서 멀어지니 컨택이 안 되고, 왼손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는 눈에서 가까워지니까 컨택이 되는 것 뿐이죠.
그리고 변우혁의 문제가 빠른 공에 늘 타이밍이 늦습니다. 아래는 변우혁의 올 시즌 구종별 OPS 입니다.
보통, 신인급 선수들의 문제가 빠른 공은 잘 치는데 변화구를 극복 못 하는 게 문제인데, 변우혁은 올 시즌 변화구는 잘 치는데 빠른 공에는 늘 타이밍이 늦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는데, 변화구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려고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그냥 뱃 스피드가 느린 겁니다.
뱃 스피드가 느려서 빠른 공에 늦는 거면 심각한 거고, 선수 자신이 변화구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려고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치는 거라면, 개선의 여지는 있죠. 빠른 공이다 싶은 카운트에 히팅 포인트를 조금 더 앞에 두고 치면 되니까(물론,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극복 못 하고 그대로 은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변우혁은 올해 성장 중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죠. 어차피 변우혁은 키워야 하는 선수이니까, 정규시즌 매직넘버 2를 남겨 둔 현재에는 이우성 대신 변우혁을 1루수 주전으로 계속 내보냈으면 합니다. 이우성이 작년과 올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2년 연속 성적이 비슷합니다. 오히려 올해 성적은 1루수 수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작년보다 못 하고요.
선수가 가장 편해 하는 포지션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죠. 그리고 변우혁은 적어도 덩치는 커서 김도영, 박찬호의 빠른 송구를 넓은 범위에서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고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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