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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KIA : SSG - 지독한 잔루 야구 끝에 진땀 승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8. 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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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하재훈 ㄷㄷㄷ

 

오늘 SSG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는 그야말로 하재훈이네요. 홈런 2방 친 것도 있지만, 모든 타석에서 모든 공에 다 컨택을 하더라고요. 제가 기억하는 하재훈은 컨택이 안 되고 좌투수에게만 강하고 우투수의 변화구에 폭풍 헛스윙을 남발하는 타자로 알고 있는데, 변화구도 다 커트하고 끈질긴 승부 끝에 홈런 만들어 내는 거 보고, 진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홈런보다 더 진땀 많이 났던 타석이 7회 1사 만루에서의 타석이었죠. 전상현의 하이 패스트볼에 방망이가 모두 밀리며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는데, 변화구 다 커트하고, 심지어 8구째 슬라이더는 바깥쪽에서 크게 벗어났는데 그걸 방망이만 툭 가져다 대서 우측 폴대에서 살짝 벗어나는 파울 홈런을 치는 거 보고 팬티 젖는 줄 알았습니다.(두 번째 타석부터 모든 구종을 다 커트하고 9구 승부 끝에 홈런 치는 거 보고 심상치 않았음) 어제 박성한 만루 홈런처럼 그거 폴대 스쳤으면 오늘 경기 졌습니다.

 

전상현 오늘 무사 만루에 몰리긴 했지만, 그건 처음에 투구 감을 못 찾았기 때문이지, 한유섬 상대했을 때부터 포심이 굉장히 위력적으로 들어가서, SSG 타자들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했죠. 그 컨디션 좋은 하재훈, 역시 치기 쉽지 않은 정해영의 포심을 대형 쓰리런으로 연결시킨 하재훈이니까 전상현의 모든 공들을 커트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늘 진짜 타격감이 좋았습니다.

 

제 생각에 하재훈은 그냥 볼넷으로 내보내거나 임기영처럼 유리한 카운트 잡은 다음에는 존에서 많이 벗어나는 변화구를 던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하재훈 올 시즌 기록보면 출루율이 .297에 불과합니다. 삼진 68개 당하는 동안 볼넷 13개 밖에 없는 타자고요. 오늘 전상현이 고생한 이유도 포심은 힘이 있게 들어갔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죄다 존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하재훈에게 고생을 했죠.

 

오늘 하재훈 타격을 보니, 내일 라우어도 걱정이 되네요. 라우어의 가장 큰 문제가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다' 입니다.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변화구가 없고, 포심, 커터, 커브가 모두 존에서 노니까 커트가 되고 안타가 되죠. 심지어 SSG에는 에레디아라는 컨택 신 배드볼 히터도 있죠. 현재 우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379(좌타 상대 .208)인 라우어가 에레디아, 최정, 하재훈, 오태곤 같은 우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배드볼 히터에 컨택 좋은 이지영에 김성현까지 ㄷㄷㄷ 

 

라우어가 내일 QS만 하더라도 칭찬해줘야 할 정도로 내일 SSG 우타자들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오늘 박성한이 부상으로 빠진 걸 보면, 내일 SSG 라인업에 좌타가 있을 지나 모르겠습니다. 현재 우타 상대 피OPS 1.145(좌타 상대 .546) 라우어에게 있어선 정말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데, 피칭 디자인에 변화를 줄 수 있을 지, 커터가 메이저리그처럼 예리하게 들어갈 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내일 라우어는 '볼을 잘 던져야' 살 수 있습니다.

 

 

승리의 요인, 타자들이 열일함

 

오늘 솔직히 더 쉽게 이겼어야 할 경기인데, 굉장히 힘들게 이겼습니다. 안타 16개, 사사구 6개를 얻었으면서 점수를 7점 밖에 못 뽑았으니까요. 하지만, 전 점수를 많이 못 뽑은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안타와 볼넷을 얼마나 골라 나갔느냐이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KIA 타선은 타격감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특히, 그동안 좋지 않았던 최원준이 오늘 타구질은 그닥이었어도, 안타 3개를 치면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은데, 내일 김광현 선발이니 라인업에서 빠지겠군요.(이우성 외야, 변우혁 1루) 다만, 올해 김광현이 좌타 상대로 더 안좋고(좌타 피OPS .910 / 우타 피OPS .701) 변우혁이 대타로 나와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못 보여서 최원준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오늘 KIA 타선은 8회의 공격 기회 중 6번 득점을 뽑았고,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출루와 안타를 열심히 쳐줬습니다. 무사 만루에서 1득점에 그친 건 아쉬웠지만, 서진용 포크볼이 너무 잘 떨어지더라고요. 솔직히, 서진용이 포심 제구만 더 완벽했어도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포크볼 떨어지는 위치나 각도가 너무 예술입니다.

 

개인적으론 서진용이 KBO에서 가장 좋은 포크볼을 던지는 것 같고, 역사에 남을 포크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포크볼이 너무 좋네요. 포심 제구가 좋은 서진용이 있는 세계선은 아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세계선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서진용 포크볼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오늘 박찬호, 소크라테스, 나성범, 김선빈, 최원준이 멀티 히트를 쳤는데, 소크라테스와 최원준은 코스 안타 빨이 좀 있었고, 김선빈 감각이 가장 좋아 보이네요. 그리고 오늘 나성범이 5회 끝내고 교체됐는데 또 깨졌을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쥐가 나서 빠졌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변화구 커맨드가 엉망인데 왜 변화구를 요구하는 지

 

오늘 선발 김도현은 호투도 아니고 망친 것도 아닌 애매한 투구를 했죠. 김도현 등판할 때마다 손 아프게 타이핑하는 내용인데 여러 구종을 던질 줄 알고, 150km/h을 상회하는 공을 던지는 거 다 좋은데, 커맨드가 너무너무너무 안 좋습니다. 특히, 오늘 슬라이더 커맨드가 완전 개판이었어요. 아래는 오늘 김도현이 장타를 허용했을 때 투구 위치입니다.

 

 

하재훈에게 허용한 홈런 보세요.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입니다. 구속도 142km/h 라서 빠른 공 타이밍 재고 있던 타자 입장에서는 장타 치기 딱 좋은 코스죠.

 

 

오태곤에게 맞은 홈런도 보세요. 딱 한 가운데로 밀려 들어가는 136km/h 슬라이더입니다. 그냥 올스타전 홈런 더비급의 실투죠.

 

이 외에도 한가운데 밀려 들어가는 슬라이더가 너무너무너무 많았습니다. 1회에 최정 타구, 2회에 신범수의 타구(신범수가 파워가 약해서 다행이지) 모두 존에서 형성되는 슬라이더였습니다. 오늘 슬라이더 던질 때마다 포수 미트에 들어가는 궤적을 보며 식겁했어요. '아, 저거 홈런 코스인데...' 그런데 오늘 KIA 배터리가 던진 슬라이더가 몇 퍼센트인지 아십니까? 

 

무려 32.1%로, 포심 구사율(34.5%)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시즌 평균 슬라이더 구사율이 28.3%인 투수인데, 오늘 슬라이더가 계속 밀려 들어가는 와중에 진짜 지독하게 슬라이더만 던지더라고요. 우린 이걸 '생각 없는 볼배합'이라고 합니다. (대충 김진우가 야구공으로 이홍구 헬멧 때리는 움짤, 대충 서재응이 덕아웃에서 이홍구 갈구는 움짤)

 

포수의 역할은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겁니다. 그 날 투수가 던지는 구종 중 어떤 구종이 잘 들어가는 지 알아야 하고, 투수가 '아, 오늘 이 공 잘 안 들어가는데 왜 자꾸 요구하지?' 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오늘 볼배합은 투수를 편하게 해 주는 볼배합이 아니라 투수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볼배합이었죠.

 

"얌마, 너 젊은 투수니까 시련을 극복해야 좋은 투수가 있어 임마!"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아니고, 왜 오늘 잘 들어가지도 않는 슬라이더를 그렇게 주구장창 고집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던진 슬라이더의 피OPS가 1.400 이었고, 컨택률도 포심(83.3%)보다 높은 94.1%였습니다. 

 

슬라이더를 계속 한가운데 밀어 던지는 김도현의 잘못이 첫 번째라고 생각은 하지만, 슬라이더가 계속 제대로 안 들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슬라이더를 고집한 볼배합 역시 프로 무대에서는 안 봤으면 하는 볼배합입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나대다가 말도 안 되게 벗어나는 포크볼 건드려서 병살, 나대며 홈스틸 하려다가 아웃. 플레이에 진중한 자세를 가지자
  • 소크라테스 - 타구 질은 비리비리한데 운이 따랐던 하루
  • 김도영 - 최연소 최다 홈런 기록은 갈아 치웠는데 뭔가 아쉬운 활약
  • 최형우 - 네 번의 찬스에서 적시타 1개 쳤지만, 3번을 말아 먹은 건 4번 타자 답지 않음
  • 나성범 - 부상 아니지?
  • 김호령 - 박찬호가 홈스틸 시도한 이유 
  • 김선빈 - 첫 타석 삼진은 김선빈 답지 않았지만, 서진용의 낮은 포심을 2루타로 치는 기술은 놀라웠다.
  • 홍종표 - 3할 치는 내야 백업
  • 이우성 - 장타가 아쉽지만, 3번의 출루로 기회 창출
  • 한준수 - 포크볼 잘 쳐서 기대했는데 서진용 포크볼이 너무 사기였음
  • 변우혁 - 좌투수의 실투가 두 차례나 나왔는데 공략 못 했으니 삼진 당해야지
  • 최원준 - 9회 에레디아 타구는 잡았어야 하는 거 아니니?
  • 김대유 - KIA에는 왼손 원포인트가 두 명이 있지요.
  • 임기영 - 그 무시무시했던 하재훈을 삼진 잡은 것만으로도 승리 자격은 충분함
  • 이준영 - KIA에는 왼손 원포인트가 두 명이 있지요. 
  • 전상현 - 덕아웃에서 성질낼만 했다.
  • 곽도규 - 내년에 볼질만 10% 줄여도 리그 최고의 왼손 셋업이 될 수 있음.
  • 정해영 - 에리디아의 타구는 수비가 아쉬웠고, 한유섬의 볼넷은 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그리고 오늘의 하재훈은 괴물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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