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오늘 경기 초반 2득점을 뽑아 내며 쉽게 가는 경기가 되려나 싶었는데, 공격에선 결정적인 상황마다 더블 플레이가 무려 4차례나 나왔고, 수비에서는 결정적인 상황마다 실책이 3개(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5개)나 나오면서 경기를 매우 쉽게 내줬습니다. 무엇보다도 더블 플레이가 4차례나 나왔는데 이러면 이기기 어렵죠.
경기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황동하는 오늘 몰리는 공이 너무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포심 구위가 약한 선수라서 포심은 보여주는 용도로만 쓰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결정구로 써야 하는데,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포심이 너무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갔죠. 150km/h을 던져도 이렇게 던지면 안타 맞는데 140km/h 간신히 던지는 데 이렇게 던지면 안타, 장타 맞을 수밖에 없죠.
가장 안타까운 투구는 3회에 김휘집에게 맞은 쓰리런인데, 포크볼이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하이 존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홈런이 됐죠. 박찬호의 실책으로 이닝이 끝날 상황이 2사 주자 2명 있는 상황이 되었긴 했지만, 마지막 공 하나가 참 아쉽습니다. 김휘집이 컨택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서 무조건 원바운드로 떨어뜨려야 했는데요.
신민혁을 벤치마킹해야 할 황동하
황동하 최근 구속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올시즌 평균 구속이 142km/h인데, 7월 이후 등판한 8경기에서는 평균 구속 140km/h이 안 나오는 경기가 2경기, 141이 넘는 경기가 2경기 뿐입니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고 오늘은 주 2번째 등판(화요일 경기가 우취되었지만, 공은 70개 이상 던졌죠.)이라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을 겁니다.
작년에도 황동하의 투구를 보면서, 신민혁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하는데, 신민혁 투구를 보면 커맨드가 정말 좋습니다. 그러니 평속 140km/h이 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3-4선발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죠. 황동하도 느린 구속으로 살아 남으려면, 더 정교한 제구력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체인지업, 커터가 주무기인 신민혁과 달리 황동하의 주무기는 슬라이더, 포크볼인데, 공이 느리니 결국 더 정교하게 존 근처로 다양한 구종을 던지면서 타자들을 이겨내는 수밖에요.
전 공 느린 투수의 실링은 높게 보질 않아서, 황동하의 제구력이 여기서 더 나아지지 않으면, 5선발 이상은 어렵다고 봅니다. 결국, 여기서 구속을 더 끌어 올리지 않으면 불펜으로 전환해서 평속을 145km/h까지 끌어 올려서 던져야죠. 최고 구속 140km/h 후반까지는 던질 수 있는 선수라서 오히려 불펜이 더 맞는 옷일 수도 있어요. 오늘 등판해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진 NC 김시훈처럼 말이죠.(다만 윤영철은 선발에서 못 버티면 불펜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김시훈 올시즌 포심 평균구속은 140.9km/h로 황동하의 평속보다 낮지만, 오늘 불펜으로 평속 145.2km/h까지 던졌습니다. 엊그제도 평속 143km/h까지 던졌고요. 김시훈도 보면, 선발로 나올 때는 공 느린 평범한 우완 정통파인데, 그제 오늘 공을 보니 이 선수에게는 불펜이 맞는 옷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황동하도 구속을 더 끌어 올리던지, 신민혁을 커맨드를 더 정교하게 가져가든지 그런 변화를 보이지 못 하면 풀타임 선발을 주기에는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동하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긴 했는데, 그래도 윤영철, 이의리가 모두 아웃된 상황에서 국내 선발진을 잘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죠. 그래도 적극적으로 존 안에 공을 넣어서 결과를 만들어 낼 줄 안다는 점, 어찌됐든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맨드가 좋아서 위기를 잘 넘기는 베테랑 투수 같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진 건 황동하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된 실책 3개(박찬호의 3타점짜리 땅볼 포구 미스, 변우혁의 2타점짜리 땅볼 포구 미스, 2루 불가를 보여 준 김규성의 포구 미스)에 기록되지 않은 실책 2개(7회 1타점짜리 최원준 포구 미스, 실점으로 연결은 안 됐지만, 평범한 정면 타구 못 잡은 김도영의 포구 미스)까지 수비가 지원을 못 해준 게 가장 컸고, 병살 3개, 더블 플레이 1개(소크라테스가 1루에서 아웃된 건 주루사이니까.)가 컸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그래도 찾아 보자면, 타자들 타격감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았습니다. 특히, 김도영의 경우 병살 하나 치긴 했지만, 2개의 안타가 좋은 포인트에서 나왔고, 마지막 타석 타구도 호수비에 잡혀서 그렇지, 안타성 타구였죠. 여기에 나성범도 멀티 안타에, 3회 더블 플레이도 야수 정면으로 가는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타격감이 안 좋아 보였던 선수는 최원준 정도. 최원준은 참 기복이 심한 게 문제네요.
정규시즌 23경기 남은 시점, 마지막 위기
오늘까지 경기를 소화하며 이제 시즌 종료까지는 23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2위와의 경기 차이는 5.5경기 차이. 뒤집어 지기 쉬운 경기 차이는 아니죠.
문제는 투수진에 큰 누수가 발생했다는 점이죠. 어제 네일이 포스트시즌 등판도 장담할 수 없는 큰 부상을 당했고, 불펜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장현식도 염좌로 10일 이탈이 되었으며(정말 가벼운 부상이길 바랍니다.), 후반기 들어 난타 당하면서 별 도움은 안 되고 있지만, 그래도 150km/h의 포심을 존 안에 던질 줄 아는 최지민마저 부상으로 말소입니다.
승리계투조는 곽도규, 전상현, 정해영으로 꾸려야 할 것 같고, 네일의 빈 자리는 현재로서는 갑갑하네요. 개인적으론 김기훈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드는 게, 오늘 비록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작년처럼 얼척 없는 볼넷은 아니었어요.
김주원 타석이었는데, 1구와 5구를 제외하면 그래도 대부분의 공들이 존 근처에서 놀았고, 3구와 4구는 정말 타자가 건드리기 어려운 곳으로 잘 제구가 되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타석은 김성욱 타석이었는데, 김성욱은 컨택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존에 더 적극적으로 넣었어야 했습니다. 오늘 홈런을 쳤다지만, 2-2 유리한 카운트 잡고 8구와 9구(윗짤에 안 잡힌 이유는 굉장히 앞에서 바운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체인지업을 잇달아 땅에 심은게 아쉬웠죠.(네이버는 슬라이더라고 하는데 그립은 체인지업이었음) 6구, 7구 변화구가 컨택이 된 상황이었는데 어째서 또 변화구를 요구했는 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김기훈 포심은 생각보다 위력이 좋습니다. 오늘도 대부분의 포심이 145km/h 내외에서 형성됐고, 볼넷 2개가 문제지 안타는 허용하지 않았죠. 박세혁 상대로 포심만 3개 던졌는데 평범한 뜬공이 된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올해 김기훈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4.3km/h를 기록하고 있고 포심 피안타율이 .214에 불과합니다. 첫 2경기 제외하면 4경기 연속 포심은 안타 하나 맞지 않고 있고요. 오늘 김성욱을 상대로 한 볼배합은 김기훈처럼 경험이 부족한 투수에게는 너무 고차원의 볼배합이었죠.
결국, 네일의 빈 자리는 임기영이나 김기훈에게 우선 기회가 갈 것 같고, 좌타자가 많은 팀이면 김기훈이. 우타자가 많은 팀이면 임기영이 선발로 나설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구위가 더 좋은 김기훈을 선발로 쓰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재작년에 제가 임기영을 평가하면서, 구위가 안 좋기 때문에 선발이 아니라 불펜이 맞는 핏이라고 생각을 했고, 실제로 임기영의 커리어 하이는 불펜으로 뛴 작년이죠. 올해 임기영이 안 좋아진 이유는 포심 평속이 작년 137km/h에서 올해 134km/h로 무려 3km/h나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BS 문제도 있지만, 구위가 떨어지니까 얻어 맞고 있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 피OPS가 .670에 불과했던 임기영의 포심은 올해 피OPS가 무려 1.128이나 됩니다. 포심을 바깥쪽에 넣고, 그 코스로 체인지업 떨구면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거나 평범한 땅볼이 됐는데 이제 포심으로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 하니까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 하고 있죠.
네일이 만약 포스트시즌에서도 등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KIA는 투수 물량 투입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일 겁니다. 그냥 구위 좋은 선수를 다 때려 박아야죠. 한국시리즈 직행을 한다면 못 쓸 작전도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는 라우어가 네일만큼 던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합니다만.
그리고 이런 투수 물량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곽도규,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 외에 지난해 핵심 불펜이었던 임기영, 최지민의 구위를 끌어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최지민이야 구위 문제는 아니지만) 임기영, 최지민 구위만 올라와도 선발 마운드에서 누수는 불펜 물량 투입으로 어찌어찌 막을 수 있죠. 그래서 이들이 시즌 막판에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아무튼, KIA 입장에서 다음 주가 가장 큰 고비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금요일 경기가 없는 게 천만 다행인데 4명의 선발이 추가적인 휴식일 없이 등판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고 장현식이 빠지면서 곽도규, 전상현, 정해영의 멀티 이닝 투구도 늘어날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다음 주에 3승 2패만 해도 대성공이 될 것 같은데, 2승만 해도 선방인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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