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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KIA : 삼성 - 자체 육성 뎁쓰의 힘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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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어제 이승현도 그렇고 오늘 백정현도 그렇고 투구가 정말 좋았습니다. 오늘 백정현의 투구를 보니 윤영철이 백정현의 투구를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더라고요. 그 정도로 오늘 빠른 공의 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정교한 제구력이 돋보였습니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KIA 타선을 6이닝 6피안타 8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막았죠.

 

하지만 이번에도 지난 화수요일 경기와 마찬가지로 삼성 불펜진을 공략해서 기어코 경기를 뒤집어서 스윕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자체 육성 뎁쓰'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8회까지 백정현의 현란한 제구력, 직구를 버리고 변화구 위주로 투구한 김재윤의 투구에 막혀 동점 점수를 뽑지 못 하고 있었는데 1사 이후 나성범이 안타를 치자 KIA 벤치에서는 대주자로 박정우를 기용합니다. 그리고 최형우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자 박정우가 홈까지 들어 오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죠. 만약, 대주자를 기용하지 않았더라면, 나성범은 절대 홈까지 들어오지 못 했을 겁니다. 

 

9회에도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죠. 오늘 삼성의 베테랑 불펜투수들은 KIA 타선 상대로 빠른 공을 거의 던지지 않고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했고, 이게 9회 2사까지는 먹혔습니다. 특히, 오승환이 나오자마자 최원준을 상대로 슬라이더, 커브, 포크를 골고루 던지며 3구 삼진을 잡았고, 박찬호도 커브, 슬라이더, 커브 조합으로 2아웃을 쉽게 잡았죠.

 

김선빈을 상대로도 초구 커브를 던진 이후 2구째에 오늘 처음 던진 포심이 2루타로 연결되었고, 그러자 삼성 벤치에서는 김도영을 당연히 고의사구로 걸렀습니다. 다음 타자가 나성범 대주자였던 박정우였고, 설령 박정우가 살아 나간다고 해도 최형우마저 대주자로 변경되어 홍종표 타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박정우는 초구 커브 볼을 잘 골라낸 다음에 오승환의 2구째 몸쪽으로 들어오는 포크볼을 아주 제대로 받아 쳐서 담장까지 가는 결정적인 2루타를 날렸습니다. 삼성 외야수들이야 박정우가 파워가 없고 짧은 안타에도 2루 주자가 들어올 수 있으니 전진수비를 했고, 당연히 키를 넘기는 타구가 나왔죠. 설령 정상 수비였어도 타구가 워낙 잘 맞아서 잡기 어려운 타구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죠. 홍종표도 4구째 오승환의 포심을 공략해서 투수 키를 살짝 넘기는 코스 안타로 1점을 더 추가했고, 소크라테스도 오승환의 초구 가운데 높게 들어오는 포심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경기를 완전히 끝내 버리는 2점 홈런을 날렸습니다. 이 타구로 사실상 모든 변수가 사라져 버렸죠. 오늘 경기는 그야말로 '주전'에 의존하지 않은 '백업'의 활약으로 일구어 낸 승리기에 더 가치가 있습니다.

 

 

박정우, 2군에서 더 보여줄 것 없는 외야수

 

박정우는 2군에서 더 보여줄 게 없는 선수입니다. 파워는 없지만,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2군에서 내내 보여주고 있죠. 올해 퓨처스에서 타율 .354 / 출루율 .444를 기록할 정도로 2군 무대는 일찌감치 졸업했습니다. 작년에도 타율 .296, 출루율 .376으로 준수했고,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357의 타율(14타수 5안타)을 기록했죠. 확실히 맞추는 재주는 있는 선수입니다.

 

2017년 드래프트 2차 7라운드에 지명되어 입단해 어느덧 프로 8년차를 맞이했는데, 이제 1군 무대에 뛰어야 할 선수이기도 하죠. 기본적으로 전문 외야수인데다가 빠른 발과 정확한 컨택이라는 툴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김호령이 맡아줬던 외야 대수비/대주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김호령과 또 다른 차이라면, 박정우는 2군 통산 77개의 도루를 가질 정도로 빠른 발을 갖췄고, 좌타자라는 점이겠죠. 아직 외야 수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지만, 박정우에게 부족한 건 1군 경험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펜진의 피로 누적을 완전히 씻어 준 황동하

 

화/수요일 경기 역전승을 하긴 했지만, 장현식을 비롯해서 최지민, 전상현 등 3명이 모두 오늘 나오면 3연투라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불펜에서 내세울 수 있는 선수는 곽도규, 김도현 정도 뿐이었죠. 그런데 오늘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고, 오늘 경기가 끝나면 4일의 휴식이 주어지기 때문에 선발투수 역할을 했던 황동하가 등판했습니다.

 

황동하는 지난 한화 전 부진을 씻고, 오늘 경기에서 3.2이닝 동안 안타를 단 1개도 맞지 않았고, 볼넷도 9회 2사 이후에 아슬아슬하게 빠진 볼넷 하나만을 내주고 삼진 3개를 잡는 등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습니다. 정타도 거의 없었죠. 낮은 로케이션과 그 쪽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삼성 타선을 막아줬습니다.

 

황동하는 손승락 수석 코치의 공이 가장 큰 선수죠. 2차 7라운드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투수를 손승락이 개조시켰고, 지난 시즌 이후 드라이브 라인을 다녀오면서 구속도 더 오르는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박정우와 함께 황동하도 KIA 육성 시스템이 배출한 훌륭한 결과입니다. 이제 더 이상 KIA는 '육성을 못 하는 팀' 소리는 안 들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해요.

 

 

KIA는 육성을 잘 하는 팀

 

육성의 밑바탕에는 '스카우트'의 공도 빼 놓을 수 없죠. 곽도규, 황동하 같은 하위 라운드에서 보석들을 발굴해 냈고, 상위 라운드에서도 정해영, 이의리, 최지민, 윤영철을 잇따라 성공시키는 중입니다. KIA 최근 신인지명에서 실패 사례는 박건우 뿐이에요. 김기훈이야 원태인, 서준원과 함께 고교 무대 3대 투수로 꼽히던 투수라 당연히 뽑았어야 할 선수이고, 홍원빈은 애초에 KIA 우승한 해 라서 좋은 순번의 지명을 행사할 수 없었으니까요.

 

권윤민 스카우트가 종종 자주 까이는 데, 그 때는 골짜기 세대라 어느 팀이나 신인 지명에서 재미를 못 봤습니다. 오히려 골짜기 세대 드래프트에서도 박준표, 이준영, 전상현 같은 좋은 픽을 건져냈으니 KIA가 유독 지명을 못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 정도면 권윤민 스카우트는 충분히 영전될 만 하죠. 

 

지금 KIA 1위의 힘에는 최형우, 나성범 같은 FA 외부 영입의 힘도 있지만, MVP 페이스인 김도영을 비롯해 주전 포수(한준수), 주전 2루수(김선빈), 주전 유격수(박찬호) 등 내야진은 모두 자체적으로 육성한 결과이고, 외야수에서도 타팀에서 좋은 원석(이우성, 이창진)을 데리고 와서 주전으로 키워냈습니다. 최원준은 기대보다 못 하고 있긴 한대 어찌됐든 리그 평균 이상의 중견수 역할을 해주고 있고요.

 

여기에 2군에서도 최근 좋은 자원들을 많이 키워내고 있죠. 당장 올 시즌 1군에서 대수비, 대주자 역할은 물론 타율도 3할 이상을 기록하는 홍종표가 있고, 아직 경험이 부족할 뿐 김도영과 마찬가지로 수비 하드웨어가 좋은 박민까지 있습니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1루수 원석 변우혁도 있죠. 이들 모두 1군 경험이 부족할 뿐, 2군 무대는 진작 졸업했다고 생각합니다. 

 

외야수도 좋은 자원들이 1군 승격을 앞두고 있죠. 박정우는 두말할 것 없고, 김석환 역시 2군에서는 더 보여줄 게 없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군 제대 후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김민수도 훌륭한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고요. KIA 뎁쓰가 너무 두터워서 못 올라오고 있지, 진작에 2군 투수진들의 공은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수비만 됐다면 역시 1군 무대에서 뛰고 있을 최정용도 2군 무대는 진작 벗어났죠.(2군 통산 1641타석 타율 .323) 황대인도 2군 무대에서 1군 복귀를 기다리고 있고요. 아직 보여준 것 하나 없지만, 윤도현이라는 대단히 기대치가 높은 선수도 복귀를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선수들 중 태반은 아직 1군에 안착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KIA 스카우트와 육성 시스템은 충분히 칭찬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KIA가 우승하면 정말 좋겠지만, 우승을 위해 미래를 파는 선택은 개인적으로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KIA가 2009년에 우승하고 2017년까지 7년간 우승을 못 했고, 2017년 우승 이후 6년간 우승을 못 하고 있는 데, 이제는 SK 왕조, 삼성 왕조, 두산 왕조처럼 KIA도 왕조 구축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왕조 구축의 근간을 이루는 건 '뎁쓰'입니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현재 KIA에 부족한 건 우완 강속구 투수 자원이라고 생각해서, 강속구 투수가 쏟아지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픽 낭비하지 말고 최대한 많은 강속구 투수들을 지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첫 타석 잘 맞은 타구가 잡힌 이후에 공수에서 모든 게 꼬임. 다시는 1번으로 쓰지 말 것
  • 김선빈 - 9회 2루타 직전까지는 역적 중에 역적이었다. 그래도 수비는 오늘따라 너무 좋았음.
  • 김도영 - 화요일에 라팍런으로 하나 얻었으니, 오늘 10cm 부족했던 홈런성 2루타는 너무 아까워 하지 말자.
  • 나성범 - 백정현의 ABS 피칭에 혼이 나갔으나 결국에 하나 해 줌
  • 최형우 - 최악의 컨디션이었는데, 오래 뛴 대구에서 기운 받아 갑니다.
  • 브리또 - 소크라테스 어디 갔어? 내가 아는 그 선수가 아닌데?
  • 변우혁 - 아직 1군 무대에 뛸 준비는 안 된 건 확실함. 적어도 존에 들어 오는 속구는 페어 지역으로 보낼줄 알아야 함
  • 김태군 - 군살타인줄 알았는데 추격의 적시타
  • 한준수 - 화요일에 잘해준 건 고마운데 어제 오늘 침묵은 좀 아쉬움. 그래도 포크볼은 확실히 잘 치는 구나.
  • 이창진 - 4회 3루 기습번트는 매우매우 실망스러운 타격임
  • 최원준 - 이번 삼성과의 3연전에서 깨알 같이 잘 해 줌. 특히 우측으로 라인드라이브가 나오고 있는게 고무적
  • 양현종 - 수비만 도와줬으면 6회까지도 던질 수 있었음. 홈런 2개는 맞을 수 있지.
  • 김대유 - 구자욱 완벽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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