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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KIA : LG - 한 수 위의 날카로움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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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 강력한 타선의 힘

 

오늘 경기는 네일의 조루 체력 말고는 딱히 흠 잡을 곳이 없는 경기였습니다. 특히, 승리를 견인한 건 리그 최강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타선의 대활약이었죠. 바로 과거를 끄집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2009년의 KIA 타선과 2017년의 KIA 타선입니다.(참고로 한 수 위의 날카로움 첫 짤은 2010년 자료일 겁니다.) 우승하던 해에 KIA 팀 공격력은 리그 최강급이었습니다. 왜 '최강급'이라는 평가를 했냐면, 2009년에는 SK의 공격지표가 KIA보다 압도적으로 좋았고, 2017년에는 두산의 공격지표가 KIA보다 근소하게 좋았습니다. 둘 다 한국시리즈 맞상대라는 공통점도 있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탯인 OPS만 비교하면 2009년의 KIA 팀 OPS는 .784를 기록하며 리그 4위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SK는 .822의 OPS를 기록하며 리그를 초월하는 존재였죠. 당시 유일하게 팀 OPS가 .800 이상인 팀입니다. 2009년 우승은 투수력(로페즈, 구톰슨, 윤석민, 양현종, 손영민, 유동훈, 곽정철)이 큰 역할을 했죠.

 

2017년 KIA 팀 OPS는 .839를 기록하며, 두산의 .828보다 살짝 더 높았습니다. 다만, 세이버 스탯을 보면 두산의 WRC+가 114.7을 기록해 KIA(113.7)보다 조금 좋았죠. 아직도 두산에서 7번 타자 치던 에반스를 떠올리면 등에서 식은 땀이 흐릅니다. 전성기는 서로 다르지만, 양의지, 오재일, 박건우, 김재환이 모두 있던 타선... 정말 끔찍하네요.

 

올해 KIA 타선은 현재까지 OPS .827을 찍고 있습니다. 2009년 SK처럼 리그에서 유일하게 OPS .800 이상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세이버에 뒤졌던 2017년과 달리 올 시즌 현재 KIA WRC+는 114.8을 기록하면서, 2위 두산(105.2)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팀 타선이 압도적입니다.

 

팀타율은 3할을 바라보고 있고, 2위였던 출루율마저도 LG를 제쳤습니다. 이렇게 팀 타선이 좋아진 원인은 소크라테스가 6월 이후 각성하면서 리그 상위급의 외국인 타자로 변모했고, 나성범이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MVP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도영의 성장, 아직도 기량이 떨어지지 않은 최형우의 건재,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고 있는 김선빈이 하위 타순 길목에서 적시타를 따박따박 쳐주고 있고, 2017년 리그 최악의 구멍이었던 포수의 공격력이 올해는 한준수의 성장으로 리그 평균 수준(WRC+ 96.7)까지 올라왔죠. KIA 포지션을 보면, WRC+에서 리그 평균보다 크게 떨어지는 포지션이 없습니다. 

 

  • 포수 5위 (96.7)
  • 1루수 4위 (110.7)
  • 2루수 3위 (109.7)
  • 3루수 1위 (162.9)
  • 유격수 5위 (88.9)
  • 좌익수 3위 (117.2)
  • 중견수 3위 (98.2)
  • 우익수 6위 (114.4)
  • 지명타자 3위 (134.0)

우익수 순위만 리그 5위 아래이고, 나머지 포지션은 모두 5위 안에 들고 있습니다. 2루수, 3루수, 좌익수, 중견수는 리그 세 손가락 안에 들고요. 게다가 우익수 성적도 올라가는 건 시간 문제죠. 나성범이 복귀해서 차근차근 스탯을 쌓고 있으니까요. 지금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면 KIA 타선의 구멍은 정말 없습니다. 여전히 2017년 타선이 더 좋다는 의견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시즌 종료 시에는 평가가 뒤바뀔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올해 타선이 더 좋은 이유 - 백업이 단단하다

 

개인적으로 올해 타선을 2017년보다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백업' 때문입니다. 지금 KIA 1군 백업 요원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어요. 이것도 WRC+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1-2루 백업) 서건창 109.1
  • (2-유 백업) 홍종표 104.9
  • (외야 백업) 이창진 102.9

가장 많이 나온 백업 요원 셋 다 리그 평균 이상의 WRC+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죠. 홍종표는 김선빈의 좁은 수비 범위를 보완해주고 있고, 최형우와 나성범의 느린 다리를 커버해주고 있습니다. 서건창은 대타나 좌타자에 약한 투수가 나왔을 때 선구안(우투수 상대 출루율 .432)으로 기회 창출을 노릴 수 있고, 반대로 이창진 역시 수비와 주루에서 도움은 크게 못 줘도, 좌투수 상대 출루율 .494를 기록하며, 유용한 무기가 되어 주고 있죠. 

 

 

여기에 아직 2군에서 대기 중인 멤버들도 있습니다. 확장 엔트리 때 이 선수들 도움이 될 거에요. 경험 많은 포수 한승택과 주효상, 2군에서 더 보여줄 것 없이 언제든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는 변우혁, 경기 후반 외야 수비의 질을 높여 줄 김호령, 서건창과 룰이 좀 겹치지만, 통산 타율 3할을 자랑하는 고종욱, 유격수 - 3루 수비에서 안정감을 더해 줄 박민까지. 엔트리가 한정적이어서 아쉬울 정도로 뎁쓰를 더 두텁게 해줄 수 있는 백업 자원들을 대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KIA 타선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은 정도입니다.

 

시즌 초에는 좌투수에게 약점을 드러냈지만, 소크라테스가 좌투수 약점을 6월부터 극복하는 모양새였고, 좌투수에 약하지 않은 나성범이 합류하고, 이창진이 맹활약하면서 좌투수 약점도 지워주고 있죠. 솔직히 경기를 보다보면 언제든 팀 타선이 점수를 뽑아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까지 들 정도입니다. 지난 주 삼성과의 주초 3연전에서 삼성 선발투수들의 구위에 막혔을 때도 '뭐, 불펜 투수들 공략해서 점수 내겠지' 라는 생각에 조급함 없이 야구를 봤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후반기 구위를 회복한 켈리를 상대로, 계속해서 좋은 타구를 날리며(초반에 운도 좀 따랐죠. 특히, 최형우의 두 번 뽀록타) 일찌감치 기선을 잡았죠. 그리고 작년만 못 한 LG 불펜진을 지속적으로 공략하면서 점수 차이를 벌렸습니다. 박해민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3점은 더 뽑았을 겁니다. 그 정도로 타자들 컨디션이 좋고 푹 쉬어서 그런지 다들 몸도 가벼워 보이더군요.

 

 

오히려 문제는 선발투수

 

앞서 KIA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아니, 한 수 위의 날카로움이라고 칭해도 모자르지 않을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했고, 백업도 두터워서 주전들의 체력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걱정은 선발진에 있습니다. 원인은 역시 1선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풀타임 메이저리거 크로우와 국내 선수 1선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의리의 시즌 아웃이 있죠.

 

 

제2의 페디라는 찬사를 받았던 네일은 스태미너에 문제점을 보이면서 최근 6경기 연속 홈런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초반 3회까지는 '와 이보다 더 공이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투심과 스위퍼, 체인지업이 모두 존 근처에서 날카롭게 꺾이며 들어갔고, 정확성이 뛰어난 LG 타자들 조차 정타가 거의 나오지 않았죠. 땅볼만 주구장창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좋던 네일의 투구가 투구 수 60개 넘어가면서부터 힘을 잃기 시작했죠. 제 생각에 오늘 네일은 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좀 했다고 생각합니다. 몇 경기 째 승리를 얻질 못 하고 있으니 조급함이 있었겠죠. 그러다보니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퍼졌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시즌을 거듭해도 네일의 한계 투구수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죠. 애초에 불펜 경험이 더 많은 투수에다가, 투 피치라는 한계까지 있으니, 5회에 접어들면 정타가 양산되기 시작합니다. 볼넷도 늘어나고 있고요. 오늘도 오스틴에게 맞은 홈런을 잘 보면, 김태군은 바깥쪽 꽉 찬 투심을 요구했지만, 몸쪽 높게 들어갔죠. 그마저도 경기 초반의 움직임이 아니라 몸쪽으로 잘 붙었음에도 홈런으로 연결됐고요. 오늘 잠실 구장이 아니었다면 다음 타자 문보경의 타구도 홈런이었습니다.(반대로 김도영의 타구도 홈런이었겠지만)

 

결국, 네일은 현재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5이닝용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 소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알드레드도 마찬가지죠. 지난 등판에서 한 타순이 돌기 시작하니까 구위가 뚝 떨어졌죠.

 

 

한 마디로 2009년의 로페즈, 2017년의 헥터 같은 투수가 없습니다. 로페즈, 헥터 같은 선발투수가 있다면, 정규시즌 순위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1위도 가능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닝 이터가 없으니, 선발 ERA가 리그 1위라고 해도 불안하기 짝이 없죠. 양현종은 최근 여름 성적이 계속 안 좋았고, 전반기 때 수훈 선수인 황동하 역시 풀타임 선발이 올 시즌 처음이라 언제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윤영철도 아직 고졸 2년차의 어린 선수고.

 

KIA 심재학 단장은 지금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지 말고(2위와 4.5경기 차이 1위) 알드레드와 네일의 이닝 이팅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많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줄 외국인 투수 영입에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교체는 도박수에 가깝긴 합니다. 네일과 알드레드가 이닝 먹방은 못 해주고 있지만, 적어도 5회는 적은 실점으로 막아주고 있으니까요. 자칫 성급히 바꿨다가 5회도 제대로 못 먹는 투수 데리고 오면 정말 시즌 힘들어지니까요.

 

그래도 타자에 비하면 투수는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구위'만으로 선수 실력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타지 생활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확인하는 게 어렵긴 합니다만. 여튼 심재학 단장도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한국 오기 전의 페디급의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시즌 중에 영입하면 가장 좋겠지만, 또 그 선수가 와서 잘 할 보장은 없으니까요.

 

선발진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결국, 현재 KIA의 가장 큰 고민이 될 것 같은데, 이 문제를 어떤 선수가 해결해줄 수 있을지, 그 점이 현재 가장 큰 걱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해영의 건강 또한, 시즌 막판까지 변수가 될 것 같고요. 다행히 정해영 지금은 큰 이상 없다고 하지만,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오늘은 경기 평보다는 후반기 시작하면서 리뷰 겸 프리뷰 형식의 글이 되었는데, 그 정도로 오늘 경기는 네일의 조루 체력 말고는 흠 잡을 데 없었던 완벽한 경기였습니다. 후반기 시작을 아주 기분 좋게 시작했네요. 2위와의 경기 차이도 4.5경기 차이까지 벌려서 투수 운용을 한결 여유있게 가져갈 수도 있게 되었으니까요.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나는 홍창기가 밉다! 1안타에 그쳤지만 마지막 타석 빼고는 타구가 날카로웠음
  • 최원준 - 1회 볼넷 골라나가면서 경기 분위기를 가져 옴. 최원준이 살아나면서 라인업의 짜임새도 좋아짐
  • 김도영 - 이제는 고의사구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음. 잠실만 아니었다면 홈런도 나왔음
  • 최형우 - 내 앞에서 감히? 최형우 정도 대타자 정도 되야 슬라이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담장을 넘길 수 있다.
  • 나성범 - 박해민의 수비만 아니었다면 4안타도 가능했음.
  • 김선빈 - 실책한 건 눈감아 주자. 2타점이나 올렸으니까.
  • 변우혁 - 공격에서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 했지만, 키 큰 1루수가 있으니 확실히 도움이 되네
  • 김태군 - 선구안과 장타력이 없는 양의지
  • 박찬호 - 사구가 파울이 되다니 운이 없... 아니 그게 안타라고? 3할 밑으로 떨어지니 3안타 맹활약 그래도 9번으로만 씁시다.
  • 김대유 - 요즘 은근히 쏠쏠하게 잘 막아 줌. 우타자 몸쪽 포심 자신있게 넣으니 결과도 따라 옴
  • 곽도규 - 수비할 때 기본은 지키자. 1루 쪽 타구 나오면서 무조건 1루 스타트 오케?
  • 임기영 - 안타 2개는 억까임. KIA 천적 오스틴 막은 것만으로 훌륭함.
  • 김사윤 - 찾았다. 패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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