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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KIA : LG - 좌타 저승사자 캠 알드레드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1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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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알드레드의, 알드레드에 의한, 알드레드를 위한 경기였습니다. 전 어제 경기를 잡고 스윕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봤습니다. 우리 타자들이 임찬규의 공을 공략할 것 같아서가 아닌, 좌타 저승사자 알드레드가 등판하기 때문입니다.

 

알드레드는 좌타자는 공략하기 어려운 공을 던집니다. 이미 6월 20일 경기에서 좌타자 위주로 구성된 LG 타선을 상대로 알드레드는 6이닝 동안 안타를 2개 밖에 맞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더 잘 던졌습니다. 7회 1사 이후에 '우타자' 오스틴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을 정도로 LG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죠.

 

시작하자마자 리그 출루율 1위 홍창기, 출루율 2위 문성주를 3구 삼진으로 연속해서 잡아내는 장면을 보면, 기록을 뒤지지 않아도 이 선수가 왜 좌타자 상대로 저승사자와 같은 지 알 수가 있죠. 사이드암에 가까운 각도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되니 좌타자 입장에서는 등 뒤에서 공이 날라오는 지라 더더욱 상대하기 어려운데, 그 각도에서 횡으로 크게 변하는 슬라이더(스위퍼)를 던지니 더더욱 공략이 어렵습니다. 한 가운데 들어오는 슬라이더에도 LG 좌타자들 대응이 전혀 안 됐죠.

 

자, 그럼 이제 알드레드의 좌타 상대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지 기록으로 찾아 봅시다. 알드레드는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146, 피출루율 .222, 피OPS .36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장타율이 아니라 피OPS가 .368 입니다. 이 수치가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준이죠. KBO보다 수준 높은 AAA에서도 좌타 상대 통산 피안타율이 .198에 불과한대, KBO에서 수치는 당연히 더 좋을 수밖에 없죠.

 

오늘 LG 좌타자들은 그 누구도 알드레드를 상대로 안타는 커녕 출루 조차 하지 못 했습니다. 알드레드가 오늘 주자를 딱 3명 내보냈는데 안타 1개, 사사구 2개 모두 우타자 상대(오스틴, 박동원, 송찬의)로 허용했고요. 우리팀 타선이 좌타라인이다? 알드레드가 등판하면 그 경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투심과 포심도 좌타자 바깥쪽에 꽉 차게 들어가는데, 그 각도에서 탈KBO 슬라이더가 들어가면 그 어떤 좌타자도 치기 어렵죠. 이정후가 KBO에 있었어도 알드레드 상대로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냥 과거 이혜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에요.

 

 

알드레드, 계속 계약을 유지해야 할까?

 

이렇게 좌타자를 잘 잡는 알드레드, 당연히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우타자를 잡는 '구종'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체인지업을 던지긴 하는데 10%도 안 던지고 있고, 위력도 그닥입니다. 이러니 우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259 / 피OPS .748을 기록하고 있죠. 올 시즌 홈런 2방 맞았는데 이마저도 모두 우타자에게 맞은 홈런입니다. 

 

스태미너도 의구심이 있죠. 선발과 불펜을 오간 네일과 달리 알드레드는 비교적 선발 경험이 많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첫 한 타순이 돌고 나면, 제구력이 크게 흔들리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도 후반에는 슬라이더를 잘 활용하지 않았죠. 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슬라이더를 제대로 챌 수가 없고, 그러다보면 밋밋하게 가운데 존에 몰릴 위험이 있습니다. 밋밋한 슬라이더는 장타 맞기 딱 좋은 구종입니다. 알드레드가 AAA에서 우타자에게 많은 홈런을 맞은 이유는 괜히 그런 게 아니죠.(좌타에게 2개, 우타에게 14개 허용)

 

포스트시즌 상대가 LG라면 알드레드의 존재가 큰 힘이 됩니다. 적어도 6이닝은 LG 좌타라인을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삼성이라도 도움은 될 것 같습니다. 삼성 타선의 WAR 상위 3명이 모두 좌타(구자욱, 김영웅, 김지찬)거든요. 이러니 삼성에서 타선의 균형을 위해 우타 거포 박병호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우타 외국인 타자를 쓰고 있죠.

 

비록 7월 3일 경기에서 삼성 상대로 5회도 못 채웠지만, 4.2이닝 동안 삼진 7개 잡으면서 주자는 4명 밖에 안 내보냈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라는 특수성 때문에 빨리 내렸을 뿐이죠.

 

가장 최악인 경우가 포스트시즌 상대가 '두산'일 경우입니다. 두산에 왼손타자는 정수빈, 김재환 정도이고. 허경민, 양의지, 강승호, 라모스(스위치), 양석환 모두 우타자입니다. 두산에서 OPS .800 이상 치는 6명 중 5명이 우타자에요. 이러면 알드레드는 그냥 봉인입니다. 김재환 상대로 원포인트 릴리프를 쓰는 게 맞아 보일 정도입니다. 실제로 알드레드 첫 경기 상대가 두산이었는데 3이닝 동안 안타 6개 볼넷 3개 내주면서 6실점으로 탈탈 털렸습니다.

 

현 시점에서 KIA의 포스트시즌 상대가 어느 팀이 될 지는 정말 예측이 어렵습니다. LG와 삼성이라면 알드레드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불안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우타 잡는 구종이 마땅치 않은 알드레드가 힘 있는 우타자들이 즐비한(양의지, 양석환, 강승호, 라모스 ㄷㄷㄷ) 두산 타선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알드레드의 스태미너가 좋다면, 그래도 믿음을 더 주겠지만 한 두 타선 돌면 제구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도 고민거리죠. 일단 외국인 선수 교체 시한까지 최대한 외국인 스카우트에 공을 들이면서 알드레드보다는 확실하게 낫다고 판단되는 이닝 이팅이 되는 '풀타임 전문 선발 투수'를 영입을 계속 시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한 카드가 안 나오면 알드레드로 계속 가는 수밖에 없죠. 적어도 좌타 상대로는 확실한 경쟁력이 있으니까.

 

 

잠실 LG 3연전 가장 빛났던 선수는 최원준

 

오늘 경기 잡은 건 LG 타선을 잠재운 알드레드의 공이 가장 컸지만, 타선에서는 최원준의 활약이 가장 좋았죠. 그냥 오늘 경기 혼자서 멱살 잡고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회 3득점 과정에서는 사실, 큰 공헌을 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공수주에서 모두 완벽한 하루였죠.

 

임찬규가 1회에 흔들리긴 했지만, 자신의 수비 실수로 빚어진 3실점이었고, 포심 위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반대로 커브와 체인지업이 오늘 정말 좋은 쪽에서 떨어지더군요. 최근에 왜 호투를 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는 투구 내용이었습니다. 컨디션 좋은 KIA 타선조차 1회 3득점 이후에는 임찬규 상대로는 연속 안타를 때려내지 못 했으니까요. 여기에 오늘 LG 수비가 정말 탄탄하더군요. 특히, 구본혁은 무슨 수비 도사인줄...

 

3대0 스코어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상대 측에 분위기를 넘겨줄 수 있었는데, 이를 깨부순 게 8회 최원준의 활약이죠. 선두타자로 안타를 치고 나가더니 2루와 3루 도루를 연거푸 성공시키면서 추가점을 뽑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비교적 잘 맞은 타구들도 안정적으로 포구해줬고요.(사실, 이렇다할 호수비는 아니긴 합니다만)

 

무엇보다도 타석에서 끈질기게 상대 투수의 투구 수를 늘려주고 있고, 2번 타순으로 나와서 중심타선으로 가는 연결고리도 잘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번 3연전의 활약으로 타율도 .297까지 끌어 올렸고, 출루율 .362를 기록하며 준수한 편이죠. 아직 입단 당시 2차 전체 3픽에 걸맞은 모습은 보이지 못 하고 있지만(당시 최원준보다 앞서 지명된 선수가 KT 남태혁, 한화 김재영인데 둘 다 현재는 은퇴) 아직 97년생으로 20대의 선수이니까 더 성장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최원준보다 3살 더 많은 이우성이 작년부터 포텐이 터졌으니까요.

 

반대로 오늘 경기에서 가장 활약이 안 좋았던 선수는 최원준과 같은 성 씨인 최지민이네요. 장현식이든 전상현이든 여름 들어서 성적이 나아지고 있는데 최지민은 반대입니다. 특히 심각한 게 볼넷 허용율인데, 3월에 4이닝 1볼넷으로 시작은 좋았지만 4월 11이닝 10볼넷, 5월 10이닝 10볼넷, 6월 8.2이닝 8볼넷, 7월 2.2이닝 4볼넷으로 꾸준히 이닝보다 많은 볼넷을 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삼진을 잘 잡고 있는 것도 아니죠. 볼삼비가 -.4.1입니다. 이건 1군 투수의 볼삼비라고 할 수가 없죠.

 

최지민이 여태까지 버티는 이유는 장타 억제 능력 때문입니다. 피안타율도 .206에 불과하지만, 피장타율도 .252로 매우 낮은 수준이거든요. 최지민의 투구를 보면 아직 어린 티, 경험 없는 티가 납니다. 장타를 맞지 않으려고 낮게 보더라인 피칭을 하고 있는데, 이러니 많은 볼넷이 나올 수밖에 없죠. 피장타율이 여기서 더 높아지더라도 볼넷 허용을 줄이는 게 맞습니다. 

 

최지민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투수들이 전상현과 장현식이죠. 특히 전상현은 장타를 맞더라도 볼넷 허용을 줄이는 투구를 하고 있어요. 올해 전상현의 피장타율은 .389를 기록하며, 1군 자원이 된 2019년 시즌 이후 가장 나쁜 수치인데, 반대로 볼삼비는 10.6대1을 기록하며 커리어에서 3번째로 좋습니다. 볼넷 허용률은 커리어 중 가장 낮은 4.4%에 불과하고요.

 

현재 최지민의 모습이 많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최지민은 이제 고졸 3년차 시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상현은 고졸 4년차부터 팀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장현식은 고졸 9년차인 2021년(26세 시즌)부터 1군에서 통하는 자원이 되었습니다. 최지민은 이들에 비하면 성장세가 빠른 거에요. 선수 본인도 올 시즌 '우승'이 걸려 있으니 더 신중하게 던지고 싶을 겁니다. 최지민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경험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 최지민을 2군 내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구위는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다만, 당분간은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올려서(사실, 오늘도 편한 상황인데 그걸 못 이겨내는 걸 보면 어리긴 어리죠) 자신감을 좀 쌓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선수가 이겨낼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을 이겨내야 국대급 왼손 셋업 요원, 국대 마무리 투수까지 오를 수 있는 거죠.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1회 선두타자 안타로 산뜻하게 포문 열었지만, 한 번의 출루는 아쉽다. 9회 수비는 그냥 라이트 탓
  • 김도영 - 오늘 실책은 큰 잘못은 아님. 까다로운 타구이기도 했고, 경험이 적으니 나오는 실책
  • 최형우 - 임찬규의 커브볼에 농락당함. 
  • 나성범 - 2경기 연속 무안타라니... 실망. 
  • 김선빈 - 절정의 타격감 유지
  • 홍종표/박정우 - 대수비로 투입한 가치를 증명함
  • 서건창 - 1루 송구가 빠진 척 한 건 정말 의도한 걸까?
  • 김태군 - KBO 모든 선수 중 3-유간 땅볼은 제일 잘 칠 듯.
  • 박찬호 - 왜 자꾸 도루하다가 죽는 것일까?
  • 장현식 - 7월 5.2이닝 무실점, 피OPS .400
  • 전상현 - 문성주의 총알 같은 타구는 병살. 오스틴 타구 실책, 문보경 타구 라이트에 들어간 건 등가교환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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