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7/3] KIA : 삼성 - 단단한 불펜, 튼튼한 중심타선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3. 23:02

본문

 

승리의 요인 - 삼성 타선 막은 불펜진

 

오늘 경기 KIA는 5회 딱 1이닝만 안 좋았고, 나머지 이닝은 삼성 타선을 제압했습니다. 일단, 알드레드가 1회부터 3회까지 삼성 타선을 퍼펙트로 압도했죠. 알드레드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조합에 삼성 타선이 초반에 전혀 대응이 안 되더군요. 특히, 왼손타자에게 알드레드의 슬라이더(네일의 반전 버전 스위퍼)는 정말 마구와도 같습니다. 이러니 알드레드는 왼손 타자 상대로 피OPS가 .493에 불과하죠.

 

다만, 알드레드의 약점은 매우 확연합니다. 공교롭게도 네일과 동일합니다. 투 피치(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한계와 스태미너입니다. 오른손 타자를 잡는 구종이 없다시피 합니다. 체인지업을 던지긴 하는데 구사율이 12.4% 정도에 불과하고, 그 체인지업의 컨택률이 85.7%를 기록해 포심(82%)보다 낮습니다. 이러니 우타자 상대로 피OPS가 .782나 되죠. 알드레드가 등판하면 상대 타선은 그냥 우타로 도배해버리면 그만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좌타 많은 팀에게만 경쟁력이 있는 투수 같아서 길게 갈 투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네일의 반대손 버전이라고 하기엔 네일은 알드레드보단 제구력이 좋습니다. 물론, 네일도 최근 피칭을 보면 제3구종을 개발하지 않는 한 길게 갈 투수는 아닌 듯 싶습니다만.

 

아무튼 알드레드의 슬라이더가 계속 존에서 벗어나니까(류지혁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손에서 일찍 빠진 걸 보면 악력이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일찍 장현식으로 교체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죠. 올라오자마자 KIA 주식 샀다가 패망한 거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김헌곤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구자욱을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존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높은 쪽에서 히팅존으로 들어 오는 바람에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죠. 다행히, 김헌곤의 무리한 주루 플레이와 최원준의 멋진 3루 송구(역시 어깨는 나성범에 뒤지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장현식이 어제도 별로였고, 오늘도 5회에 연속 안타를 맞아서 6회부터는 다른 투수가 나올 것이라고 봤는데 의외로 장현식을 계속 밀고 가더군요. 아마, 오늘 구위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 듯 싶습니다. 장현식은 6회와 7회에 6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피칭을 손 보이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어요. 뭐랄까 1이닝 씩 끊어갔던 평소와는 다른 투수 운용이었는데 손승락 수석 코치의 의중이 반영된 건지, 아니면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라서 장현식에게 많은 이닝을 주문한 건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별개로 장현식이 올해 KIA 불펜에서 가장 고생이 많네요. 부상 이력도 있는 선수라서 조금 더 아껴 썼으면 좋겠는데, 이기고 있거나 근소하게 지고 있거나 너무 많이 등판합니다. 후반기에는 다른 투수들이 조금 더 장현식의 뒤를 받쳐 줬으면 좋겠네요.

 

8회에는 최지민이 올라와서 KIA 자동차 딜러에게 사기 당한 게 틀림없는 우타자 김헌곤에게만 안타를 허용했고, 좌타자 김지찬과 구자욱은 완벽하게 잡았죠. 특히, 구자욱을 삼진 잡은 장면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다만, 뒤이어 올라 온 임기영이 강민호 상대할 때부터 올라왔는데 체인지업이 날카롭게 떨어지지 못 했죠. 그래서인지 맥키넌 상대할 때는 체인지업보다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는데(체인지업은 딱 2개 던짐) 빠른 공 구위는 비교적 많이 올라왔지만(제발 내년에는 라팍 중계 스피드건 고쳤으면 좋겠네요.) 임기영은 슬라이더가 너무 위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계속 커트가 되거나 속지 않죠. 결국 맥키넌이 끈질기게 버텨서 볼넷으로 출루하니 전상현 등판.

 

전상현이 시즌 초에는 라팍에서 홈런을 맞는 등 굉장히 안 좋았는데 어제 오늘 정해영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줬습니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올라와서 윤정빈을 상대로 초구에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집어 넣으며 주도권을 잡았고, 그 결과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위기를 넘겼죠. 그리고 이때 우익수가 나성범이었으면 타구 못 잡았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최원준이었기에 타구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경기 후반에는 이처럼 대수비를 적극적으로 투입했으면 좋겠어요. 내야수에 홍종표. 외야수에 박정우(또는 김호령) 같은 발 빠른 선수들이 있다는 건 팀에 참 도움이 됩니다. 이게 바로 뎁쓰의 힘이고요.

 

아무튼 전상현은 9회에도 전병우의 날카로운 타구 말고는 별 위기도 없이 막았내며 위닝 시리즈를 확정지었습니다. 역시 볼넷 허용이 높은 최지민, 뜬금포 허용이 높은 장현식을 제외하면 전상현이 확실히 정해영 대신 쓸 만한 선수입니다. 특히, 최근에 슬라이더, 포크볼이 날카롭게 떨어지면서 재미를 많이 보고 있네요. 정해영도 잘 회복해서 후반기에 보탬이 되면 지금보다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곽도규, 김도현 처럼 구위가 좋은 어린 투수들도 더 나아지길 기대해보고요.

 

 

나성범, 소크라테스가 살아나니 득점력도 상승

 

오늘도 타자들은 리그 최고의 팀 타선 위용을 뽐냈습니다. 솔직히, 초반 삼성 이승현 공을 보고는 공략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 기억에 빠른 공은 있지만, 제구력은 좋지 못한 선수로 알고 있는데, 오늘 모습을 보니 선발 투수로 모든 걸 갖춘 선수 같네요. 선발투수로 스태미너도 갖췄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골고루 구사하면서 KIA 타선을 요리했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일 때마다 던진 커브 공이 좋더군요. 파워는 좀 부족할 지 몰라도 오늘 모습을 보니 선발투수로 완성도 면에서는 동기인 이의리보다 나아 보였습니다. 이런 선수를 왜 그동안 불펜으로 썼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 타선은 초반에 이승현을 상대로 3득점을 뽑아 냈죠. 빗맞은 안타 등 운도 좀 따랐지만, 1회 김도영의 홈런, 2회 김태군의 홈런(이전까지 김태군이 홈런 치면 다 졌는데, 오늘 다행히 잡아서 징크스 씻었네요)으로 승기를 잡았고, 3회에도 중심타선이 1타점을 추가했죠. 오늘 이승현 공이 절대 만만하지 않았는데 그런 투수를 상대로도 8개의 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얻어 내며 11명의 타자가 출루한 것은 확실히 KIA 타선이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2번 타자로 나왔던 박찬호 활약이 좋았죠. 2번으로 내보내기에 왜 9번으로 써야 할 선수를 2번으로 내나 싶었는데, 오늘 2번 타자로 나와서 볼넷 2개, 단타 1개, 3루타 1개 등 4번의 출루를 만들어 내며 나성범과 소크라테스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그리고 나성범과 소크라테스가 확실히 좋네요. 둘 다 타격감도 좋고, 결정적인 상황마다 치는 타구가 날카롭게 뻗어 갑니다. 나성범이야 시간이 해결할 뿐 올라올 선수라고 봤는데, 올해 소크라테스는 확실히 놀랍네요. 무엇보다도 왼손투수 상대로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지난 2년과는 다릅니다. 올 시즌 끝나면 재계약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봤는데,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재계약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소크라테스의 가장 큰 약점이 선구안이 안 좋고, 좌투수 상대로 안 좋다는 점인데, 6월 이후에는 이 약점이 보완된 모습입니다. 수비는 좌익수로만 안 세우면 중견수에서는 제몫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타선에 김도영, 나성범, 소크라테스가 좋으니 최형우와 이우성이 부진하고 부상으로 빠졌어도 공백이 덜 합니다. 여기에 하위 타선에서 최원준, 한준수도 이번 시리즈에서 활약이 좋고, 김선빈이 복귀하면서 라인업에 정확성을 더했죠. 비록 오늘 3번 기용은 실패로 끝났지만요. 서건창도 수비로 나서는 게 문제지, 대타 요원으로는 쏠쏠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대타로 나와서 2루타를 치며 기회를 창출했고요.

 

지난 주에는 최악의 한 주를 보냈는데, 어제 극적인 역전승을 한 게 확실히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선수들 경기력이 확연히 좋아졌네요. 다행히 2위 팀에서 치고 나오는 팀이 없어 오늘 경기 마치고 2위와 경기 차이를 3.5경기 차이로 벌렸습니다. 내일까지 마무리를 잘 하고 후반기에 더 이상 부상자가 안 나온다면 기대해봐도 좋은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선수 단평

 

  • 김도영 - 1회 홈런 이후에는 너무나도 안 좋았음.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 김선빈 - 아무리 생각해도 6번 치는 게 가장 좋아 보임
  • 이창진 - 박찬호 대신 이창진이 2번이었다면 경기 어려웠을 듯
  • 박정우 - 1군 생존을 알리는 2경기 연속, 2타석 연속 안타
  • 변우혁 - 안타 하나는 쳤지만 뽀록 안타였고 전반적으로 카운트 싸움이 안 됨. 아직 1군 자원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
  • 한준수 - 어제 너무 잘 쳐줬으니 오늘 못 친 건 이해 가능
  • 김태군 - 라팍에서만 홈런 3개. 홈런 치고 다음 타석 번트? 저 김태군인데요? (그러니까 번트가 맞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