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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KIA : 키움 - 수비가 약한 팀은 이길 자격이 없다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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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 배팅볼을 던진 투수들

 

오늘 경기 진 건 임기영과 김건국의 피칭이 키움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임기영은 체인지업이 가운데에서 떨어지지 않고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기만 하더군요. 마침 오늘 해설이 서재응 해설이라 그 원인을 아주 잘 찝어 줬는데, 뒷발이 덜 나오기 때문에 공의 변화가 덜하다고 해설했습니다. 타팀 팬 입장에서는 듣기 싫은 해설이지만, KIA 팬 입장에선 바로 직전 시즌까지 오랜 기간 투수 코치를 했던 사람이라 참 들을 내용이 많습니다. 

 

김건국도 마찬가지죠. 솔직히 오늘 경기는 KIA 쪽에서 빗맞은 안타가 무지하게 나왔고(왜 하필 오늘 같은 경기에 운을 끌어다 쓰니) 경기 초반 키움 타자들이 친 타구들은 정말 살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최근 기록을 살펴보니, 키움 타자들 타격감이 한껏 좋은 상황이더군요. 이럴 때는 구위가 좋은 투수가 선발로 나와서 압도해줘야 합니다. 타격감이 좋으면 기교파 투수들이 맞기 딱 좋아요. 타격감은 좋고 상대 투수의 구위가 약하니 변화구가 존에만 들어와도 배럴 타구가 쉽게 나오죠.

 

그 뒤에 김사윤 투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점수 차이가 컸기에 키움 타자들 집중력이 떨어진 탓이 가장 크고, 김사윤도 크게 지고 있으니 '특유의 볼질'을 안 하고 적극적으로 잡으러 들어갔기에 좋은 투구도 가능했지요. 다만, 김사윤은 구위가 좋아서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유형이기도 하죠. 특히, 키움에 좌타자들이 많아서(알드레드가 등판했으면 더 맛있게 요리했을 듯) 김사윤의 투구에 좋은 타이밍을 좀처럼 만들지 못 했습니다. 그 결과가 3.2이닝 1피안타 5탈삼진이라는 기록입니다. 

 

어차피 졌을 가능성이 컸지만, 임기영 다음에 올린 투수가 김건국이 아니라 김사윤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키움에서는 사이드암 임기영에 대비해서 좌타자들을 몰아 넣었는데, 그러니 더더욱 임기영 다음 투수는 김사윤이 되었어야 하죠. 단지, 김건국이 김사윤보다 더 믿음직하다는 이유로 두 번째 투수로 낸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판단이 아니었나 싶네요. 

 

투수진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더 하자면, 임기영은 올해 안식년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화 전 말고는 호투한 경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가장 심각한 문제가 투심의 평균 구속이 너무나도 떨어졌습니다. 가뜩이나 투심-체인지업 투 피치 조합으로 먹고 사는 투수인데, 투심 구속이 떨어져 버리니 더더욱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 하죠. 1회에 도슨에게 던진 투심이 바깥쪽에 잘 제구가 됐는데 그게 방망이에 걸려서 2루타가 된 장면이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이주형에게 맞은 결정적인 홈런도 투심이었고요.(네이버 문자 중계엔 포심으로 찍히는데 임기영 포심과 투심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홈플레이트에서 움직임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임기영의 투심 구속이 133km/h에 불과했습니다. 가뜩이나 ABS 시스템 때문에 사이드암 투수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인데 공까지 느리면 버텨낼 수가 없죠. 참고로 지난해 임기영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137.2km/h 였는데, 여기서 무려 4km/h나 떨어졌습니다. 불펜이 아닌 선발로 던져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임기영은 선발로 많은 투구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KIA 불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해 준 임기영이 이 모양이니 더더욱 불펜 운용이 힘듭니다. 임기영이 7월 이후에 반등해야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네요.

 

 

KIA 수비에는 구멍이 한 가득

 

오늘 경기는 그냥 임기영, 김건국이 터뜨렸지만, 아쉬운 수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선수가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서건창입니다. 롯데 전에서도 2루수로 나와 좁은 수비 범위, 느린 순발력 때문에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오늘도 여지 없었네요. 3회 무사 1루 상황에서 고영우가 친 타구를 3루수 김도영이 잘 건져내서 2루에 송구해 원 아웃을 잡았고, 빠른 타구였기에 김선빈의 송구가 조금 짧았어도 충분히 병살이 될 수 있었는데 이 송구를 잡아내지 못 하면서 타자 주자가 1루에 살았죠.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1사 1루가 된 겁니다.

 

이 뿐 아닙니다. 1사 만루에서 김혜성이 친 우익수 앞 안타도 수비가 좋은 1루수라면 잡아낼 수 있었던 타구였어요. 그런데 서건창 반응 속도가 느려서 그 타구를 잡아내질 못 했습니다. 전 맞는 순간, 1루 땅볼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이 외에도 서건창 쪽으로 타구가 가면 늘 한 박자씩 수비 처리가 늦습니다. 이걸 보면, 서건창은 그냥 '대타 요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다리가 빠른 선수도 아니라 쓰임새가 매우 적죠. 올 시즌 이범호 감독의 가장 큰 미스는 서건창을 자꾸 수비수로 내보내는 겁니다. 서건창을 쓰고 싶으면 그냥 대타로 쓰거나, 수비로 쓰고 싶다면 승기를 잡았다면 6회 이후에는 대수비로 교체를 무조건 해야 합니다.

 

3루수 김도영은 운동 능력은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가 엉망이고(큰 점수 차이에서 왜 홈 송구를 하니... 어차피 제대로 갔어도 세이프인데) 2루수 김선빈 역시 수비 범위가 리그 최하위 수준인데다 병살 처리 시 피봇 동작이 굼 뜹니다. 내야수 중 수비가 좋은 선수는 박찬호가 유일합니다.(다른 건 몰라도 머리 뒤로 넘어가는 뜬 공은 박찬호가 KBO에서 최고로 잘 잡는 듯) 이러니 박찬호가 수비에서 혹사를 당하죠. 오늘도 보세요. 박찬호 휴식 주고 홍종표 유격수로 쓰자마자 바로 실책 나왔습니다. 실책 나오는 장면을 보면, 홍종표가 송구에 자신 없어 하는 게 바로 보이죠. 홍종표를 쓰고 싶으면 2루수로 쓰는 게 맞습니다. 유격수는 박민 쓰는 게 맞고요.

 

제일 심각한 건 외야수죠. 지금 KIA 외야수 중 수비가 좋은 외야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중견수로 뛰면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이상하게 좌익수 수비로 나가면 수비가 정말 아마추어 선수 같습니다. 보통은 중견수가 좌익수로 가면, 수비를 잘 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소크라테스는 좌익수로 가면 타구 판단도 안 되고, 타구 처리도 늦습니다. 1회 도슨 타구를 2루타로 만들어주는 수비 보세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좌익수로 써서 태업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비가 개판입니다.

 

최원준은 지금 타석에서 전혀 좋은 타구를 못 만 들고 있는데다가 중견수로 쓸 때마다 타구 판단이 늦습니다. 타구도 자주 잃어버리고요. 오늘 말고 어제 롯데 경기 보시면, 타구를 놓쳐서 유격수 박찬호가 간신히 잡아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박찬호가 넓은 범위를 커버 해주니까 최원준 수비가 그나마 상쇄되는 셈이죠.(이러니 감독들이 박찬호를 못 뺍니다.) 그나마 중견수로 수비 좋은 선수는 소크라테스네요. 그래도 리그 평균 이하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익수 나성범은 '어깨' 원 툴입니다. 타구 판단도 늦고, 다리가 느려서 애매한 타구는 다 놓칩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쪽 애매한 타구는 유격수 박찬호가 열심히 뛰어가서 잡아내지만, 우익수 나성범 앞에 애매하게 떨어지는 타구는 2루수 김선빈 마저 다리가 느리기에 그 쪽으로 빗맞은 타구가 뜬다 싶으면 그냥 여지 없이 안타입니다. 다리가 느려 수비 범위가 좁은 김선빈과 나성범이 만들어 내는 환장의 콜라보죠. 그나마 둘이서 타석에서 생산력을 보이기에 참고 쓰는 거지만, 이들이 좁은 수비 범위를 보여서 간발의 차이로 경기를 놓칠 때마다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심지어 오늘 나성범은 또 부상의 기미를 보였죠. 그냥 최형우를 좌익수로 쓰고 나성범을 지명으로 쓰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지만, 최형우는 올 시즌 좌익수 수비를 나가면 방망이가 죽어 버린 악순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냥 쉽게 설명하면, 팀에 공수 밸런스가 엉망이에요. 물론, 공수가 완벽한 팀은 리그에 굉장히 드뭅니다. KBO가 그렇죠 뭐.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KIA 외야수들의 타구 처리 능력과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의 문제(3루수는 수비 범위는 넓지만 정면 타구 처리가 미숙하고, 2루수는 수비 범위가 좁고 동작이 굼 뜨고, 1루수는 이제 처음 1루로 뛰는 선수)를 생각하면 이 팀이 1위하려면 투수력이 압도적으로 좋거나 공격력이 압도적으로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단장이면, 수비 안 되는 반쪽 짜리 선수들은 다 내보내고 수비가 되는 선수부터 라인업을 채우고 싶네요. 다만, 이렇게 하면 성적은 더 안 날겁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타격은 '기술'이기 때문에 타석 경험치를 먹이면 성장하거든요. 그런데 한 번 떨어진 수비는 개선의 여지가 적습니다. 김도영은 그나마 운동 능력이라도 좋지, 김선빈, 나성범의 운동 능력은 여기서 더 안 죽는 게 다행이고, 오히려 매년 아니 매일 조금씩 운동 능력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둘 다 지명을 쳐야 하는데 수비를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한 상황이죠.

 

올해 KIA가 우승을 놓친다면, 주축 투수들의 부상(크로우, 이의리, 정해영)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 같고,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게 엉망인 수비 조직력 같네요.

 

 

오늘도 크게 졌기에 선수 단평은 생략하고 몇 명 인상적인 선수만 적어 봅니다.

 

  • 박정우 - 좌측으로 잘 밀어쳐서 좋은 2루타를 쳤습니다. 박정우는 그래도 전문 외야수다보니 KIA 외야수들보다는 수비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KIA 외야수들이 수비 못 하는 건 당연해요. 최원준 원래 내야수. 최형우 원래 포수, 나성범 원래 투수, 이창진 원래 내야수. 팀에 전문 외야수는 김호령 정도 뿐이죠. 박정우가 조금 더 타석에서 좋은 모습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최원준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가 점점 바닥날 지경이라서요.(오늘 최원준 타석에서 좋았지만, 여전히 외야로 뻗어 가는 타구질이 별로입니다. 오늘 11구 끝에 만들어 낸 2루타도 코스 좋은 2루타)

 

  • 변우혁 - 큰 점수 차이라 역시 큰 의미 두기 어렵지만, 경기 중간에 투입되어서 3루수로 좋은 수비(하지만 몸이 비대해서인지 잽싼 느낌은 덜 하더군요)를 보여주기도 했고, 첫 안타는 재수가 좀 따랐지만, 마지막 타석 안타는 좋은 포인트에서 나온 안타였습니다. 이우성도 부상이고, 오늘 보니 나성범도 몇 경기 쉬어야 할 것 같으니 변우혁에게 기회가 갈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살렸으면 좋겠네요. 맘 같아선 우투수가 나오더라도 서건창은 대타 요원으로 쓰고 주전 1루수는 변우혁을 썼으면 좋겠어요. 다만, 변우혁도 1루 수비에서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게 함정. 그래도 우타 거포는 키워야 하니까.

 

  • 김사윤 - 위에 언급하긴 했으나 오늘 정말 공이 좋더라고요. 임석진이 은퇴해버리면서 김민식 손해 보면서 팔았다고 생각했는데 김사윤이 그래도 쏠쏠하게 활약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 94년생 한창이고 높은 삼진율을 보면 제구만 잡히면 1군에서 상대 타자들을 잡아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오늘 좋은 컨트롤을 보인 걸 보면 제구가 안 좋은 건 기술 문제가 아닌 멘탈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오히려 기대가 되더라고요. 멘탈 문제는 기술 문제보다는 치료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사윤이 오늘 피칭을 바탕으로 '어라? 내 공이 한가운데로 가도 잘 안 맞네?' 라는 생각을 갖고 가운데만 보고 빠른 공과 좋은 움직임의 체인지업을 잘 집어 넣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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