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전, 오늘 경기는 상대적으로 KIA가 못 했다기 보단 롯데가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롯데 타자들 감이 좋죠. 6월 롯데 팀 타율이 리그 1위(.308)입니다. 2위가 KIA고요. OPS도 롯데가 1위(.851), KIA가 2위(.831) 입니다. 특히, 오늘 경기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레이예스의 2루타라고 생각해요.
네이버 문자 중계가 븅신이라 위 짤에는 레이예스가 좌타에 선 걸로 나와 있는데 스위치 히터라 우타석이었습니다.
1사 1, 2루 상황에서 곽도규가 1볼 2스트라이크라는 아주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빠른 공이 몸쪽 스트라이크존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붙었는데, 그 코스가 2루타가 되었습니다. 그쪽으로 공이 100% 올 것이라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휘두른 게 아니라면 페어 지역으로 절대 나올 수가 없는 타구였습니다. 아마, 보통의 타자였다면 그 타구는 파울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몸쪽으로 들어갔기에 3루 땅볼로 병살타가 나왔어야 할 코스였어요.
3회말 KIA의 븅신 같은 실책(박민의 땅볼 타구 미스, 알드레드의 넋 놓고 고승민 살려주는 미스)으로 나온 3회말 무사 1, 2루 같은 상황에서 곽도규와 비슷한 팔 각도로 던지는 알드레드의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들어갔는데, 이 타구는 평범한 3루 땅볼이 되면서, 삼중살이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7회말 비슷한 코스에는 반응을 하며 페어 지역 안으로 타구를 보냈어요. 이건 정말 상대팀이 잘 한 겁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사직의 기운이 묘하게 롯데에게 도움이 되네요. 어제 고승민의 동점 타점도 곽도규의 공에 완전히 빗 맞춰서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였는데, 오늘도 고승민은 곽도규의 몸쪽 높은 슬라이더(실투이긴 했습니다. 바깥쪽으로 갔어야 했죠.)를 받아 쳤고,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는데 코스가 좋아서 내야 안타가 되며 4대2에서 4대3이 되었죠. 그에 앞서 7회 선두타자 최항이 친 안타도 빗 맞은 안타였습니다. 이런 타구들을 보고 있으니, 올시즌 KIA가 롯데와는 상성이 안 맞는구나 싶더군요.
여기에 8회말 병살 상황에서도 김상수가 바깥쪽 슬라이더를 잘 떨어뜨렸고(타석에서 너무 서두른 박찬호도 문제였지만) 김원중은 어제 오늘 정말 공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김도영 잡을 때 로케이션은 그냥 혀를 내둘렀네요. 삼진 잡는 포크볼이 우타자 몸쪽 낮게 존으로 파고 들어가는데, 이건 그 누구도 칠 수 없는 코스입니다. 올 시즌 끝나고 FA로 알고 있는데, 김원중 FA로 풀리면 많은 팀들이 러브 콜을 던질 것 같고, KIA도 여전히 광주 사투리 진하게 쓰는 로컬 보이 김원중 영입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네요. 정해영이 있긴 하지만, 정해영 부상이 아무리 걱정스럽고 군 문제도 해결해야 하죠. 비싼 대가 치르고 조상우 트레이드로 영입하느나 정한수 떠다 놓고 김원중 시장에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한현희를 투입한 김태형, 김승현을 투입한 이범호
사실, 오늘 경기 이범호 감독이 장현식, 최지민을 안 쓰기로 천명했기 때문에 애초에 이기려면 다 득점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정해영이 부상인 상황이라 승리 계투조 중 무려 3명(정해영, 장현식, 최지민)이 나가리 된 상황이죠. 전상현은 9회에 써야 하고, 곽도규 정도만이 불펜에서 유일한 믿을맨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곽도규 마저도 레이예스에게 결정타를 먹었으니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패착은 7회 김승현을 등판시킨 운용이었죠. 기록이 전부는 아니고, 특히 투수는 더욱 기록보다는 현재의 구위가 중요하다지만, 김승현 올해 퓨처스 기록은 23.2이닝 동안 ERA 6.85, 피안타율 .337으로 매우 안 좋습니다. 다만, 이 선수의 고질병이 제구 불안인데 올해 퓨처스에서 볼넷 수치는 많이 줄이긴 했네요. 23.2이닝 동안 9개의 볼넷이니까 상전벽해 수준으로 좋아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7경기에서 투구 내용이 좋기도 했습니다. 5.1이닝 투구하면서 볼넷 단 1개도 안 주고 삼진은 6개를 잡았네요. 피안타도 2개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2군 코칭스태프에서는 김승현이 제구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1군에 올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1군에서 결과는 좋지 못 했죠. 오늘 경기의 경우 최항에게 안타 맞은 건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기에 이해할 수 있지만, 황성빈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하나 던지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도 냉정하게 오늘 공만 보면, 2군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구속은 여전히 140km/h 후반대로 잘 나오고 작년보다는 제구가 안정된 게 사실인데다가 현재 불펜에 우완 강속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단 생각입니다. 오늘 정타는 단 하나도 안 맞았고, 윤동희의 땅볼도 나오는 순간은 병살이라고 생각했어요. 코스 운이 없었을 뿐이죠.(상대적으로 박찬호의 수비가 아주 좋았죠) 한화 전에서도 안타 2개 맞았지만 볼넷 없이 1이닝을 막았고요.
다만, 7회 시작은 김승현이 아니라 곽도규나 김건국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김승현 최근 피칭이 좋았다지만, 어디까지나 2군 한정이고, 올 시즌은 검증된 투수가 전혀 아니죠. 너무 안일한 투수 교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김태형 감독의 투수 운용은 과감했죠. 김진욱이 KIA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자 4회부터 한현희를 투입하면서 강수를 던졌습니다. 한현희가 푹 쉰 것도 아니에요. 어제만 안 나왔지 일요일에 나와서 무려 49개의 공을 던진 후, 2일 쉬고 오늘 나와서 41개나 던졌습니다. 그런데 KIA 타선 흐름이 막힌 게 한현희 때부터였죠. 강력한 포심을 앞세워서 좌타자 약점도 이겨내고 삼진 머신이 되더군요. 오늘 경기 분위기가 반전된 대표적인 장면이 2개였는데, 하나가 앞서 언급한 레이예스의 적시타고, 또 하나가 한현희의 등판이었습니다. 한현희는 좌타자 잡겠다고 구종 연마 열심히 할 필요 없이 오늘처럼 그냥 포심하고 슬라이더만 열심히 갈고 닦는게 나아 보이네요. 반대로 김진욱은 타팀팬이지만, 제구 잡겠다고 빠른 공 포기하고 변화구만 남발하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여튼, 김태형 감독은 49개 던진 한현희를 2일 휴식만 부여하고 긴 이닝을 맡겨 경기를 잡았고, 이범호 감독은 정해영, 장현식, 최지민이라는 롯데 타선을 힘으로 누를 수 있는 투수 3명이나 못 쓰는 상황이긴 했어도 경험이 일천한 김승현을 선택했다가 경기를 내준 결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 과정에서는 롯데 타선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고 생각하고 운이 안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냥 오늘 경기 내준 건 어제 경기 비겼기 때문이죠. 네일이 9점이나 준 게 이런 결과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최지민, 장현식 안 쓰고 경기 잡았으면 오늘 경기도 잡았겠죠.
이범호 감독이 오늘도 시즌 길게 보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독 본인도 8월에 치고 올라가겠다고 한 걸 보면 멀리 보고 있다는 건 확실한대, 이범호 감독의 구상이 과연 들어 맞을 지 틀릴 지는 8월까지 기다려 보고 판단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범호 감독이 천명한대로 8월에 치고 올라가서 1위를 확정 짓는다면, 그때 칭찬하면 될 일이고, 치고 올라가기 전에 7월에 순위 내주고 고꾸라지면 그때 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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