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의 요인
나균안의 난조로 쉽게 이길 경기를 느슨한 경기 운영으로 날려 먹었습니다. 제가 지난 달 부터 근무처를 옮겨서(회사는 그대로)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기에(07:00~16:00 근무) 짧게 오늘 경기 운영 상의 문제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라인업의 문제
오늘 네일 컨디션이 평소보다 안 좋고, 오늘 유독 사직 ABS가 까칠하게 반응해서 양 팀 투수들이 고전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땅볼 타구가 많이 나오는 선수다보니 수비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2루수 서건창 이름 보자마자 기분이 별로더라고요. 서건창의 활약으로 초반 대량 득점을 한 건 좋았지만, 대량 득점을 했으면 적어도 5회 이후에는 교체했어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7회 황성빈의 중전 안타입니다. 전, 당연히 2루 땅볼로 1루 주자 아웃인 줄 알았습니다. 서건창은 그냥 1루 백업이 최선이고, 2루수로는 안 쓰는 게 낫습니다. 솔직히, 김선빈이 더 나은 듯 싶네요. 수비는.
그리고 한준수를 선발로 쓴 것도 문제죠. 물론, 역시 한준수가 초반 나균안의 밋밋한 포크볼을 받아 쳐서 담장을 바로 때리는 2루타를 치긴 했지만, 네일하고 너무 안 맞습니다. 사인도 안 맞고, 네일도 굉장히 불편해 하더라고요. 전 솔직히 2회 이후에는 교체했어야 한다고 봤는데 쉽지 않았겠죠. 그것도 이해합니다. 크게 이기고 있는데 주전 포수로 나온 젊은 선수를 3회 만에 교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까요. 그냥 애초에 네일 선발 때는 김태군을 밀고 갔으면 합니다.
대표적으로 김태군이 네일하고 호흡을 맞추면 스위퍼와 투심 위주로 던집니다. 그런데 오늘 한준수는 이상하게 커터, 체인지업을 많이 요구하더라고요. 오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17%로 시즌 3번째로 높았는데 네일의 체인지업은 위력이 떨어집니다. 오늘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4할이었고, 결정적인 상황마다 던진 체인지업이 모두 정타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커터는 고승민의 홈런으로 연결됐고요. 김태군이 괜히 투심, 스위퍼 조합을 고집하는 게 아닙니다.
한준수의 아쉬운 볼배합은 정훈의 쓰리런 홈런 때도 나왔죠. 정훈은 이 타석에서 큰 거 한 방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원래 풀스윙을 하는 선수인데, 투 스트라이크 노 볼이라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커브 볼을 요구했다가 이게 가운데 몰리는 바람에 결정적인 쓰리런이 됐죠. 오늘 KIA가 경기 못 잡은 건 네일이 맞은 만루홈런(커터), 김도현이 맞은 쓰리런 홈런이 컸습니다. 정훈이 초구에도 몸쪽 커브에도 크게 헛스윙 하며 타이밍 맞추고 있었고, 2구째도 슬라이더였는데 3구째는 빠른 공을 보여주면서 커브 타이밍을 더 늦췄어야 했죠. 물론, 잘못 던진 김도현 탓이 더 큰데 볼배합 문제도 큽니다.
투수 교체의 문제
네일의 스태미너가 안 좋은 건 이범호 감독이 잘 알 겁니다. 5회에 공 날리고, 정타가 계속 나오는데 교체 안 한 건 아쉬운 선택입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14대1로 이기고 있는데 선발 내리는 감독은 많지 않죠. 그래도 과감한 교체를 했어야 했습니다.
6회를 김대유, 김도현으로 막으려는 시도도 이해합니다. 5점 차이이기도 했고, 더블헤더에서 승리계투조 소모가 심했죠. 하지만, 이번 주 비 예보가 있고, 곧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과감한 교체를 했어야 했습니다. 6회에는 곽도규를 먼저 쓰는 게 차라리 나았다고 봅니다. 롯데 타선이 오늘 좌편향이었고, 좌투수에 약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여기까지는 애써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7회에는 장현식, 최지민, 전상현을 적극적으로 썼어야죠. 7회에도 김도현이 올라오는 거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김도현이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인 건 맞지만, 정훈에게 홈런 맞았으면 선수 자신도 자신감을 잃을 법도 하죠. 서건창의 아쉬운 수비가 있었다지만, 애초에 김도현이 너무 쉽게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한 것도 문제입니다. 김도현은 현재는 추격조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다가 선수 커맨드가 점점 좋아지면 그때 승리계투조로 올려도 문제 없다고 생각해요.
정해영이 없는 상황이라 한 명의 투수라도 아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14대1에서 감독 운영이 너무 느슨했습니다. 주말 비 예보, 다음 주 올스타 브레이크라는 것을 감안하면, 14대1로 당연히 잡았어야 할 경기를 이기지 못 한 건 감독 미스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죠.
잘못 된 투수 운용, 잘못 된 라인업(적어도 네일 등판 때는 내야 수비는 우투일 경우 홍종표, 좌투일 경우 박민으로 가는 게 맞고, 포수는 무조건 김태군하고 호흡 맞추길)으로 당연히 잡았어야 할 경기를 못 잡은 게 아쉽네요.
그래도 선수들이 15:14로 역전 당한 경기를 다시 동점으로 만들어 낸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엄청난 활약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고요. 김도영 오늘 타구 질 나쁘지 않았는데 운이 없었네요. 내일은 좋은 모습 보여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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