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6/23] KIA : 한화 DH - 커져 가는 트레이드의 느낌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23. 22:38

본문

 

1차전 패배의 요인

 

1차전은 황동하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올 시즌 들어 가장 안 좋았던 경기인 듯) 초반 5:0으로 끌려 갈 때 패배가 확정이라고 봤습니다. 게다가 류현진의 최근 컨디션도 좋고 오늘도 공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위기 상황에서는 147km/h까지 던지는 투구를 보면서, 역시 괜히 메이저리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KIA 타선은 강했습니다. 김도영이 첫 타석에서는 류현진의 포심 3개를 지켜만 보고 삼진 당하고 들어왔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는 3구째 존으로 들어오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시즌 20호 홈런을 치며 전반기 내에 20-20을 기어코 달성하고 말았습니다. 최형우가 바깥쪽 포심을 정확한 타이밍에 결대로 받아쳐서 백투백 홈런을 날렸고, 5회에는 나성범이 몸쪽 포심을 받아 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쳤습니다.

 

경기를 거의 잡았다고 봤는데 외야 수비에서 미스가 두 차례 나오면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죠. 7회 페라자의 타구는 잡아낼 수 있었는데 소크라테스의 판단 미스로 2루타를 만들어줬고, 이게 밀어내기로 연결이 됐죠. 참고로 7회 장현식은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 고군부투 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채은성의 안타는 빗맞은 안타였고, 밀어내기 이후에는 최재훈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기도 했으니까요.

 

치명적인 실책은 7회말과 8회초에 나왔죠.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이 3연속 안타를 치며 2점을 더 뽑은 무사 2루였는데 이우성의 투수 정면 타구 때 김호령이 무슨 이유에선지 3루로 스타트를 먼저 끊는 바람에 더블 아웃으로 점수를 더 뽑지 못 한 게 치명적이었고, 이원석이 친 타구도 우익수 최원준 정면이었는데 태양권 공격을 피하지 못 하고 뒤로 흘리면서 3루타를 만들어 줬습니다. 이럴 거면 선글라스는 왜 끼고 수비하는 지 모르겠네요. 

 

전상현도 8회에 로케이션이 안 좋았죠. 장진혁에게 너무 쉽게 승부하려다가 초구 안타 맞은 게 문제고, 노시환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적시타가 되면서 경기가 원점이 됐습니다. 다만, 최원준이 수비만 잘 해줬으면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그 점이 매우 아쉽네요.

 

하지만 1차전 패배보다 더 뼈아픈 건, 정해영의 부상 강판이죠. 이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겠습니다. 여튼 1차전 패인은 두 번의 외야수 수비 미스, 그리고 7회말에 추가 점을 뽑지 못한 김호령의 안이한 주루(심지어 9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도 집중력 잃은 모습)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류현진 공략할 때 모습을 보면, KIA 타선이 참 강하긴 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2차전 승리의 요인

 

2차전은 임기영과 김도현 투수 두 명이 아주 잘 해줬죠. 1차전에 류현진, 2차전에 바리아를 상대하며 어려운 선발 매치업이었는데(우리는 5선발과 땜방 선발이었으니...) 임기영이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좋은 투구를 하면서 1차전 패배의 분위기를 완전히 지워줬습니다. ABS 때문에 사이드암 투수들이 던지기 어려운 환경인데, 그 와중에도 5회까지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죠. 체인지업이 아주 좋은 위치에서 잘 떨어진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6회에 임기영이 많이 흔들렸죠. 페라자를 안타로 내보냈고, 안치홍은 삼진으로 잡았지만 노시환에게 던진 몸 쪽 빠른 공이 거의 홈런이 될 뻔 했습니다. 치기 어려운 코스를 홈런성으로 보낸 노시환의 타격이 대단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경기 초에 비해서 빠른 공의 무브먼트가 많이 무뎌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요. 그래서 투수 교체 시점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3연전에서 한화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채은성을 상대로 1사 2, 3루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승부를 하게 됐는데, 아웃 카운트와 실점을 맞바꾸는 피칭만 해도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그 타격감 좋은 채은성을 몸쪽 낮은 151km/h 빠른 공으로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오늘 더블헤더 1, 2차전 양팀 투수들이 던진 공 중 가장 멋진 공이었습니다. 이어서 문현빈 마저 주무기인 커브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죠. 이 연속 삼진 아웃이 최근 불안한 불펜진에 희망이 되어 준 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타선도 바리아 상대로 이기기에 충분한 점수를 뽑아줬습니다. 김도영과 나성범이 여전히 공격을 주도했고, 김태군이 3안타로 맹활약해줬죠. 3안타 모두 아주 타구 질이 좋았습니다. 현재 김태군의 공격 스탯이 전혀 밀리지 않아요. OPS .734에 WRC+ 96.3을 치고 있습니다. 마냥 쉬어가는 타순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치죠. 컨택이 좋다 보니 삼진으로 맥없이 타석에서 물러나지 않는 게 김태군의 장점입니다. 다만, 좋은 컨택, 느린 발, 떨어지는 파워, 우타자 라는 점 때문에 병살이 많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진짜 문제는 정해영의 부상 정도

 

이번 주 LG, 한화를 상대로 4승 2패면 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패도 경기 후반 불펜진의 방화(전상현...ㅠㅠ) 때문이었으니 아쉽긴 해도 위기의 상황에서 기세가 좋았던 LG, 1-2선발 5-6선발 맞대결이었던 한화를 상대로 우세 3연전을 가져간 건 매우 좋은 결과라고 평해도 되죠.

 

그런데 정해영의 부상이 너무 타격이 크네요. 크로우, 이의리 부상에 이어 세 번째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월요일 진단 결과 가벼운 증상이면 열흘 정도의 휴식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큰 부상이라면 그때는 진짜 불펜 운용이 매우 힘들어 집니다. 

 

지금 KIA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정해영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정해영이 완벽한 마무리 투수는 아니라고 해도 타신 투병인 현 리그에서는 위에서부터 손 꼽을 수 있는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드라이브 라인 다녀오면서 구속이 붙었고, 그 결과가 마무리 투수의 가장 큰 덕목인 높은 삼진율(9이닝 당 탈삼진 9.56개)로 이어지고 있죠. 올해 피장타율이 높은 게 흠인데,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해영이 이탈해 버리면 불펜 운용이 정말 답답해 지죠. 당장 누가 마무리 자리를 맡아줄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전상현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올해 체중이 빠지면서 피장타율(.419)이 급격하게 올라 갔고, 피장타율(.252)은 낮은 최지민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기자니 너무 높은 볼넷 허용율(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습니다.)이 문제고, 전상현에 비해서 경험이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삼진율이 높은(9이닝 당 9.57개) 장현식에게 맡기자니 역시 높은 볼넷 허용율(9이닝 당 5.65개)과 그 누구보다 높은 피장타율(.462)이 문제고요.

 

결국, 정해영이 장기 부상이라면 KIA에서는 당연히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키움의 마무리 투수 조상우 트레이드를 시도해볼 겁니다. 솔직히, 현 불펜진에서 부상자가 없다면 조상우 트레이드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해영이 이탈해 버리면 조상우 트레이드를 이야기 안 할 수가 없죠. 7년 만에 찾아 온 우승 기회인데 말이죠. 게다가 KIA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공격력인데, 그 핵심인 최형우가 내년에는 현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물론, 내년까지는 현역으로 뛸 가능성이 99% 입니다만) 마냥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긴 하죠.

 

조상우는 이대로면 2025년 시즌이 끝나면 FA로 시장에 나오게 되지만, 여전히 리그 탑급 불펜투수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시즌 초반 부진하다 싶었는데 피OPS가 .643에 불과하고, 9이닝 당 삼진율도 커리어 평균(9.26개)에 못 미치지만 8.22개로 여전히 훌륭한 수치입니다. 피OPS는 KIA 불펜 누구보다 낮은 수치이고, 9이닝 당 삼진율도 정해영, 장현식 다음으로 높으며, 올해 볼넷 허용이 좀 많긴 한대(9이닝 당 4.4개) 최지민, 장현식, 곽도규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게다가 마무리로 뛴 경험과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죠. 여러모로 대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 선수입니다.

 

전성기에 비하면 포심 구속이 떨어진 건 불안한 점입니다. 올해 145.4km/h로 직전 시즌이었던 2021년의 147.6km/h에 못 미치고, 152.3km/h 였던 2019년에 비하면 거의 7km/h가 떨어졌죠.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승부보다는 커맨드를 중시하는 피칭을 하느라 볼넷 허용이 크게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간을 줄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시즌 초였던 3월부터 4월까지는 포심 구속이 140km/h 초반대였는데, 6월 이후에는 구속이 완연히 좋아졌어요. 6월 2일 146km/h, 6월 5일 148km/h, 6월 9일 145km/h, 6월 11일 148km/h, 6월 14일 147km/h, 6월 21일 148km/h 이네요. 

 

아무튼 지금 리그에 투수 숫자가 엄청 부족합니다. 어느 팀이나 다 선발이건 불펜이건 부족함을 토로하고 있죠.(내년 시즌 아시아쿼터제 도입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ABS의 도입으로 투수들이 더 어려워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심판의 '온정적인 콜'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보통 쓰리볼 이후에는 암묵적으로 존이 넓어지곤 했죠.) 그래서 좋은 투수의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KIA가 2017년 우승을 위해 김세현을 데리고 올 때, 1라운드 신인이었던 이승호를 넘겨줬습니다. 심지어 당시 김세현은 ERA 5점대의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말이죠.(KIA팬들에게 욕 먹던 한승혁과 비슷하단 평이 많았죠) 올해 NC가 키움에서 핵심 선수도 아니었던 김휘집 데리고 오는데 1라운드, 3라운드 지명권을 내줬습니다. 재작년에 KIA가 포수 없다고 키움에서도 성장을 보이지 못 해 잉여 자원이었던 주효상을 데리고 오는 데 2라운드 지명권을 내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의 주전 마무리 투수를 데리고 오려면 얼마나 퍼줘야 할까요? 정말 상상히 쉽지 않네요. 올 시즌 1번 픽은 물론이거니와 KIA 2군에서 가장 평가가 좋은 변우혁, 윤도현을 내줘야 할 가능성도 큽니다. 조대현까지 넘길 수도 있고요. 결국, KIA 심재학 단장과 이범호 감독은 고민을 하게 되겠죠.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서요.

 

우승에 대한 열망도 크지만, 개인적으론 KIA가 꾸준한 강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미래 자원을 팔고 현재를 사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우승을 못 하면, 또 언제 우승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어서 트레이드를 시도 안 했다가 다른 팀으로 가서 조상우가 불펜 안정화에 기여하여 우승 못 하면 또 엄청 후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 없게, 정해영이 큰 부상 없이 열흘만 쉬고 마운드에 복귀했으면 좋겠네요.

 

더블헤더 보느라 기절할 것 같아 선수 단평은 생략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