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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 KIA : 한화 - 달라진 소크라테스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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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는 윤영철, 김도현, 곽도규 3명이 한화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막았고, 타선에서 초반 황준서의 제구 난조를 살리진 못 했지만, 김도영의 결정적인 투런 홈런(시즌 19호)과 소크라테스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비교적 쉽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6회 박민의 실책으로 빚어진 1사 만루 위기를 빼면, 별 다른 위기 상황도 없었어요. 경기 끝까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가 달라진 소크라테스

 

오늘 경기 수훈 타자는 김도영도 김도영이지만, 소크라테스를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수비 미스로 말미암아 2실점의 추격을 허용했는데, 바로 다음 공격 이닝에서 소크라테스가 한화 좌완 김범수의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담장 밖으로 넘기면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죠. 이에 그치지 않고 8회에는 이상규의 체인지업을 똑같은 코스로 날려 보내면서, 아주 쐐기를 박아 버렸습니다. 그 어떤 선수보다 오늘 수훈 갑이라고 할 수 있죠.

 

소크라테스는 최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6월에 OPS 1.024를 찍고 있으니까요. 특히, 고무적인 건 '출루율'입니다. 지금 소크라테스는 6월 출루율 .46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가장 큰 약점이 타출갭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는데, 6월부터 무슨 생각이 들었는 지, 볼을 침착하게 골라내고 나쁜 볼에 손을 안 대고 있습니다. 

 

6월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OPS를 .832까지 끌어 올렸고, WRC+도 119.5를 기록 중입니다. 여전히 1년차, 2년차 성적만 못 하지만, 순출루율은 작년 기록(.059)와 흡사한 수준(.057)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6월의 모습이 우연이 아니고, 리그 3년차에 접어 들어서 개안한 거라면(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처럼 1, 2번 타자로 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고, 현재 KIA 1번 타자에 마땅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없다보니, 소크라테스가 1번을 치는 게 적당해 보일 정도입니다.

 

두 번째로 달라진 건 '좌완 상대 성적' 입니다. 아래는 소크라테스의 연도별 왼손투수 상대 기록(타율/출루율/장타율/OPS)입니다.

 

  • 2022년 - .230 / .278 / .322 / .600
  • 2023년 - .248 / .333 / .401 / .734
  • 2024년 - .265 / .321 / .510 / .831

 

올해 소크라테스의 왼손투수 상대 OPS는 오른손 투수 상대할 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왼손 투수 상대 기록이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OPS만 보면 안 될 게, 좌투수 상대 타율과 출루율은 여전히 우투수 상대 타율(.301)과 출루율(.360)과 비교하면 뒤떨어집니다. 소크라테스가 좌투 상대 OPS를 끌어 올린 건 올 시즌 14개의 홈런 중 절반인 7개를 왼손 투수 상대로 때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홈런 몇 방 때문에 좌완 투수 기록이 상대적으로 나아진 것이지, 여전히 왼손 투수 상대로는 약점을 보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타석에서의 모습을 보면 쥐약이었던 왼손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를 골라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상대 투수들도 소크라테스가 바깥쪽 슬라이더에 약하다는 점을 알기에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존에 넣으려다가 실투가 나와서 행잉 슬라이더가 되어 홈런을 종종 맞습니다. 오늘 김범수도 마찬가지였고요.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니, 과거에 소크라테스 집에 빨리 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게 부끄러워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지난 달까지는 당연히 집에 보낼 만 했죠. 그런데 이범호 감독이 무슨 주문을 걸었는 지, 6월부터는 볼도 잘 고르고, 타석에서도 침착하고, 수비도 잘 하고, 왼손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 실투도 놓치지 않는 타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당연히, 소크라테스와 시즌 끝까지 가야 합니다. 더워지면서 OPS 1.0을 넘게 찍고 있는 타자를 보내는 건 머리에 총 맞는 행동이죠. 게다가 외국인 타자는 적응에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제는 포스트 시즌까지 소크라테스와 함께 해야죠. 지금처럼 공을 잘 골라내면 위에도 적었듯이 톱타자로 써도 되고요.

 

다만, 소크라테스가 시즌 끝나고도 재계약을 하고 싶다면 6월에 보이고 있는 뛰어난 선구안을 시즌 끝까지 유지해야 하며, WRC+도 140 이상은 쳐줘야 합니다. 여전히 소크라테스의 WRC+는 외국인 타자 중 뒤에서 두 번째로 나쁜 기록입니다. (올해는 맥키넌과 소크라테스를 제외하면 모든 외국인 타자들이 미쳐 있습니다.) 현재 로하스, 페라자, 도슨 3명이 WRC+ 150 이상을 찍고 있고, 라모스, 오스틴, 데이비슨, 에레디아, 레이예스 5명이 WRC+ 140 이상을 찍고 있네요. 이 페이스면, 올 시즌 끝나고 맥키넌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 타자가 재계약을 얻어낼 기이한 시즌이 될 듯 싶습니다.

 

 

윤영철의 3경기 연속 0자책

 

저는 꾸준히 윤영철을 박하게 평가했습니다. 140km/h도 안 되는 구속으로 리그에서 좋은 피칭을 한 선발투수가 리그에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윤영철이 부진할 때, '이제 낯설음이라는 무기가 사라져서 윤영철에게는 위기가 찾아왔다'고 평가했는데, 요즘 모습을 보면, 제 생각이 틀린 것 같습니다.

 

윤영철은 느린 구속을 '다양한 구종'과 '변화구 커맨드'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어요. 특히, 1회에 한화의 1~3번 타자를 잡아내는 피칭은 그야 말로 예술적이었습니다. 2번 타자 장진혁을 바깥쪽에서 절묘하게 달아나는 슬라이더로 삼진 잡았고, 3번 타자 안치홍은 3구째에 바깥쪽 꽉 차게 들어가 떨어지는 커브로 삼진을 잡아 냅니다.

 

스탯티즈에 기록된 윤영철이 던지는 구종은 총 5개입니다. 포심 33%, 커터 20%, 커브 7%, 슬라이더 20%, 체인지업 20%의 비율로 구사를 하고 있습니다. 커터라는 구종이 추가되면서 작년보다 던진 줄 아는 무기가 늘었습니다. 커브의 구사비율도 지난해(3.4%)의 두 배 이상으로 던지고 있고요. 쉽게 말해 작년에 윤영철은 쓰리 피치(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수였다면, 올해는 파이브 피치(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된 겁니다.

 

개인적으로 윤영철은 구속 향상 없이는 롱런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려대로 윤영철의 구속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137.6km/h, 올해 137.7km/h를 기록하며 꼴랑 0.1km/h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포심 피OPS는 작년 .934에서 올해 .871로 낮아졌습니다. 여전히 높은 피OPS이지만, 던진 줄 아는 구종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윤영철의 포심도 위력을 더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5월 22일부터 6월 2일까지 흔들렸던 윤영철이 커터를 점점 자기 것으로 만들고,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하고, 대부분의 구종을 존 근처에서 떨어뜨리는 커맨드를 보이면서 KBO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구속이 오르지 않은 부분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지만, 이 선수도 이제 겨우 고졸 2년차 일 뿐이죠. 그리고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위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공이 느려서 롱런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제 시각을 하찮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가능성을 보여 준 김도현의 피칭

 

김도현도 오늘 잘 던져줬죠. 특히, ABS 존을 절묘하게 활용하는(의도하지 않아 보였지만) 최인호와 이도윤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피칭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김도현의 투심은 KBO에서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구속이 뛰어나고 무브먼트가 좋습니다. KIA로 치면 제임스 네일이 던지는 투심보다 구속은 더 빠릅니다. 무브먼트도 구체적인 수치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화면으로 보기에 변화가 심하고요.

 

문제는 투심의 커맨드죠. 전반적으로 투심 커맨드가 좋지 못 합니다. 대표적인 투구가 채은성 상대로 던진 2구째 투심이었죠(네이버 중계에는 포심으로 찍혔네요) 어중간한 높이의 가운데로 몰렸습니다. 제임스 네일의 투심이 위력적인 이유는 무브먼트도 좋지만, 커맨드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좌타자의 몸쪽, 우타자의 몸쪽으로 절묘하게 박혀서 많은 땅볼을 양산해내죠. 

 

김도현은 가진 무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포심 회전 수가 떨어져서 투심을 위주로 던지는 선택도 괜찮은 것 같고, 그 투심의 구속이 150km/h 상회한다는 점에서 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죠. 두산의 최지강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여기에 커브와 슬라이더의 떨어지는 각도도 매우 좋습니다. 

 

김도현이 가지지 못한 한 가지가 '커맨드'입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던지는 구종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김태연 상대로도 투 스트라이크 잘 잡고 던진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들어갔죠. 앞서 노시환을 삼진 잡은 것처럼 존에서 떨어뜨려야 합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김도현은 불펜보다는 선발로 뛸 때 더 적합한 투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포심, 투심을 선발로 나와 던져도 145km/h 이상은 찍어줄 수 있을 것 같고, 커브와 슬라이더가 실전에서 바로 통할 정도로 잘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팀 사정상 불펜으로 뛸 수밖에 없지만 KIA 선발진에 누수가 발생한다면, 아마 제일 먼저 고려될 선수는 '김도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아직 2000년생의 어린 투수니까 이 선수의 성장을 흥미있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3회 이도윤을 잡아 낸 수비는 메이저리그급
  • 김도영 - 6월 들어 늘어난 볼넷, 그리고 변화구 마저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김도영은 '아직도 성장중'
  • 최형우 - LG전에 열심히 쳤으니까 오늘 하루는 쉬어도 인정
  • 나성범 - 우측 담장 바로 때리는 2루타를 보니, 이젠 정말 믿어도 될 듯?
  • 이우성 - 슬슬 타구를 띄우고 있다. 
  • 이창진 - 2번 연속 번트를 댄 이유는 아래 타자 때문
  • 김태군 - 군살타는 2개의 안타, 2개의 타점으로 상쇄 가능
  • 박민 - 수비 실책은 불규칙 바운드 때문이었고, 같은 타자의 똑같은 2루 땅볼을 이번엔 멋진 수비로 막아내다.
  • 곽도규 - 푹 쉬고 올라 온 곽도규는 볼질도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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