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7/2] KIA : 삼성 - 분위기 바꾼 대역전승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 23:45

본문

 

승리의 요인 - 김도영 중도 교체가 준 메시지

 

오늘 이긴 건 김도영을 뺐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기 이전까지 팀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죠. 지난 주 화요일 경기에서 14대1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15:15로 이기지 못 하게 만들었고, 그 후유증이 수목금 경기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롯데와 키움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해도 1위 팀이라면 1경기 이상은 잡았어야 했는데 불펜은 맥없이 털리고 타선은 찬스 상황을 살리지 못 하고 정말 최악의 분위기였습니다. 현재까지 올 시즌 가장 큰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KIA에서도 팀 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을 감지해서인지 손승락 2군 감독을 수석 코치로 올렸고, 진갑용 수석 코치를 2군으로 내렸죠. 아마, 진갑용 2군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재계약은 어려워 보입니다. 2군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모를까, 애초에 이범호랑 같이 덕아웃에 있기엔 체급 차가 너무 컸죠. 반면, 손승락은 이범호 대구고 1년 후배라서 아마 통하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팀이 1위라서 진갑용 수석코치가 붙어 있었는데 2위로 잠깐 내려왔을 때도 코칭스태프 개각이 없었는데, 아직 1위임에도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준 걸 보면 '지금의 분위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겠죠.

 

오늘 경기 초반만 해도 지난 주 안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등판할 때마다 패배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제임스 네일이 초반에 또 실점을 했고, KIA 타선은 최근 엄청난 호투를 보이고 있는 코너 시볼드의 피칭을 이겨내질 못 했죠. 빠른 공이 무브먼트 있게 존 안에 박히는데 정타가 좀처럼 안 나왔습니다. 반면, 삼성은 강민호가 초반 투런 홈런과 이후 적시타까지 치며 3점 선취.

 

 

 

이 와중에 김도영이 대형 사고를 치고 말죠. 강민호의 적시타 이후, 1사 1, 2루 풀카운트 맥키넌 타선, 삼성에서는 런 앤 히트를 걸었고, 맥키넌이 네일의 스위퍼에 헛스윙 하면서 삼진, 2루 주자 구자욱이 협살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때 김도영 수비가 정말 이해가 안 갔죠. 먼저, 포수의 송구를 받았을 때 무얼 해야 할 지 모르는 액션이었어요. 구자욱이 협살에 걸리지 않고 바로 2루로 빠르게 귀루했으면 김도영은 아무 것도 못 했을 겁니다. 그런데 구자욱이 2루로 귀루하지 않고 주루 선상에서 멈췄고, 김도영이 2루로 던져서 구자욱을 몰고 가 아웃 시키면 되는 건대, 갑자기 1루로 던졌습니다. 이건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보기 힘든 수비죠.

 

이때, 1루수 서건창이 공을 한 번 흘린 걸로 비판하는 시각도 있는데, 서건창이 잡은 게 다행인 겁니다. 서건창은 당연히 2루 주자 협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서 갑자기 3루수의 송구를 받아봐요. 무슨 생각이 드는지. 김도영의 이 플레이는 정말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될 엉성한 플레이고, 쌍욕을 먹어도 할 말 없는 플레이입니다. 그 결과 구자욱이 홈을 노리는 상황까지 됐고, 2루수 김선빈이 구자욱이 홈을 파고 드는 걸 보고 홈으로 송구해서 다시 구자욱이 협살에 걸렸는데 이 과정에서 네일이 주루 선상에 있는 바람에 구자욱과 충돌. 주루방해로 삼성이 4점째를 만듭니다.

 

서건창이 잘 못 했다? 네일이 잘 못 했다? 이건 다 김도영이 그렇게 만든 겁니다.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KIA 야수들은 김도영이 2루 주자 구자욱을 아웃 시킬 거 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1루로 던져 버리는 바람에 모두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된 겁니다. 그냥 김도영의 실수가 알파이자 오메가에요. 그리고 이범호 감독은 4회 수비에 들어가자 김도영을 빼 버립니다. 솔직히 뺄 거면 3회말이 끝나고 빼는 게 맞는데, 4회초 선두타자가 김도영이라서 타석 기회는 준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서 김도영이 정품 라팍런(라팍 아니었으면 어느 구장에서든 아웃이었을)으로 간신히 1점을 냈지만, 이미 팀 분위기는 망가졌고, 홈런 치고 들어왔지만 덕아웃 분위기도 굉장히 안 좋았죠.

 

여튼, 좀 모양 빠지긴 했지만, 김도영을 제외시킨 결정은 매우 잘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게 결국 메시지가 되어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생각해보세요. 지금 타선에서 제일 잘 치고 있고, KBO에서 가장 손 꼽히는 스타이며, 모든 KIA팬들이 광적으로 김도영에게 매몰되어서 오로지 김도영 중심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이 와중에 애꿎은 박찬호만 조리돌림 당하고 있죠. 리그 최상급의 유격수 수비를 보이고 있는데 말이죠.) 그런 선수를 4:1로 지고 있는데 빼 버린 겁니다. 이건 선수단에 큰 메시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느슨하게 플레이하면, 팬들에게 신 대접을 받는 선수도 빠지는 구나인 거죠.

 

그리고 이것만 보고 왜 그 전에 베테랑들은 안 뺐냐는 지적도 있던대, 김도영이 오늘 중간에 빠진 건 '서사'가 들어가 있습니다. 14:1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못 잡고, 지난 주에 싸그리 패한 데다가 오늘도 엉성한 수비로 4점 차를 만들어 버리는 상황이라는 '서사'말이죠. 수석 코치도 함평으로 쫓겨 난 상황인데 그깟 김도영이죠. 당연히 빼야 할 상황이었고, 결국, 김도영을 빼 버린 게 선수들에게 일종의 사기 진작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은 결과 얻게 된 승리

 

4회까지 4:1로 지고 있었고, 삼성 선발 코너 시볼드의 구위에 압도 당하면서 끌려 갔지만, KIA 타선은 8회 2점, 9회 1점, 10회 5점을 뽑아내며 기어코 경기를 뒤집어서 승리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상대가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어요. 추격의 불씨를 당긴 건 8회에 터진 나성범의 투런 포였고, 9회 오승환을 상대로 한준수가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정확히 받아 쳐서 펜스를 바로 때리는 멋진 타구를 날렸죠. 한준수는 10회에도 김재윤의 포크볼을 받아 쳐서 대형 쐐기 투런포를 치는 등 오늘 경기 승리의 1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가만 보면, 한준수는 빠른 공보다 떨어지는 포크볼을 정말 잘 치는 느낌이네요. 아마 스윙 궤적이랑 잘 맞는 듯 싶습니다. 반대로 바깥쪽 높은 쪽의 빠른 공에는 좀 약한 느낌이고.

 

9회에 오승환 상대로 동점을 만들어 내는 장면에서 선수들 집중력이 특히 돋보였던 것이 박찬호의 진루타였어요. 무사 2루에서 번트 실패로 주자 진루를 못 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끈질긴 승부 끝에 기어코 2루 땅볼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며 한준수를 3루까지 진루 시켰습니다. 그리고 코너의 공에 좀처럼 좋은 타구를 못 날리던 소크라테스가 동점타를 치면서 경기의 균형을 다시 맞췄고요.

 

10회에 백업 선수들이 보여 준 활약도 칭찬해줄 수 있죠. 지난 주에 KIA 불펜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에 한준수의 투런 포가 사실상 쐐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불안했는데, 박찬호가 2루 쪽에 빠른 타구를 날리며 실책을 유도했고, 박정우가 높은 존으로 들어 오는 슬라이더를 결대로 받아 쳐서 좌익수 구자욱의 키를 넘기는 (전진 수비 덕을 좀 봤죠) 2루타를 쳤습니다. 그리고 변우혁도 큰 스윙으로 일관하지 않고 바깥쪽 코스의 빠른 공을 결대로 받아 쳐서 추가 타점을 올려줬고요. "김도영 같은 슈퍼 스타가 없어도 우린 점수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세겼다고 생각합니다.

 

 

패색이 짙었던 오늘 경기를 경기 후반 끝판 대장을 상대로 균형을 맞추고, 10회에 대거 5득점을 하면서 승리했기에 지난 주 최저점에 있었던 선수단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해도 오늘 당연히 비 때문에 야구 취소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구 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기분이 안 좋던지... 일개 팬도 기분이 이럴 진대 선수단은 어땠을까요. 오늘 승리가 정말 큰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도영은 오늘 경기에서 겪은 굴욕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며... 제발 그라운드에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서건창 - 땅볼 안 치는 대신, 평범한 뜬공만 양산. 차라리 김도영을 톱타자로 쓰길
  • 소크라테스 - 9회 천금 같은 동점타 그것만 기억하겠어요.
  • 최형우 - 안타 1개 치긴 했지만, 4번 타자 답지 않음. 라인업 조정 필수
  • 나성범 - 이젠 3번 쳐도 됨.
  • 김선빈 - 안타 2개 치면서 건재함을 과시함
  • 최원준 - 오늘 모처럼 타구 질도 좋았고, 10회에 역전 2루타도 예술 같았다.
  • 김태군 - 딱히 임팩트 없었음.
  • 네일 - 투 피치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일까? 오늘도 좋은 투구라 할 수 없다.
  • 장현식 - 박찬호한테 밥 사라
  • 최지민 - 여전한 볼질, 그래도 구위로 무실점
  • 곽도규 - 상대 팀 최고의 타자를 삼진 잡아냄
  • 임기영 - 체인지업을 고집하지 않고 빠른 공을 몸쪽으로 붙인 덕분에 김헌곤을 잡아낼 수 있었다.
  • 전상현 - 끝내기 상황에서 삼진 잡아내며 위기 넘겼고, 아웃 카운트 4개 잡는 동안 주자 1명 내보냄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