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원인 - 타선 침묵
KIA는 오늘 네일, SSG는 지난 롯데 전에서 8실점을 한 시라카와가 등판했습니다. 당연히 KIA가 쉽게 이길 선발 매치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라카와의 커브 볼에 말리면서 타선이 아무 것도 못 했죠. KIA 타선이 보면, 항상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들한테 농락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시라카와가 딱 그랬습니다. 그리고 지난 롯데 전 대량실점은 그냥 긴장해서 그런 게 맞는 것 같아요. 일본 투수답게 커맨드가 좋았고, 초반에 구속도 147km/h까지 나오더라고요.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었습니다.
KIA가 알드레드를 거액으로 영입했고, SSG는 시라카와는 매우 저렴하게 영입했는데, 알드레드 고작 1경기 던진 게 전부이지만, 굳이 돈 많이 써 가며 마이너리그에서 ERA 6점대 찍는 투수를 영입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일본 독립리그에 이렇게 좋은 투수가 있는데요. 물론, 시라카와가 리그 원투펀치급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3회부터는 구속이 떨어져서 타자들에게 맞아 나가고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가성비라는 게 있죠. 지금 KBO 4-5선발들 면면을 보면, 시라카와는 최소한 이들보다는 훠어어어얼씬 낫습니다.
흔히들 KBO 타고투저의 원인에 대해 탱탱볼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탱탱볼은 5월쯔음 패치가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수들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 쳐맞고 있습니다. 지금 리그 ERA 순위를 보세요. 1-2선발이라고 할 수 있는 TOP 20 안에 국내 선수는 규정이닝 70% 기준 원태인(3.04), 손주영(3.56), 곽빈(3.64), 이승현(3.66), 김인범(3.67), 양현종(3.74), 류현진(3.75), 최원태(3.80), 신민혁(3.82) 이렇게 딱 9명있는데, 이 중 규정이닝을 충족한 선수들은 원태인, 곽빈, 양현종, 류현진, 신민혁 딱 5명입니다. KBO가 타고투저인 이유는 함량 미달인 투수들이 1군 마운드에서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KBO가 타고투저를 조금이라도 조정하고 싶다면 아시아쿼터제를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시라카와 투구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투수 2명 중 1명이라면 쓰기 애매하지만, 아시아쿼터로 1명 더 쓸 수 있다면, 시라카와 같은 일본 독립리그나 대만 프로야구에서도 괜찮은 선수를 영입할 수가 있죠. 이들에게도 아시아쿼터제는 좋은 기회입니다. KBO에 뛰면서 능력을 성장시킬 수도 있고 나중에 더 좋은 대우로 소속 리그로 돌아갈 수도 있죠.
아시아쿼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조직은 선수협일텐데, 선수협도 선수들의 부상 문제를 생각한다면,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영입할 수 있는 선수는 현행과 같이 야수 1명, 투수 2명으로 규정하고,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리그에서 영입할 수 있는 선수는 포지션 상관없이 2명으로 규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일본처럼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를 같이 도입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1군 외국인 선수 등록에 제한을 두면 되니깐)
우려되는 네일의 최근 투구
경기 이야기를 하려다가 아시아쿼터제 이야기로 살짝 샜는데, 오늘은 그냥 타선이 시라카와를 비롯해서 SSG 투수진에 막혀서 진 게 컸고, 네일은 오늘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역시 투구수가 누적되면서 공이 나빠지는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이게 바로 페디와의 차이죠. 페디는 지난해 상대 타선을 3번째 상대했을 때의 피OPS가 .500에 불과하지만 네일은 3번째 상대했을 때 피OPS가 .698 입니다.
그리고 네일과 페디의 결정적인 차이는 '구종의 다양성'에 있습니다. 네일은 투심 42%, 스위퍼 35%를 구사하며 사실상 투 피치입니다. 체인지업 구사율이 11%이고요. 반면, 페디는 투심 35%, 커브 32%, 슬라이더 19%, 체인지업 13%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집니다. 오히려 화제가 된 스위퍼 구사율은 네일보다 훨씬 낮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페디가 다양한 구종을 존에 넣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데리고 간 거지, 네일은 투 피치 유형이라 MLB에서 난타당하기 좋은 유형입니다.
네일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 엄살 떠는 게 아니라 시즌 끝나고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전 네일이 메이저리그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게, 던지는 구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서입니다. 투심, 스위퍼 투 피치로 성공하는 건 타자들의 파워가 떨어지는 KBO에서나 통하는 거죠. 그리고 네일의 이 투 피치 투구도 점점 공략이 되고 있는 게 불안한 신호입니다.
5회 실점 과정에서는 한유섬의 3점 홈런이 컸고(실투도 아니었습니다. 몸쪽 낮게 투심 잘 붙였는데 한유섬이 잘 쳤죠. 타구 자체도 폴대 맞았고) 그 전에 순천이 낳은 최악의 선수(반어법입니다.) 박성한에게 맞은 땅볼 안타나, 에레디아에게 맞은 빗맞은 땅볼 안타 모두 정상 수비였다면 병살타도 가능했을텐데(특히, 에레디아의 타구는) 이게 모두 땅볼 안타가 되면서 2실점을 했죠. 그래서 오늘 네일의 실점 과정이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습니다만, 최근 2경기에서 실점이 많은 건 우려를 살만합니다.
결국,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은데, 네일의 경우 체인지업을 더 적극적으로 쓸 필요가 있어요. 만약, 후반기에 네일의 체인지업이 위력을 더하면 그때는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습니다. 네일은 커리어의 대부분을 불펜으로 뛰었으니까요. 그리고 NPB에서 데리고 간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딱 알칸타라가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알칸타라도 포심-포크볼로 구종이 매우 단순하죠. 네일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생각됩니다. 구종이 단순하기 때문에 상위 리그에서 통할 지 의문이고, KBO에서 조차도 후반기에 타자들이 파훼법을 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선수 단평
[6/15] KIA : KT - 윤영철 시즌 최고의 피칭 (0) | 2024.06.15 |
---|---|
[6/14] KIA : KT - 알드레드와 최형우, 완벽한 승리 (1) | 2024.06.14 |
[6/12] KIA : SSG - 타선 폭발로 1위 탈환 (1) | 2024.06.12 |
[6/11] KIA : SSG - 집중력 없었던 하루 (2) | 2024.06.11 |
[6/9] KIA : 두산 - 2경기 연속 8득점 (0) | 2024.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