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원인 - 집중력
오늘 SSG 선발 앤더슨을 상대로 첫 경기에서 KIA 타자들이 짧은 이닝 동안 삼진 무진장 당하면서 고전했는데, 오늘은 앤더슨의 변화구를 모조리 다 골라 내더군요. 아마, 앤더슨의 투구 습관을 읽은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초반 타자들의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앤더슨 상대로 무려 9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를 골라냈는데 더 뽑을 수 있었던 점수를 더 뽑지 못 한 게 가장 큰 패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2회 김도영의 집중력 부족을 지적할 수 있죠. 우중간으로 멋진 3루타를 쳤는데, 세레모니하면서 발 바꾸다가 글러브 대고 있던 최정에게 걸려 아웃 당했습니다. 아니 버젓이 글러브가 닿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거기서 왜 발을 바꿀까요. 머, 아직 고졸 프로 3년차에, 올해가 사실상 부상 없이 뛰고 있는 풀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다시는 이런 실수 없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어차피 김도영이 3루에서 살았어도 나성범이 뭘 못했을 것 같네요.
3회에도 무사 만루 찬스에서 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당하지 않고, 리그에서 가장 컨택이 뛰어난 타자 김선빈이 들어섰기에 당연히 1점 이상은 난다고 봤는데, 여기서 무득점으로 끝난 것도 SSG에게 반격의 실마리를 줬습니다. 이건 아마 전혀 생각하지도 못 한 몸쪽 체인지업(앤더슨은 체인지업이 145km/h...)이 와서 순간 당황한 것 같아요. 이후, 한준수와 최원준이 더 이상의 기회를 살리지 못 했는데, 둘 다 승부가 너무 빨랐습니다. 앤더슨을 더 궁지에 몰 필요가 있었는데, 한준수는 2구, 최원준은 1구만에 너무 쉽게 아웃 당했죠.
수비에서도 집중력 부족을 지적할 수 밖에 없는데, 심판의 오심으로 넘어 갔지만 9회 에레디아의 타구는 아주 평범한 땅볼이었는데, 박찬호가 순간 바운드 측정을 못 해서 에레디아를 살려줬습니다. 그런데 이 수비보다 더 심각한 건 소크라테스의 수비에요. 기본적으로 외야수는 타자가 친 타구가 내야수 쪽으로 가도 백업을 가야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박찬호가 뒤로 흘린 이후에 에레디아를 2루로 평범하게 보내주는 수비는 너무나도 기초가 없는 수비였죠.
9회 이지영의 적시타 때도 소크라테스의 수비가 문제였습니다. 타구가 빠르고 낮게 외야수에게 갔고, 외야수가 잡은 시점에서 2루 주자 에레디아는 3루 베이스를 밟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주자는 3루에 멈출 거라고 봤는데 그걸 SSG에서는 홈으로 돌리더라고요. 아마 소크라테스의 송구 능력이 안 좋다는 걸 감안하고 돌린 것 같습니다. 전 이때 속으로 '아싸 땡큐!'를 외쳤는데, 소크라테스의 송구가 너무나도 높게 날라 왔죠. 그냥 낮게 원바운드로 던졌어도 아웃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준수가 간신히 잡긴 했지만, 송구가 높은 바람에 주자가 홈에 더 빨리 왔는데, 심판은 에레디아가 홈 터치를 못 했다고 보고 아웃을 줬습니다.(뒤늦게 느린 화면으로 홈플레이트 구석을 살짝 터치한 걸 확인할 수 있었지만, 비디오 판독 기회가 없었으니 KIA 쪽에 운이 따랐죠.)
10회 끝내기 맞은 것도 수비 미스죠. 오태곤의 타구를 잡고 3루수 김도영이 1루로 던졌는데 악송구로 주자를 2루로 보내줬습니다. 결국, 오늘의 히어로 박지환에게 또 적시타를 맞으면서 2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고, 그대로 경기는 끝났습니다. 주루에서 수비에서 타석에서 모두 집중력이 부족한 결과 상대팀에게 승리를 내준 경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준수의 답답한 투수 리드
정해영이 SSG 상대 전적이 너무 안 좋고, 특히 문학에서 안 좋기 때문에 1점으로는 이기기 어렵다고 보긴 했지만(실제로 오늘 정해영은 SSG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 하고 계속 배럴 타구 허용했습니다.) 그래도 리드를 빼앗긴 계기가 된 장면이 8회말 수비에서 최지민이 2사 이후에 고명준에게 볼넷을 준 장면이었는데, 전 이때 투수 리드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단, 오늘 최지민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 타자 박성한에게 초구 빠른 공이 안타로 연결되긴 했지만, 빗맞은 코스 안타였습니다. 그리고 타석에서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정확성은 뛰어난 이지영을 빠른 공으로 카운트 잡고, 바깥쪽 백 도어 슬라이더로 삼진 잡았죠. 그리고 이때 유일하게 빠진 볼이 '체인지업'이었습니다.
1사 이후, 한유섬 대신 대타로 나온 오태곤 상대로 역시 빠른 공으로 3구째 스트라이크 잡고, 4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 잡아서 2-2 카운트를 만들었습니다. 5구째 슬라이더는 오태곤이 잘 골라냈지만, 6구째 빠른 공이 아주 절묘하게 몸쪽 낮게 ABS 구석으로 들어가면서 2타자 연속 빠른 공의 정확한 컨트롤과 슬라이더의 힘으로 2아웃까지 잡았어요.
문제는 고명준 상대 때 볼배합이었습니다. 초구 체인지업 많이 빠져서 볼, 2구째 슬라이더 헛스윙, 3구째 슬라이더 많이 빠져서 볼, 4구째 빠른 공(148km/h)에 방망이가 늦으며 헛스윙, 5구째 슬라이더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지만, 고명준이 잘 골라내서 볼. 풀카운트. 그리고 슬라이더 연거푸 2개 던져서 파울파울. 그럼 다음 공은 뭘 던져야 할까요? 빠른 공을 갔어야죠. 오태곤이 전혀 반응하지 못 했고, 고명준 조차 변화구 생각하느라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굳이 오늘 앞선 타자에게 2개 던져서 존에서 크게 벗어난 체인지업 던지다가 볼넷 주고 1-2루가 됩니다.
포수는 기본적으로 그 날 투수가 던진 공 중에 어떤 공이 위력적인지 파악하고 그걸 요구해야 합니다. 오늘 최지민의 체인지업은 계속해서 손에서 벗어나서 스트라이크존에서 매우 크게 빠졌습니다. 타자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고요. 반면, 빠른 공은 지속적으로 우타자 몸쪽 낮게 잘 박혔고, 슬라이더도 예리한 각도로 존에서 놀았습니다. 딱 1개 빼고요. 그런데 오늘 계속 손에서 빠지던 체인지업을 굳이, 풀카운트에서 요구합니다. 그냥 그 상황에서는 빠른 공이 맞는데, 한준수는 '투수를 편하게 하는 리드'를 하는 게 아니라, '투수에게 너무 어려운 걸 요구하는 리드'를 합니다.
이게 오늘 한 경기만 그런 게 아니라 매번 그래요. 그 날 투수가 던지는 공 중 가장 좋은 공을 던지게 해야 하고, 첫 타자 박성한에게 빠른 공 던지다 안타 맞긴 했지만, 그건 빗맞은 코스 안타라서 경험 많은 포수라면 '비록 안타는 됐지만, 오늘 최지민 빠른 공이 위력적이군, 더 자주 요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고명준이 홈런 쳤다고 어렵게 변화구 승부만 하다가 볼넷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죠. 심지어 고명준이 오늘 친 홈런 조차 빠른 공 공략한 게 아니라 황동하의 꺾이지 않는 슬라이더 였습니다. 고명준이 최정도 아니고, 한 방은 있다지만 OPS .700이 안 되는 타자인데 이런 쫄보 볼배합은 왜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한준수 뿐만 아니라 김태군도 이런 경우가 많아요. 오죽하면 박찬호가 유튜브에서 한 마디 했을까요? 2스트라이크 1볼에서 안타 맞으나, 풀카운트에서 안타 맞으나 똑같은데 왜 자꾸 유인구를 쓰냐고요. 그냥 좀 적극적으로 승부했으면 좋겠고, 그 날 투수가 어떤 공이 잘 들어가고, 어떤 공이 좋은 지 파악하고 좀 단순한 투수 리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정해영이 올라왔을 때 볼배합도 문제에요. 오늘 슬라이더가 계속 안 꺾이고 치기 좋은 높이로 들어왔습니다. 8회말에 나온 박지환의 2타점 역전 3루타가 바깥쪽 슬라이더였고, 오심만 아니었다면 끝내기 안타였을 이지영에게 던진 슬라이더도 바깥쪽에서 낮게 떨어진 게 아니라 가운데 높은 쪽에서 형성됐습니다. 물론, 오늘 정해영은 빠른 공이나 슬라이더 둘 다 안 좋긴 했지만, 슬라이더가 더 안 좋았으면 그래도 빠른 공 위주로 가고, 가끔 던지는 포크볼을 요구하던가 했어야죠.
나성범, 돈 내놔라 먹튀야
나성벙은 지난 주 OPS .573 쳤습니다. 그것도 일요일 경기에서 3루타 한 방으로 세탁된 거죠. 그 3루타 타구가 빠르긴 했는데, 나성범 스러운 타구는 아니었습니다. 내야 그라운드 땅볼 3루타 였으니까요. 그 다음 타석에 나온 안타도 그라운드 땅볼 적시타였죠. 나성범은 라인드라이브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라인드라이브가 안 나옵니다. 지금 빠른 공에 계속 방망이가 늦어요. 박용택 위원이 지적했는데 2볼 상황에서 3구째 빠른 공만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스윙했는데도 방망이가 늦습니다.
오늘 5타수 무안타에 결정적인 찬스마다 다 놓쳤고(심지어 9회말 타구는 김도영 아니었으면 99% 병살이었습니다.) 좋은 타구조차 안 나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실력만 놓고 보면 소크라테스보다 못 합니다. 나크라테스라고 한 것도 나성범에게는 칭찬입니다. 그렇다고 수비와 주루로 1인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죠. 팀을 망치고 있습니다.
부상이 너무 잦아서 5kg 감량했다고 하는데, 그냥 살 찌우는 게 나을 듯 싶습니다. 살 빠져서 그런지 밸런스를 아예 잃어버린 것 같네요. 그냥 작년과 같은 몸 만들고, 최형우 은퇴하면 계속 지명 뛰는 게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 팀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 심하네요. 이럴거면 무지성 3번 박지 말고, 최형우를 3번으로 올리고, 나성범은 5번이나 6번으로 내리는 게 나아 보입니다. 확 7번으로 빼버려도 되고요.(김도영 - 최형우 - 이우성 - 소크라테스 - 김선빈 순으로 짜도 됨)
그리고 소크라테스도 방망이는 확연히 올라오고 있는데 수비가 너무 폐급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수비에 나서는 지 모르겠네요. 구단에서도 교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까, 확실한 타자가 나오면 바로 교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왕 교체할 거 외야수 좋은 선수가 없으면 1루수로 데리고 와서 이우성을 다시 외야로 돌리는 게 나을 듯 싶습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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