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어제도 8득점, 오늘도 8득점을 하면서 바닥이었던 공격력은 확실히 올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금요일 경기도 타격은 괜찮았어요. 적시타가 안 나왔을 뿐, 11이닝 동안 안타 15개, 볼넷 5개를 얻어 냈으니까요. 즉, 이번 주말 3연전 KIA의 공격력은 괜찮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내내 삽질하던 나성범이 1회에 결정적인 2타점 3루타를 치면서 기선 제압을 했습니다. 땅볼 타구이긴 했는데, 타구 자체는 강하게 잘 맞았어요. 두 번째 타석 적시타도 마찬가지로 잘 맞은 땅볼 타구였고요. 이러면서 타이밍 잡고 발사각 잘 나오면 담장 넘기는 거죠.
2경기 연속 8득점을 했지만, 어제는 졌고 오늘은 이긴 이유는 선발 차이 때문입니다. 어제 알드레드는 5점 리드를 지키지 못 하고 4회에 와르르 무너졌고, 윤영철은 5이닝 내내 참 불안불안했지만, 어찌됐든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잡았습니다. 볼질하고 빠지는 볼이 많아서 투구 내용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지만, 어찌됐든 결과는 만들어 냈습니다. 선수 본인에게도 그간 부진을 씻어낼 수 있는 결과였고요.
오늘 윤영철은 위기 상황마다 변화구 커맨드가 아주 절묘하게 이루어졌는데, 1회 시작하자마자 볼넷 줬지만 이유찬 상대로 몸쪽 커터가 제대로 들어가 병살로 첫 위기를 넘겼고, 2회 김기연의 볼넷과 정수빈의 안타로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는데, 이번 주 타격감도 좋고 KIA 상대로 유난히 잘 치는 조수행을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 1개 빠지는 코스로 아주 잘 넣어서 삼진으로 위기 넘겼습니다.
추격을 허용했던 KIA, 오늘은 불펜 승리계투조가 좋았다.
5회초 기대치 않았던 최원준이 높은 코스의 초구 빠른 공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뜬금 없는 쓰리런을 치면서 큰 점수 차를 안겼지만, KIA는 금/토요일 경기 모두 리드를 잡았음에도 역전패를 당한 전적이 있어서, 7점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여기에 유독 두산에게 승리계투조가 많이 얻어 맞기도 했죠. 게다가 윤영철은 간신히 5회를 소화한 상태였고요.
그런데 6회 전상현과 7회 곽도규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2이닝을 완벽하게 삭제 시켰습니다. 전상현은 ABS의 모서리로 공을 집어 넣는 미친 제구력을 보였고, 곽도규도 그간 볼질한 선수가 맞나 싶은 정도로 우타자 상대로도 자신있게 공을 던져 삼진을 2개 솎아냈습니다. 정수빈에게 맞은 안타도 빗맞은 안타였고요. 오늘처럼 우타자 몸쪽에 투심을 정확하게 집어 넣으면 곽도규는 우타자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8회에 김건국이 광주가 낳은 최악의 선수 허경민(반어법입니다.)에게 밋밋한 커브 볼을 던지다가 투런 포를 허용하면서 시즌 첫 영봉승(ERA 1위 팀이 아직도 영봉승이 없다니...)은 무산됐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잘 잡아줬고, 9회에 나온 김도현이 이보다 더 깔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두산 타자 3명을 삼진 2개와 함께 완벽하게 잡아냈습니다.
김도현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금요일 무사 만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운이 안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첫 타자 전민재에게 맞은 안타는 타석 앞을 먼저 때리는 바람에 크게 튄 코스 안타였고, 라모스의 안타도 몸쪽 잘 떨어진 변화구를 타자가 잘 받아 쳤죠. 타격 도사 양의지에게 맞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결국, 첫 타자 전민재만 잘 막았더라면, 결과가 이렇게까지 엉망이진 않았을 거에요.
김도현 피OPS가 상당히 높은 편이긴 한대, 무브먼트가 좋은 150km/h에 가까운 포심, 큰 각도로 떨어지는 커브 등 괜찮은 구종을 가지고도 성적이 안 좋은 건, 운이 안 따르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김도현의 올 시즌 BABIP는 .356로 매우 높아요. 아직 15이닝 밖에 투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구 운이 조금 더 따르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처럼 유리한 카운트에서 커브 볼을 잘 떨어뜨리면, 승리계투조는 무리더라도 추격조로는 이만한 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2000년생으로 아직 어린 걸요. 경험 더 쌓이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타선의 핵심이 된 김도영. 박찬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이번 주 KIA는 2승 6패에 그쳤지만, 김도영은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6경기에서 13안타 2홈런 5볼넷 1삼진이라는 미친 스탯을 기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볼넷을 잘 못 골라냈는데, 이번 주에 펼쳐진 경기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많이 골라낸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주까지 방망이가 뜨거웠던 박찬호는 확연히 체력적으로 힘겨워 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오늘 타석에서 스윙이 끝까지 안 나오고 뭔가 굼 뜬 느낌이었습니다. 수비에서는 여전히 미친 수비 범위와 강력한 어깨로 중원을 지켜줬지만, 1번 타자로 계속 나오다보니 확실히 체력적으로 부친 게 보이죠. 이러다 수비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입니다.
실제로 박찬호는 이번 주에 .222의 타율에 .620의 OPS에 그쳤어요. 이제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주말 낮경기에서는 한 경기 쯤 휴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박찬호가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감독 입장에서는 빼기 어려운 것도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시즌 반도 안 했는데 길게 봐야죠. 게다가 홍종표가 수비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이고(물론, 박찬호에 비하면 송구 능력이 매우 많이 부족하지만) 김도영도 이번 주에는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고 있어서, 박찬호에게 너무 많은 체력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괜찮은 소식이라면, 최원준이 오늘 쓰리런 홈런을 쳤다는 점이죠. 내내 이상한 스윙으로 좌측으로 힘 없는 타구만 주구장창 보내더니, 오늘 높은 코스의 빠른 공을 제대로 잘 잡아 당겨서 결정적인 쓰리런을 만들어 줬습니다. 앞으로도 최원준은 밀어 칠 생각하지 말고 히팅 포인트를 조금 더 앞에 두고 잡아 당길 생각을 해야 합니다. 밀어 치고 싶으면, 홍창기, 문성주 같은 선구안을 가지던지요.
최원준이 올라 올 필요가 있는 게, 최원준이 현재 팀 타선에서 리드 오프로 가장 적합한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선구안이 괜찮은 선수고, 다리가 빠른 건 덤이죠.(도루 성공율은 아쉽지만) 최원준이 2020년 .387 / 2021년 .370의 출루율을 기록했고 지금도 타율 .291에 출루율 .354로 타출갭이 괜찮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1번으로 나오고 있는 박찬호가 최원준보다 타율(.311)이 훨씬 높은 데도 출루율은 최원준보다 떨어지죠. 체력 문제도 있으니 9번 박찬호 - 1번 최원준 - 2번 김도영으로 가는 게 밸런스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주말 3연전 결과는 안 좋아도 타선도 올라오는 모양새고, 불펜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여전히 선발이네요. 어제 알드레드 투구가 안 좋은 게 가장 큰 문제고, 윤영철도 오늘 결과만 좋았지, 투구 내용은 부진하던 때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남은 시즌 KIA 성적이 열쇠는 외국인 선수가 쥐고 있어요. 알드레드 대신 더 확실한 투수를 영입해야 하고, 소크라테스도 지금 성적 올라온다고 지켜볼 생각 말고 보내야 합니다. 오늘도 안타 하나 친 건 개뽀록 안타였고, 나머지 타구 질은 형편 없었죠. 높은 공 건드려서 평범한 뜬 공이 너무 많습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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