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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KIA : 두산 - 우려가 현실로, 알드레드의 첫 등판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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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 교체 외국인 투수 알드레드

 

기억력이 좋은 분들이라면, 제가 알드레드 영입 소식을 듣고 적은 글을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적은 내용을 가져오면,

 

일단 오피셜 뜬 캠 알드레드는 솔직히 뭘 보고 데리고 왔는 지 잘 모르겠네요. 2024년 AAA에서 9번 선발 등판해서 34이닝 동안 34개의 탈삼진을 잡은 건 좋은데, 9이닝 당 볼넷이 4.8개로 안 좋고, 피안타도 너무 많습니다. 작년에 31경기 중 17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걸 보면 전형적인 선발투수 같긴 한대 역시 9이닝 당 볼넷이 3.9개로 많네요. ERA도 5.20으로 평범합니다. 탈삼진율 높은 거 말고는 딱히 인상적인 기록이 아닌데, KBO는 타자들이 컨택 스윙을 하기 때문에 마이너에서 높은 탈삼진율이 너프될 가능성이 크죠.

 

대표적으로 파노니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파노니는 2023년 AAA에서 8.4개의 K/9를 기록했는데 KIA로 오니까 7.2개로 낮아졌습니다. 게다가 알드레드도 파노니보다는 빠른 편이지만, 평균구속이 145km/h에 못 미칠 것 같으니 더욱 걱정이네요.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좌완'이라는 점입니다. KBO에 우투좌타들이 늘어나면서 좌완 외국인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유행에 편승할 수는 있어 보여요. 하지만 두산처럼 강한 우타자(허경민, 강승호, 양석환, 양의지 ㄷㄷㄷ)가 많은 팀을 상대로는 멸망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오늘 알드레드는 우타 위주의 두산 타선에 크게 고전했습니다. 두산에서도 당연히 알드레드가 우상바 좌상신이라는 데이터를 알고 있었겠죠. 그래서 오늘 좌타자는 김재환, 조수행 딱 2명만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알드레드는 6개의 피안타 중 1개(조수행) 빼고 모두 우타자에게 맞았고, 삼진 4개 중에 2개를 좌타자 김재환 상대로 잡았습니다.

 

알드레드 오늘 피칭을 보니까 왜 이 선수가 좌타자에게 엄청 강하고, 우타자에게 약한 지 알겠더라고요. 오늘 슬라이더(37.2%), 포심(33.3%), 투심(12.8%), 커터(5.1%), 체인지업(11.5%) 이렇게 던진 걸로 뜨는데, 빠른 계열의 투구(포심, 투심, 커터)를 제외하면 오프 스피드 피칭은 슬라이더가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알드레드의 이 슬라이더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 각도 때문에 무브먼트가 엄청 심합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우타자 김기연이 이 슬라이더에 헛스윙하고 몸에 맞은 장면이었죠.

 

문제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형편없다는 점이고, 결국 타순 1바퀴 도니까 두산 우타자들이 알드레드의 슬라이더에 적응을 해서 컨택을 잘 해냅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알드레드의 삼진율이 높은 건 마이너리그는 성적보다는 육성이 목적이니 큰 스윙을 주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이건 제 뇌피셜이긴 합니다) KBO에서는 성적이 중요하니, 카운트가 몰리면 타자들이 죄다 컨택 스윙을 합니다. 하다못해 외국인 타자인 라모스도 카운트 몰리면 극단적인 컨택 스윙을 하더군요.(같은 외국인 타자인데 소크라테스는 시종일관 풀 스윙함)

 

이러니, 투 피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볼배합은 가위바위보 싸움인데, 알드레드는 가위바위만 가지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는 꼴입니다. 그래서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오늘 .429 였습니다. 투 피치인 건 네일도 마찬가지이지만, 네일은 투심의 움직임과 구속(평균 147km/h)이 규격 외라는 장점이라도 있죠. 알드레드의 포심은 평균구속이 143.4km/h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리 좌완이라도 이 정도 구속은 KBO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죠. 

 

제구력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AAA에서도 9이닝 당 볼넷이 4.8개였고, 오늘도 3이닝 투구하면서 볼넷이 3개나 나왔습니다. 이것도 같은 투 피치에 스위퍼라 불리는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네일과의 차이점인데, 네일은 9이닝 당 볼넷이 1.7개에 불과한 아주 제구력이 좋은 선수입니다. 알드레드는 제구도 안 좋고, 변화구는 좌타자 상대에게만 위력적입니다. 그런데 두산처럼 우타자(허경민, 양석환, 양의지)가 강한 팀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으니... 뭐, 그렇다고 두산 전에 안 내보낼 순 없겠지만, 지금 당장 내보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투구였죠.

 

 

제가 알드레드가 KBO에서 통해야 KIA가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 보니까 KBO에서 통할만한 구속도 아니고, KBO에서 통할만한 구종도 슬라이더 딱 하나입니다. 알드레드가 작년 파노니만큼의 제구력(파노니는 AAA에서도 제구력이 아주 좋은 투수였습니다.)을 갖고 있으면 모를까, 파노니의 반도 안 되는 제구에,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좌타자에게만 잘 먹히니, 상대 팀들은 앞으로 알드레드가 등판하면 무조건 우타로 도배할 겁니다. 그럼 이겨낼 수가 없죠.

 

알드레드가 최악의 스타트를 하면서, KIA도 마찬가지로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KIA가 편법으로 알드레드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교체 카운트에는 포함이 안 된다는 거죠. 한 2~3경기 더 지켜볼 수는 있어 보이는데, 빨리 더 좋은 투수를 데리고 오기 위한 밑작업을 해야 합니다. 오늘 홈런 쳤다지만, 무지성 홈런 스윙만 하는 소크라테스도 확실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데 주력해야 하고요. 

 

하지만, 그 기간을 감안하면 빨라야 한 달 같습니다. 아마, 6월 까지는 계속 알드레드가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 같은데, 기적처럼 알드레드의 제구가 잡히지 않는 한(가령, '어라? KBO 공인구가 내 손에 더 잘 맞는데' 따위의 판타지 같은 일), KIA는 선발 싸움에서 네일, 양현종 등판 시 말고는 모든 경기를 지고 시작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크로우와 이의리의 이탈로, KIA는 6월이 진짜 위기라고 언급했는데, 알드레드가 이 모양이니 6월 들어 순위 꼬라 박을 일만 남았네요. NC가 밟은 길을 KIA도 밟을 기세입니다. 

 

 

운도 안 따른 경기

 

5:0으로 이기고 있다가, 알드레드의 볼질로 경기를 내줬는데 이 과정에서 이유찬의 빗맞은 안타야 재수가 없다고 쳐도, 5:4 상황에서 임기영이 광주가 낳은 최악의 선수 허경민(반어법입니다.)을 내야 플라이로 잡고 위기를 벗어나나 했는데, 볼배합이 너무 한심했죠. 현재 KBO에서 가장 첫 번째로 꼽는 타격 도사는 양의지입니다. 그런 양의지한테 오늘 체인지업이 아무리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어도 체인지업만 연거푸 3개 던지는 볼배합은 자살행위죠. 양의지는 임기영이 체인지업 던질 걸 알고, 무릎을 굽혀 가며 좌익수 쪽에 날카로운 2루타를 날려 한심한 볼배합에 응징해버렸습니다. 아무리 임기영의 포심이 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포심을 섞어 던졌어야 합니다.

 

운도 KIA보다는 두산 쪽에 더 따랐죠. 나크라테스... 아니, 나성범이 친 타구가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어도 뽀록 안타가 될 수 있었는데, 그게 하필 3루수 허경민이 서 있는 곳에 가버렸고, 김도영은 본 헤드 플레이를 하면서 기회를 잃었습니다. 김선빈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2개나 날렸는데 모두 수비 정면으로 갔고, 백미는 9회였죠. 이우성이 아주 잘 친 타구가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잡혔습니다. 이게 안 잡혔으면 소크라테스의 홈런은 동점 쓰리런이 되었을 겁니다.

 

물론, 운이 따른 타구도 있었습니다. 최원준의 2개의 2루타가 그렇고, 김선빈이 잘 친 타구는 모조리 수비 정면으로 가니 드래그 번트를 시도했는데 그게 절묘하게 1루수 양석환의 글러브를 피해 가기도 했습니다.(여담으로 양석환은 어제 오늘 KIA 상대로 공수에서 제일 잘 하네요. 양석환 FA 영입에 부정적이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양석환한테 올인 할 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운은 두산 쪽에 더 따랐죠. 만루에서 나온 이유찬의 빗맞은 안타도 그렇고 결정적인 득점이 됐던 2사 만루 상황에서 이유찬의 땅볼이 그랬죠. 이우성이 포구를 더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타구 자체가 아웃을 잡아내기 까다롭긴 했습니다. 박찬호의 멋진 수비가 빛이 바래서 안타까웠을 뿐이네요.

 

타자들은 그래도 8득점을 뽑아내며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장현식도 비록 운이 안 따라서 2실점 했지만, 어제 오늘 엄청 잘 치던 양석환을 상대로 150km/h 포심으로 3구 삼진으로 잡아낼 땐 속이 시원하더군요. 임기영도 앞서 언급한 양의지에게 맞은 체인지업만 아쉬웠지,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아주 좋았습니다. 양석환에게 맞은 홈런은, 오로지 양석환만 칠 수 있었던 홈런이었고요.

 

타자들 중에서는 역시 김도영의 활약이 단연코 좋네요. 성적이 좋지 않은 와중에 연일 맹타를 치고 있는 김도영의 성장은 현재 KIA 야구를 보는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타구 1개 빼고는 수비도 좋았죠. 강습 타구 실책은 경험이 해결해줄 거라고 봅니다. 그동안 내내 부진했던 한준수가 홈런 포함해서 첫 타석에 날카로운 타구와 볼넷을 골라 나가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특히, 내내 부진에 빠져 있었던 최형우가 3안타를 쳤는데, 한창 잘 칠 때의 모습이어서 타격감이 어느 정도 회복된 느낌입니다. 

 

박찬호, 김도영, 최형우, 이우성, 김선빈, 최원준(2개 다 뽀록이지만)이 멀티 히트를 친 와중에도 나성범이 가장 큰 문제네요. 타구 질 자체가 너무 안 좋고, 선수도 지금 타석에서 너무 서두릅니다. 차라리 처음 1군 복귀하고 못 칠 때의 모습이 긍정적일 정도에요. 지금은 공도 안 보고 너무 막 휘두르고 있어요. 수비 실수로 경기 내준 이후에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라인업에서 한 경기 정도 제외하고 이창진을 쓰는 게 나아 보입니다. 

 

최원준도 오늘 2루타 2개 쳤다고 칭찬할 게 아니죠. 둘 다 빗맞은 타구였고, 지금 계속 스윙을 제대로 돌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매번 좌익수 쪽으로 평범한 뜬공만 나오고 있고요. 여기에 마지막 두 타석에서의 삼진 당하는 모습을 보면, 타석에서 생각도 너무 많습니다. 뽀록으로 2루타 2개 쳤으면 더 침착해져야죠. 내일도 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번 3연전 끝나면 최원준과 서건창은 함평으로 보내서 머리 식히고 왔으면 합니다. 

 

 

웬만한 선수 다 언급한 것 같아서 선수 단평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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