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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KIA : 롯데 - 위기에 몰릴 때마다 나온 홈런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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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실점 최소화

 

오늘도 타선이 터졌다고 할 순 없습니다. 9이닝 동안 안타를 7개 밖에 못 쳤으니까요. 하지만, 7개의 안타 중 3개가 홈런이 되었고, 모두 영양가 만점짜리 홈런이었습니다. 그리고 양현종도 QS를 기록하며 잘 버텨줬죠. 소크라테스의 폐급 수비 아니었다면 6이닝 2실점이었을텐데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불펜도 곽도규가 손호영에게 맞은 홈런 제외하면 완벽했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전 투수가 홈런 맞는 건 한가운데 배팅볼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곽도규가 맞은 코스는 바깥쪽 낮은 투심이었고, 상대적으로 타자가 잘 받아 쳤다고 생각합니다. 손호영의 타격감이 좋은 것도 있고요. 오히려 최근 볼질 남발하던 곽도규가 손호영에게 결승점이 될 수 있었던 홈런 맞은 이후에 볼질 없이, 적극적인 승부로 나승엽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외에 전상현, 정해영은 정말 잘 던져줬죠. 4일 쉬고 등판한 전상현은 오늘 빠른 공의 구속이 146km/h까지 나왔고, 꾸준히 145km/h 이상이었습니다. 전상현은 올해 부진한 게 아닙니다. 그냥 운이 안 따르고 있다고 봐야죠. 이걸 증명하는 세부스탯이 WHIP과 피안타율이죠. 이닝 당 출루허용(WHIP)이 '0.97'을 기록하며, 커리어에서 가장 좋고, 피안타율도 .232에 불과합니다. 피OPS도 .628로 준수하고요. 결국 시즌 마지막에 접어들면, 전상현이 불펜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마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영도 4일간 푹 쉬고 마운드에 올라와서 김민석, 이정훈, 유강남을 모조리 삼진으로 잡으며,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했습니다. 사실, 정해영의 세부 스탯은 전상현보다는 안 좋은데, 전상현보다 확연히 나은 기록이 '삼진율'입니다. 제가 정해영 주구장창 까면서 비판했던 점이 '마무리 투수 치곤 삼진율이 낮다'는 점이었는데, 올해는 커리어에서 가장 삼진율이 좋은 시즌입니다. 아래는 정해영의 연도별 9이닝 당 삼진율입니다.

 

  • 2020년 : 7.51
  • 2021년 : 6.75
  • 2022년 : 6.91
  • 2023년 : 5.47
  • 2024년 : 11.33

 

그냥 좋아진 게 아니라 아주 확연하게 좋아졌죠. 더 자세히 뜯어보면,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률이 13.1%로 확연히 좋아졌습니다.(2022년 10.9%가 그 전까지 최고 기록, 작년에는 8.2%)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의 9이닝 당 삼진율을 비교해보면

 

  • 1위 유영찬 : 11.52
  • 2위 정해영 : 11.33
  • 3위 박영현 : 10.99
  • 4위 김원중 : 9.53
  • 5위 문승원 : 8.44
  • 6위 이용찬 : 8.38
  • 7위 주현상 : 8.36
  • 8위 홍건희 : 8.13
  • 9위 주승우 : 8.00
  • 10위 오승환 : 6.83

 

작년에는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하위권에 머물렀던 정해영의 삼진율이 엄청나게 좋아진 걸 알 수 있죠. 물론, 이제 시즌 반도 안 치른 시점이라 이 수치를 계속 유지할 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이지만, 다른 투수에 비하면 확실히 드라이브 라인 효과를 잘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지난 시즌 드라이브 라인 다녀온 투수가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곽도규, 황동하 이렇게 5명인데... 윤영철은 안 좋고, 이의리는 부상이고. 정해영, 황동하, 곽도규는 확연히 좋아졌죠. 이 정도면 나름 성공률은 괜찮은 듯 싶습니다.

 

 

고비마다 터진 홈런

 

 

오늘 나온 홈런 3개는 모두 중요한 상황에서 터졌습니다. 일단 1회 박찬호가 김진욱의 2구째 몸쪽 높은 코스를 강하게 받아 쳐서 좌측 담장을 넘겼는데, 올해 박찬호 타격을 보면 몸쪽 높은 코스에 정말 강한 느낌입니다. 그 쪽 코스를 받아 쳐서 장타를 종종 만드네요. 박찬호 포지션이 유격수이다보니 여기서 홈런 수가 더 늘어날 것 같진 않지만, 강한 타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지금 박찬호의 단점은 하나 밖에 없어요. 톱타자로 쓰기엔 타율 대비 출루율이 너무 낮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계속 시즌 거듭하다보면, 나아질 것 같습니다. 선수 본인도 첫 타석에서는 가급적 공을 오래 보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이 홈런으로 계속 선취점을 빼앗긴 지난 화/수 경기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줬습니다.

 

 

김선빈, 김도영의 홈런도 매우 중요한 시기에 나왔죠. 특히, 김선빈의 홈런이 정말 극적인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3대1로 뒤지고 있었고, 2사 3루 상황이라 범타가 나오면 그대로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역시 몸쪽 높은 149km/h의 빠른 공을 받아 쳐서 시즌 5번째 홈런(동점 투런)을 쳤습니다. 김선빈 시즌 커리어 최다 홈런이 5개였는데, 아직 시즌이 반이나 남은 만큼, 선수 생활 막판에 커리어 최다 홈런 갱신도 유력하네요. 김선빈이 타석에 들어서면, 수비수들은 무조건 우측에 쉬프트를 하기 때문에 종종 이런 식으로 잡아 당기는 스윙도 필요합니다.

 

 

김도영 홈런 역시도 김선빈 홈런 만큼이나 중요한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곽도규가 손호영에게 홈런을 맞으며, 4연패... 롯데 전 2연속 스윕도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몸쪽 낮게 떨어지는 커브 볼을 받아 쳐서 폴대 안쪽에 살짝 집어 넣으며 동점 홈런이 되었습니다. 이 홈런이 더 긍정적인 게, 변화구를 공략해서 만든 홈런이라는 점이죠. 올해 김도영이 홈런 15개를 쳤는데 대부분 빠른 공이었고, 변화구는 이번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도영이 변화구에 계속 결과가 안 좋으니, 상대 투수들이 5월부터는 김도영 상대로 빠른 공보다는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는데, '나, 이제 변화구도 칠 수 있어' 라는 신호를 상대팀에게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게다가 보통의 변화구도 아니고 리그 구종 가치 2위인 전미르의 커브를 받아 쳤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이가 있죠. 커브가 쉬운 코스로 온 것도 아니고 몸쪽 바싹 붙어서 떨어졌음에도 홈런을 쳤기에 김도영 스스로도 자신감을 많이 가질 것 같습니다.

 

실제로 김도영의 구종별 타율을 보면, '투심 .444 / 포심 .407 / 커터 .429' 등으로 빠른 공 계열은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좋지만, 변화구는, '커브 .207 / 슬라이더 .267 / 체인지업 .323 / 포크 .200' 등으로 체인지업 빼면 확연히 좋지 못 했죠. 특히, 커브 상대로 장타율이 .207에 불과할 정도로 커브에 약했는데 자기가 가장 약한 구종을 홈런으로 만들었으니 앞으로의 모습에 더욱 기대가 됩니다.

 

다만, 오늘 경기도 그동안 잘 쳤던 선수들(박찬호, 김도영, 김선빈)만 잘 쳤고, 나머지 타자들은 침묵을 지켰죠. 그나마 나성범이 마지막 타석에서 결정적인 2루타를 치긴 했지만,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 온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형우 대신 좌투 상대로 잘 해줄 거라고 믿고 기용한 변우혁은 병살타와 3루 땅볼로 전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 했고요. 다만, 변우혁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에 키우려면 인내심이 필요하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가 타석에서는 오랜만에 볼넷을 골라내긴 했지만, 수비에서 평범한 플라이를 못 잡아서 2루타를 만들어주는 바람에 양현종의 자책점만 올라가게 했죠. 경기도 질 뻔 했고요. 어제 나성범이 수비에서 실수를 하자 교체해버린 것처럼, 이범호 감독이 소크라테스도 다음 이닝 수비에서 빼버렸는데, 요즘 소크라테스 수비를 보면, 영 성의가 없습니다. 집중도 못 하는 느낌이고요. 선수 본인 귀에도 '교체 위기'라는 이야기가 들리겠죠. 이런 때 멘탈이 뛰어난 선수면, '더 잘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소크라테스는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이럴 바에는 2군으로 내리고, 변우혁에게 더 기회를 주던지 공이라도 잘 보는 이창진을 써야죠.

 

여튼, 롯데에게만 2연속 스윕 위기였는데(지난 번 스윕은 롯데 선발이 강했다는 점이라도 있지, 이번 3연전에서는 윌커슨 빼고는 정규 선발도 아니어서 졌으면 더 타격이 컸음) 마지막 경기라도 겨우 잡아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으니 어려운 경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네요. 토요일에 등판할 알드레드 피칭이 정말 중요합니다. 알드레드가 잘 던지면, 계속 1위 싸움이 가능한대, 그게 아니라면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선수 단평

 

  • 이창진 - 비록 안타는 못 쳤지만, 볼넷도 고르고 마지막 타석 타구질도 괜찮았음. 
  • 이우성 - 나성범, 최형우에게 묻어 가고 있는데 더 분발할 필요가 있음.
  • 김선빈 - 2안타 3타점. 아직까진 수비로 까먹는 거 공격력으로 보완하고 있음.
  • 최원준 - 안타 하나 쳤지만, 여전히 타구질 처참함.
  • 서건창 - 이제 슬슬 2군으로 내려갈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태군 - 타구 질은 좋았음. 다리가 느린 게 문제. 수비는 한준수보다 확실히 더 나음.
  • 양현종 - 주자를 6명 밖에 안 내보내는 좋은 투구. 수비만 좀 도와줬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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