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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KIA : SSG - 타선 폭발로 1위 탈환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6. 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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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 이우성의 멋진 슬라이딩 이후 타자들의 집중력

오늘 양현종 컨디션이 좋아 보였는데 2회에 박성한에게 홈런 맞아 선취점을 주고 3회에 한꺼번에 4실점 와르르 하면서 5:0. 이대로 경기 내줄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오늘 오원석이 기계랑 사이가 좋은 지, ABS 코너로 날카롭게 빠른 공을 찔러 내면서 KIA 타선을 초반에 압도했죠. 4회까지 삼진을 5개나 뽑아냈을 정도였습니다.(최종 5이닝 6K)

그런데 오늘 양현종의 3회 대량 실점은 양현종이 못했다기 보다는 수비 도움이 없었고, 운이 안 따랐습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최정을 상대할 때, 2스트라이크 2볼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바깥쪽에 아주 절묘하게 형성이 되어서 최정이 평범한 땅볼을 쳤죠. 타구 나오는 순간 '병살로 공수교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슬아슬하게 김도영의 옆을 빠져 나왔고, 이때 김도영의 수비도 아쉬웠죠. 

 


경험 많은 3루수였다면 병살로 연결시켜서 실점 없이 이닝 끝내지 않았을까 싶었던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타자 에레디아를 삼진으로 잡고, 오태곤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2볼에서 역시 절묘한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게 떨어뜨렸는데 오태곤은 완전한 스윙을 하지 않고 방망이만 갖다 대는 하프 스윙을 했죠. 그리고 이 타구가 우익수 나성범 앞에서 뚝 떨어지고 맙니다. 투수는 이보다 더 잘 던질 수 없었는데, 상대적으로 오태곤의 집중력이 좋았고, 운도 없었죠. 그리고 오태곤 상대로 체인지업만 3개 던지고 있었는데, 빠른 공으로 승부구를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뒤이어서 순천이 낳은 최악의 선수(반어법입니다.) 박성한에게 또 적시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4회와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고(심지어 5회는 공 9개로 셧아웃) 6회까지 올라와서 오늘 양현종 상대로 타격감이 좋았던 박성한을 평범한 투수 땅볼로 잡고, 고명준도 빠른 공만 5개 던져서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2아웃까지 잡았습니다. 김민식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이때 관중석을 향해 응원을 유도하는 몸짓은 2017년 한국시리즈가 생각나는 모습이었습니다.

타선도 양현종의 역투에 보답을 했죠. 오늘 양현종이 패배를 기록했으면 2018년 6월 이후 6년 만에 문학에서 패전이었는데, 타자들이 이 기록을 알았는지, 좋은 집중력을 유지해줬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6회에 나온 이우성의 3루 도루(?)였죠. 사실은 도루가 아니라 김태군의 번트가 헛스윙 되면서, 3루 쪽으로 빨리 스타트를 끊었던 이우성의 주루 플레이 미스(정확히는 번트를 대지 못 한 김태군의 미스)였는데, 완전한 아웃 타이밍에서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이종범이 떠오르는 멋진 슬라이딩을 보이면서 베테랑 최정의 태그를 피해 3루에 들어가 세이프를 얻어 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웃을 당하지 않은 게 팀 사기에 큰 영향을 미쳤지요.
 

뜨거워진 날씨, KIA 타선은 다시 불 붙었다.

지난 주에 중심타선(나성범, 최형우, 이우성)이 OPS .600도 못 친 게 KIA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지난 주 일요일부터 '나성범 빼고' 나머지 중심타자들의 타격감이 확연히 올라왔습니다. 아래는 최근 5경기 KIA 중심타자 성적입니다.

• 최형우 : .476 / .577 / .810 / 1.387 / 2홈런 9타점
• 테스횽 : .500 / .577 / .773 / 1.350 / 1홈런 5타점
• 이우성 : .500 / .526 / .556 / 1.082 / 3타점

여기에 김도영이 최근 5경기 OPS 1.344, 부상으로 2군 내려 간 김선빈이 1.109, 드문드문 나오고 있는 최원준이 .929 치고 있어요. 라인업에서 지금 못 치고 있는 타자는 2명 뿐입니다. 나성범(OPS .589)과 박찬호(.486)입니다. 

박찬호는 날이 더워지니 확실히 지친 기색입니다. 주말 3연전에서 1~2경기는 빼주는 게 좋고, 좌투수가 나와서 이창진을 쓰는 날은 박찬호를 9번, 이창진을 1번으로 쓰는 게 차라리 나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게 이창진은 왼손투수를 상대할 때 출루율이 무려 .531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2번으로 쓸 게 아니라 1번 이창진, 2번 김도영으로 가는 게 더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 가장 놀라운 타자는 소크라테스입니다. 아래는 6월 1일부터 오늘까지 KIA 타자들의 OPS 입니다.

• 김도영 1.296
• 김선빈 1.093 -> 부상
• 테스님 .993
• 최형우 .929
• 최원준 .792
• 이우성 .784
• 한준수 .713
• 서건창 .583
• 박찬호 .582
• 나먹튀 .535

김도영, 김선빈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최근 맹타로 어느새 WRC 를 110.7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OPS도 .806을 기록하고 있고요. 6월 1일부터 오늘까지 외국인 타자 성적만 보면 소크라테스보다 OPS가 높은 선수는 오스틴(1.148), 로하스(1.015) 딱 두 명입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기록은 소크라테스가 볼넷을 골라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석이 고효준을 상대할 때였죠. 소크라테스의 약점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상대 감독도 알고, 투수, 포수, 아마추어 야구 선수, 지나가면서 아이스크림 할짝이는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좌투수가 던지는 바깥쪽 슬라이더입니다. 그런데 오늘 고효준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에 헛스윙 두 번 해서 '아, 또 삼진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5구와 6구째 슬라이더를 모조리 골라내며 볼넷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이때 소크라테스도 얼마나 좋았는 지 홈런칠 때도 하지 않던 세레모니를 하더라고요. 전 이 세레모니에서 오히려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놈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소크라테스가 6월 이후처럼만 치면 수비가 좀 아쉽다고 해도 교체 요인이 크진 않습니다. 물론, 재계약하고 싶으면 여기서 좌투수 약점을 더 극복해야 하고 타석에서 생산성도 더 높여야죠. 하지만 요즘처럼 치면, 교체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갈 것 같습니다. 마침, 오늘 이범호 감독이 소크라테스 교체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인터뷰를 하긴 했는데,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죠(세이버 스탯을 언급 안 한 건 아쉽긴 해도). 그리고 소크라테스를 왼손투수가 나올 때는 7번으로 기용하는 걸 보면, 기록을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확실하게 성공 확률이 있는 클래스가 높은 외국인 타자를 영입할 게 아니면 교체에 대해 신중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다만, 시즌 끝나면 40홈런 치지 않는 한 바꿔야죠.

여전히 타선의 문제는 나성범입니다. 오늘 멀티 히트를 치긴 했지만, 타구 질이 다른 타자들이랑 확연히 달랐죠. 중견수 키를 넘긴 소크라테스의 타구, 어제 오늘 아주 잘 맞은 홈런을 친 최형우와 비교를 불허하는 구린 타구입니다. 비슷하게 타구가 구린 케이스가 이우성이긴 한대, 이우성은 딸 낳은 행운이 작용하는 지 아직까지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죠. 그리고 오늘 멋진 주루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고요. 나성범은 아직도 빠른 공에 계속 타이밍이 늦습니다. 지금 타선에서 나성범만 좋아지면 아래와 같은 라인업을 짤 수 있어요.

[우투일 때]
1번 박찬호(6)
2번 김도영(5)
3번 나성범(9)
4번 최형우(D)
5번 소크라테스(7)
6번 이우성(3)
7번 김선빈(4)
8번 한준수(2)
9번 최원준(8) 

[좌투일 때]
1번 김도영(5)
2번 이창진(7)
3번 나성범(9)
4번 최형우(D)
5번 이우성(3)
6번 김선빈(4)
7번 소크라테스(8)
8번 김태군(2)
9번 박찬호(6) 

박찬호가 계속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최원준이 조금 더 살아나면 최원준이 1번을 치거나 김도영이 1번, 최원준이 2번을 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이들이 제 기량만 잘 발휘해준다면, 시즌 끝까지 공격력 1위팀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튼, 지난 주말 경기부터 타선이 확실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 5경기 KIA의 OPS는 .936를 기록하며 리그 2위입니다.(1위는 .939의 KT) 최근 타격이 올라오면서, OPS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팀홈런 단독 1위, 팀득점 2위, WRC 2위(110.6으로 1위 LG에 0.2 차이)까지 치고 올라왔고요. 나성범만 정상적인 컨디션 회복하면 정말 더도 덜도 말고 압도적 공격력 1위 팀이 될 것 같은데, 나성범이 언제쯤이나 올라올런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최근 감이 엄청 좋았던 김선빈도 큰 부상 없이 10일 뒤에 올라오길 빕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볼넷 2개 골라나간 건 좋았지만, 무안타에 병살까지... 휴식이 필요하다.
• 이창진 - LG에 홍창기가 있다고? 우리에겐 좌투 상대 홍창기가 있다!
• 김도영 - 수비에서 보인 아쉬움. 경기 막판 만회하다.
• 최원준 - 호수비에 걸린 타구. 그래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계속 잡아 당겨 치라고!
• 변우혁 -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어도 위협적인 스윙은 보기 좋았음.
• 김태군 - 이우성 덕분에 번트 실패 만회하고 적시타까지!
• 홍종표 - 수비는 기민했지만, 번트 제대로 못 대면서 타석에서는 실망을.
• 서건창 - 오원석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풀카운트에서 나온 스윙은 당장 2군으로 가도 할 말 없는 모습
• 한준수 - 오랜간만에 타석에서 좋은 모습
• 최지민 - 호남이 낳은 또 다른 호랑이 사냥꾼 박지환에게 맞은 건 교통사고라고 치자.
• 장현식 - 큰 점수 차이에서 볼질은 뭐하는 짓이여...
• 김건국 - 1실점 했지만, 어찌됐든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굿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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