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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 KIA : 두산 - 2주 연속 1위 결정 시리즈 승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5. 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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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어제도 이기고, 오늘도 이긴 이유는 선발투수가 잘 던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KIA가 롯데에게 3연패 당한 이유도 롯데 선발 3명에게 꽁꽁 묶였기 때문이고요. KIA가 아직까지 1위를 붙잡고 있는 이유도 외국인 투수 중에 가장 ERA가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투수 중에 가장 ERA가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두산과의 1위 결정 주말 3연전에서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하면서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네요. 이러고 나니 금요일 경기 마지막 1이닝을 지키지 못한 게 너무 아쉽게 되었네요.

 

알칸타라 복귀전이었는데, 확실히 한창 좋을 때만 못 하더라고요. 구속도 떨어졌고, 포크볼도 날카롭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성범이 알칸타라의 포크볼을 공략해서 선제 투런포를 쳤고, 최형우 역시 알칸타라의 포크볼을 받아 쳐서 백투백 홈런을 쳤습니다. 한창 때의 알칸타라 포크볼이었다면 헛스윙이 나왔든지 땅볼이 나왔든지 했을텐데 말이죠.

 

이어서 3회에는 박찬호가 몸쪽 높게 들어오는 알칸타라의 빠른 볼을 아주 제대로 받아 쳐서 나성범, 최형우보다 더 공을 멀리 보냈는데, 이때 알칸타라의 포심 구속이 145km/h에 불과했습니다. 선수는 던질 때 불편함을 느꼈고, 주치의는 이상 없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선수 스스로가 불안함을 극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KIA 타선이 초반에 제 컨디션이 아닌 알칸타라를 상대로 홈런 3개 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죠.

 

 

초반 압도적인 피칭의 네일, 후반엔 운도 따르다.

 

알칸타라와 달리 네일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습니다. 초반 투심과 스위퍼가 아주 정확하게 들어가면서 5회까지 별 위기도 없었죠. 이전에도 한 번 언급한 이야기인데, 네일의 투심과 스위퍼 조합이 좋은 이유가, 투심은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파고 드는 반면, 스위퍼는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크게 달아나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릴리스 포인트 때 투수의 공이 어느 궤적으로 움직이는 지 예측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가운데 스위퍼에 방망이도 못 내밀고 루킹 삼진 당하는 경우가 많죠. 

 

네일의 문제는 역시 시즌 전부터 지적됐던 '선발투수로서의 준비가 덜 됐다는 점'이겠네요. 물론, 어느 투수나 투구 수가 누적이 되면 제구가 안 되고, 구속이 떨어지지만, 네일은 그 정도가 좀 크다는 점이 확실한 약점입니다. 올시즌 네일의 이닝별 피OPS를 살펴보면,

 

  • 1회 .545
  • 2회 .620
  • 3회 .545
  • 4회 .414
  • 5회 .639
  • 6회 .885
  • 7회 .872

 

위와 같은 성적을 기록하며, 확실히 후반에 안 좋습니다. 다른 투수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 데 리그 ERA TOP 10에 들어가 있는 투수들의 6회 피OPS만 따져보면

 

  • 하트 .543
  • 양현종 .700
  • 원태인 .490
  • 쿠에바스 .584
  • 신민혁 .857
  • 헤이수스 .940
  • 곽빈 .687
  • 반즈 .579
  • 박세웅 .921 

네일보다 안 좋은 투수는 헤이수스, 박세웅 단 둘 뿐입니다. 네일은 평균자책 1.64를 기록하며, 2위 하트(2.74)보다 무려 1점을 덜 주고 있음에도 6회에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고 있죠. 현재까지 호투를 해줘서 '제2의 페디'로 종종 불리곤 있는데, 페디는 작년에 6회 피OPS가 .440, 7회 피OPS가 .408인 괴물이었습니다. 투구 수 80개에 임박하면 제구가 흔들리고 구위가 떨어지는 네일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클래스가 다른 투수였죠.

 

그러니 네일은 KBO에 최적화된 선수입니다? 심지어 네일은 사실상 투 피치 투수(투심 41.3%, 스위퍼 34.9%)라서 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준수하게 던졌던 페디와 비교하면, 상위 리그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떨어지죠. 물론, 불펜으로는 긁어볼만 하겠지만, KBO에서 선발로 행복 야구하는게 네일에게도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암튼, 오늘도 5회까지 완벽투를 하다가 6회 들어서 갑자기 크게 흔들렸죠. 조수행은 삼진으로 잡았지만, 정수빈을 상대로 안타(3루수 김도영의 수비가 아쉬웠지만 애초에 배럴 타구) 전민재를 투수 땅볼로 잘 잡았지만, 강승호에게 던진 바깥쪽 스위퍼가 방망이에 걸리면서 첫 실점이 됐습니다. 그리고 계속된 위기 상황에서 악력이 떨어져 스위퍼가 손에서 빠지면서 양의지에게 사구. 타석에는 이전 타석에서 네일의 변화구에 타이밍이 맞았던 양석환이 들어섰습니다.

 

 

보크까지 저지르는 등 역력히 흔들리고 있었고, 3볼 1스트라이크까지 몰렸죠. 만루가 되면 다음 타석에는 한 방이 있는 김재환이 등장하니 1루가 비었다고 양석환을 볼넷으로 내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바깥쪽 스위퍼를 선택했는데, 양석환이 스위퍼 타이밍에 맞춰서 방망이를 돌렸고, 굉장히 잘 맞은 타구가 김도영의 정면으로 가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죠. 만약, 이 타구가 빠졌다면 5대3까지 추격이 가능했고, 2루타 코스였을테니, 득점권 상황에서 김재환과 어려운 승부를 해야 했습니다.

 

 

하늘이 KIA를 돕는구나

 

네일이 6회부터 너무 공이 안 좋아져서, 투구 수가 82개 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회에 바로 최지민을 올렸습니다. 최지민은 오늘은 포심을 중심으로 투구를 하면서 단 하나의 볼넷도 없이 두산 타선을 퍼펙트로 잡았죠. 김재환 상대로 포심 존에 넣어서 중견수 플라이 아웃, 라모스에게 포심으로 카운트 유리하게 잡고, 라모스의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으니 이때 슬라이더 던져서 타이밍을 빼앗아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 아웃. 그리고 이유찬 상대로도 포심으로 좌익수 플라이 아웃을 잡았습니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최지민의 포심 피안타율은 .164, 피OPS는 .595에 불과합니다. 두산 이병헌처럼 그냥 존 안에 포심 넣고, 변화구는 가끔 섞는 방식으로 써야 하는데, 변화구에 집착하다보니 볼넷이 너무 많았죠. 5월 들어 포심 구사비율이 가장 높았던 경기가 오늘(80%)이었고, 앞으로도 포심을 70% 이상 투구한다는 생각으로 존에 적극적으로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8회에는 장현식이나 전상현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장현식을 가장 마지막에 쓰고 싶었는 지 8회에 곽도규가 올라왔죠. 평상시라면 최지민과 순서가 반대였을 것 같은데, 7회에 두산 중심타선이 나오니 최지민을 먼저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곽도규는 대타 김대한을 상대로 또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냈죠. 김대한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어제도 이순철 위원이 제대로 타격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한 선수를 상대로 보더라인 피치이에 집착하다가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볼넷으로 내보냅니다. 이어서 등장한 정수빈을 상대로도 어려운 카운트 싸움을 하다가 결정구 투심이 정수빈이 좋아하는 코스로 갔는데...

 

 

6회에 이어 8회에도 정말 운이 좋게도 정수빈이 친 타구가 변우혁의 글러브로 이쁘게 날아갔습니다. 만약, 이 타구가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갔으면 김대한은 3루까지 여유있게 가고, 정수빈도 2루까지 갈 수 있었죠. 심지어 아웃 카운트 하나 없는 상황에서 두산 중심타선을 상대했어야 했는데, 무실점으로 넘긴 건 그저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금요일 경기에서 KIA가 바빕신의 버림을 받았는데, 역시 야구의 신은 공평하네요.

 

9회에 올라온 장현식이 2아웃 잘 잡고, 양석환에게 슬라이더만 잇달아 3개 던져서 2루타를 허용했습니다. 볼배합이 아쉬운 게, 금요일 경기도 슬라이더 던지다 안타 맞았는데, 어째서 빠른 공이 아니라 슬라이더만 연거푸 3개 던졌는 지 모르겠네요. 장현식이 원 아웃을 포심으로 헛스윙 아웃으로 잡고, 양의지도 비록 타구는 멀리 갔지만, 포심의 힘을 기반으로 중견수 플라이를 잡았는데, 양석환에게 홈런 맞아봐야 점수 차이는 3점 차이인데, 어째서 슬라이더만 3개 던졌는 지 모르겠습니다. 양석환은 오늘 경기 변화구 타이밍이 좋았는데 빠른 볼로 적극적으로 승부했어야죠.

 

그리고 김재환을 상대로도 또 포크볼만 3개 던져서 적시타 허용했죠. 양석환과 김재환을 상대할 때 볼배합이 너무 단편적이었고, 포심 구위를 믿지 못하는 투구였습니다. 홈런 맞아봐야 경기 동점이 되는 상황도 아닌데, 150km/h까지 던지는 투수인데 자기 공을 믿어야죠. 물론, 장현식은 올해 포심 피OPS가 높은 선수이긴 한대, 장현식 포심 피OPS가 높은 건 가운데 몰리는 포심이 많기 때문이지, 포심 커맨드만 잘 이루어지면 치기 쉬운 공은 아닙니다. 

 

다행히, 정해영이 라모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라모스 퇴출 여론 있던대, 안 쓸거면 KIA 좀...) 이유찬 대신 올라온 홍성호 상대로 포심 3개로 삼구 삼진 잡아내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기 막판 똥줄 승리를 거뒀습니다. 홍성호 상대로도 2구째는 정말 위험했죠. 한 가운데 들어온 공이었는데,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면 동점 쓰리런 나왔을 정도로 위험한 코스였습니다. 홍성호는 2구를 놓친 게 마음에 걸렸는 지, 3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그대로 경기가 끝났죠.

 

 

변우혁의 좋은 스타트, 향후 외국인 타자 교체에도 영향이?

 

타선은 알칸타라를 공략한 건 좋았는데, 연이틀 두산 불펜 상대로 단 1점도 뽑지 못 하는 모습을 보였네요. 소크라테스, 최원준이 계속 혈막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특히, 오늘 경기 운영에서 지적해야 할 부분이 최원준을 상대로 번트를 지시하지 않고 강공을 지시한 이닝이었습니다. 

 

4회에 변우혁의 볼넷과 한준수의 안타로 무사 1, 2루 상황. 타석에는 5월 18일 이후에 안타 하나 못 치고 있는 최원준이었는데 당연히 번트를 지시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강공을 지시했다가 최원준은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끝나고, 박찬호가 우익수 플라이를 날렸지만, 2루 주자가 3루로 가면서 끝났죠. 최원준이 번트를 댔다면, 박찬호의 타구 때 추가 득점이 가능했습니다. 최원준 타격감이 안 좋은 건 누가 봐도 알겠는데, 어째서 강공을 지시했는 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3연전에서 변우혁 활약이 좋았죠. 어제 브랜든 상대로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 그리고 오늘도 4타수 2안타 볼넷 1개를 골라내며 3번의 출루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타팀에서 변우혁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려고 애쓰고 있죠. 그만큼 좋은 자원이니까 우리가 어찌됐든 키워야 하고, 소크라테스와 최원준이 부진한 지금이 바로 변우혁에게 경험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당분간, 소크라테스는 왼손 투수가 나오면 라인업에서 제외 이창진 중견수, 변우혁은 1루수로 기용하고, 우투수가 선발일 때도, 변우혁을 1루수, 소크라테스 중견수, 최원준은 벤치에서 기용하는 게 맞아 보입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반등이 없고, 변우혁이 1루수에서 하위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해준다면,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로 영입할 수도 있고요. 

 

다만, 외야수를 영입할 거면, 타격만 보고 영입해야 하는데, 최원준이 계속 부진하면 그것도 곤란합니다. 외국인 타자를 중견수 수비까지 생각해서 영입하려 하면 이도 저도 못한 선수가 올 가능성이 높죠. 지금 KIA에 필요한 건 좌투수에 강한 외국인 타자고, 홈런 한 방보다는 에레디아 같은 타입(그런데 에레디아는 홈런도 잘 치잖아?), 즉 정확한 타격을 하는 유형의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지금도 외국인 타자 한 명 없다시피 해도 공격력이 수위를 다퉈요. 그러니까 실패 확률이 적은... 홈런포보다는 정확성과 선구안을 갖춘 유형의 외국인 타자를 리스트업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홈런도 멋지고 세레모니도 멋졌지만, 홈런 치고 항상 부진했던 기억이 떠오르네...
  • 김도영 - 딱히 임팩트 있는 모습 보이지 못 함. 수비는 아직도 좀 애매하네...
  • 나성범 - 홈런 이후에는 잠잠했음. 엉성한 수비는 덤.
  • 최형우 - 역시 홈런 이후에는 잠잠했음. 그래도 타구 질은 괜찮았다.
  • 소크라테스 - 기적의 볼넷 이후에는 우리가 아는 그 사람으로 돌아 옴
  • 김선빈 - 계속 오른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리니, 계속 수비 정면으로 가네
  • 한준수 - 네일하고 궁합이 안 좋아 보였는데 오늘은 수비 집중력이 좋았음.
  • 최원준 - 2군으로 가서 타격 폼을 다시 만지는 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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