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어제 오늘 롯데 선발 반즈와 박세웅에게 너무 막힌 게 일차적인 패인입니다. 오늘 박세웅은 낮은 쪽으로 슬라이더가 아주 잘 떨어졌는데, 이걸 다 건드리면서 땅볼 아웃이 너무 많았죠. 박세웅은 오늘 8이닝 동안 삼진을 2개 밖에 안 잡았을 정도로 철저히 맞춰 잡는 피칭을 했는데, 그 이유가 KIA 타자들이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죄다 건드려서 그렇습니다.
오늘처럼 상대 투수의 변화구가 낮은 쪽 스트라이크존에서 변화가 심하다면, 그걸 건드릴 게 아니라 두 번째 타석 돌았을 때는 '아, 오늘 박세웅의 변화구가 낮게 떨어지네?' 라는 생각으로, 낮은 쪽으로 떨어지는 코스는 버린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했어야죠. 물론, 이렇게 했으면 박세웅에게 삼진은 많이 당했겠지만, 적어도 박세웅이 8이닝 마치면서 고작 투구수가 87개 밖에 안 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어제도 언급했는데 지금 우투 상대 리그 1위의 타선이라고 너무 쉽게 덤빈 결과가 오늘 박세웅에게 말렸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패인은 양팀 수비에서의 차이죠. 아래 스크린샷은(움짤 만들고 싶었는데 실력 없어서 죄송죄송) 오늘 경기 초반, 소크라테스의 결정적인 수비 미스 장면입니다.
3회 2사 1, 2루 상황에서 김민성이 친 타구가 멀리 가긴 했는데, 소크라테스가 처음부터 담장 쪽으로 달려서 위치 잡았으면 점프캐치할 일도 없었습니다. 위 스샷만 보면, 잡았으면 호수비로 보이지만, 타구 쫓다가 중간에 타구 잃어버려서 한 번 주춤하죠. 그래서 김민성의 이 타구를 놓쳤습니다. 만약, 잡았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이 끝났고, 4실점까지 하지 않을 수도 있죠.
반면, 오늘 롯데는 우익수 신윤후의 수비가 정말 좋았죠. 김도영의 2루타 때, 빠르게 공을 잡아서 중계 플레이를 잘 해줬고, 2루수 고승민이 그걸 받아서 3루에 아주 정확하게 던졌습니다. 이 주루사는 김도영을 탓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롯데 수비가 좋았습니다. 만약, 김도영이 3루에서 살았으면 나성범의 땅볼 때 넉넉하게 홈에 들어와서 2점 차이로 9회를 맞이했을 수도 있죠.
마지막 9회에서도 신윤후의 수비가 좋았습니다. 김선빈의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낮고 빠르게 올 거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이 정확하게 포구를 했고, 홈으로 다이렉트 송구를 한 게 아니라 중간에 커트맨에게 전달된 게 오히려 롯데 입장에서는 호재가 됐죠. 박정우의 주루 플레이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마냥 탓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롯데 외야 수비가 좋았다고 생각하고요.
여름에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지난 주에도 썼지만, 현재 KIA 투타 밸런스가 별로 안 좋습니다. 5월 들어서 위닝 시리즈가 지난 NC와의 창원 3연전 스윕이 전부였을 정도로 경기력이 별로입니다. 그러고도 간신히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타선은 4월에 비해서 확 죽어 있고, 우려했던 선발은 생각보다 잘 돌아가는데, 불펜이 리그 중위권 수준으로 뚝 떨어졌죠. 어제도 언급한 투수들의 볼질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타선은 사이클을 타는 것이라서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일 경기도 타선이 안 올라오면, 창원에서 스윕한 거, 사직에서 스윕 당하면서 다 토해내게 생겼네요. 그나마 9회에 타자들이 정확한 타격과 집중력을 보여주긴 했는데, 최근 윌커슨의 공이 워낙에 좋고, 황동하가 최근 2경기 기대 이상의 피칭을 했다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선발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 쓸데 없이 곽도규, 장현식, 최지민을 낭비하지 않아서 그건 낫네요.
어제 오늘 경기에서 타선에서 잘 치는 선수가 박찬호 한 명 뿐입니다. 4월까지 팀 타선을 이끌었던 최원준, 한준수, 서건창은 페이스가 떨어진 게 역력하고요. 5월 KIA 주전 타자들의 타/출/장이 다음과 같습니다.
박찬호, 최형우, 이우성 셋만 OPS .900 이상 치면서 잘 하고 있고, 다른 타자들은 OPS .800도 못 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나성범은 지난 주부터 감을 찾은 모양새지만, 김도영은 똑딱질만 하고 있고, 최원준, 한준수, 서건창 좌타 3인방이 너무 안 좋습니다. KIA가 4월에 잘 나갈 때는 하위타선에서 열심히 쳐줬는데, 이젠 하위타선에서 경기 실마리를 도무지 못 풀어내고 있죠.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외국인 타자죠. 늘 5월에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소크라테스가 OPS .612를 치고 있습니다. 지난 주부터 수비도 완전히 망가져 있는데, 선수 자신이 뭔가 굉장히 쫓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압박감을 이겨내질 못 하고 있어요. 중남미 선수 답지 않게 활발한 모습도 없고, 계속 안 좋은 투구를 따라가기만 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를 당장 퇴출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것은 이해는 합니다. 지난 2년간 나쁘지 않은 생산력을 보여줬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선발 출장시킬 거면, 5번 타순이 아니라 7번으로 내려야죠. 그리고 왼손 투수가 나오면 어제 경기처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번 사직 3연전이 끝나고 이동하기 전에 소크라테스는 함평으로 보내는 게 맞습니다. 당장 새 외국인 타자를 구하기 어렵다면, 소크라테스를 2군으로 내려서, 만만한 2군 투수들 공을 보고 타석에서 자신감이라도 회복하고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두산 보세요. 라모스 형편없으니까 2군 내렸고, 다시 1군 복귀한 이후에는 OPS .802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3월에 OPS .596, 4월에 OPS .707, 5월 현재, OPS .985 입니다. 완전히 달라졌어요.
현재 원정 경기니까 당장에 소크라테스한테 함평 가라고 하기 어려운 건 알겠습니다. 아마 내일도 선발 출장할 것 같은데, 내보낼 거면 7번으로 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내일도 특별히 반등을 보이지 못하면, 그냥 이동일에 함평으로 보내고, 현재 2군에서 .329 / .468 / .541 아름다운 타출장에 홈런 5개 치고 있는 1루수 변우혁 올리는 게 맞고요. 중심타선은 나성범 - 최형우 - 이우성으로 구성하고, 6번 김선빈, 7번 변우혁으로 짜면, 변우혁도 하위타선에서 부담없이 방망이 휘두를 수 있고요. 또 아나요. 이렇게 한 명의 우타 거포 키워낼 수 있을 지.
지난 주 4연승으로 분위기 탄 건 좋은데, 5월 페이스가 안 좋은 건 명백하니, 팀 분위기 해친다는 이상한 소리는 그만 하고, 사직 3연전이 끝나면 변화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5/25] KIA : 두산 - 위기일 때 등장한 그 이름 '양현종' (0) | 2024.05.26 |
---|---|
[5/23] KIA : 롯데 - 예견된 스윕, 예상대로의 경기 (0) | 2024.05.23 |
[5/21] KIA : 롯데 - 자만과 자멸 (0) | 2024.05.21 |
[5/19] KIA : NC - 이우성, 김태군, 장현식 NC 출신들의 활약 (1) | 2024.05.19 |
[5/18] KIA : NC - 황동하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0) | 2024.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