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양현종(6이닝 1실점), 최지민(1이닝 무실점), 장현식(1이닝 무실점), 정해영(1이닝 무실점) 4명이서 NC 타선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선발 매치업만 보면 KIA에 유리하다고 봤는데, 1회에 이용준의 투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네요. 빠른 공도 힘이 있게 들어가고, 무엇보다도 커브 떨어지는 각도가 너무 좋더군요. 이용준이 작년에도 시즌 초반에 잘 했었는데, 오늘 투구는 그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 했습니다. 여기에 KIA 타자들이 목요일 12이닝 연장 승부에, 오늘 낮경기까지 하니 체력적으로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양팀 투수들의 호투로 좀처럼 다득점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9회 2아웃까지 이용찬의 구위에 밀리고 있었는데, 9회 2사 이후에 터진 이우성의 홈런으로 경기를 잡을 수 있었네요. 초구와 2구 모두 이용찬의 주무기인 포크볼이 아니라 슬라이더만 연거푸 던졌고, 3구째에 이우성의 카운트라서 빠른 공보다는 포크볼을 던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3구째도 또 슬라이더를 던졌고, 이게 이우성이 홈런 치기 좋은 위치에서 떨어지면서 대형 홈런으로 연결이 됐죠.
제가 NC팬이면 납득하기 어려울 볼배합이었는데, 이용찬은 올해 포심 42%, 포크 53%의 비율로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이고, 포크볼의 위력은 KBO 최고 수준이고, 오늘도 좋은 위치에서 잘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잘 던지지도 않는 슬라이더만 연거푸 3개를 던졌을까요. 선발이면 모를까 불펜투수는 여러 가지 구종이 필요 없습니다. 빠른 볼이랑, 이걸 뒷받침해줄 변화구 딱 하나만 있으면 되죠. 그런데 이용찬 선수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하지 않는 슬라이더만 연거푸 3개.. 그러니 한가운데 실투가 들어가죠.
양현종, 역대 최다 이닝 투구 2위에 오른 날
오늘 경기에서 묘하게 전직 NC 선수들 활약이 좋았습니다. 아, 나성범만 빼고요. 일단, 김태군이 오늘 포수 자리에서 투수들을 잘 리드해줬고, 5회 1사 1루에서 이용준의 2구째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서 결정적인 2루타를 쳤죠. 타이밍이 살짝 빨랐는데 방망이를 잘 던져줬습니다.
어제 경기 후기에서 최지민, 장현식, 정해영 얼굴은 안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최지민은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8회에 올라 온 장현식은 NC의 중심타자 3명(서호철, 박건우, 데이비슨)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습니다. 서호철은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데이비슨은 슬라이더만 3개 연거푸 던져서 3연속 헛스윙을 만들어내면서 승리 투수 자격을 갖추는 멋진 투구를 했습니다. 이번 주에 불펜투수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는데 그래도 어제 오늘 최지민과 장현식의 투구수가 많지 않았던 건 다행인 부분입니다.
양현종은 화요일 경기 두산 강타선을 이겨내지 못 했지만 오늘은 타격감이 떨어져 있는 NC 타선을 상대로 5회까지 투구수 70개로 막았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죠. 특히, 이창진의 판단 미스(이해는 감)로 단타가 되었어야 할 김성욱의 타구가 3루타가 되면서 1사 3루라는 위기 상황이었는데 박세혁을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내고, 김주원을 상대로 체인지업으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은 '대투수'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멋진 투구였습니다.
6회에는 손아섭에게 안타, 서호철에게 사구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이했는데 박건우를 상대로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정말 절묘하게 떨어뜨리면서 병살을 잡았죠. 이때 손아섭이 베테랑 다운 주루 플레이로 박찬호의 포구를 방해했는데, 박찬호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병살타로 연결시키는 좋은 수비를 보였습니다. 다만, 2사 3루에서 위기를 벗어나나 싶었는데 이번 3연전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데이비슨이 적시타를 치면서 아쉽게 승리 기회는 놓치게 되었네요.
힘든 5월, 다음 주가 마지막 고비
KIA가 참으로 오랜만에 위닝 시리즈와 4연승을 달렸는데, 오늘 승리로 2위권(NC, 삼성, LG, 두산, SSG)과의 승차를 3.0~4.5경기 차이로 벌렸네요. 지금 투수진에 크로우, 이의리, 임기영이 빠져 있으면서 누수가 발생한 상황이고, 외국인 타자는 10개 구단 최악의 활약을 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번 주 시작할 때만 해도 2위와 1경기 차이에 불과해서 이번 주에 순위가 뒤집히나 했는데 금요일 경기를 잡은 게 2위권과 3경기 차이로 벌린 결정적인 승리가 됐습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고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2위권과 격차를 벌렸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더 기대를 갖게 하네요. 나성범도 제 궤도에 오른 상황이니, 이의리와 임기영이 복귀하고, 크로우와 소크라테스 대체 외국인(아직 둘 다 교체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만 잘 구하면 빠른 시점에서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외국인 두 자리가 지금과 차이가 없다면, 시즌 끝까지 어려운 1위 싸움을 할 것 같네요.
일단, 다음 주에 이의리와 임기영이 건강하게 잘 복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둘만 제 컨디션으로 복귀해도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잠재적 선발 요원인 김도현, 황동하까지 있으니 투수들 체력 보완도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 것 같고요. 모쪼록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만 잘 데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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