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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KIA : 롯데 - 자만과 자멸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5. 2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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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오늘 경기 타구 운이 상대적으로 없었던데다가 롯데 수비 집중력이 좋았고, 반즈의 투구가 특히 좋았습니다. 파이어볼러가 아님에도, 커맨드가 뛰어나면 공격력 리그 1위의 타선도 8회 2사까지 1실점으로 막을 수 있는 투구가 반즈의 투구였습니다. 아, 적고나서 생각해보니 KIA는 왼손 투수 상대로는 공격력 1위가 아니라 공격력 4위 정도네요.

 

아무튼 박찬호가 쥐어 짠(+나승엽의 경험 미숙) 득점 하나만으로는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7회에 올라 온 곽도규가 볼질을 하면서,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죠. 7회에 KIA는 안타 딱 1개 맞았습니다. 그런데 4실점을 했습니다. 뭣 땜시? 볼질 땜시. 

 

 

자만의 야구

 

오늘 경기 반즈의 제구력이 매우 훌륭하긴 했지만, KIA 쪽에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죠. 4회 무사 1루에서 이우성의 병살타는 뭐 중심타자인데다가 일요일 경기 홈런도 쳤고, 다음 타자가 좌상바이자 안타 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소크라테스이니까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그런데 5회 이창진의 안타로 만든 무사 1루 찬스에서는 김태군에게 강공을 지시할 게 아니라 번트를 지시해야죠. 김태군은 애매하게 뛰어난 컨택, 느린 발, 우타자, 부족한 파워, 당겨치기만 가능. 이 조건들이 합쳐져서 병살타를 치는 데 최적화 된 타자입니다. 강한 타구를 치면 3루 땅볼이고, 빗맞으면 유격수 땅볼이죠. 그리고 오늘 반즈의 2구째 체인지업을 잘 노려서 친 건 좋았는데 발사각이 낮다보니, 잘 맞아도 3루 정면이 되었고, 그게 병살이 되면서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아마, 다음 타자가 최근 감이 좋지 못한 최원준이고, 좌타자라서 강공을 갔던 것 같은데, 설령 최원준이 기회를 못 살렸다고 해도, 오늘 KIA 타선에서 가장 감이 좋았고, 반즈 상대로 타율이 .500에 육박하는 반즈 킬러 박찬호가 1번 타순에 있는데, 번트를 댔어야죠. 반즈는 아마 박찬호 상대로 어렵게 승부를 했을 거고, 볼넷으로 1루를 채웠으면 2번 김선빈에게 찬스가 갔을 겁니다. 김선빈은 오늘 안타를 하나 쳤고요.

 

그리고 설령 찬스를 살리지 못 했더라도, 반즈를 조금이라도 빨리 마운드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구 안타 친 이창진, 2구째 병살 친 김태군, 4구째 땅볼 친 최원준 덕에 반즈는 공을 10개도 안 던지고 5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죠. 

 

이범호 감독은 4연승을 달리고 있고, 2위와도 3경기 차이로 벌렸으니 타자들의 적극적인 승부를 주문했던 것 같은데, 결과가 매우 좋지 못 했습니다. 물론, 타자들이 직접 경기를 풀어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죠. 하지만, 우리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팀 에이스가 등판했고, 상대팀도 에이스가 등판했는데 강공을 선택한 것은 '자만심' 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자멸의 야구

 

상대적으로 롯데 타자들은 오늘 네일을 잘 괴롭히더군요. 네일이 아무래도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못 하고(그래서 전 크로우가 정상적인 구위라면, 네일보다 최종 성적은 나았을 거라고 봤습니다.) 오늘은 스위퍼가 날리는 공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5회 마친 시점에서 투구 수가 90개를 향해 가고 있었죠. 다행히 6회까지는 잘 막았는데, 7회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장현식이 올라와서 첫 타자 노진혁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가 너무 일찍 떨어지는 바람에 사구로 내보냈지만, 유강남과 최항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 위기를 벗어나는 모양새였죠. 그런데 최항을 삼진으로 잡은 이후(최항은 어째서 파울이라고 생각했을까 미스테리한 모습도 보여주며) 곽도규로 교체합니다. 

 

곽도규는 이제 사실상 풀타임 첫 해입니다. 그리고 정재훈 코치가 곽도규한테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죠. 1:0 상황,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상황은 이제 풀타임 1년차이고 마운드의 시인인 곽도규에게는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자만'이네요. 곽도규가 어떻게든 막아줄 거라는 '자만'. 그러나 곽도규가 언제까지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랄 건 아니니, 선수 본인이 극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조금이라도 편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의무가 있는데, 오늘 등판은 그러질 못 했죠.

 

곽도규는 좋은 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타 김민성을 상대로 3볼 이후에 스트라이크 3개 넣은 이후, 결정구 체인지업이 너무 많이 빠지는 바람에 볼넷을 허용했습니다. 이때도 유인구를 던질 게 아니라 곽도규의 가장 큰 무기인 '투심'을 썼어야죠. 김태군의 리드를 보면, 항상 풀카운트에서 유인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KIA 불펜들 구위를 너무 낮게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현식은 포심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서, 결정구로 포심이 아니라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쓰는 건 동의합니다. 저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TV를 보면서도 '제발 슬라이더! 슬라이더 던져!'라고 외칠 정도이니까요. 기록으로도 장현식의 포심 피OPS는 .859로 높은 편이고, 슬라이더는 .594로 매우 낮습니다. 장현식 포심의 문제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포심 피안타율이 .263에 불과한데, 피장타율이 .491로 높습니다. 그래서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쓰는 게 맞고, 슬라이더로 삼진 2개 잡았죠. 오늘도.

 

곽도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비록 윤동희에게 투심 넣다가 2타점 적시타 허용하긴 했는데, 그 타구도 잘 맞은 타구가 아니었어요. 타구 방향이 좋았을 뿐이었죠. 기록으로 봐도 곽도규의 투심 피안타율은 .227에 불과합니다. 제가 KIA 투수코치면 곽도규가 마운드에 있을 때 이렇게 말하겠어요. "너, 팔 각도도 까다롭고 투심이 145km/h까지 나오고 움직임도 날카롭다. 너 투심 몰려도 범타가 될 확률이 70%가 넘어. 그런데 왜 그렇게 보더라인 피칭에 집착하니. 가운데 몰려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데" 라고요.

 

최지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곽도규보다 최지민이 더 문제입니다. 최지민은 좌완으로 빠른 공을 150km/h까지 던질 줄 압니다. 두산 이병헌 다음으로 현재 KBO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불펜투수입니다. 그런 최지민의 올 시즌 포심의 피안타율은 .160에 불과합니다. 반면, 최지민이 결정구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무려 .444에 달합니다. 사실, 최지민의 체인지업은 움직임도 좋고 떨어지는 위치도 좋아요. 그런데 결정적인 상황마다 포심이 아니라 체인지업을 던지니 상대 타자들이 그걸 읽고 대응하죠.

 

오늘 2실점 짜리 폭투도 2스트라이크 2볼이라는 유리한 상황에서 체인지업을 더 낮게 떨어뜨리려다가 나온 폭투입니다. 그리고 2실점 이후에도 포심을 던진 게 아니라 고승민 상대로 슬라이더 던지다가 볼넷 내줬고요. 다음 타자 레이예스를 상대할 때를 보세요. 똑같이 2스트라이크 2볼에서 포심 가운데에 넣어서 루킹 삼진 잡고 이닝 끝냈습니다. 왜냐? 레이예스는 유인구가 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좌완이 150km/h에 육박하는 포심을 넣는 데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죠. 

 

1위를 달리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KIA 배터리와 KIA 벤치는 불펜투수들이 피치에 몰릴 때마다 포심 승부가 아니라 변화구 승부를 강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니 곽도규, 최지민, 장현식의 볼넷이 많죠. 지금 불펜에서 9이닝당 볼넷이 4개 이하인 선수는 정해영(2.86개), 전상현(3.0개) 둘 밖에 없습니다. 장현식은 9이닝당 5.11개의 볼넷, 곽도규는 9이닝당 7.78개의 볼넷, 최지민은 9이닝당 8.06개의 볼넷을 내주고 있습니다. 장현식은 원래 볼넷이 많은 타입이고, 최지민은 작년 대비 볼넷이 너무 늘었죠. 왜냐? 아직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라이크 던지면 맞을까봐서죠. 둘 다 포심과 투심 피안타율이 2할 5푼도 안 되는데 말이죠.

 

지난 주 목요일 두산과 연장전을 펼칠 때, 소크라테스를 상대하는 이병헌은 변화구는 단 하나도 안 던지고 150km/h 포심만 주구장창 때려 넣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좌완이 던지는 슬라이더에 거의 대응이 안 되는데 말이죠. 왜냐? 투수의 가장 큰 무기는 변화구가 아니라 '빠른 공'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후반 불펜투수들 볼배합만 보면 미칠 것 같습니다. 쳐맞아도 뭐라고 안 할테니 제발 결정구는 '빠른 볼'로 던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느낌상 풀카운트에서는 70%의 확률로 유인구를 던지는 느낌입니다. 

 

제발 빠른 공을 던지세요. 제발... 최지민, 곽도규, 장현식 모두 빠른 공이 위력적인데 왜 자꾸 변화구를 던지나요. 아, 장현식은 변화구 던지세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반즈 킬러의 모습 제대로 보여주다. 다만, 루상에서 한 번 더 인내심을 발휘했어야...
  • 김선빈 - 경기 후반엔 대수비 제발.
  • 김도영 - 첫 두 타석 타구는 무진장 잘 맞았는데...
  • 나성범 - 안타 하나로 체면치레
  • 이우성 - 삼진 병살 삼진 일요일 경기의 활약은 깨끗이 지우다.
  • 소크라테스 - 아직도 집에 안 갔어?
  • 이창진 - 박찬호 다음으로 타선에서 제 몫을 다 했지만, 수비가 왜 그 모양이니
  • 김태군 - 이범호 감독은 김태군의 타격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있다.
  • 최원준 - 이제는 3할 타율도 무너지기 직전
  • 김민재 - 1군 무대 구경 잘 했으니, 다시 2군으로 가서 구위를 더 끌어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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