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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KIA : 두산 - 위기일 때 등장한 그 이름 '양현종'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5. 2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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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 두 명이서 오늘 경기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양현종이 7이닝 동안 7피안타 0자책(당연히 자책이라고 봤는데 김태군이 포일해준게 양현종에게 도움이 됐...) 무사사구의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웠고, KIA 타선은 그 전까지 전혀 공략을 못 하던 브랜든을 상대로 6실점을 안겨 주면서 경기를 잡았습니다. 다만, 그 이후, 숱한 찬스에서 추가 점을 못 뽑으면서 9회에 긴장하며 야구를 봤네요.

 

 

쫄보 불펜 투수들

 

경기 잡은 데에는 두산 이승엽 감독이 일찌감치 주전을 다 빼준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6회초 두산 공격이 끝나고 양의지, 양석환, 강승호, 정수빈 4명을 모두 제외했고, 7회에도 오늘은 부진했지만 어제 4안타를 친 전민재를 김재호로 교체했죠. 주전 5명을 모조리 제외해줬는데 아마 2일 연속 2시 경기이고, 두산 타자들이 30대가 많아서 일찍 빼준 것 같습니다. 

 

만약, 정수빈, 전민재, 강승호, 양의지, 양석환이 모두 있었더라면 오늘 경기 막판 어떻게 됐을 지 짐작이 어렵네요. 팀이 4연패 중이었고, 오늘 경기 지면 1위에서 내려오는 상황이라는 점을 불펜투수들이 이겨내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지난 주 목요일 경기에서 두산 상대로 7회 3점 리드를 못 지켜내기도 했고요. 

 

승리계투조라고 하는 최지민이 올라와서 5점 차이에도 안타 맞고 볼넷 내주고, 조수행 상대로도 3볼 1스트라이크를 허용하며 밀어내기 직전이었는데, 조수행이 3-1에서 친 타구가 운 좋게 1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한 숨 돌릴 수 있었죠.

 

비록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정해영도 별로였습니다. 시즌 포심 평균 구속 146.1km/h 였는데, 어제 145.1km/h, 오늘 144.0km/h(그런데 오늘 직구 딱 하나 던짐 ㅋㅋ)를 던지면서 구위도 별로였고, OPS .379를 치고 있는 김대한을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존에 꽂지 못 하고 동점 만루 홈런 맞을까봐 변화구 남발하다가 3볼 1스트라이크에 몰렸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어제 양의지가 홈런 친 코스랑 똑같이 슬라이더 던졌는데, 매우 평범한 유격수 플라이가 됐습니다. 그 자리에 김대한이 아니라 정수빈이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네요.

 

이순철 위원이 지금 어디 아픈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윙이 안 되고 있다고 김대한의 몸 상태를 지적했음에도 자신 있게 승부를 못 들어가는 모습에서, 불펜 투수들이 얼마나 쫄보들인지 알 수가 있더라고요. 물론, 이해는 됩니다. 정해영은 몰라도 곽도규나 최지민은 둘 다 아직 경험이 일천하고,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겨내리란 쉽지 않죠. 이런 압박감을 이겨내려면 시간이 답이고 경험이 쌓여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펜에 베테랑 한 명이 있었으면 하는데, 지금 불펜투수들의 부진이 빠른 시기에 해결이 안 되면, KIA에서는 불펜 강화를 위한 트레이드를 시도해볼 것 같습니다. 대상은 구위가 좋은 베테랑 투수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 팀은 또 미래를 파는 선택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현종에 의한 승리

 

쫄보들만 가득한 불펜투수들과 달리 오늘 양현종은 '베테랑의 가치'를 보여줬죠. 특히 인상적인 승부가 어제 경기 김재환 상대로 잡아 낸 3구 삼진이었습니다. 2사 2루 상황에서 초구 슬라이더로 카운트 잡고, 바깥쪽 빠른 포심으로 헛스윙 유도하여 2스트라이크 잡은 이후에, 3구째에 바로 그 코스에서 공 하나 더 집어 넣어서 루킹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이게 베테랑의 투구죠. 주자가 득점권에 있고,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이가 김재환은 당연히 유인구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존 안에 넣어서 승부를 끝내는 모습에서 양현종이 어째서 '대투수'로 불리는 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어제 장현식이 홈런 맞은 코스였는데, 아주 대담한 투구였죠. 

 

양현종이 더욱 대단한 건, 마운드에서 보여 준 '투지'죠. 6회 투구 도중에 다리에 불편함을 호소해서, 마운드에서 내려오나 싶었는데 본인이 그걸 이겨내고 6회를 3자 범퇴로 마치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서 비록 실점을 했지만, 7이닝을 소화해주며 불펜 부담을 최소화 해줬습니다. 만약, 양현종이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면? 이번 달에 계속 흔들리고 있는 불펜투수들이 두산 타선을 막아줬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경기 잡은 건 오로지 양현종에 의한 승리였습니다.

 

현재 양현종이 리그 최상위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페이스를 너무 일찍 끌어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양현종이 커리어 내내 전반기에 좋으면 여름에 난타 당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나이도 많은 선수라서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이의리나 윤영철 같은 젊은 투수들이 양현종의 부담을 덜어내줘야 할텐데, 이 두 명의 젊은 좌완이 커리어 끝날 때까지 양현종의 모습 반 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크로우 교체가 너무 늦어지고 있는데, 빨리 움직여야죠. 소크라테스도 미련 갖지 말고, 대체 외국인 타자를 리스트업 해야 합니다. 모처럼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찬스인데, 트레이드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는 리스트업하고, 좋은 선수가 나오면 다른 구단에 뺏기기 전에 빨리 빨리 움직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두 번째 타석, 2타점 짜리 안타 날라간 게 아쉬움. 그래도 수비는 너무나도 완벽
  • 이창진 - 브랜든 공략의 선봉장 역할 제대로 해 줌
  • 김도영 - 3번의 출루와 완벽한 수비. 
  • 나성범 - 파괴력이 없는 모습
  • 이우성 - 큰 부상 아니길...
  • 최원준 - 그냥 2군 보내야 할 정도로 심각함.
  • 소크라테스 - 희생타 하나 쳐준 게 어디냐
  • 김선빈 - 우익수는 그냥 앞에서 수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 변우혁 - 브랜든 상대로 연속 3개 삼진 먹더니, 기어코 공략해냄. 소크라테스 대신 씁시다. 제발.
  • 김태군 - 오늘의 타자 MVP, 양현종의 자책점을 지우는(?) 수비까지!
  • 전상현 - 깔끔하게 막았다만... 두산 주전 타자들도 잡을 수 있을까?
  • 김대유 - 2군에서 막 올라온 타자들도 못 잡아 내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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