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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KIA : NC - 김도영 힛 포 더 사이클, 양현종 완투승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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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양현종이 막고, 김도영이 쳤습니다. 끝.

 

오늘 경기는 그야말로 '완벽'한 경기네요. 1회부터 운이 크게 작용했는데, 경기 시작하자마자 박민우가 안타 치고 나갔고, 1사 2루 상황이 됐는데 최근 감이 좋은 박건우의 굉장히 잘 맞은 타구가 양현종의 글러브에 그야말로 독침 수거 하듯이 빨려 들어가서 쉽게 이닝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1회말에는 KIA 쪽에 운이 작용했죠. 소크테스가 친 타구는 배트가 부러지면서 2루 쪽으로 힘 없이 굴러 갔는데 코스가 묘하게 가는 바람에 박민우가 어렵게 잡아 송구했고, 송구가 치우면서 내야안타 출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는데 느린 화면으로 보면 박민우의 태그가 계속 닿아 있는 와중에 소크라테스의 손이 베이스에서 살짝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죠. 비디오 판독 갔으면 아웃이었는데 정말 운이 따랐습니다.

 

이창진이 볼넷을 골라 나간 이후, 김도영이 친 타구도 비교적 강한 땅볼이었지만 역시 3-유간으로 코스가 절묘하게 흐르며 내야안타가 됐습니다. 깊숙한 타구라 NC 유격수 김휘집이 3루에 송구했는데 역시 송구가 치우면서 모든 주자가 살았죠. 박민우나 김휘집의 송구가 정확하게 갔더라면 세이프되기 쉽진 않았을 겁니다.

 

양현종은 그 이후 이닝에서는 6회 서호철에게 맞은 홈런 빼고는 위기 상황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KIA 타선은 카스타노를 상대로 2이닝 연속 선두타자가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죠.

 

 

너 왜 3루까지 안 뛰었니?

 

특히, 3회 김도영이 친 우중간 2루타는 우중간으로 떨어지는 순간, 전 3루까지 갈 거라고 봤어요. 심지어 NC 외야수가 한 번에 포구를 하지 못 해서, 처음부터 3루를 노리고 뛰었으면 슬라이딩 안 했어도 세이프가 되었을 상황이었는데, 김도영은 '무리하지 말라'는 코치진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하느라 2루에 머물렀습니다. 좀 아쉬웠죠. 김도영 걸음 생각하면 충분히 3루타였는데... 그런데 이게 큰 그림의 밑그림이 되었을 줄이야..ㅋㅋ

 

선두타자가 잘 나갔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았던 KIA 타선은 5회부터 열일 하기 시작했죠. 1사 이후 김도영이 이번엔 좌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는데 전 좌중간 타구라 당연히 2루타라고 봤어요. 하지만 앞 타석과 달리 이번 타석은 1사 이후이고, 좀처럼 추가점이 나오지 않은 상황 때문인지 김도영은 과감하게 3루까지 달렸고, NC 수비진이 타구를 처리하는 데 딱히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3루까지 여유있게 들어갔습니다. 김도영의 초월적인 주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죠.

 

김도영의 3루타 이후, 최형우의 볼넷, 나성범의 적시타. 김선빈이 친 타구는 잘 맞았지만, 1루수 라인드라이브에 걸렸고, NC에서 왼손 카스타노를 내리고 사이드암 류진욱을 올리자 변우혁 대신 최원준을 대타로 내세웠고, 최원준은 믿음에 보답하며 0볼 2스트라이크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하이 패스트볼을 부드럽게 받아 쳐서 추가점을 뽑아줬습니다. 이어 느림의 미학, 막 스윙의 미학, 컨택의 신 김태군이 내야 가운데를 가르는 강한 땅볼 타구로 추가점을 뽑아내며 경기의 승부는 사실상 결정이 났죠.

 

내가 3루까지 뛰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5회에 승부가 사실상 결정이 났기 때문에, 이제 KIA 팬들의 남은 관전 포인트는 '김도영의 힛 포 더 사이클' 달성 여부였습니다. 심지어 단타, 2루타, 3루타를 차분히 밟았기에 홈런 하나만 치면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가 되는 상황이었죠. 6회말 공격, 소크라테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김도영이 1사 이후에 타석에 들어섰는데, NC 배터리는 정면 승부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포수가 바깥쪽에 빠져 있기도 했고 계속 바깥쪽 슬라이더로 공략을 했죠.

 

2-2 상황에서 NC 포수는 또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는데, 배재환이 던진 5구째 슬라이더가 거짓말처럼 실투가 되었습니다. 이 공을 김도영이 놓칠 리가 있을까요. 몸쪽 높게 들어 오는 행잉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포로 힛 포 더 사이클을 완성합니다. 이 선수가 왜 역대급 재능인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김도영은 아직 20살 어린 선수입니다. 고졸 3년차에요. 본인도 홈런을 의식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조금만 스윙이 흔들려도 범타가 나오는 게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인데 이 어린 선수가 압박감을 이겨내고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스윙으로 아주 멋진 타구를 날립니다. 이종범의 재림인데, 아직 대학교 3학년인 이종범이 지금 눈 앞에 있네요. KIA에서 제2의 이종범. 아니 이제 제1의 김도영이 나타났다는 것은 참 큰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에이스다! KIA편.

 

김도영이 준 감동의 마침표는 양현종이 찍었죠. 특히 8회 2사 이후 자기를 상대로 홈런을 친 서호철을 상대로 포심만 4개 던져서 유인구 하나 없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은, 이 선수가 왜 '대투수'인지. 이 선수가 왜 KBO의 전설급 투수가 됐는지, 이 선수가 왜 '타이거즈 영구결번 현역 1순위'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너가 감히 내 포심을 홈런으로 쳐?"

 

유인구 하나 없이 피하는 거 하나 없이 정면 승부로 서호철을 삼진 잡는 장면을 보면, 어린 후배들이 정말 많이 배워야 해요. 에이스라면, 프로 선수라면 이 정도의 승부욕은 있어야죠. 지난 번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 투수를 목전에 앞두고 아웃 카운트 하나 남겨두고. 심지어 왼손타자 김영웅을 앞에 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와 대놓고 삐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부 팬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는데, 전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발투수라면 '책임감'과 '승부욕'을 가지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승부욕이 지금의 양현종을 만들었죠.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선 고참 선수인데, 아직도 이런 열정과 승부욕이 있다는 것에 양현종의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 김도영의 재능에 놀랐다면, 양현종의 정신력과 마운드에서 투지는 감동을 주네요. 이제 더 이상의 예전의 강속구도 아니고, 체인지업의 로케이션으로 상대 타자를 잡아내고 있지만, '난 아직 파워피처다'라는 걸 보여주는 양현종의 투구에서 많은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오늘 완투승도 하고 그러는 거죠.

 

투수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안타를 맞을 수 있고 홈런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자가 무서워서 볼넷으로 내보내려고 한다면, 그건 투수의 마음가짐이 아니죠. 오늘 배재환의 투구를 보면 김도영을 상대할 때 존에 넣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죠. 유인구를 던지려다가 가운데에 실투가 들어간 게 그 결과입니다. 볼넷을 내주는 걸 이해할 때는, 적극적인 승부로 존에 던졌는데 존에서 아슬아슬하게 빗겨 갔거나 타자가 예측 스윙으로 참은 경우입니다. 타자를 겁내한다면 당연히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죠.

 

 

아무튼 2024년 벌써 KIA는 많은 경기를 했고, 시즌 후반부에 들어서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7월 23일 치러진 NC와의 오늘 경기가 '올 시즌 최고의 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도영이는 우승 3번만 시켜주고 메이저리그 가라!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이순철 해설은 참 좋아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왼손투수 공을 잘 못 친답니다.
  • 이창진 - 첫 타석의 모습은 정말 올 시즌의 '이창진'스러웠다.
  • 최형우 - 오늘도 어김없이 타점 먹방 와구와구, 심지어 2년 만에 도루까지.
  • 한준수 - 2017년 타선에 포수는 쉬어가는 타순이었지만, 올해는 아니다.
  • 나성범 - 중요할 때마다 2타점 올렸는데 오늘은 진짜 완벽하게 유령됨
  • 김선빈 - 타구질은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가 안 좋네
  • 변우혁 - 첫 타석 타이밍은 좋았음. 두 번째 타석 볼넷도 좋았음. 아직은 생존할 만함.
  • 최원준 - 적시타도 치고, 다리 자랑하며 내야안타도 치고
  • 김태군 - 아직도 4년 25억원이 비싸보여?
  • 박찬호 - 오늘은 진짜 '수비 요정' 그 자체. 양현종의 완투를 완벽히 서포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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