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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KIA : 한화 - 클래스가 다른 타자 최형우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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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시작한 경기도 앞서 나가다.

 

오늘 경기 이범호 감독은 여름철 주말 애매한 낮경기라는 점 때문인지 그동안 수비 이닝이 많았던 김도영과 박찬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상대 투수는 외국인 원투펀치 중 한 명. KIA는 4선발(5선발?) 황동하였죠. 이범호 감독은 이기고 있을 때에 김도영과 박찬호를 투입한다고 했고, 3루수에는 변우혁, 유격수에는 홍종표를 내세웠죠.

 

그런데 오늘 경기 초반부터 5득점을 하며 앞서 나갔죠. 3루로 출장한 변우혁(와이스의 슬라이더 각도가 너무 좋아서 우타자는 어차피 공략이 어려웠을 거라고 봤습니다.)이 계속 흐름을 깨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서건창, 최원준, 한준수 등 왼손타자들이 활약한 덕분이었습니다.

 

 

2회에 한준수가 선두타자로 나와 홈런성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서건창이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공략해 1타점 2루타, 그리고 최원준이 2볼 노스트라이크에서 역시 몸 쪽으로 들어 오는 와이스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2점 홈런을 치면서 앞서 나갔습니다.

 

이 부분은 한화에서 볼배합에 대해 아쉬움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와이스의 포심에 타자들이 좀처럼 따라가지 못 하고 있었고(한준수만이 자신이 잘 치는 몸쪽 낮은 코스의 빠른 공을 받아쳤을 뿐) 왼손타자 상대로 슬라이더는 아무래도 쓰기가 꺼려지는데, 서건창과 최원준을 상대로 슬라이더 연거푸 던졌다가 연거푸 장타를 맞았죠. 와이스의 슬라이더 위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왼손타자 상대로는 아무래도 체인지업 같은 역회전성 변화구가 맞습니다. 그게 아니면 소크라테스와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은 커브볼이 나았고요.

 

4회에는 한화 수비에서 미스로 추가 2실점을 냈습니다. 한준수가 또 포심 공략해서 안타로 나갔고, 변우혁의 타구는 병살타성이었는데, 2루수가 포구하지 못 하면서 올 세이프. 최원준이 이때 2볼 이후에 체인지업에 연거푸 헛스윙(체인지업 안 좋다더만, 오늘 보니 좋던대요?)했지만 5구째 포심 겨우 받아쳐서 외야수 뜬공이 나왔는데 거리가 짧고 3루 주자가 느린 한준수라서 위험했죠. 수비가 약한 페라자라서 홈승부를 한 것 같고(송구가 정확했다면 홈에서 낭낭히 아웃되었을 듯) 홈송구가 한준수의 다리에 맞으면서 뒤로 빠져 2루 주자 변우혁까지 홈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추격을 허용한 변우혁의 아쉬운 수비와 곽도규의 실투 하나

 

힘 빼고 시작한 경기임에도 5점을 선취했고, 마운드에서 황동하는 큰 위기 없이 한화 타선을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잘 막고 있었죠. 4회에도 선두타자 페라자(페라자가 좀 많이 심각하더군요;)를 3구 삼진 잡은 이후에 김태연 상대로 2스트라이크 잘 잡고 던진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달아난 게 아니라 높게 제구가 되면서 장타를 허용합니다. 그리고 노시환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조금 높게 들어가면서(다만, 이건 타자가 상대적으로 잘 쳤습니다.) 무사 2, 3루 위기(주자의 재치로 2루 진루)를 허용했죠. 이 때 나성범 송구도 문제였죠. 5점 차이인데 어째서 홈 송구를 했을까요. 1루 주자의 2루 진루를 막는 수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나성범의 수비를 다 쌈싸먹는 황당한 수비가 나오니, 3루수 변우혁의 수비였죠. 5점 차이라서 KIA에선 아웃 카운트와 득점을 맞바꾸는 정상수비 포메이션을 가져갔는데, 안치홍의 땅볼 때 변우혁이 1루가 아니라 홈에 송구하면서 주자가 모두 살아 버렸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홈에서 세이프가 됐고, 김태연이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타구가 비교적 느렸고, 전진수비가 아니었으며, 5점 차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1루에 송구해서 아웃 카운트와 점수를 맞바꾸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성범의 생각 없는 송구도 나비효과를 일으켰죠. 노시환의 안타 때 홈 송구가 아니라 2루 진루를 막았더라면, 변우혁은 홈에 안 던지고, 2루에 던져서 병살타를 노렸을 겁니다. 그러면 점수 한 점 주고 주자가 모두 사라지는 상황이 되었을 거에요. 그러면, 황동하가 더 실점할 일도 없이 5회까지 던지고 내려왔을 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나성범과 변우혁의 '점수 차이를 생각하지 않는 수비' 때문에 더 안 좋은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봐야죠.

 

물론, 황동하도 잘한 건 없습니다. 김태연과 노시환에게 연속 안타 맞은 건 그럴 수 있어요. 채은성에게 맞은 2타점 안타도 잘 맞은 타구가 아니라 투수 마운드를 스치는 코스 안타였고요. 그러면 자기 공을 믿고 존 안에 적극적으로 던졌어야 했는데, 최재훈과 대타 김인환에게 연속 볼넷을 준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죠(+ 뜬공 나오면 무조건 손 드는 버릇도... 김태연 타구에 손 드는 거 보고 버릇이다 싶은 ㅋㅋ)

 

다만, 4회에 너무 많은 공을 던져서 지쳤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도는 데 꾸준하기란 어렵죠. 오늘 평소보다 구속도 너무 안 나오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1회부터 3회까지도 포심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하기보단,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커맨드에 많이 신경을 쓰더라고요. 그러다보니 4회에 악력이 빨리 떨어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황동하 다음에 올라 온 김대유가 황영묵을 막고 내려갔고(다만,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여서, 김인환 같은 힘 있는 선수에게 걸렸으면 만루 홈런이었을 겁니다.) 5회에는 임기영이 한화 2-3-4번을 깔끔하게 막고 6회에 또 올라왔죠. 그런데 6회에 선두타자 장진혁에게 볼넷을 준 게 너무 안 좋았습니다. 장진혁이 엄청나게 강타자도 아닌데, 2-2에서 어째서 투심으로 승부하지 않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유인구만 던졌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채은성과의 환장할 피칭 클락 대결(채은성 피칭 클락 4번 위반, 임기영 2번 위반 ㅋㅋ) 끝에 또 볼넷. 

 

한화에서 좌타자가 나오니 KIA에서는 좌타 저승사자 곽도규를 등판시킵니다. 한화에서는 당연히 번트라고 봤는데, 이때 이도윤이 과감하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시도하며 안타를 치고 나갔죠. 이어 최재훈은 번트를 댔고, 1사 2, 3루 상황에서 이전 타석에 대타로 들어와 볼넷을 골라나간 김인환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2구째 슬라이더(네이버에는 커터로 찍혔는데 아무리 봐도 슬라이더입니다.)가 딱 치기 좋은 위치로 들어가면서 홈런이 됐습니다.

 

전, 투수라면 실투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홈런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홈런 맞고 다음 타자 황영묵을 볼넷으로 내보낸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곽도규도 이번 시즌이 풀타임 첫 시즌이다보니 최지민이 다음 주에 올라오면 바톤 터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곽도규의 투심 평균 구속이 시즌 초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떨어졌어요. 포스트시즌 맞대결이 좌타자가 많은 LG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기 때문에 좌타자에 강점이 있는 곽도규를 살리기 위해서는 2군에 내려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시켜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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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규의 투심 평균 구속>

  • 시즌 - 142.4km/h
  • 5월 - 140.6 ~ 144.6km/h
  • 6월 - 138.2 ~ 142.5km/h
  • 7월 - 139.1 ~ 142.1km/h

 

패배가 확실해 보였던 경기를 뒤집은 최형우의 한 방

 

2점 차이로 뒤지고 있지만, 전 추가 실점만 안 하면 KIA 타선이 강하기 때문에 뒤집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리그 최강의 마무리 주현상이 등판하기 전에 뒤집지 못 하면 이기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KIA에서 보낸 한승혁과 이민우를 상대로 KIA 타선은 아무 것도 하지 못 했죠. 최형우와 김선빈이 한승혁에게 삼진을 당할 정도로 한승혁 변화구가 좋아졌더라고요.(다만, 포심 제구력은 여전했...) 8회에도 이민우 상대로 우플, 유땅, 1땅으로 아무 것도 못 했습니다. 이대로 지나 싶었죠.

 

이 와중에 KIA 승리계투조라고 할 수 없는 이형범, 김사윤, 김승현이 한화 타선을 의외로 잘 막았죠. 솔직히, 김사윤은 주사위 2가 떴는데 운이 좀 따랐고 이형범은 최근엔 슬라이더 위주로 피칭 디자인을 바꾸면서 2차 드래프트에서 돈 주고 데리고 온 값을 해주고 있네요. 김승현도 2사 2루 상황에서 김태연을 사실상 거르고 상대한 노시환에게 3구 삼진을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정해영이 올라오면 김승현이 2군으로 갈 것 같은데 의외로 아직까지는 잘 해주고 있네요. 

 

그렇게 맞이한 9회 마지막 공격. KIA에서는 그동안 아껴 둔(?) 김도영을 대타로 기용합니다. 심지어 오늘 서건창은 전 타석 출루라는 좋은 활약을 하고 있음에도 서건창을 빼고 김도영을 기용했죠. 그리고 김도영은 침착하게 주현상의 까다로운 보더라인 피칭을 골라내더니 풀카운트에서 몸쪽에 잘 붙은 주현상의 회전수 좋은 포심을 공략해 3-유간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리며 출루에 성공합니다.

 

이어 인간 ABS 최원준(하지만 와이스의 커브 2개는. 러다이트 운동 마렵던...)이 주현상의 까다로운 투구를 모조리 골라내며 볼넷으로 나갔고, 그렇게 KIA는 무사 1, 2루 찬스를 잡습니다. 그러나 금/토요일 경기에서 한화 마운드를 맹폭한 소크라테스는 주현상의 초구 체인지업에 평범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고(포심을 예상한 듯),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죠.

 

주현상은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기 위해 포심,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고, 최형우가 침착하게 골르며 3-1 상황. 한화 배터리에서는 한 방 맞을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는 지 3-1 카운트에서 포심이 아니라 체인지업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체인지업이 존에서 떨어졌다면 나쁜 볼배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문제는 주현상이 던진 체인지업이 '존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존으로'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최형우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았고, 우측 담장을 후~울쩍 넘기는 역전 쓰리런이 되어 버렸습니다. 

 

 

 

최형우는 참 대단한 타자입니다. 84년생. 1월생이라 사실상 83년생. 40살이 넘은 나이임에도, 지금 OPS .913에 WRC+ 136.6을 찍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WRC+는 떨어졌는데(타고투저 때문인듯) OPS는 작년보다 좋아요. 그 이유는 작년에 .487이었던 장타율이 .535로 높아졌기 때문이고요. 

 

2021년 OPS .729, 2022년 OPS .787을 기록할 때만 해도 이제 최형우가 은퇴할 때가 됐구나 싶었습니다. 이때도 38세, 39세 시즌이니까 못 하는 게 이상한 나이는 아니에요. 이 나이까지 뛰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수두룩하고요. 그런데 나이 40세였던 작년에 다시 전성기 기량을 어느 정도 회복하더니, 그 기량을 올해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20홈런 이상을 치기 직전이기도 하고요.

 

ABS의 도입과 쉬프트 금지가 최형우에게 도움이 되고 있나 싶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지금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왼손 타자들(추신수, 김현수, 김재환, 손아섭 등)은 다 잘해야죠. 그런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최형우만 규격 외에요. 이게 바로 클래스이고, 바로 타격 기술에 통달한 선수인가 싶습니다. 최형우가 언제까지 잘 할 지 모르겠는데, 4번 타순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으니 KIA도 젊은 타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죠. 반대로 생각하면, 최형우가 은퇴하면 이 자리는 누가 채워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변우혁, 김석환 같은 젊은 거포들이 1군에서 빨리 두각을 나타내면 좋겠어요. 

 

아무튼, KIA 이범호 감독이 사실상 쉬어 가는 경기로 오늘 경기 시작을 했는데 그럼에도 강력한 구위의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5득점을 뽑아냈고, 역전을 허용했어도 불펜 2진급으로 추가 실점을 막고 9회에 승부를 걸어 주간 스윕과 6연승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2, 3위인 LG와 삼성도 최근 연승을 타면서 경기 차이를 더 벌리지 못 한 건 아쉽지만. 다른 팀 경기는 신경쓰지 않고 KIA만 잘 하면 됩니다. 

 

그리고 LG가 새 외국인 투수를. 삼성이 새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면 반등의 기회로 삼았듯이, KIA도 아직 외국인 투수 교체라는 카드가 남아 있죠. 2009년 로페즈, 2017년 헥터, 2020년 브룩스 같은 투수만 영입할 수 있다면 어느 팀이 올라와도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선수 단평

 

  • 서건창 - 2개의 볼넷, 1개의 2루타를 치면서 1번 타자의 역할 200% 달성
  • 최원준 - 소크라테스와 함께 리그 최강의 테이블세터진 구축
  • 소크라테스 - 1번 체질인가? 3번으로 갔더니 부진
  • 나성범 - 여전히 몸쪽 하이패스트볼은 극복을 못 하고 있음
  • 김선빈 - 주말 3연전 내내 안 좋았는데 마지막 타석 안타로 체면 치레
  • 한준수 - 3안타 활약은 좋았으나, 블로킹은 아쉬웠다. 부상은 아니지?
  • 변우혁 - 어리버리 수비, 찬스에서는 범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 박찬호 - 체력적으로 너무 지친 게 보임. 조금 더 휴식을 줍시다.
  • 홍종표 - 수비에서 사고 치지 않고 잘 해 줬으며 안타에 번트까지 훌륭한 모습
  • 임기영 - 작년만큼만 해주면 조상우 트레이드는 생각도 안 날텐데...
  • 전상현 - 김원중, 구승민에게 배운 포크볼로 하주석을 삼진으로 잡고 경기 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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