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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KIA : 한화 - 달라진 네일? 최원준, 김도영 백투백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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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는 큰 위기 없이 그냥 '무난하게 승리'한 경기였습니다. 선발 마운드에서 네일이 한화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막았고, 타선은 점수가 필요할 때마다 딱딱 점수를 냈죠. 김승현의 송구 실책이 아니었다면 불펜진도 무실점으로 끝낼 경기였습니다. 어제 오늘 한화에서 가장 감이 좋은 김태연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해 이형범으로 교체됐는데, 이형범은 모처럼 공 3개만을 존 근처로 던져서 노시환으 삼진으로 잡아 경기를 끝냈습니다.

 

초반은 불안, 후반은 안정. 달라진 네일의 모습

 

네일의 문제점 두 가지는 '단조로운 구질', '떨어지는 스태미너'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구질이 단조롭다보니 지금 9개 구단이 네일 상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고 있죠. 네일이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3의 구종을 더 쓸만한 수준으로 가다 듬어야 하는데, 오늘도 딱히 제3의 구종이 위력을 보이진 않았죠. 오히려 김태연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체인지업 움직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오늘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4.3%에 불과했습니다. 5개도 안 던진거죠.

 

반면, 커터 비중을 조금 늘렸습니다. 커터 구사율이 13.6%를 기록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다만, 커터의 결과물도 그리 좋지 못 했습니다. 6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투심 3개, 체인지업 1개(피홈런), 커터 2개를 기록하며, 효과적으로 구사됐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커터로 카운트는 좀 잡아냈고, 이게 네일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결국, 단조로운 구종과 피칭 디자인은 오늘도 극복을 못 했다고 봐야하는데, 오늘 경기가 이전 경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초반엔 오히려 공이 안 좋았고, 경기 후반에 오히려 공이 좋아졌습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이 종전 경기만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화 타자들이 네일의 슬라이더를 어렵지 않게 컨택해냈고요. 그래서 오늘도 5무원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5회부터 공이 좋아졌습니다.

 

5회 비록 투구 수는 많았지만(28개), 슬라이더가 들어가는 위치가 정말 좋았어요. 가운데 들어가는 공이 거의 없었고, 스트라이크존 코너코너로 슬라이더가 들어가면서 삼진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잡은 삼진 5개 중 1개가 5회, 3개가 6회에 나왔어요. 그동안은 투구 수가 70~80개에 달하면 악력이 떨어지면서 슬라이더의 움직임도 밋밋해졌는데, 오늘은 희한하게 6회에 가장 좋은 움직임의 슬라이더가 들어가더라고요.

 

오늘 네일의 모습이 의도적이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아마, 유튜브로 설명하거나 기사화되지 않는다면 계속 모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별로 였던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오히려 경기 후반에 좋아졌다는 점에서 희망을 읽고 싶네요. 솔직히 3회까지 모습만 보고, 네일을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서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들었어요. 알드레드 교체 선수만 생각할 게 아니라 네일도 교체 후보로 둬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고요.

 

하지만, 오늘 완급조절을 하며 6회까지 투구 수 96개로 마무리한 점은 높게 사고 싶고, 네일이 풀타임 선발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경기 초반에는 주무기인 슬라이더 구사율을 줄이며 투심과 커터, 체인지업 조합으로 이닝을 먹고, 타순이 한 바퀴 돈 이후에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볼배합을 바꾸면 결과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물론, 오늘 네일의 투구가 변화하는 과정이었는 지, 그냥 단순한 우연이었는 지는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까지도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네일의 오늘 투구가 '선발투수로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포스트시즌에서도 한 경기를 믿고 맡기는 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원준과 김도영의 백투백 홈런

 

1회 최원준과 최형우의 출루(최원준은 김도영의 총알 타구를 호수비로 막은 노시환의 송구로 아웃) 이후, 나성범이 한화 김기중의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2타점 적시타를 치며 기선 제압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1회말 수비에서 바로, 네일이 김태연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지 못 했죠.

 

여기에 KIA 타선이 김기중의 포심에 밀려서 좋은 타구를 못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최원준이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기다렸다는듯이 받아 쳐서 홈런을 쳐냈고, 김도영이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받아 쳐서 타구 속도 170km/h가 넘는 엄청난 타구를 날리며 24번째 홈런을 만들어 냈습니다.(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받아 친 20번째 홈런이 생각나더라고요.)

 

이 백투백 홈런이 사실상 오늘 경기의 향방을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뒤에 나온 소크라테스의 2경기 연속 홈런(최근 2경기 3홈런 ㄷㄷㄷ) 만루에서 터진 김태군의 2타점 적시타는 승리계투조의 등판을 막아 준 타구였지,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친 타구들은 아니었습니다.

 

최원준의 경우, 전날 경기에서 나성범처럼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한화 배터리가 의도적으로 그쪽으로 승부를 건 것 같은데, 어제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거고(최원준의 수 싸움도 잘 통했죠.) 김도영은 그냥 규격 외입니다. 타구를 강하게 만드는 데 리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어요. 소크라테스, 나성범, 최형우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고요.

 

타선에 구멍이 없으니 많은 득점을 뽑아내고 있죠. 후반기 KIA 타선 OPS가 무려 .895 입니다.(다만, 이게 1위가 아님. 삼성이 .955로 1위. 덜덜덜) 후반기에 83득점을 뽑아내고 있는데 이건 리그 1위입니다. 후반기에 10경기를 했으니 무려 경기당 8.3득점을 뽑아내고 있습니다.(이건 삼성을 제치고 1위) 지난 주말 루징 시리즈였던 SSG 상대로도 패배한 2경기에서도 도합 15득점을 했으니 타선이 얼마나 불타고 있는 지 알 수 있죠.

 

 

심지어, 오늘은 이범호 감독이 여유까지 부렸습니다. 7대1, 6점의 점수 차이가 크다면 크지만, 작다면 또 작은 애매한 점수 차이인데 6회 수비에서 팀 핵심타자 김도영을 휴식 차 벤치로 불러 들었고, 김선빈도 벤치로 뺐습니다. 8회초에는 최형우 대신 이창진을 대타로 기용했고, 8회말 수비 들어서자 나성범마저 빼버렸습니다. 9회초에는 타격감 절정인 소크라테스 타석에 굳이 한준수를 대타로 기용해서 추가 점수를 올리는 용병술을 보이기도 했죠.

 

타고투저인 리그 성향 상 승리를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전 체력도 어느 정도 세이브하고, 벤치 자원들에게 경기 감각까지 유지시키는 정말 과감한 운영이라고 할 수 있죠. 초보 감독 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낀 주전들의 체력들이 내일 경기에서 승리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공격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미친 호수비까지 하네?
  • 최원준 - 홈런 하나 쳐내긴 했지만, 어제 오늘 안타 1개씩만 친 건 좀 아쉽다.
  • 김도영 - 30-30과 MVP를 향해 순항 중
  • 최형우 - 3볼 타격에 재미를 들리다.
  • 나성범 - 다시 올라오는 타격감
  • 김선빈 - 타이밍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결과가 안 좋네
  • 변우혁 - 변화구 타이밍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는 쳤지만, 매일 인내심 시험 중
  • 김태군 - 첫 타석에서 늦게 타석에 들어서고 초구 치고 아웃되는 거 보고 황당했는데 3안타 대활약
  • 박찬호 - 빠른 공을 못 쫓아가는 스윙... 휴식을 위해 투수 한 명 내리고 박민 올립시다.
  • 곽도규 - 우타자를 막는 경험 스스로 쌓아가며 성장해야지
  • 김승현 - 9회 황당한 악송구를 제외하면 잘 해줬음.
  • 이형범 - 투심러인줄 알았는데 슬라이더도 쓸만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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