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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 KIA : NC - 우타 극복한(?) 알드레드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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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는 NC에서 결정적인 실책 2개가 나온 게 가장 컸고, 5회말이 끝나고 거짓말처럼 비가 폭포처럼 쏟아져 강우콜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경기를 강행할 생각이 있다면 강행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NC에서도 7점 차이는 적지 않은 점수 차이고, 신민혁이 부상으로 일찍 마운드에 내려오는 바람에 불펜 소모가 클 상황이라 경기 강행을 고집하지 않은 듯 싶습니다. 복토 다시 깔고 하면 10시에 경기 시작할 삘이라 11시 넘어서 경기가 끝날 가능성이 크기도 했고요.

 

 

흔들리는 NC 내야 수비

 

오늘 경기 승부는 5회에 갈렸습니다. 1사 이후에 리그에서 가장 볼넷을 안 주는 신민혁이 나성범에게 스트레이트 포볼을 허용했고(다만, 존에서 전부 아슬아슬하게 빠지는 공들이었습니다.) 김선빈의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찬스가 끝나나 싶었는데, 한준수가 친 강한 땅볼 타구를 1루수 데이비슨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 하면서 모든 주자가 살았죠. 빠른 타구이긴 했어도 정면 타구라 충분히 잡아줄 수 있었던 타구였습니다.

 

이어서 승리 토템 변우혁은 불리한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박찬호가 신민혁 상대로 끈질긴 승부 끝에 8구째 몸 쪽 높게 들어 오는 볼을 굳이 건드려서 3루 땅볼을 쳤는데, 이 평범한 타구를 서호철이 바운드 송구를 했고, 데이비슨이 바운드 송구를 잡지 못 하고 뒤로 빠뜨리는 바람에 2득점이 나왔죠. 사실상 짧은 순간 실책이 3개(기록된 건 2개지만)가 나온 셈입니다.

 

이어서 소크라테스가 볼넷을 얻어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신민혁이 던지는 데 불편함을 호소했죠. 결국, 투수 교체. 최원준은 최근 뜨거운 감을 이어가며 우익수 앞으로 강한 타구를 날려 추가점을 뽑았고, 신민혁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 했던 김도영이 바뀐 투수 이준호를 상대로 높게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받아 쳐서 우익수 왼쪽으로 떨어지는 추가 적시타로 5점째를 뽑았습니다.

 

 

2회말에 불과했지만, 초반 5득점을 성공하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3회말에도 김선빈과 변우혁의 안타로 2사 1, 3루에서 박찬호가 이준호의 바깥쪽 빠른 공을 컨택 스윙하면서 재수 좋은 코스 안타까지 나오면서 한 점 더 날아났고, 5회말에는 김선빈이 2-0 카운트에서 존으로 들어오는 141km/h 포심을 받아쳐서 시즌 7호 홈런을 때려 냅니다. 최근 김선빈의 타격감이 안 좋아 보였는데 오늘 홈런 포함 2안타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긍정적이네요.

 

아무튼, 김선빈은 이제 더 이상 빠른 발은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이미 커리어 하이(그 전 최고 기록은 5개)를 경신했고, 커리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아예 이 참에 운동 능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으니 홈런 타자로 변신을 꾀해보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물론, 농담입니다.)

 

 

우타 도배에 체인지업 비중 늘린 알드레드

 

 

알드레드는 좌타 상대로는 피OPS가 .425에 불과하지만, 우타 상대로는 피OPS가 .694까지 치솟습니다. 사실, 이 기록은 오늘 잘 던져서 마사지가 된 기록이고, 오늘 경기 전까지는 우타 상대 피OPS가 더 안 좋았죠. 그래서 오늘 NC에서는 라인업에 좌타자는 '1번 타자 박민우' 한 명만 넣고 모조리 우타자로 도배했어요. 게다가 NC에는 데이비슨, 박건우, 김휘집, 김형준이라는 힘 있는 우타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에 오늘 경기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는 박민우를 3구 삼진으로 잡고(진짜 알드레드의 슬라이더는 좌타자에게는 난공불락입니다.) 우타자 권희동에게 바로 안타 맞는 걸 보면서 '역시 좌상신 우상바'라는 생각에 참 웃기더라고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NC의 우타자들 마저 완벽하게 막아 냈습니다. 5이닝 동안 안타 2개 맞았고, 1회 권희동 안타 이후에 맞은 안타가 좌타 박민우라는 점에서 우타자들을 얼마나 잘 막았는 지 알 수가 있죠.

 

오늘 알드레드 투구에서 달라진 점은 '체인지업' 비중을 늘린 점입니다. 아래는 올 시즌 알드레드의 체인지업 구사율이에요.

 

  • 06-08 : 11.5%
  • 06-14 : 8.1%
  • 06-20 : 5.9%
  • 06-26 : 5.9%
  • 07-03 : 12.4%
  • 07-11 : 8.4%
  • 07-18 : 1.8%
  • 07-24 : 20.9%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높았는데, 오늘 67개의 공을 던졌으니 14개의 체인지업을 던진 겁니다. 알드레드의 체인지업이 가장 잘 들어간 장면이, 2회 첫 타자 김휘집을 삼진으로 잡은 체인지업이었죠. 정말 우타자가 속기 좋은 위치인 바깥쪽 낮은 코스로 아주 잘 떨어졌습니다. 체인지업 로케이션을 계속 이 쪽으로 가져간다면 우타 상대로도 잘 던질 것 같아요.

 

다만, 오늘 던진 체인지업의 컨택률이 83.3%에 달했습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양현종의 체인지업 컨택률이 시즌 71.5%, 완투승을 한 어제 경기 61.1%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오늘 경기에서 컨택률 45.5%, 시즌 58.2%)만 못합니다. 아래는 알드레드의 올 시즌 체인지업 컨택률입니다.

 

  • 06-08 : 100%
  • 06-14 : 100%
  • 06-20 : 50%
  • 06-26 : 100%
  • 07-03 : 50%
  • 07-11 : 100%
  • 07-18 : 100%
  • 07-24 : 83.3%

 

50%였던 6월 20일 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을 거의 안 던졌고(5~6구 정도?) 7월 3일 경기에서만 체인지업 컨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결국, 김휘집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 하나만 제대로 먹혔다고 봐야하고, 오늘 우타자들을 잡아낸 힘은 투심의 로케이션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뜬공 아웃이 유독 많았는데 대부분 포심, 투심의 힘으로 평범한 뜬공을 많이 양산했어요. 

 

결국, 알드레드가 우타자를 극복하는 방법은 '투심'의 커맨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투심 커맨드가 정확히 이루어지면 우타 상대로도 강한 타구를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제구력이 정교한 투수가 아니라(다만 KBO에서는 9이닝 당 볼넷 허용이 3.7개 정도로 아주 나쁘진 않습니다.) 꾸준한 커맨드를 유지할 지 모르겠어요.

 

사실, 알드레드는 제구력이 나쁘다기 보다는 커맨드를 신경쓰다보니 볼넷이 많은 나오는 유형 같아요. 보면, 스트라이크는 던질 능력이 있는데 늘 보더라인 피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거든요. 당연합니다. 구위가 엄청 좋은 투수는 아니니까요. 알드레드는 슬라이더의 사기적인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서 투심, 포심을 존 코너(터미네이터 등장인물 아님 ㅋ)에 넣어서 공략하는 유형 같습니다.

 

지금까지 알드레드의 우타자 상대하는 법에 대해 적어 봤는데, 이 친구의 진짜 문제는 우타 상대 구종이 없는 것보단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선수 본인도 많은 이닝을 투구해본적이 없다고 했고, 실제로 기록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표본은 많지 않지만 알드레드의 '상대횟수'별 성적도 가져와 봅니다.

 

  • 첫 번째 상대 : (표본 67타수) 피안타율 .104 / 피출루율 .189 / 피OPS .338
  • 두 번째 상대 : (표본 57타수) 피안타율 .333 / 피출루율 .426 / 피OPS .917
  • 세 번째 상대 : (표본 17타수) 피안타율 .235 / 피출루율 .278 / 피OPS .513

 

첫 번째 상대할 때 타자들을 완전히 압도하는데 두 번째 상대할 때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됩니다. 이 원인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어요. 알드레드의 독특한 투구폼에 처음 상대할 때는 적응을 못 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는 상대 타자들이 적응한 것. 또 다른 이유는 '알드레드의 체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전, 후자(체력 이슈)가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높은 피출루율입니다. 두 번째 상대할 때부터 거의 모든 타자들을 홍창기급으로 만들어 버리죠. 악력이 금방 약해지니 변화구와 투심이 손에서 쉽게 빠져서 제어가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 번째 상대할 때는 또 다시 좋아지는 데, 이건 표본이 많지 않아서 발생한 함정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전체적으로 표본이 많은 건 아니라 '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기록이 아니라 실제로 경기를 지켜봐도 두 번째 상대할 때부터 급격하게 빠지는 볼이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NC가 우타로 도배해버리면서 오늘이야말로 '알드레드'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하늘이 알드레드를 가엽게 여겼는지, 5회가 끝나자마자 비가 쏟아지며, 알드레드에게 70개 이상의 투구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의 진짜 문제는 '스태미너'인데 말이죠.

 

전, 여전히 알드레드의 스태미너가 급격히 좋아지거나(그럴 수가 있나 싶습니다. 네일도 여전히 골골대는데) 우타자 상대로 기가 막힌 변화구를 던진다거나(이것도 기적에 가깝죠. 당장에 엔스만 봐도 구종 새로 장착시키려다가 헤맴)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알드레드가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낯설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외국인 투수 교체 시한은 남아 있습니다. KIA가 할 일은 '많은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구하는 겁니다. 그때까지 그런 선수를 구하지 못 하면 알드레드를 그대로 가는 수밖에요. 일단, 적어도 좌타자들이 중심인 LG 상대로는 '저승사자' 역할을 잘 해주고 있으니까요.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첫 타석 타구를 보면 여전히 타격감은 좋음, 그리고 계속 볼넷을 골라 나가는 것도 좋은 모습
  • 최원준 - 올해가 브레이크 아웃 시즌이 되길
  • 김도영 - 내 수비가 어쩌고 저째?
  • 최형우 - 파울 타구에 맞아 부상? 내일은 휴식을 줘도 좋다.(마침 하트의 등판이니)
  • 나성범 - 딱히 임팩트 없었음
  • 한준수 - ABS 도입의 진정한 수혜자. 박건우를 멘붕에 빠뜨린 역프레이밍(?)
  • 변우혁 - 내일은 '토템' 역할 말고 '타자' 역할도 부탁합니다.
  • 박찬호 - 컨택 능력 자랑만 하지 말고 선구안도 좀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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