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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 KIA : 키움 - 선발진에 물음표 던진 네일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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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나빠지는 네일의 투구

 

이번 주말 3연전 선발 매치업에서 KIA가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고 할 경기가 오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네일이 버텨내질 못했죠. 문제가 된 이닝이 김도영의 홈런으로 3점을 선취한 이후 맞이한 3회말 수비였는데 2아웃 잘 잡고, 도슨과 송성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망하는 길을 닦았죠. 송성문은 몰라도 도슨은 후반기 타율이 .211, OPS가 .595에 불과할 정도로 감이 좋지 못한 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적극적인 승부를 못 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경기 서재응 해설이 '네일은 100이닝을 투구해본 적이 없어서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했는데, 마이너리그 성적을 보면 2016년 23세 때 156.2이닝, 2018년 25세 때 150.2이닝 투구. 2019년 26세 때도 141.1이닝을 투구한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100이닝을 투구해본 적이 없다는 건 잘못된 정보죠.

 

 

하지만, '지난 3년'으로 한정하면 맞는 말입니다. 2021년 28세 시즌에 51경기(6선발)로 62.1이닝 투구, 2022년 29세 시즌에 44경기(3선발)로 73.1이닝 투구, 직전 시즌에는 31경기(3선발) 59.0이닝을 투구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연히 불펜으로만 15.1이닝 투구(ERA 8.80)에 그쳤고요.

 

20대 중반까지는 선발, 20대 후반부터는 그냥 불펜투수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올 시즌 KBO에서도 스태미너에 지속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투구 수 70~80개만 되면 눈에 띄게 공이 나빠졌고, 그래도 시즌을 보내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네일의 월별 피OPS 입니다.

 

  • 4월 : .582
  • 5월 : .643
  • 6월 : .755
  • 7월 : .749

 

5월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로 가는 거 아니냐, 제2의 페디가 아니냐 소리를 들었는데 6월부터는 그냥 평범한 외국인 투수... 아니 못 던지는 외국인 투수입니다. 최근 LG가 떠나보낸 켈리의 올 시즌 피OPS가 .752 입니다. 6월 이후만 보면 네일도 굳이 국내 무대에 있을 필요가 없는 셈이죠. 한화가 떠나 보낸 산체스(피OPS .736)보다 못하고 있고, 페냐(피OPS .793)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한창 네일이 잘 나갈 때도 전 '크로우'와 비교하며, 네일의 투구에 우려를 표한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투 피치 투수'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사기적인 투심과 스위퍼의 움직임 때문에 5월까지는 KBO 타자들을 압도해냈지만, 이젠 모든 KBO 타자들의 눈에 네일의 공이 익어서 스위퍼도 잘 골라내고 있고, 존에 들어오는 투구를 강한 타구를 연결시키고 있죠. 이 때문에 최근 네일의 볼넷 허용도 크게 늘었습니다. 투 피치의 한계를 본인도 알기 때문에 더 정교한 피칭을 하려다가 나오는 문제죠.

 

선발로 에이스 노릇을 하려면 최소한 3개의 구종을 스트라이크존에 자유자재로 넣을 줄 알아야 하고, 투 피치에 불과하다면 그 구종이 모두 랜디 존슨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리그 평균 이상의 구종이어야 합니다. 네일은 그런 면에서 선발 에이스로는 부족한 선수죠. 

 

 

전, 솔직히 말하면- KIA는 네일과 알드레드 모두를 교체 대상으로 삼고 대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KIA의 가장 큰 문제가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난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선발투수의 ERA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나지만(4.10) 퀄리티 스타트 확률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27.1%에 불과합니다.(10위는 SSG의 27.1%, 1위는 롯데의 41.5%) 선발투수의 경기당 소화 이닝도 4.98로 리그 평균(5.02)보다 못하고요.

 

네일과 알드레드는 둘 다 던지는 손이 반대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 둘 다 구종이 단순하고(둘 다 주무기가 슬라이더라는 것도) 둘 다 최근 많은 이닝을 투구한 경험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 때문에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지 못 하고 있죠. 

 

물론, 단기전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KIA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네일과 알드레드는 모두 푹 쉬면서 경기를 뛰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나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둘 다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둘 다 투 피치의 한계로 성적이 갈수록 나빠진다면 굳이 8월 15일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교체 시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죠. 이제 20일 정도 남았는데 좋은 투수를 구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선발투수로 이닝 소화능력이 뛰어난 파워 피처를 영입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냥 둘 다 이대로 가야할 것 같은데, 지금이야 KIA 타선이 리그를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타선이라서 티가 안 나지, 타자들의 타격감이 단체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연패가 길어질 수도 있어요. 바로 오늘 경기처럼요.

 

 

승부를 가른 실책, 승부를 가른 주루사

 

네일이 못 던지기도 했지만, 또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죠. 3회 2사 이후에 김혜성의 타구가 잘 맞긴 했어도 서건창이 장타를 대비해 라인 수비를 하고 있었고, 마침 정면으로 왔는데 그걸 제대로 포구하지 못 했고, 송구마저 빗나가면서 실점을 하고 맙니다. 하지만 설령 실책이 나왔어도, 그 뒤에 연속 2안타(둘 다 코스안타이긴 했습니다만)를 허용한 건 네일의 잘못이죠. 앞서 연속 볼넷 내준 게 더 문제였고요.

 

KIA 타선도 가만히 있진 않았습니다. 오늘 키움 이종민의 공이 긁히는 바람에(아니, 체인지업이 그렇게 잘 떨어지면 어떻게 치라고) 2이닝 삭제 당하긴 했어도 나성범의 홈런과 서건창의 사구 이후 한준수의 2루타로 역전의 기회를 잡았죠. 사실, 전 한준수의 2루타 때 당연히 홈에 들어올 거라고 봤어요. 조재영 주루코치도 서건창더러 홈으로 파고 들라고 했고요.

 

그런데 키움의 수비가 너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김혜성의 송구가 정말 강하고 정확했는데 홈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았는데 정확하게 포수에게 빠르게 들어가는 바람에 서건창이 아주 넉넉하게 죽었죠. 이 때는 판단 미스라고 생각하진 않고, 홈에서 세이프가 될 확률이 80%는 되는 상황이었는데 김혜성의 송구가 20%의 기적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6회말에 결승점을 내준 건 운이 없었죠. 일단, 네일이 또 올라온 게 문제였고, 김태진의 타구가 나왔을 때 외야수들이 약간 앞에서 수비하고 있었으며(김태진이 장타를 치는 선수는 아니니 수비 포메이션도 이해 못할 건 아니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첫 발 스타트가 잘못됐죠. 하지만 애초에 강한 타구를 허용한 네일이 문제입니다.

 

KIA에서는 김대유와 최지민을 연달아 올렸습니다. 1루가 비었기에 김대유는 이용규를 어려운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오늘 감이 나빠보이지 않던 이주형은 몸쪽 높은 코스에 꽉 차는 포심으로 삼진을 잡았죠. 최근 김대유가 던진 공 중 가장 좋은 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키움에서 줄줄히 좌타자들이 나오기 때문에(알드레드 마렵네요 ㅋㅋ) 김대유로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KIA에서는 푹 쉬고 올라 온 최지민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확실히 휴식이 도움이 됐는 지 최지민은 구위가 정말 많이 올라왔고 황당한 볼질도 덜 하더군요. 도슨을 146km/h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송성문 상대로도 0볼 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는데, 도슨을 삼진 잡았던 하이패스트볼이 빗맞은 안타가 되면서 운 없는 결승점을 허용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운이 너무 없었어요.

 

1점 뒤지고 있었지만, 키움 불펜이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며, 조상우마저도 없는 상황이기에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피OPS .890의 이종민. 올 시즌 투구 이닝이 오늘 경기 전까지 8이닝 밖에 안 되고, 최고 구속이 140km/h에 그쳤던 양지율에게 막히는 게 야구라는 스포츠의 의외성입니다. 이종민, 양지율이 있을 때 최소한 2점을 뽑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죠. 이종민의 체인지업이 긁혔고, 양지율의 낯선 릴리스 포인트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김성민이야 조상우 다음으로 좋은 성적(39이닝 피OPS .601)을 기록하고 있으니 못 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최근 성적이 좋지 못했던(후반기 피OPS .869) 주승우를 상대로 1사 1, 3루라는 정말 이보다 더 좋은 동점 찬스가 있나 싶은 상황에서 후반기 OPS 1.0이 넘는 소크라테스와 최원준이 삼진으로 물러나는 것도 야구입니다.

 

주승우가 소크라테스와 최원준을 삼진으로 잡은 포심은 정말 너무나도 좋은 공이었어요. 150km/h에 육박하는 역회전 투심 패스트볼이 좌타자의 몸쪽을 날카롭게 파고 드는데 쉽게 반응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너무나도 좋은 커맨드였고, 하필 그게 소크라테스와 최원준의 타석에서 나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개인적으론 삼진 당한 공은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초구를 놓친 소크라테스의 타격이 제일 아쉬웠네요. 정확히 한 가운데로 들어간 투심이었는데 말이죠.

 

어제 패배와 달리 오늘 패배는 타격이 있습니다. '연패'를 했고. '선발 매치업상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으며, '전상현을 제외한 불펜을 모조리 소모'했음에도 경기를 내줬습니다.

 

다만, 아직 KIA 타자들 타격감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삼진은 6개 밖에 안 당했고, 안타 10개, 사사구 3개를 얻어내며 그래도 부지런히 출루해 나갔으니까요.

 

2회에 나온 홍종표의 직선타 더블아웃도 아쉽죠. 그 타구가 빠졌으면 대량 득점도 가능했는데 수비 정면에 걸렸고, 2루심이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선언하지 않아 서건창이 혼동이 와서 더블아웃까지 당했죠. 2사 1, 2루에서 소크라테스 타석으로 연결되는 타이밍이었고, 키움 선발 김인범을 상대로 계속해서 배럴 타구가 나오고 있던 상황이라 그냥 여러모로 운이 안 따른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아쉬운 수비와 9회 아쉬운 타격.
  • 최원준 - 7회에 히트 앤드 런을 걸지 말았어야...
  • 김도영 - 홈런 1개 치고 나머지 찬스에서 물러난 것은 좀 아쉽네
  • 최형우 - 어떻게든 강한 타구는 만들어 냈으나...
  • 나성범 - 홈런 1개 치고 나머지 타석은 아쉽네
  • 김선빈 - 내일은 홍종표를 2루로
  • 서건창 - 네일 다음으로 패배 지분이 큼
  • 한준수 - 4개의 타구 모두 우측 빨랫줄이었고, 그 중 3개가 안타.
  • 홍종표 - 찬호야 긴장해야겠다.
  • 장현식 - 병살 잘 잡고 연속 안타는 좀...
  • 이준영 - 키움의 까다로운 좌타자들 모조리 범타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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