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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KIA : 키움 - 리그 1위 팀의 자존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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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를 이겨내는 방법

 

오늘 경기는 그냥 8~9회에 다 했습니다.

 

애초에 전 이번 시리즈에서 KIA가 이기는 방법은 키움 불펜 공략이라고 생각했어요. 검증된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부상으로 이탈된 상태이고, 키움은 올 시즌 불펜 WAR가 0.96으로 압도적 최하위이고, 불펜 ERA도 5.95로 리그 평균(5.01)보다 1점 가까이 더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키움의 원투 펀치는 사실상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라고 해도 될 정도죠. FIP 순위를 보면, 리그 10위 내에 선발 투수 2명을 넣고 있는 팀은 키움(6위 후라도, 8위 헤이수스)과 KT(9위 엄상백, 10위 쿠에바스) 두 팀 밖에 없고, KT 선수들이 9~10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키움 원투펀치가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후라도 상대로 7이닝 3안타 1사구 10삼진, 오늘 헤이수스 상대로 7이닝 5안타 1볼넷 5삼진으로 철저히 막혔습니다. KIA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좋은 타선인데 말이죠. 오늘 헤이수스 상대로 정말 정타 하나 만들지 못 하더군요. 존 안에 들어오는 빠른 공에 죄다 평범하디 평범한 뜬 공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헤이수스 빠른 공의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났다는 증거겠죠.

 

일전에도 한 번 언급했는데 이의리는 다른 투수를 롤 모델로 삼을 게 아니라 그냥 가까이에 있는 헤이수스를 본 받을 필요가 있어요. 그냥 140km/h 후반 빠른 공 존에 박아 넣기만 해도 KBO 타자들은 정타 만들어 내는 걸 버거워 합니다. 그런데 항상 보면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지나치게 많이 던져요. 오늘 헤이수스 보세요. KIA 상대로 포심 43.8%, 투심 13.5%를 던지면서 빠른 공과 변화구 비율이 6:4였습니다. 이의리도 이렇게 던졌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는데, 어제도 후라도 상대로 김도영 홈런 1개 빼면 이렇다할 공격이 없었고, 9회에 3점 뽑으면서 동점을 만들었죠. 오늘도 헤이수스를 7회 이전에만 내릴 수 있다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야구라고, 소크라테스가 7회 시작하자마자 절묘한 번트 안타로 찬스를 잡았는데, 김선빈이 병살을 치면서(상대적으로 송성문 수비가 너무 좋았어요. 오늘 경기 키움이 잡았으면 MVP는 공수에서 맹활약한 송성문, 7회 병살 수비보다, 2회에 소크라테스를 2루에서 잡아내는 수비가 정말 최고였습니다.) 헤이수스가 7회까지도 아무 일 없이 마쳤죠. 키움 입장에서는 3점 차이 2이닝만 막으면 되기 때문에 승리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었습니다.

 

8회에 금/토요일에 나왔던 양지율이 또 나왔는데 지난 2경기야 KIA 타선이 양지율의 공에 낯설어서 공략은 못 했다지만, 3일 연속이면 눈에 익죠. 게다가 양지율은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타입도 아니니... 그럼에도 첫 두 타자는 아무 것도 못 했고(3-1에서 전날 양지율에게 홈런성 2루타 친 한준수의 타구가 평범한 뜬공이 되는 걸 보면 구속에 비해 수직 무브먼트는 좋은 듯) 이창진 볼넷 이후에 최원준이 들어섰는데, 2볼 이후에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139km/h 포심을 아주 이쁜 스윙으로 받아 쳐서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포를 날립니다. 이로써 1점 차이.

 

8회말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맞으며 위기 상황이 됐지만 무실점으로 막고 9회. 키움에서는 현재 불펜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김성민을 마무리 투수로 올렸습니다. 선수에게는 첫 세이브 기회가 찾아온 상황이었는데 좌타자 최형우와 좌타자 소크라테스는 김성민의 구종을 정타로 연결시키지 못 했죠. 결국 4연패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 남은 상황

 

김선빈이 초구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투심을 쳐서 동점 홈런을 만들고,

 

변우혁 역시 초구 카운트 잡으러 오는 투심을 쳐서 결승 역전 홈런을 만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키움 배터리의 볼배합이 안이하긴 했죠. 제가 어제 KIA의 쫄보 볼배합을 비난하긴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빠른 공의 힘이 좋은 투수들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양지율이나 김성민이나 빠른 공이 위력적인 투수들이 아니죠. 둘 다 평균 구속이 140km/h이 안 되는 투수들인데 1구부터 너무 정직하게 들어갔어요. 이런 투수들은 빠른 공을 카운트 잡을 때 쓰는 게 아니라 변화구를 위한 유인구용도로 써야죠.

 

마운드에서도 잘 버텨줬죠. 상대 선발이 강할 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우리 팀 마운드가 최소 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고 불펜을 공략하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 1회부터 김도영이 이주형의 땅볼 타구를 옆으로 흘리면서 주자를 살려줬고, 송성문의 타구도 뛰어난 외야수라면 잡을 수도 있었는데 최원준이 잡지 못 하면서 2실점을 먼저 했습니다. 4회에도 박찬호가 2사 3루에서 김재현의 깊숙한 땅볼 타구를 한 번에 포구하지 못 하면서 실책으로 추가 1실점을 했죠. 헤이수스 공이 너무 좋아서 이 실점은 굉장히 타격이 컸습니다.

 

어제와 오늘 김도영과 박찬호의 모습을 보면, 고척 그라운드에 적응을 못 하는 느낌이에요. 쉴드 치려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1년에 8번 밖에 뛰지 않는 구장이다보니 선수들 입장에선 원정 그라운드에서 수비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고척은 인조잔디라서 천연잔디에서의 땅볼 수비보다 더 어렵죠. 그래서 어제 오늘 김도영과 박찬호의 실책은 '경험 부족'이지, '실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데 고척에서 5년 뛴 서건창은 왜?

 

특히, 두 차례나 선두타자가 2루타를 치고 나갔는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게 컸죠. KIA가 1위를 버티고 있는 이유는 압도적인 선발투수는 없지만, 좌완투수와 우완투수를 균형있게 불펜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어떤 팀도 KIA처럼 1군에서 쓸 수 있는 왼손투수를 4명(최지민, 곽도규, 이준영, 김대유) 보유한 팀은 없죠. 좌타자가 많은 팀(대표적으로 LG, 키움)은 KIA를 만나면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합니다.

 

 

최원준 드디어 포텐 터지나, 변우혁은?

 

후반기 최원준의 타격은 그야말로 미쳤습니다. 78타석에 나와서 타율 .381 / 출루율 .474 / 장타율 .619 / OPS 1.093 을 치고 있어요. 4월에 OPS .884 기록하면서 드디어 포텐 터지나 싶었는데, 5월에 OPS .602, 6월에 OPS .664 치면서 한때 주전에서도 밀렸죠. 하지만 7월 OPS 1.108 치면서 다시 반등했습니다.

 

안 좋을 때 보면 그냥 툭 갖다 대서 빗맞은 좌익수 플라이만 양산하더니, 요새는 존에 들어오는 공 제대로 잡아 당겨서 강한 타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진작에 이런 타격을 했어야 했죠.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만들 생각을 버리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강하게 후리는 타격을 해야 합니다.

 

최원준은 스스로 자기를 똑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름 파워도 있는 선수입니다. 2021년에 도루 41개 할 때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좌타 똑딱이 리드오프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벌써 7개의 홈런을 치면서 커리어 하이(4개)를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최원준도 여기에 만족할 게 아니라 홈런 20개를 칠 수 있는 타격을 완성해야죠. 그냥 여기서 몸 더 불려서 도루는 포기하고 홈런 잘 치고 공 잘 보는 선수로 완성되었으면 좋겠어요. 드디어 강백호가 극찬한 서울고 타격 천재가 포텐을 터뜨리는 건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결승 홈런을 친 변우혁도 자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죠. 솔직히 헤이수스의 초구, 2구 속구에 평범한 팝 플라이 칠 때는 욕 나왔는데, 그래도 오늘 헤이수스 상대로 가장 좋은 타구(2루타)를 날렸고, 극적인 결승 홈런으로 선수 본인에게도 정말 최고의 하루가 되었을 것 같아요. 

 

이우성이 어제부터 2군 경기를 뛰고 있으니 1군 등록을 앞두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변우혁을 1군에 두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3루수로도 쓸 수 있어서 김도영의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1루에서 서건창 수비가 너무 불안해서 변우혁을 쓰는 게 더 낫기도 하죠. 여기에 KIA는 김도영을 제외하면 힘 있는 우타자가 없습니다. 이우성이 왼손투수에 더 약한 모습(우투 OPS .902 / 좌투 OPS .721)을 보이는 것도 감안해야 하고요.

 

변우혁의 경우, 표본이 많지 않긴 해도 작년 좌투 상대 OPS .966(우투 상대 .553) 올해 좌투 상대 OPS .896(우투 상대 .631)를 기록하며 좌투 상대로는 확실한 강점을 보이고 있어요. 리그에 좌완 선발도 많은 상황인지라 변우혁을 내리기보다는 투수를 한 명 더 내리는 게 맞는 것 같고, 설령 투수를 안 내리더라도 서건창을 내리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수비 때문에 3연전 스윕 위기였는데(상대적으로 키움은 금요일 김혜성의 홈 송구, 토요일 이용규의 점프 캐치, 오늘 송성문의 소크라테스 잡는 2루 송구 등) 홈런 두 방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편안한 주말 밤 맞이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다음 주 중 경기에서 알드레드가 주 2회 등판에, 우타가 강한 두산 상대로 등판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피칭을 보일 지 궁금해집니다. 지금 KIA에 필요한 건 키움의 후라도,  헤이수스 같은 이닝 이터라고 생각이 드니까요.

 

 


선수 단평

 

  • 이창진 - 마지막 타석 볼넷 빼고는 임팩트 없었음.
  • 김도영 - 홈런 안 치니까 이겼네? 
  • 최형우 - 상대가 너무 강했다. 
  • 소크라테스 -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이렇게라도 출루해야
  • 김태군 - 확실히 볼배합은 한준수보다 노련함
  • 박찬호 - 악몽 같은 고척 시리즈
  • 홍종표 - 종표야, 왜 어제처럼 과감하게 안 휘두르냐
  • 양현종 - 결국, 올해도 에이스는 양현종
  • 곽도규 - 히히 좌타자들 많이 만나니까 너무 좋다. (좌타 상대 피OPS .534 / 우투 상대 피OPS .832)
  • 이준영 - 송성문에게는 맞았어도 김혜성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잡아 냄
  • 임기영 - 체인지업 비율 줄이고 투심 비율 늘리니까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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