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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KIA : 키움 - 쫄보 야구의 끝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7. 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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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원인

 

쫄보 짓 하면 져야죠.

 

KIA는 오늘 지더라도 2위 LG와의 경기 차이라 5경기 차이입니다. 이거 결코 적은 경기 차이가 아니에요. LG가 7연승을 달리고 있는 게 걸리지만, KIA도 8연승을 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으니까요. 그리고 그 어떤 팀이든 모든 경기를 이길 수가 없어요. 그런데 오늘 KIA 투수들은 '1경기 지면 큰일날 것처럼' 공을 던지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던져서 이기기라도 했으면 몰라요. 결과는 볼넷 남발에 싹쓸이 3루타에, 2사 이후에 안타 볼넷 볼넷 다음으로 끝내기 안타죠. 자, 8회말 상황부터 복기를 해봅시다.

 

키움 좌타라인이 시작되기 때문에 8회에 최지민을 올린 선택은 좋았습니다. 어제 송성문에게 결정타를 맞긴 했어도 구위는 살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김태진을 빠른 공으로 유격수 땅볼로 1아웃 잡고, 이용규에게 빠른 공 던지다가 안타 맞았는데 뭐 그럴 수 있죠. 그리고 이주형 상대로 2볼 이후에 빠른 공 2개로 카운트 잡고 5구째 결정구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안타를 맞았습니다. 

 

 

슬라이더를 더 낮게 떨어뜨렸어야 했는데 존에 들어온 게 컸고, 타구 운도 없었죠. 땅볼 타구가 1루수 키를 넘기고 안타가 됐으니까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박찬호의 황당한 실수도 나왔죠. 정황상 1루 주자 이용규의 홈 쇄도를 견제하려고 한 번 쳐다본 것 같은데, 이주형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이주형은 주루를 포기했었습니다. 그냥 기다렸다가 잡으면 될 걸 왜 그렇게 크게 돌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운동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고 봐야죠.

 

결국, 2사 3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2, 3루가 됐고, 도슨은 가운데 들어 오는 빠른 공을 힘들이지 않고 받아 쳐서 희생타를 만듭니다. 동점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어요. 그런데 전상현이 올라와서 송성문을 치열한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죠. 이때 전상현이 던진 공 중 포심은 단 2개였고, 포크볼 4개, 슬라이더를 1개 던졌습니다. 빠른 공의 힘이 있는 선수가 왜 빠른 공을 결정구로 안 던질까요. 

 

만루가 되니까 김혜성은 당연히 고의사구로 걸러야죠. 키움 타선은 1-4번 좌타 라인만 벗어나면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나오니까요. 하지만 고영우는 그 와중에도 타율이 높은 선수라서 쉽게 볼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죠. 그래서인지 그 좋은 빠른 공을 냅두고, 초구도 슬라이더, 그리고 2구도 슬라이더 던졌다가 싹쓸이 3루타를 맞았습니다. '쫄보 야구'의 시작이죠. 신인급 타자는 변화구를 잘 못 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

 

타격감 좋은 이주형마저 전상현의 빠른 공이 파울이 계속 나오는데 빠른 공 던지면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를 던질 생각을 해야지, '아, 맞으면 우짜지?'라는 생각에 1볼 상황에서 또 슬라이더 던지다가 타자 눈에 익어버리니 잘 맞은 타구가 나오죠. 물론, 나성범의 외야 수비도 아쉽긴 했습니다만, 타구 자체가 중심에 맞아 나간 타구라 계속 뻗어갔습니다. 송성문과 승부하지 못 한 거, 고영우를 상대로 똑같은 공 2개 연속 던진 거. 맞아야죠.

 

 

패배가 확정적인 경기를, 그래도 타자들의 활약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는데, 이때 또 쫄보 야구의 시작이었습니다. 2아웃 잘 잡고, 이용규에게 1볼 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삼진 잡으려고 포크볼 던졌는데 이게 또 빠른 타구가 됐죠. 이때도 박찬호의 수비가 아쉽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잘 맞은 타구라 쉽지 않은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수비로 먹고 사는 선수라면 이 정도 타구는 처리를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8회 대량 실점 과정에서 박찬호 수비는 문제가 맞지만, 9회 2사 이후에 내야안타로 고작 주자 1명 나갔는데 결승점을 준 건 그냥 투수 문제죠. 이때도 지독한 쫄보 야구의 시작입니다.

 

이주형 상대로 2볼 이후에 빠른 공만 연속 2개 던져서 카운트 잡습니다. 풀카운트에서 포크볼 한 개 던진 건 이해를 하겠어요. 그런데 7구와 8구째에도 또 포크볼 던지다가 결국 볼넷 내줬죠. 뭐, 여기까지는 이해합니다. 오늘 이주형의 타격감이 좋아 보였고, 6구와 7구째 포크볼은 정말 잘 떨어졌는데 그걸 파울볼로 만들어 낸 걸 보면, 타이밍이 맞아 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도슨하고는 승부를 했어야죠.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도슨은 후반기에 OPS가 .600 미만입니다. 타격감이 완전 바닥이고, 오늘도 정타는 거의 없었고, 8회에도 포심이 가운데 몰렸지만, 그럼에도 나온 게 '뜬공'입니다. 그런데 도슨 상대로 포심은 딱 1개 던지고, 포크볼만 또 남발하다가 볼넷 내줍니다. 타격감이 안 좋은데 왜 맞을까봐 포크볼을 남발하나요. 여기서 전 졌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타격감도 안 좋은 선수 상대로 유인구만 남발할 거면, 왜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나요?

 

송성문에게 끝내기 안타 맞는 과정도 쫄보짓이죠. 1구 슬라이더, 2구 포크볼, 결국 3구째에 똑같은 코스로 포크볼 던졌다가 끝내기 안타 맞고 경기 끝났습니다. 6일 쉬어서 공에 힘도 있는 선수가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포심을 아낄까요. 빠른 공이 위력적이지 않은 선수, 빠른 공을 자신있게 존에 꽂아 넣지 못 하는 선수는 마무리 투수로 뛸 자격이 없습니다.

 

8회 대량실점 과정은 박찬호의 지분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8회 만루에서 똑같은 슬라이더 연속해서 던지다가 싹쓸이 3루타. 9회 만루에서 똑같은 포크 연속해서 던지다가 끝내기 안타. 이건 배터리의 볼배합이 미련한 겁니다. 빠른 공 던지다가 맞았으면 욕도 안 하죠. 존에 넣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게 아닌데 뭐가 그렇게 겁나서 마운드에 있나요.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볼배합과 실망스러운 마인드입니다.

 

"어차피 져봐야 5경기 차이인데 뭐 어때?" 라는 생각으로 빠른 볼을 넣을 생각을 왜 안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막판 8-9회 쫄보 야구는 진짜 답답해서 환장하겠더라고요. 결국, 결정적인 상황마다 투수들이 던진 '변화구'가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봐야죠. 이주형에게 슬라이더 던지다가 맞은 최지민, 고영우에게 슬라이더 던지다가 맞은 전상현, 송성문에게 포크볼 던지다가 맞은 전상현. 아주 그냥 변화구에 환장했는 지 미쳐 버리는 줄 알았네요.

 

어제 하이 패스트볼 던졌다가 송성문에게 결승타 맞아서 그런가요? 그 타구는 빗맞은 타구였어요. 오늘도 그렇게 던졌어야죠. 하이 패스트볼. 하이 패스트볼 하나 던져서 흐트러뜨려놔야 떨어지는 변화구가 살아납니다. 그런데 오늘 KIA 배터리를 결정적인 상황에서 하이 패스트볼을 단 하나도 요구 안 했습니다.

 

가끔 보면 팬들이 하이 패스트볼 싫어하는데, 하이 패스트볼은 정말 유용한 무기에요. 헛스윙을 유도할 수도 있고, 평범한 뜬공을 유도하기 아주 좋은 투구입니다. 고척돔 내야 잔디는 인조 잔디라서 땅볼 타구 속도가 빨라요. 그러니 더더욱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했고, ABS 시대에서는 하이 패스트볼이 더더욱 위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전상현의 주무기는 하이 패스트볼이에요. 그걸로 뜬공 아웃 많이 잡아냈는데, 그 놈의 떨공 던지겠다고 고집하다가 쳐맞은 거죠. 

 

오늘 키움의 양지율 선수 보세요. 최원준 상대로 3볼 이후에 직구만 4개 연속 던져서 1루수 땅볼로 잡았습니다.(그 직구 4개 모두 140km/h이 안 됐습니다.) 박찬호 상대로 공 8개 던졌는데 모두 직구였습니다. 양지율은 공이 빠른 선수도 아니고, 우완 정통파임에도 140km/h이 간신히 나오는 공이였어요. 심지어 양지율은 한준수 타석에서 빠른 공 던졌다가 홈런 맞을 뻔 했어요. 140km/h도 안 나오는 투수도 이렇게 공을 던지는데, 145km/h 이상의 회전력 좋은 직구를 가진 전상현은 왜 이따구로 던지나요? 

 

 

역시 외국인 투수는 이래야 한다.

 

애초에 오늘 경기 선발 매치업이 많이 밀려서 승리 확률은 낮다고 봤는데, 후라도의 공을 보면서 오늘은 퍼펙트, 완봉 안 당하면 다행이겠구나 싶더군요. 투심,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지면서 KIA 타선을 잡아냈는데 진짜 공이 좋더라고요. 실점도 김도영의 2점 홈런 밖에 없었고, 볼넷도, 연속 안타도 없었죠. 90개 이상 던지고도 7회에 올라와서 KIA 타자들을 압도하는 걸 보면 역시 좋은 선발투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KIA도 저런 외국인 선발을 영입해야 합니다. '100구 이상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 '최소한 3개의 구종을 존에 넣을 수 있는 커맨드 능력' 150km/h까진 안 나와도 됩니다. KBO는 145km/h만 던져도 통하는 리그니까요.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할 게 아니라 후라도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 정도네요.(하지만, 전 외국인 선수 트레이드는 강력히 반대합니다. 오래 쓸 수도 없고, 그냥 더 좋은 선수 뽑아 오면 되죠.)

 

그래서 8회 이용규 수비가 너무 컸죠. 한준수의 타구가 정말 잘 맞아서 담장을 때릴 기세였는데, 나이 마흔 살에도 저런 수비를 하네요. 그 이후에 소크라테스의 날카로운 안타가 나왔기에 이 수비가 정말 컸습니다. 8회에 달아나는 점수를 1점이라도 냈으면, 오늘 경기 잡았을텐데 이 수비가 정말 많은 걸 보여줬다고 해야죠.

 

 

전반적으로 오늘 경기는 그냥 '쫄보' 같았어요. LG가 7연승 달리고 오늘 경기 져봐야 5경기 차이인데 뭐가 그렇게 겁나서 승부를 그따구로 했을까요.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경기 내용입니다.

 

에라이 쫄보 색히들아! 

 

 


선수 단평

 

  • 소크라테스 - 최근 떨어진 감, 마지막 두 타석 안타로 살아나나?
  • 최원준 - 4회 후라도의 퍼펙트를 깨는 안타는 정말로 예술적이었다.
  • 김도영 - 선수는 3경기 연속 홈런, 팀은 3경기 연속 패배. 이러다 나쁜 신호 되겠네
  • 최형우 - 후라도의 체인지업은 너무 사기였다. 그래도 무시무시한 주승우의 투심 받아 치는 클래스
  • 나성범 - 9회 동점을 만든 감동의 전력 질주
  • 김선빈 - 진짜 홍종표를 쓰는 게 나아 보이는데, 내일 좌투수 선발이라 또 기회 받을 듯
  • 변우혁 - 이젠 이우성을 쓰는 게 나아 보이는데, 내일 좌투수 선발이라 마지막 기회 받을 듯
  • 한준수 - 준수야, 주자 2명 잡은 건 좋았지만, 볼배합 생각 좀 더 하고 하자.
  • 박찬호 - 태도가 실력이 되진 말자.
  • 황동하 - 5이닝 69구 강판?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당연했음.
  • 곽도규 - 키움 사기 좌타 라인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압살.
  • 김대유 - 난 이제 우타자도 잘 잡는다고?
  • 임기영 - 슬슬 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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