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하고 3연승 분위기가 좋습니다. 특히, 불펜 투수진이 너무 좋네요. 작년에도 리그 2위의 불펜이었는데, 불펜투수들이 뻥 좀 보태서 모조리 스텝업했습니다.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은 정도네요.
경기 이야기를 하자면, 오늘 경기는 행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2사 이후에 최형우의 투런 홈런으로 선취점을 냈는데, 이 장면에서 공인구 반발계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최형우가 작년에는 잘 맞아도 담장 앞에 잡히는 타구가 뻥 좀 보태서 20개는 본 것 같은데, 현재까지는 이 타구들이 모조리 담장을 넘기고 있습니다. 오늘 홈런도 전형적이었어요. 타이밍이 조금 늦었는데 타구가 쭉쭉 뻗더니 담장을 아주 사알짝 넘겼죠.
그 다음에, 현재 타선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아 보이는 이우성이 안타를 치고 황대인이 친 타구는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였는데, 흐린 하늘에 야구공이 숨었고 롯데 고승민이나 윤동희가 전문 외야수가 아니어서 그런지 타구를 둘 다 잃어버렸죠. 이게 2루타로 기록이 됐고, 김선빈이 이 틈에 홈까지 파고 들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아주 넉넉히 아웃될 타이밍었는데 유강남이 송구를 흘리면서 추가 득점이 이루어졌죠. 나균안은 마운드에서 크게 흔들렸고 김태군, 박찬호가 연달아 정타를 때려내면서 1회에만 6점을 뽑았습니다. 이 득점으로 승기를 확실히 잡았고요.
네일의 투심, 스위퍼, 체인지업은 KBO를 초월한 구질, 그러나...
네일은 시범경기 때 좋지 못 했는데 오늘 초반부터 150km/h 투심을 연달아 던지면서 힘 있는 공을 뿌렸는데요. 네일의 가장 큰 장점은 스위퍼와 체인지업이 굉장히 좋은 위치에서 꺾이고 각도 크다는 점입니다. 스위퍼만 잘 던지면 작년 시즌 중반에 합류해 기대 이하의 피칭을 보인 산체스와 다름 없는데, 체인지업도 굉장히 좋은 위치에서 떨어지더라고요. 좌타 상대로 유용한 구질이고, 스위퍼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매우 좋은 구질이었습니다. 솔직히 5회까지 투구만 보면 '윌 크로우가 아니라 제임스 네일이 1선발인데?'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의 단점이 6회에 바로 나왔죠. 투구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투심의 움직임이 무뎌졌습니다. 그럴 법 합니다. 네일이 미국에서 풀타임 선발을 뛴 시기는 26살, 5년 전인 2019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AA, AAA에서 ERA 5.41)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은 불펜으로 주로 뛰었고, 선발로 뛴 경기는 6경기가 전부입니다. 찾아보니 2019년 이후 80구 이상 던진 기록이 없습니다.
이 점이 오늘 네일이 6이닝 9K라는 압도적인 피칭을 하고도 불안한 부분이죠. 6회에 김선빈의 호수비 2개가 아니었으면 1실점이 아니라 4실점까지 갔을 겁니다. 투심의 움직임이 무뎌지니까 롯데 타자들이 정확한 컨택으로 빠른 땅볼 타구를 만들어냅니다. 딱, 지난해 메디나가 털리는 모습이 6회에 노출이 되더군요. 이 허접한 스태미너가 나아질 수 있을까요? 이게 안 되면 딱 5이닝용 투수에 불과하고요.
그나마 팀 불펜진이 탄탄해서 다행이죠. 그래도 풀타임 선발 경험이 아예 없는 투수는 아니니, 경기를 거듭할수록 100개의 투구수를 안정적으로 던지는 몸 상태를 만들길 바랍니다. 사실, 1회에 너무 오버 페이스였어요. 1회부터 불펜투수로 나온 것처럼 150km/h을 계속 던지는데, 이렇게 던지면 당연히 일찍 퍼지죠.
아무튼, 네일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인 동시에, 굉장히 불안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그래서 심경이 복잡하네요. 투심, 스위퍼, 체인지업 여기에 간간히 던지는 커터까지 많은 무기를 가졌고, 체력. 이거 하나만 보완되면 윌 크로우보다 좋은 성적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체력 문제가 개선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황대인의 부상, 서건창의 불안함
오늘 황대인의 '운수 좋은 날'이었죠. 평범한 뜬공 2개가 모두 안타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등가교환의 법칙 때문이었을까요. 두 번째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다가 햄스트링이 올라오고 맙니다. 딱 봐도 최소 4주는 공백을 가질 것 같네요. 시범경기 활약이 좋았는데 선수 개인에게는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재활 잘 해서 5월부터 팀 뎁스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황대인이 부상으로 빠지고 서건창이 1루를 보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진짜 최악이라고 생각한 지난 시즌 최원준의 1루 수비보다 더 안 좋습니다. 일단, 1루수로서의 자각이 안 되어 있어요. 포지셔닝도 안 좋고 포구도 불안합니다. 일단 포지셔닝이 안 되는 걸 보면 1루 수비 훈련을 거의 안 받은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선수만도 못한 움직임이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죠. 서건창은 수비 포지션으로 쓸 거면 2루수 말고는 안 될 거 같고, 그 2루수 수비마저도 올 시즌 김선빈이 날렵한 몸을 보여주면서 서건창이 수비에서의 우위도 점할 수가 없죠.
이범호 감독이 서건창의 과거 활약, 여기에 고향팀으로 와서 심기일전하리라는 기대로 시범경기부터 중용하는 것 같은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서건창은 1군에서 쓰임새가 없습니다. 1루, 2루 백업이 안 되는 데 1군에서 쓸 수가 없죠. 좌타 대타는 고종욱이 서건창보다 낫고요. 일단 한 2주간 기회는 줄 것 같은데, 극적인 반전이 없으면 안 그래도 빡빡한 KIA 엔트리에서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황대인의 부상으로 빠진 자리는 박정우 아니면 변우혁으로 보완할 것 같네요. 박정우가 올라온다면, 이우성이 1루수로 가고이창진이 외야수로 가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변우혁은 아직 약점이 많아서,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박정우를 올리는 게 좋아 보입니다.
김대유, 박동원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을까
박동원과 계약이 안 되었을 때, 선수층이 두터운 LG로 가길 바랬고 기대대로 LG로 갔습니다. 그리고 김대유를 보상선수로 얻어올 수 있었죠. 전 솔직히, 김대유가 제외됐다는 이야기 듣고 설마 싶었습니다. 두 시즌 동안 리그 정상급의 왼손 불펜 요원이었으니까요. 그 전 해에 성적이 안 좋아졌다해도 준수한 성적이었고요. KIA는 당연히 김대유 선수를 보상선수로 선택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최지민이 이렇게까지 잘 할 줄 몰랐으니, 이준영을 제외하면 확실한 왼손 계투요원이 없기도 했고요.
하지만, 작년에는 성적이 좋지 못했죠. 그런데 작년에도 공이 나쁘단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김대유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보더라인 피칭을 주로 하는데 작년에 심판들이 높은 쪽 보더라인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인색했죠. 김대유는 왼손 사이드암으로 좌타자 기준 바깥쪽 높은 존으로 직구를 대각선으로 박아 버립니다. 이러니까 타자들이 쉽게 정타를 만들어낼 수 없죠. 그런데 이 코스가 볼이 되면, 김대유는 손이 하나 묶이게 됩니다. 그래서 작년에 불리한 카운트에 몰려서 승부구를 존에 우겨넣다가 얻어 맞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오늘 경기를 보니, 선수도 자신감이 넘치고, 공도 정말 날카롭게 들어갑니다. 오늘 장현식, 곽도규, 김대유가 네일 다음으로 던져젔는데, 장현식, 곽도규의 피칭도 나쁘지 않았지만, 장현식과 곽도규는 제구력이 확실히 불안한 면이 있어서 승리계투조로 쓰기엔 변수가 있는데 김대유는 오늘 컨트롤이 정말 예술이더군요. 특히, 앞서 언급한 바깥쪽 높은 존으로 꽂히는 빠른 공과, 거기서 공 한 두 개를 더 빼는 변화구 조합까지 정말 완벽합니다. 롯데 타자들이 전혀 타이밍을 못 맞추더군요. 오늘처럼 던지면 좌완 셋업도 최지민이 아니라 김대유가 해도 될 정도입니다. ABS 도입으로 바깥쪽 높은 존이 후한 판정을 받고 있는데, 김대유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오늘 또 이강철 감독이 KIA 쪽 왼손 불펜요원을 탐내 하던대, 올해 KIA가 우승후보가 아니었다면 김대유, 이준영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KT에서 좋은 선수를 얻어왔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KIA와 KT는 우승 경쟁팀이죠. 현 상황에서는 김대유, 이준영을 모두 지켜야 합니다. 야수는 특정 포지션에 선수가 많으면 고민이 되지만,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상대팀에서 1라운드 픽을 주겠다고 하지 않는 한, 올 시즌 왼손 불펜요원은 전부 지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트레이드를 한다면 순위 경쟁팀이 아닌 팀 상대로는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우승이 목표니까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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