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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KIA : 키움 개막전 - 이범호 감독 데뷔 첫 경기 승리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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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승리의 가장 큰 주역은 '챔피언스 필드 태양'이었습니다. 올 시즌 가장 기대 받는 외국인 투수인 크로우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박찬호의 타구를 중견수 도슨이 놓치면서 꼬이기 시작했죠. 결국, 1회에만 폭풍 5득점으로 승기를 가져왔고, 경기 중반에 위기 상황이 오긴 했지만, 강력한 구위를 보여 준 불펜투수들 덕분에 별 위기 없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윌 크로우, 구위는 합격, 커맨드는 글쎄

 

윌 크로우는 왜 많은 전문가가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외국인 투수로 꼽았는 지 알겠습니다.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커터를 모두 존 안에 던질 줄 압니다. 포심도 150km/h을 상회하니, 타자들이 쉽게 상대하기 어렵죠. 

 

이 선수의 단점은 커맨드 같네요. 존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좋지 못 합니다. 가운데 몰리는 공이 많아요. 최주환에게 맞은 홈런도 그렇고, 이 외에도 위험한 코스로 들어가는 공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KBO가 MLB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건 맞는데, 가운데 들어오는 공 정도는 정타로 연결할 줄 압니다. 가끔 외국인 투수들 중에 너무 쉽게 승부를 하는 투수들을 보는데, 보더라인 피칭, 코너워크 등을 신경 써야죠. 

 

지난 시범경기도 그렇고 오늘 개막전도 그렇고 좋지 못한 커맨드를 다양한 구종으로 보완하는 피칭을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신중한 피칭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윌 크로우가 구종만 보면 딱 선발투수 유형이긴 한대 오늘 80구 넘어가면서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더군요. 주 커리어가 선발이긴 했지만, 가장 최근 시즌에서는 불펜으로 뛴 것이 영향이 있나 싶었습니다. 스태미너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거두기 어렵네요.

 

 

상대 수비 덕분에 7득점? 주자는 18명이나 나갔다

 

KIA를 우승후보로 많은 전문가가 꼽는 이유는 5강도 못 간 작년에도 공격력은 LG와 함께 리그 상위권을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나성범은 몇 경기 나오지도 못 했고, 김도영도 100경기도 못 뛰었죠. 비록 나성범이 또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하지만, 작년만큼 큰 부상은 아니고, 운 좋으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는 돌아오니, 6월 말에 돌아온 작년보다는 전망이 좋습니다.

 

그리고 KIA 타선의 무서움이 뭐냐면, 나성범이 빠져도 공격력이 티가 나게 나빠지지 않는다는 점이죠. 외야에 이우성, 이창진, 고종욱이 보완해줄 수 있고,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커리어 로우를 찍은 황대인이 시범경기에서 팀 최고 타자 역할을 해줬습니다. 외야수 교통정리를 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외야수 풀이 두텁죠. 물론, 그 누구도 나성범의 공백을 매울 순 없지만, 그래도 WRC+ 100 이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자원들입니다. 적어도 구멍은 아니라는 점이죠.

 

KIA 타선의 장점을 또 꼽자면, 라인업의 구성입니다. 장타가 안 나오면 빠른 발로 경기를 풀어 줄 타자가 3명(박찬호, 김도영, 최원준) 있고, 연타가 안 나오면 장타를 쳐줄 타자가 또 3명(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있죠. 포수 자리만 타격 생산성이 떨어지고, 나머지 자리는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S급 타자 2명, B급 타자 7명으로 구성된 타선보다는 S급은 없더라도 A급 타자 9명으로 구성된 타선이 득점은 더 많이 뽑죠. 타선에 큰 구멍이 없다는 게 KIA 타선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불펜 컨디션, 작년과 천지 차이

 

지난 시즌 초반 KIA의 승률이 낮았던 이유가 불펜이 흔들려서 입니다. 그러다보니 임기영에게 가는 과부하가 상당히 컸죠. 정해영, 전상현, 장현식 모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특히 불펜의 가장 큰 축인 정해영의 구위가 너무 안 좋았죠. 140km/h을 간신히 던지면서, 기적의 힘으로 경기를 막는 데 불펜이 두터울 수가 있을까요. 전상현도 2군을 한 차례 갔다 올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시범경기부터 오늘 개막전까지 불펜투수들 컨디션이 너무 좋네요. 페이스를 너무 끌어 올린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펜투수들 공이 좋습니다. 최지민은 작년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고, 무엇보다 정해영이 150km/h을 던지네요. 오늘 정해영 구위가 얼마나 좋았는 지는 숫자 말고도, 송성문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2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하고, 혀를 내밀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죠. 솔직히 말하면, 정해영 데뷔부터 쭉 본 입장에서 정해영이 이렇게까지 위력적인 공을 던진 걸 본 기억이 없습니다. 올해 정말 많은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크로우가 흔들릴 때 그 불을 꺼 준 곽도규도 상당히 기대가 되죠. 작년에는 볼과 스트라이크 차이가 컸는데, 오늘은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서 쫄지 않고 145km/h의 빠른 공을 존 구석으로 박아 넣고 위기를 넘깁니다. 그 전에 볼 선언 받은 공도 존에서 깻잎 한 장 차이였는데, 거기서 깻잎을 한 장 더 넣어서 위기를 넘겼죠. 곽도규는 투구폼도 그렇고 투심을 던지는지라 더 정타로 연결시키기 어렵습니다. 작년 최지민의 성장을 올해 곽도규에게 기대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스코어 차이는 2점에 불과했지만,  왜 팀이 우승 후보로 불리는 지, 왜 올해 기대가 되는 지 알 수 있는 한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운이 좋았던 하루, 공도 안 가고, 뜬공은 2루타가 되고.
  • 김도영 - 왜 집에서 잘 못 하니
  • 소크라테스 - 수비도 좋고 타구는 총알, 나성범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았음
  • 최형우 - 올해 홈런은 줄어도, 타율 3할, 출루율 4할은 무조건 찍을 기세
  • 김선빈 - 5번에 넣은 선택 탁월, ABS의 진정한 수혜자는 김선빈이 될 것
  • 이우성 - 타구 운이 없었을 뿐, 배팅 타이밍은 좋았다.
  • 황대인 - 황대인 답지 않은 슈퍼 캐치. 기대했던 공격력은 오히려 기대 이하
  • 김태군 - 크로우 등판 때 볼 배합 연구를 많이 해야 할 듯
  • 최원준 - 몸이 커진 최원준, 홈런은 늘어날 듯. 컨택만 조금 더 정확히
  • 최지민 - 150km/h 던지는 군필 좌완
  • 전상현 - 오늘은 운이 좀 따랐지만, 빠른 공을 높은 존으로 잘 넣는 건 언제나의 한결 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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