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근무라 집에 와서 하이라이트와 다시 보기로 경기를 복기했습니다. 일단, 가장 좋은 건 김도영, 박재현, 성영탁이 없는 7경기 중 4경기를 치렀는데 화요일 경기 1경기만 지고 나머지 경기를 모두 잡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주말 2연전은 난적 NC와의 상대였는데 말이죠.

게다가 오늘 경기 승리가 더 의미가 깊은 게 그동안 제대로 공략을 하지 못 했던 NC 불펜진을 상대로 6득점을 뽑아냈다는 겁니다. 그동안 KIA가 NC 불펜을 상대로 제대로 공략을 하지 못 했던 게 자꾸 볼을 건드려서 인데, 오늘은 NC 불펜진에게 볼넷을 7개나 골라낸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죠.
어제 오늘 운이 많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박정우의 싹쓸이 3루타까지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카스트로의 평범한 플라이가 페어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이닝이 끝나지 않고 나성범까지 기회가 갔고, 나성범이 쐐기 타점을 올리면서 9회에 진땀을 빼긴 했지만, 경기를 잡을 수 있었네요.
NC와는 아직도 경기가 남았는데, NC 불펜투수들이 제구력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타석에 들어서서 공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라인업을 짤 때 1번과 2번은 볼을 잘 고르는 박정우와 한준수로 가야 하고요.

김도영과 박재현이 빠진 4경기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한준수’입니다. 4경기에서 14타수 6안타(2루타 3개) 볼넷 4개를 기록하면서 OPS 1.199를 기록하고 있어요.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극도의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는데 기어코 슬럼프를 극복한 모양새입니다.
그동안 계속 고민이 됐던 2번 타자 자리에서 한준수가 맹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남은 시즌에서도 김태군의 체력 보전을 위해 한준수를 포수로 세우는 경기가 아니라면, 한준수를 지명타자 2번으로 계속 기용을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이야기하는 거지만, 한준수 2번의 단점은 ‘발이 느려서 병살 확률이 높다’ 하나뿐이에요. 저 역시 한준수를 2번으로 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팀에 더 나은 적임자가 없죠. 한준수를 2번으로 쓰면 공을 잘 골라 내니 김도영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갈 것 같습니다.
1번 타자는 박정우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 김도영 – 박재현이 빠져 있는 4경기에서 성적이 OPS .563으로 뛰어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타율이 .083에 불과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출루율은 .313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율 1할도 안 되는데, 출루율이 3할이 넘어가는 건, 타격감이 안 좋을 때도 베이스에 나갈 줄 안다는 걸 의미합니다.
박재현이 오면 이범호 감독이 다시 박재현을 1번으로 기용할 것 같은데, 남은 경기에서도 박정우를 1번으로 쓰고, 박재현은 6번으로 쓰는 게 차라리 어떨까 싶어요. 지금 6번으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건 김선빈인데, 박재현은 김선빈보다 파워가 있고 다리도 빨라서 병살 확률도 적고, 적극적인 스윙을 좋아하는 선수라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장기적으로는 박재현이 1번으로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올 시즌이 사실상 풀타임 첫 해이기 때문에 출루율이 .333에 불과합니다. 반면, 박정우의 출루율은 무려 .430을 기록하고 있으니, 박재현보다는 출루율이 1할 더 높습니다.
김도영과 박재현이 라인업에 복귀하면 이범호 감독이 어떻게 라인업을 짤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3번 김도영을 양보할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은 라인업으로 잔여 시즌 경기를 치렀으면 좋겠어요.
1번 박정우 (중견수)
2번 한준수 (지명타자)
3번 김도영 (3루수)
4번 카스트로 (1루수)
5번 나성범 (우익수)
6번 박재현 (좌익수)
7번 김선빈 (2루수)
8번 김태군 (포수)
9번 하주석 (유격수)
다만, 이렇게 라인업을 짜면 좌타자가 너무 많긴 하네요. 우타자는 김도영, 김선빈, 김태군. 김씨들 뿐. 하지만 강한 좌투수가 나오는 게 아니라면, 이대로 몇 경기 정도는 해봤으면 합니다. 어차피 이들보다 더 잘 치는 우타자가 있는 것도 아니죠.

시라카와가 5회까지 노 히트로 NC 타선을 막고, 2득점을 선취한 상황. 최근 KIA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오늘 경기 잘 하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믿었던 전상현, 조상우, 곽도규가 모두 실점을 하면서 좋지 못 했죠.
전상현의 경우, 올라오자마자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즌 볼넷 허용이 3개 밖에 안 됐던 전상현이 블레인에게 스트레이트 포볼을 허용한 장면만 봐도 오늘 투구 밸런스가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러다가 결국 초구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가는 힘없는 포심을 베테랑 박건우가 심리를 잘 읽고 강한 스윙으로 연결해서 동점 투런을 날렸죠. 그래도 그 뒤에 밸런스 잡고 삼진 2개 잡고 내려가는 걸 보면, 전상현은 확실히 믿을만 합니다.
조상우는 확실히 연투에 약하네요. 느낌상 연투할 때마다 기록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스탯티즈에서 연투 후 기록을 찾아보려 했는데 찾기 어렵고 노가다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번 달만 비교해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9월 한 달 3번 연투했는데, 연투한 경기 기록이 2.1이닝 7피안타 2사사구로 무시무시할 정도로 안 좋습니다. 아무래도 등판할 때마다 쥐어짜서 던지다보니 연투할 때마다 구속이 떨어지고 그래서 공략을 쉽게 당하는 것 같아요. 조상우는 가급적이면 연투를 시키면 안 되겠습니다. 즉, 사용법의 문제.
제가 차기 마무리로 밀고 있는 곽도규도 안 좋았는데, 기록만 보고 이게 무슨 일이야 싶었지만, 실제 던지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 안 좋았던 게 아니고, 운이 안 따랐네요.
우선 첫 타자 오태양의 경우 투수 쪽 빗맞은 땅볼 타구였는데 곽도규가 자기가 건드리면 유격수가 처리 못 할까봐 글러브를 뺐죠. 그런데 수비는 거기 없었기에 안타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곽도규가 적극적으로 포구를 시도했으면 아마 잡았을 것 같아요. 곽도규가 수비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째 타자 권희동은 ‘곽도규와 극상성에 있는 타자’입니다. 우타자라서 곽도규의 공을 조금 더 쉽게 볼 수 있고,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자 노골적으로 ‘툭툭 건드리는 스윙’으로 파울만 열심히 만들더라고요. (제가 권희동을 제일 싫어하는 이유. 강한 타구를 날릴 생각이 없고 어떻게든 투구 수 늘리는 데만 주력함) 그러다가 볼넷을 허용했는데 마지막 149km/h 투심이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어요. 차라리 가운데 던지지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봐야 툭툭 대서 파울 만드는 건 똑같았을 겁니다.
이우성에게 허용한 2루타는, 이우성의 노림수에 걸린 타구인데, 이것도 정타가 아니었죠. 그런데 처음에는 정타처럼 보여서 좌익수 김민규가 뒤에서 돌아 들어가는 바람에 한 끗 차이로 타구를 잡지 못 했습니다. 곽도규의 공은 정타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걸 인지하고 수비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김민규도 이제 고졸 1년차죠.
아무튼, 결과적으로 곽도규의 오늘 부진은 운이 안 따랐기 때문이고, 시즌 치르다 보면 이런 날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 마음 속의 내년 마무리 투수 1순위라는 건 변함이 없네요.
이의리는 들쭉 날쭉한 제구력으로 현기증 나는 피칭을 했는데 어찌됐든 막긴 막았죠. 하지만, 여전히 정교하지 못 한 제구력은 참 보는 입장에서 답답합니다. 내년에는 선발로 다시 가서, 스트라이크를 적극적으로 많이 던졌으면 좋겠어요. 올해 마무리 투수로 경험 쌓은게 내년 성공적인 선발 에이스로 성장하는데 자산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보기로 복기하긴 했지만, 피곤해서 졸면서 봤던 지라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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