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그야말로 명품 투수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올러와 안우진 두 투수 모두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으니까요.
다만, KIA의 경우 박재현과 김도영 두 명이 빠진 공백이 너무 컸죠. 그나마 박재현이 빠진 공백은 박정우가 안타는 몰라도 볼넷과 사구 등으로 꾸준히 출루 하면서 어느 정도 보완이 되고 있는데, 김도영이 빠진 공백이 너무 큽니다. 이는 변우혁, 윤도현 등 기대했던 내야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세와 관련이 크고요.
오늘 심지어 정현창은 1군에 있는 게 맞는 지 환장할 정도의 플레이를 펼쳤죠. 이에 대한 이야기는 후술하고, 오늘 경기 잡은 건 일단, 한준수를 2번으로 전진 배치시킨 게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팽팽하던 경기를 KIA에서 계속된 번트 실패로 득점에 실패했는데 정현창의 번트 병살로 또 다시 기회가 무산될 게 뻔했던 7회에 박정우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고, 한준수가 낮은 존으로 들어가는 박준현의 150km/h 포심을 놓치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해서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로 간신히 결승점을 뽑았습니다.
한창 KIA가 2번 타자에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 한준수가 딱 한 가지를 제외하면 2번 타자로 가장 좋다고 자주 언급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출루 능력이죠. 후반기에 엄청난 부진(후반기 OPS .571)을 겪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출루율이 .400입니다.
KIA 타선의 장점이 ‘파워’라면, 약점이 ‘출루 능력’인데, 한준수는 KIA 타선이 갖고 있는 약점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규정타석의 50% 이상을 충족한 9명의 KIA 타자 중에서 한준수의 순출루율이 .118을 기록하며 가장 좋습니다. (김도영이 .104로 2위, 김선빈이 .100으로 3위)
후반기에 타율이 .167에 불과함에도, 출루율은 .307을 찍고 있으니 한준수의 출루 능력은 의심할 바가 없죠. 다만, 한준수의 문제라면 후반기부터 하이 존에 대한 공략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점인데, 하이 존에 약점이 계속 노출되다보니 후반기에 배럴 타구를 거의 구경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한준수는 타율이 낮더라도, 볼은 골라 내고, 자신이 가장 잘 치는 낮은 코스의 공들만 확실하게 쳐도 1군 밥은 계속 먹을 수 있습니다. 모든 투수들이 하이존으로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것도 아닌데, 모든 코스의 공들을 다 치면 메이저리그 타자죠. 지금의 스윙 궤적으로 약점은 보완하면서 자신의 존에 걸린 공들만 조금 더 힘을 실어서 치는 연습만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한준수의 ‘눈’은 제가 높이 평가하지만, 덩치에 비해 아쉬운 ‘파워’는 한준수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번 타자로서 한준수의 단점은 1가지 밖에 없습니다. ‘병살타가 많은 것’. 한준수는 12개의 병살로 팀내에서 가장 많은 병살타를 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주전 야수들에 비해 타석수는 100타석 이상 적음에도 병살타가 많죠.
한준수의 병살타가 많은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다리가 느린 것, 두 번째는 1-2루간으로 강한 땅볼 타구가 자주 간다는 것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준수는 땅볼보다 뜬공 비율이 훨씬 높은 타자(팀내에서 뜬공 비율이 두 번째로 높습니다.)임에도 병살타가 많죠. 이건 한준수 타격 스타일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이 병살타에 대한 리스크만 없으면 한준수 만큼 훌륭한 2번 타자는 없어요. 대부분의 타구가 우측으로 가기에 주자가 1루에 있으면 안타가 나왔을 때, 3루까지 갈 확률이 크고, 볼을 잘 고르니, 3번 타자에게 찬스를 이어주기도 쉽죠. 다리만 좀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이건 절대 개선될 수 없는 부분이죠.
느린 발과 많은 병살 때문에 2번 타자로 쓰기에 좀 그럴 뿐이지, 팀 타선에 확실한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면 한준수 2번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처럼요.

오늘 경기 KIA는 올러, 전상현, 곽도규, 조상우, 이의리를 모조리 투입했습니다. 전날 경기가 없었고 다음 날도 경기가 없으니 가능한 투수 운용이었죠. 그리고 결과는 0실점 영봉승 승리. 키움 타선이 약하기도 하지만, 투수들 구위가 너무 좋아서 변수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눈이 썩는 수비를 보인 지난 수요일 경기와 달리, 오늘은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좋았죠. 특히, 데이비슨의 잘 맞은 타구를 잡아 낸 김호령의 좋은 수비는, 이 선수가 왜 팀에 필요한 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투수들은 모두 좋은 투구를 했죠. 5명의 투수가 안타를 5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으니까요. 올러는 오늘 투구수가 좀 많았지만,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면서 삼진을 5개 잡으며 안타를 3개 밖에 허용하지 않으며, 왜 자신이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인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승운만 따르지 않았을 뿐, 오늘 호투로 올러의 WAR은 5.61을 기록하며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높습니다.(전체 투수 중에서는 곽빈에 이어 2위) 여름에 극심한 부진만 제외하면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하고 있는 중이고, 네일 역시 외국인 투수 WAR 2위를 기록하고 있는지라, 올 시즌 끝나면 KIA는 외국인 선수 4명(올러, 네일, 시라카와, 카스트로)의 재계약에 주력해야 합니다.
가장 큰 위기는 7회였는데, 전상현이 첫 타자 어준서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2사 이후에 오늘 감이 정말 좋았던 서건창이 타석에 들어서자 곽도규를 등판시켰죠. 전상현도 좋은 투수이지만, 좌타자 잡는 건 곽도규만한 선수가 없으니 좋은 선택이었고, 곽도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건창을 상대로 완벽한 공 3개만을 던지고 3구 삼진으로 이닝을 끝내 버립니다. 마지막 2개의 공은 아마 오타니라도 삼진 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곽도규는 8회 첫 타자 추재현에게 안타를 맞았죠. 2스트라이크 유리하게 잡았는데 3구째 변화구가 밀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데이비슨에게 맞은 타구도 잘 맞은 타구였고요. 그나마 히우라라도 잡았으면 마무리 투수로 믿음을 더 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네요.
그리고 조상우가 마운드에 올라와서 불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조상우 오늘은 주사위 6위 떴습니다. 구속이 145km/h 이상 나오면 믿음이 가요. 박찬혁을 상대로 145km/h 포심을 하이존에 던져서 인필드 플라이로 유도하고, 대타 이형종 사대로 변화구로 카운트 잡은 다음에 이보다 완벽한 위치에 던질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146km/h 포심을 바깥쪽 하이존에 정확히 던져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의리가 9회에 나와서 3명의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냈죠. 솔직히 포심 제구력은 오락가락했는데, 슬라이더와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으로 잘 들어간 덕분에 문제없이 경기를 끝냈습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커브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썼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내년에 선발로 롱런할거면, 변화구 제구 능력을 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죠.

오늘 선발 출장한 변우혁, 그리고 대수비로 들어 선 정현창 이 두 명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죠. 변우혁은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고, 정현창은 3루 수비가 좋은 것도 아닌데, 타석에서 번트도 못 하고, 한가운데 포심 헛스윙, 또 한가운데 포심은 그냥 지켜보다가 삼진. 정말 울화통이 치미는 타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현창 수비력은 높게 평가하는데, 공격력은 과거 한창 헤매던 때의 박찬호보다 못해 보입니다. 멀리 치는 선수도 아닌데, 컨택률이 65.2%에 불과합니다. 기회를 주면 박찬호처럼 클 수 있다고 하는 의견이 많은데 2020년에 박찬호가 OPS .551을 칠 때도 컨택률은 85%였습니다. 파워가 없어서 그렇지, 컨택은 괜찮았죠.
정현창도 고졸 2년차이기 때문에 프로 첫 해 타율 1할도 못 치던 박재현도 종종 소환되는데, 박재현도 작년에 컨택률은 71.1%로 정현창보다는 나았습니다. 정현창은 그냥 스윙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수준이에요.
변우혁은 2024년만 해도 187타석 스몰샘플이긴 해도, OPS .839에 좌투수 상대로 OPS 1.103을 기록해서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그 이후 계속 내리막이네요. 사실, 2024 시즌 성적이 좀 운이 따르긴 했습니다. BABIP가 무려 .397이었으니까요.
윤도현도 2025시즌에 역시 스몰샘플(160타석)이지만, OPS .786에 6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파워를 자랑했는데 올해 78타석에서 타율이 .164에 불과합니다. 이 두 명의 선수가 타격에서 퇴보를 해버리니, 김도영이 빠진 자리가 더 크네요.
문제는 내년부터 김도영을 유격수로 쓰면, 3루 공백은 또 어찌 매워야 하냐는 점입니다. 윤도현은 상무에서 담금질을 할테고, 변우혁이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 하고 있죠. 3루가 파워 포지션이라는 걸 감안하면 변우혁이 성장하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인데, 참 아쉽습니다. 00년생으로 더 이상 유망주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나이가 됐고요.
박민은 3루 수비에서는 괜찮겠지만, 파워 자체가 없는 선수죠. 박민은 차라리 2루로 육성시키는 게 맞다고 보지만, 박민 역시 아직 확실한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는 게 문제죠. 그리고 박민이나 윤도현이나 2군 성적은 딱히 인상적이지도 않습니다. 2군을 씹어 먹고 나서야 1군 성적이 기대되는데, 2군도 못 씹어 먹는 선수들이 1군에서 잘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이러다보니 곧 있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호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 선수 수비가 안 좋고 가장 키우기 힘든 ‘우타 거포’라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봐야죠. 그러면, 내년에 과연 3루수 역할을 누가 해줄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현 시점에선 3루수 없다고 김도영 유격수는 영영 포기할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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