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키움에서 딱 두 선수, 안우진과 서건창에게 당한 경기네요. 이번 주 앞서 치러진 4경기에서 평균 7.8득점을 기록했던 KIA 타선은 안우진에게 7이닝 무득점으로 막혔고, 9회에야 유토를 상대로 1점을 만회했습니다.
KIA 타선은 오늘 예비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했을 뿐입니다.
이런 경기를 잡는 방법은 우리 팀 투수가 완벽한 투구를 하고 수비에서 실수가 없었어야 했는데, 선발 투수는 좋은 투구를 했지만, 투구 수가 많았고 수비에서 하주석의 실책성 플레이(이게 실책으로 기록이 안 되다니)가 나오면서 3회에 실점을 허용해 내내 끌려 가는 경기가 됐죠.
9회에 키움 마무리 유토를 올 시즌 처음 상대하면서 힘 좋은 좌타자 두 명이 잇달아 장타를 치면서 찬스를 잡았고, 김선빈의 안타까지 나오며 2사 2, 3루 찬스를 잡아 동점의 기회가 생겼지만, 오선우의 총알 같은 타구(앞으로도 유토 상대로는 좌타자 위주로 배치해야할 듯)가 하필이면 1루수 안치홍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아쉽게 6연승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솔직히 오늘 안우진의 투구를 보면서 아, 퍼펙트만 안 당하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58km/h까지 포심이 나왔는데, 사실 오늘 포심 위력은 그렇게 인상 깊진 않았어요. 오히려 안우진에게 당했던 것은 변화구 구사 능력이었습니다.
공이 워낙 빠르니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타격할 수밖에 없는데, 변화구마저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잘 떨어지는 바람에 안우진을 상대로 정타가 거의 나오지 못 했죠. 변화구 한 개만 잘 들어가도 힘든데, 오늘 안우진은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변화구 3개가 모두 좋았습니다.
다만, 안우진 복귀 시즌이다보니 아직 스태미너가 완전치 않아서인지 후반에는 투구 수가 늘어나며 KIA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하기 시작했죠. 그러자 포심 구사 비율을 줄이고 변화구를 정확히 커맨드하는데 주력하면서 KIA 타자들을 잡았습니다. 완봉패 안 당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로 안우진의 오늘 커맨드가 너무 좋았어요.
올러도 잘 던졌어요. 다만, 투구수가 너무 많았죠. 그 원인은 오늘 따라 슬러브가 잘 컨트롤 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원인은 ‘올러는 투 피치 투수’라는 점입니다. 오늘처럼 슬러브가 안 들어가는 날은 포심 위주의 피칭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니 파울 타구가 많이 나오죠.
특히, 서건창과 추재현 두 좌타자에게 많은 공을 던졌는데, 올러의 슬러브가 좌타자에게 백도어 궤적으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쳤으면 더 완벽한 투구가 가능했는데, 오늘 좌타자에게 던진 백도어 슬러브가 스트라이크 선언을 거의 받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습니다.
안우진은 오늘 포심 컨디션이 안 좋다고 판단해 포심 구사율을 34%까지 낮춘 대신 슬라이더 30%, 커브 26%, 체인지업 10%로 섞어 던졌습니다. 반면, 올러는 슬러브 외에는 제3구종의 위력이 떨어져서 포심 66%, 슬러브(슬라이더) 26%의 비율로 던졌죠. 슬러브가 잘 안 들어가다보니 포심 위주의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니 커트가 많이 되면서 투구수가 누적이 됐죠.
하지만 올러의 포심 무브먼트와 커맨드가 워낙 좋으니까 슬러브가 안 들어가는 날이어도 키움 타자들이 쉽게 공략을 하지 못 했고, 실점의 빌미가 된 박주홍의 2루타 역시 올러는 포심을 힘이 있게 던져 평범한 뜬공을 유도했지만, 하주석이 고척돔의 천장을 극복하지 못 했습니다.(고척돔은 정말 최악의 돔구장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네요. 처음 지을 때 제대로 좀 짓지)
제가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올러는 구종이 단순해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데리고 갈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에서도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반면, 안우진은 포심 스터프가 정상이 아님에도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면서, ‘완성형 선발투수’의 모습을 보였죠.
올러를 보면 그냥 딱 키움의 ‘알칸타라’가 떠오릅니다. 포심과 포크볼의 완성도가 엄청나게 뛰어나지만, 제3구종이 없어서 NPB 무대에서는 실패하고, KBO에서는 여전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죠. 올러도 제3구종 추가가 없으면 KBO의 왕 노릇으로 그칠 것 같은데, 이게 오히려 KIA에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투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내년에는 폭염만 잘 이겨내길 바랄 뿐.

오늘 경기 야수들은 안우진에게 모두 막혔지만, 그 중에서 특히 아쉬웠던 게 하주석이죠. 사실, 하주석이 안타를 치면서 팀의 노히트를 깨뜨리긴 했는데, 3회 수비에서의 임팩트가 너무 컸고 안타 이후에 7회 병살타, 그리고 9회 좋은 찬스에서 허망한 삼진까지 당하면서 안 좋은 쪽으로 임팩트가 너무 컸습니다.
하주석이 트레이드 된 이후 KIA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안 좋아도 이적 후 17경기에서 타율 .321에 OPS .845, WRC+ 123.7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호성적의 배경에는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이 ‘컨택률’과 ‘순장타율’입니다.
지난해 하주석의 한화에서의 순장타율(IsoP)는 .094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스몰샘플이지만, KIA에서는 순장타율 .15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주석 커리어에서 이보다 좋았던 시기는 23세였던 2017 시즌이 마지막입니다. 이 해에 하주석은 11개의 홈런을 쳤고, 그 이후에는 2021년에 한 번 10개 홈런 치고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적이 없죠.
순장타율이 좋아진 대신 컨택률이 작년 76.8%에서 올해 65.3%로 크게 낮아졌고, 헛스윙 비율도 34.7%를 기록하며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30%를 웃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하주석의 접근법이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팀에 그 누구도 하주석에게 정교한 타율과 높은 출루율을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하주석은 그냥 6~7번 정도의 타순에서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생산해주면 그걸로 역할은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건 ‘수비 능력’이겠죠.
하주석의 컨택이 나이 32살에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범호 감독이 김호령을 장타 머신으로 바꾼 것처럼 하주석도 동일한 주문을 했다고 추측됩니다. 그리고 전 이렇게 하는 게 옳은 방향 같습니다. 하주석이 KIA에서 중심타선을 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위 타순에서 장타를 가끔이라도 쳐 주는 게 더 좋은 접근법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이런 하주석의 변화가 계속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지는 더 두고봐야겠죠. 그리고 아무리 히팅 포인트를 앞에 뒀다 해도, 마지막 타석에서 유토의 말도 안 되는 하이 패스트볼을 휘두른 것은 이범호 감독도 바란 모습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 본인의 실수 때문에 팀을 패배 직전으로 몰았다는 생각에 그런 공에 방망이를 휘두른 게 아닐까 싶어요. 그저, 실수를 통해 더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경기 내준 또 다른 이유는 조상우의 피칭이었죠. 올러 다음에 7회에 마운드에 올랐는데, 첫 타자 김건희부터 안타를 허용하더니, 김웅빈은 사구로 내보내고, 서건창에게 안타를 허용해 추가 2실점으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김호령의 실책은 덤)
김건희와 서건창에게 맞은 안타가 모두 정타였는데, 좌타자를 잡는 무기가 없어서 좌타자에게 던진 공들이 계속 커트 당하고, 결국에는 실투로 연결돼 장타가 된다는 점이 조상우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서건창 상대할 때가 대표적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서건창을 잡을만한 무기가 안 보였습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지면 커트하고, 히팅 포인트를 조금 뒤에 둬도 조상우의 포심에는 대응이 되더군요.
유리한 카운트까지 잘 잡긴 했는데, 변화구에 자꾸 방망이가 걸리니까 김태군이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살짝 벗어나는 포심을 요구했죠. 하지만 조상우의 포심은 한가운데 실투가 됐고, 서건창이 어렵지 않게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습니다.
조상우 올 시즌 후반기 피OPS가 무려 .859입니다. 작년에도 조상우가 후반기에 와르르 무너지면서 전반기까지 2위를 내다봤던 KIA의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죠. 그에 따른 트라우마로 심재학 단장은 시즌 후에 김범수, 홍건희, 이태양 등 불펜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고요. (이태양만 성공)
올해도 또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조상우의 포심이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 하고, 구종이 단조롭다보니 쉽게 공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조상우를 승리계투조로 쓸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괜히 승리계투조로 쓰려다가 오늘처럼 치명적인 패배만 당할 삘입니다.
곽도규가 다음 주부터 복귀하면 곽도규를 승리계투조로 포함시키는 대신 조상우는 시즌 초의 보직인 추격조 우두머리로 바꾸고, 이태양, 성영탁, 정해영, 전상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나아 보입니다. 다만, 전상현을 제외하면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들이 아닌지라(전상현도 최근 안 좋고) 불펜이 깝깝해 보이긴 합니다. 그 와중에 이의리라도 뒷문을 잘 지켜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년에 이의리는 다시 선발투수로 가야겠지요. 당장, 올해 불펜이 흔들린다고 절대 이의리를 불펜으로 계속 기용하는 어리석은 짓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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