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양현종이 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고, 경기 중반까지 하영민의 변화구(포크볼, 슬라이더)에 대응이 안 되면서(특히, 하주석) 어려운 경기를 하는 듯 했지만, 2회 선취점을 뽑은 상태였고 6회에 나성범의 홈런 포함 2득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전상현, 조상우, 이의리를 가동해 경기를 지킬 가능성이 컸는데, 7회에 김호령의 만루홈런 포함 5득점을 집중시키며 가비지 게임을 만들었죠. 그 이후에는 매우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양현종이 시범경기 때 배팅볼을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아 양현종에게 올해는 정말 쉽지 않은 시즌이 되겠구나, 진짜 ‘은퇴’를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양현종 올해 포심 평균 구속이 138.6km/h까지 떨어지며 (2025년 140.3km) 타자들에게 난타당하기 시작했고, 매우 암울해 보였으나 현재까지 양현종의 시즌 성적은 101이닝을 투구하며 ERA가 4.19에 불과(?)합니다. 5.06을 기록했던 작년의 모습에서 오히려 개선이 이뤄졌고요.
실상 양현종의 세부 스탯을 보면, ERA만 낮아졌지, 작년보다 안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9이닝 당 탈삼진이 6.06개로 2012년 이후 커리어 최저 수치이고, 9이닝 당 볼넷은 4.63개를 기록하며 역시 2012년 이후 가장 나쁜 수치입니다.
대신 피안타율이 작년 .285에서 올해 .242로 낮아졌습니다. 즉, 올해 양현종은 볼넷이 늘어난 대신 피안타를 억제하고 있다고 봐야죠. 쉽게 말해서 ‘정면승부’를 줄이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던지면서 타자들을 낚는 피칭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144km/h까지 포심이 나왔고, 포심으로 키움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고, 주무기 체인지업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절묘하게 떨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키움 타자들에게 양현종의 레퍼토리는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죠.
오늘 양현종은 안타 2개를 맞았는데, 2개의 안타 모두 정타가 아니었고, 아웃된 타구 중에서도 정타는 거의 없었습니다. 4사구를 3개 내주긴 했는데 반대급부로 가운데 몰린 공들이 거의 없었죠. 평소보다 더 힘이 붙은 모습입니다.
오늘 경기 양현종의 게임 스코어는 63으로 시즌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불펜에 여유가 있었기에 이태양으로 바뀌었지, 양현종도 아쉬워할 정도로 투구수(77개)도 얼마 안됐고 공이 나쁜 게 아니었죠. 이로써 양현종은 2경기 연속 호투를 기록합니다.
개인적으로 양현종이 송진우의 리그 최다승(210승) 기록을 깨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 올해 너무 저점을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양현종은 국내 투수 에이스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려놓고, ‘5이닝을 전력’으로 던지고, ‘적극적인 존 공략 대신’ ‘볼넷을 주더라도 정교한 피칭’으로 전략을 수정해 ERA를 낮추고 올해 9승으로 통산 195승까지 쌓으며, 200승에는 5승, 최다 경신에는 16승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6승’ 쉽지 않은 수치입니다. 내년에 갑자기 기량이 쇠퇴하면 1승도 거두지 못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의 전략이 내년에도 통한다면 그리고 올해 여기서 2승만 더 거둬도(3승이면 땡큐) 2시즌만 더 뛰어주면 송진우의 리그 최다승 기록도 잘하면, 운이 따르면 경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됩니다. 6선발로 뛰어도 좋으니 2028년까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잘 던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경기 수훈 타자는 3안타에 6타점을 기록한 김호령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3점 차 리드 상황에서 만루홈런을 치면서 경기를 가비지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김호령의 홈런이 터지지 않았더라도 KIA는 승리 확률이 높았죠. 네이버 문자 중계에서 김호령의 만루 홈런이 나오기 전, 점수 차이를 3점 차이로 벌리는 나성범의 희생타가 나왔을 때 KIA 승리 확률이 85.3%였으니까요. 김호령의 만루홈런은 승리 확률을 98.4%로 만드는 쐐기 점수였지, 결정적인 점수는 아니었습니다.
결승타는 2회에 나온 박재현의 안타였죠. 2사 이후에 한준수의 볼넷과 김호령의 안타로 만들어 진 2사 1, 3루에서 다른 타자들은 어려워하던 하영민의 포크볼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쳐서 우익수 앞에 깔끔한 정타를 만들어 결승타를 쳤습니다.
이 장면에서 박재현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던 게, 하영민의 포크볼은 오늘 떨어지는 위치가 굉장히 좋아서 정타로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하영민이 거의 포크볼만 던졌는데도 KIA 타자들이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지 못할 정도였죠.(특히, 하주석) 그런데 박재현은 하영민의 포크볼이 떨어지는 위치를 정확하게 노리고 정타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 박재현의 남다른 컨택 재능이 보이더라고요.
9회에도 박재현은 2사 2, 3루 상황에서 최현우의 커브 떨어지는 위치를 노리고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타점 안타를 쳤습니다. 이로써 4안타 경기를 완성했고요.
고졸 2년차 선수가 지난해 71.1%에 머물렀던 컨택률을 76.8%까지 성장시켰고, 자신의 핫존에 상대 투수의 공이 들어오면 ‘단타’가 아니라 ‘장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발 빠른 똑딱이인 줄 알았던 선수의 실체가 벌써 홈런 15개를 치는 장타자였던 거죠.
단순히 ‘홈런’ 개수만 보면, 박재현은 김도영이 2년차 때까지 친 10개의 홈런을 진작에 넘어 섰습니다. 물론, 김도영은 2년차에 이미 OPS .824에 WRC+ 134.4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공격력을 보였지만, 박재현 역시 김도영 못지 않게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아니, 오히려 1년차 대비 성적 향상은 김도영보다 더 낫습니다.
여전히 타격과 수비, 주루에서 어설픈 점을 노출하고 있으나 이 선수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겁니다. 김도영도 3루 수비 풀타임 5년차가 되니까 실수를 줄이면서 공수주에서 완벽한 선수가 됐듯이 박재현도 공수주에서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고 그 성장세가 매우 뛰어납니다. 박재현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에 있어요. ‘실수를 두 번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점’
내년에 KIA는 나성범이 조금 부진해도 김도영과 박재현, 그리고 카스트로만 멀쩡해도 상위 타선의 파괴력은 다른 팀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 또 하나의 긍정적인 부분은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태형이 2이닝을 1볼넷 5탈삼진으로 막은 거죠. 첫 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 준 부분은 안 좋았으나, 그 이후 6명의 타자를 상대해 박찬혁만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나머지 타자는 모조리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를 늘렸습니다.
제가 이전 리뷰에서 김태형의 문제점으로 ‘구속에 비해 스터프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150km/h까지 던지는 투수가 포심의 헛스윙률이 너무 낮았죠.
그런데 오늘 김태형은 27개의 공을 던졌고, 이 중 헛스윙을 5번 만들었는데 5번의 헛스윙 중 포심 헛스윙이 두 차례였습니다. 올해 포심 헛스윙률이 7.7%에 불과했는데 오늘은 33.3%를 기록했어요. 시즌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물론, 키움에서 큰 점수 차이 때문에 타석에서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지긴 했습니다만, 이를 감안해도 평균 구속 146.3km/h의 포심이 타자들을 압도해냈죠. 시즌 평균 포심 구속(147.9km/h)보다 떨어지긴 했는데, 무브먼트가 다른 경기에 비해서 돋보였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 김태형은 아직 자신만의 투구를 정립하지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매 경기 투구 패턴이 바뀌고, 매 경기 구속도 오락가락하죠. 5월까지 9경기 등판에서 포심 구사율이 50% 미만인 경기는 4차례 밖에 없었는데, 6월부터 오늘까지 10경기 등판에서는 포심 구사율이 50% 이상인 경기가 2경기 밖에 안 됐습니다. 그 중 1경기가 오늘이었고, 오늘이 포심 구사율이 두 번째로 높은 경기였어요.
김태형이 강력한 선발투수가 되려면 포심 위력이 좋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그런 포심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전만 해도 변변찮은 변화구가 없었는데, 실전에서 많은 변화구를 던지면서 자신만의 피칭 디자인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동하가 어제 경기에서 한화 타선을 잘 막았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운이 따랐던 경기고, 포심이 느린 선발 투수는 한계가 있다보니, 전 김태형을 지금이라도 황동하 대신 로테이션에 넣는 게 어떨까 싶어요. 다만, 이전 경기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황동하가 막았기에 당장 다음 경기부터 선발 투수를 바꾸기엔 ‘명분’이 없죠.
다음 황동하 경기 때도 김태형을 대기시키고, 황동하가 조금만 흔들린다 싶으면 김태형을 빠르게 투입해 많은 이닝 투구를 주문해 봤으면 싶습니다. 이상적인 결과로 김태형이 잘 막는다면, 다음 황동하 턴에는 김태형이 로테이션을 돌게 하는 거죠. 진짜 KIA가 올해 풀리는 팀이 된다면, 김태형의 선발 전환이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는 승부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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