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어제와 반대 되는 양상으로 경기가 흘렀네요. 어제는 KIA가 초반에 4득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리드했는데, 오늘은 한화가 초반에 4득점을 뽑으며 경기를 리드했습니다. 여기에 한화 선발 화이트에 타선이 꽁꽁 묶여서 접전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 했죠.
가장 아쉬운 이닝은 박상준의 홈런 후에 연속 3안타가 나오면서 1사 1, 2루 찬스를 잡은 5회였습니다. 박재현과 카스트로가 화이트에게 잇달아 삼진을 당하면서 경기를 뒤집지 못 했죠.
하지만 상대적으로 화이트의 공이 좋았습니다. 특히, 박재현을 헛스윙으로 돌려 세운 스위퍼는 작년의 와이스가 던진 스위퍼를 보는 느낌이었고, 카스트로 상대로는 계속 변화구에 커트 당하니까 빠른 공을 보더라인에 꽂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죠. 타선이 못 했다기보단 화이트의 공이 오늘 너무 좋았습니다.
문제는 올러의 피칭이죠. 1회에 1실점, 2회에 3실점하면서 일찌감치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는데, 일단 여름 들어서 볼넷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는 SSG를 상대로 5회도 못 채우고, 6피안타 2볼넷을 내주더니, 오늘은 5회 간신히 채우고 6피안타 4볼넷, 이닝 당 2명 꼴의 주자를 내보냈죠.
보통 여름 들어 피칭 내용이 좋지 못 하면 구속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데, 시즌 평균 149.9km/h였던 올러의 포심 구속은 오늘 148.2km/h를 기록하며 평소보다 안 좋긴 했습니다. 하지만, SSG전에서는 150.7km/h을 기록했으니, 딱히 구속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날리는 변화구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잘 던질 때는 슬러브가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놀았는데, 지난 SSG전과 오늘 경기만 보면, 슬러브가 계속 존에서 크게 벗어납니다. 이러다보니 볼이 늘어나고, 노림수에 계속 걸리게 되고요.
제가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거지만, 올러는 미국에서 선호할 타입이 아닌 게, 구종이 너무 단조롭습니다. 오늘 슬러브가 안 통하면 체인지업으로 슬러브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올러에게는 제3구종이 딱히 없죠. 빠른 공의 위력과 슬러브의 조합으로만 타자들을 상대하니, 구종 하나가 고장나면 아무래도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네일도 마찬가지라서, 네일이나 올러나 둘 다 한국 생활에 만족하면 KBO 무대를 떠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둘 다 MLB에서 선발로 뛸 능력이 있는 투수들도 아니고 기껏해야 불펜 정도일텐데, 둘 다 나이가 한창 어린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정성을 더 추구하지 않을까 싶어요. MLB에서 KBO보다 더 높은 대우를 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그리고 올러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KBO에서도 롱런을 못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작년에도 여름에 안 좋았는 지 찾아봤는데,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7월을 통으로 비웠고, 8월에는 23이닝 동안 ERA 6.26, 피OPS .776, WHIP 1.83으로 안 좋긴 했습니다. 정말 더위에 약한 걸 수도 있어 보여요.
아무튼, 지난해 부상 복귀 이후 안 좋아서 퇴출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날씨가 선선해진 9월에는 26이닝 동안 ERA 2.42, 피OPS .549로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들만 보고 올러는 항상 여름에 안 좋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죠. 이제 KBO 무대에서 2시즌 밖에 안 뛰었고 올해 여름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설령, 올해도 작년처럼 여름에 안 좋다고 해도 재계약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지금까지 성적만으로 올러는 재계약감입니다. 오히려 한국의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노하우를 동료 선수들이 도와줬으면 싶어요. 네일도 첫 시즌 7월에는 피OPS .749로 안 좋았는데, 2025년에는 7월 피OPS가 .519, 8월 피OPS가 .510으로 오히려 여름에 더 잘 했습니다. 올러도 한국의 여름을 극복하길 바래야죠.

KIA는 클린업이 터지지 않으면, 아무래도 그 경기는 어렵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테이블세터진의 출루율은 리그 최악이고, 하위 타순도 풋내기들이라 딱히 강하지가 않죠. 오늘 카도나한 중심타선에서 안타가 단 1개 나왔습니다. (15타수 1안타) 이러니 점수가 안 나오죠.
중심타자들이 부진했음에도 3득점을 뽑은 건 하위 타순에서 김호령, 박상준, 윤도현의 장타가 하나씩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박상준과 윤도현의 홈런은 팀의 미래 측면에서도 꽤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홈런들이죠.
박상준의 홈런은 놀라운 수준인데, 이 발사 각도로 어떻게 타구가 넘어갈까 싶을 정도로 잘 때린 홈런이었습니다. 화이트가 못 던진 공도 아니고 박상준의 바깥쪽 낮은 존에 들어간 149km/h 투심이었는데, 그냥 결대로 받아 쳐서 낮은 발사 각도로 담장을 훌쩍 넘겼어요. 이런 걸 보면, 박상준의 파워는 의심할 바 없어 보입니다.
박상준의 문제는 차라리 수비에 있습니다. 오늘도 실책을 저지르며, 벌써 실책 4개 째입니다. 1루수 중에 실책이 세 번째로 많은데, 다들 아시겠지만, 박상준은 올해 수비 이닝이 191이닝 밖에 안 됩니다. 이 낮은 수비 이닝으로 실책을 벌써 4개를 해버리니, 수비율이 97.8%에 불과합니다. 1루수의 수비율이 98% 이하라는 건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겁니다.
실책보다 더 큰 문제는 하드웨어에 있죠. 오늘 페라자의 첫 적시타는 키만 조금 컸더라면 잡을 수 있는 타구였고, 키가 문제가 아니라 팔과 다리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그래서 박상준을 보면, 1루수 적임자로 보기 매우 어려워요. 차라리 최형우처럼 외야, 그 중에서도 좌익수로 포지션 전향을 하는 게 나아 보이고, 설령 좌익수로 전향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수비수가 되긴 어려워 보여요. 그런데 최형우나 강백호처럼 치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야죠.
여튼, 1루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수비가 여기서 더 나아진다 해도 하드웨어 때문에 1루수로 쓰기엔 여러모로 수비에서 마이너스가 커 보입니다. 올 시즌 끝나면 좌익수로 포지션 전환을 꾀하는 게 맞아 보여요. 지금 팀에 딱히 좌익수 주전감이 없고, 1루수에는 오선우가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정 못 구하면 1루수는 외국인 타자로 가는 게 차라리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윤도현은 올 시즌 기대가 컸는데, 너무 못 쳐서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오늘 안타와 홈런까지 기록을 하면서, 이번에는 1군에 그래도 좀 붙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꾸준함이죠. 그리고 냉정히 평가하면 오늘 안타와 홈런에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안타의 경우, 끈질긴 승부를 하다가 화이트의 결정구인 스위퍼를 정말 잘 걷어 올려서 나온 잘 맞은 타구였는데, 사실 이 투구는 안타로 만들 게 아니라 골라 냈어야 하는 위치였습니다. 이런 공들을 자꾸 컨택하니까 올해 윤도현의 컨택률이 떨어지는 겁니다. 윤도현의 가장 큰 문제가 타석에서의 인내심인데, 이런 코스에 안타가 나오면 또 이런 코스에 방망이가 나오기 마련이죠.
홈런도 조동욱의 공이 너무 배팅볼이었습니다.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전혀 안 꺾였고, 그냥 단순히 132km/h 포심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공은 그냥 홈런 더비에서 홈런 치라고 던진 공이에요. 뻥 좀 보태서 정현창이 휘둘렀어도 홈런이 나왔을 겁니다. (진짜 뻥 좀 많이 보탰습니다만, 그 정도로 배팅볼이었다는 의미)
물론, 실투를 잘 받아 친 것도 타자의 능력이죠. 하지만 야구에서 '질적 측면의 점수를 심사한다'고 치면, 오늘 윤도현의 안타와 홈런은 질적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안타와 홈런이 나오면서 타석에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스윙을 할 수는 있겠죠.
박재현에 대해 평가할 때도 한 말인데, 경험이 부족한 선수는 일단 '공을 골라내기 보다'는 '휘둘러서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스윙으로 배럴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코스에 대해 알게 되니까요. 그러면서 나쁜 공 골라내면, 한준수처럼 되는 거고요.

박상준과 윤도현에 대해, 박상준은 수비 문제, 윤도현은 타석에서의 접근법 문제를 지적하긴 했는데, 이 선수들은 어찌됐든 키워내야 하는 선수들이죠. 선수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범호 감독이 적절히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단, 변우혁은 지금처럼 빠른 공에 자꾸 늦으면 1군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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