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알칸타라가 상대라서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습니다. 예상대로 오늘 알칸타라는 7회까지 완벽했어요. 안타를 단 2개 허용하고 볼넷은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알칸타라가 허용한 안타 단 2개가 모두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KIA가 시종일관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7회까지 1점 차이의 살얼음 같았던 승부가 갈린 건 8회에 나성범과 한준수의 백 투 백 홈런이 터진 이후였죠. 그 이후에 나온 추가 5득점은 가비지 게임으로 만든 점수였고, 나성범과 한준수의 백 투 백 홈런이 정말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홈런 모두 오늘 스트라이크존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던 알칸타라의 주무기 포크볼이 밋밋하게 가운데 들어가면서 나온 실투였고요.

야구는 단순합니다.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나성범과 한준수의 집중력과 스윙이 좋았습니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고 하죠.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홈런은 야구에서 정말 효율적인 득점 수단입니다. 스윙 한 번. 딱 한 번의 스윙이면 점수를 올릴 수 있으니까요. 특히, 오늘처럼 상대 투수가 볼넷과 연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은 강한 투수라면 홈런이 가진 위력은 더 커집니다.
오늘 홈런 친 타자들이 시즌 홈런이 적은 타자들이 아니라는 점이 현재 KIA 타선이 가진 무서움입니다. 한 시즌 10개의 홈런을 칠까 말까 한 선수들이 아니고, 오늘 경기 개시하자마자 알칸타라의 초구 높은 151km/h 포심을 공략해 박재현의 '8호' 홈런. 알칸타라의 몸쪽 낮게 잘 들어 간 152km/h 포심을 넘긴 김도영의 '14호' 홈런. 알칸타라의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은 나성범의 '8호' 홈런. 나성범과 마찬가지로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은 한준수의 '5호' 홈런.
KIA의 올 시즌 팀 홈런은 63개로 리그 1위이고, 리그 2위 한화보다 9개를 더 쳤습니다.(한화보다 2경기를 더 하긴 했습니다만, 이를 감안해도) 홈런 순위 TOP 10(공동 순위까지 포함해서 총 15명) 안에 KIA 선수가 무려 5명(김도영, 김호령, 나성범, 박재현, 아데를린)이 들어가 있습니다. 외야수들이 친 홈런이 24개입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외야수에 주전급이 너무 없다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김도영, 김호령, 나성범, 박재현, 아데를린 중 박재현의 갑툭튀가 가장 놀랍고, 김호령의 성장도 놀랍죠.(다만, 김호령 2번은 제발...) 김호령은 단 한 번도 커리어에서 두 자릿 수 홈런을 친 적이 없는 선수인데, 아직 시즌 반도 안 했는데 두 자릿 수 홈런까지 2개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준수도 충분히 두 자릿 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이죠. 어제 떠난 데일도 감독은 홈런 15개 칠 선수라고 했...

여기에 대타 요원 중에서도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죠. 이미 지난 해 두 자릿 수 홈런을 친 오선우가 있고, 퓨처스에서 인상적인 홈런 생산 능력을 보인 박상준(부상 중이지만)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홈런을 기대하기 어려운 타자는 김선빈, 김태군, 박민 딱 세 명 밖에 없어요. 라인업의 3분의 2가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들이니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압박감이 클겁니다.
KIA 타선이 홈런을 많이 치는 건 사실 올해만의 일도 아닙니다. 우승 시즌에 팀 홈런 3위였고, 작년 성적이 나쁜 와중에도 팀 홈런 2위였습니다. 심지어 김도영은 경기를 거의 못 뛰었고, 나성범도 많은 경기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위즈덤의 공갈포가 훌륭한 역할을 하긴 했습니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에 단 한 번도 팀홈런 1위를 해본 적은 없었는데 올 시즌이 팀홈런 1위를 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가다로 찾아보니 마지막 팀홈런 1위 시즌이 2004년임)
오늘 경기 잡은 건 홈런의 역할이 컸지만, 알칸타라의 위압적인 투구에서도 시종일관 리드를 잃지 않은 건 네일의 7이닝 1실점 호투 덕분이었죠. 지난 경기 5.1이닝 5실점으로 ERA가 4점대까지 치솟는 등 최근 성적이 좋지 못 했는데 오늘 7이닝 1실점으로 ERA를 다시 3.84까지 끌어 내렸습니다.
네일은 올러처럼 위압적이진 못 하더라도, 투심과 스위퍼, 그리고 오늘은 체인지업도 존에서 잘 떨어뜨리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특히 오늘은 체인지업의 구사율이 다른 때보다 높았는데(시즌 평균 13.4%, 오늘 16%)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안타를 단 1개도 맞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늘 투심 움직임과 구속이 다른 때보다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안타는 투심을 던지다가 나왔죠.
항상 네일을 이야기할 때 약점이 체인지업의 위력이 별로라서 좌타자 상대 성적이 안 좋다는 점이었는데, 체인지업이 오늘처럼 존에서 잘 떨어지면 좌타자 상대의 약점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 경기에서 가장 위기 상황은 네일이 항상 흔들리는 80구 이상의 투구가 된 마지막 이닝에 찾아 왔는데 7회 첫 타자 최주환부터 위험한 타구를 허용하더니(중견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이형종을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 잡고도 안타를 맞은 이후에, 김건희에게 던진 초구 투심이 가운데 몰리며(구속이 141km/h에 불과했음)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이했죠. 그런데 여기서 나온 키움의 대타가 염승원...
경험이 많은 타자도 아니고, 1군 성적이 좋은 타자도 아니라 기록에서 표현하지 않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 했는데, 염승원 상대로 투심은 단 1개도 안 던지고 변화구만 4개(체인지업, 스위퍼, 커터, 스위퍼) 던져서 쉽게 삼진 아웃을 잡아 냅니다. 만약, 오늘 상대가 야수 뎁쓰가 얇은 키움이 아니라 야수 뎁쓰가 두터운 팀이었다면 상당히 어려웠을 상황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아무튼, 그동안 늘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네일이 모처럼 야수들이 공수에서 크게 도와주면서 아주 오랜만에 2승 째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야수의 도움을 못 받은 순간은 1회 서건창의 안타를 잡지 못한 김선빈의 처참한 수비 범위였는데(공 빠져 나가유~) 김선빈이 6회말 수비에서 임병욱의 빗맞은 안타성 타구를 집중력 있게 잡아내면서 처참한 수비 범위를 만회하는 좋은 수비를 했죠. 그러니 쌤쌤으로 치겠습니다.(...만, 네일 등판 때는 2루수는 김규성이나 정현창으로...)

김태형과 네일이 연이틀 선발 마운드를 잘 지켜주고 타선에서 빅 볼이 나오면서 연승을 타고 있는데, 지난 2주간 팀 성적을 살펴보면, KIA의 ERA가 2.57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낮습니다.(두 번째가 3.53을 기록 중인 두산) 마운드가 탄탄한 와중에 타선에서 장타가 나오니까 당연히 최근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죠. 11경기에서 KIA는 2번 밖에 안 졌습니다. 투수들의 피OPS가 .589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마운드를 보여주고 있고요.
마운드에 돌아 올 전력이 있다는 것도 향후 좋은 성적을 기댈 수 있는 부분이죠. 가장 큰 고민이 이의리와 김태형이 번갈아 맡고 있는 선발로테이션 한 축과 에이징 커브 이슈의 양현종, 그리고 아직 풀 시즌 검증이 안 된 황동하가 맡고 있는 선발 마운드 인데, 시라카와가 합류해서 SSG에서 던졌던 수준으로 던져만 줘도 마운드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됐든 모든 전력이 돌아 오는 6월말 ~ 7월초까지는 더 이상의 마운드에서 부상자가 발생해선 안 될 것 같고, 이의리와 김태형이 조금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경기 다 좋았습니다. 이형범이 비록 9회에 실점하면서 2경기 연속 9회에 실점한 모양새가 별로이긴 하지만, 이형범은 본인 장기대로 땅볼을 잘 유도했는데 김규성의 수비가 살짝 아쉬웠을 뿐이죠.(고척돔 내야 잔디라 투심러는 좀 불리하긴 합니다)
선발투수에게 7회까지 안타 2개 밖에 못 친 건, 그냥 알칸타라 공이 쩔었습니다. 저는 알칸타라가 포심과 포크볼 투 피치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슬라이더까지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게 잘 떨어지더라고요. 저런 공들을 어떻게 공략하나 싶었을 정도로 공들이 좋았는데, 8회에 알칸타라 실투 2개가 결국 오늘 경기 승부를 갈랐다고 봐야죠.
다만, 아쉬운 점은 2번에 자꾸 김호령을 세워서 선수도 망치고 팀 공격력도 망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호령은 컨택이나 선구안이 좋은 선수가 아닙니다. 김호령 올 시즌 타격 성적이 좋은 이유는 '장타'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이지, 컨택률이나 선구안에서 개선된 건 없어요. 오히려 김호령의 컨택률은 작년 77.2%에서 올해 75.6%로 소폭 나빠졌고, 순출루율도 작년 .076에서 올해 .055로 나빠졌습니다.
김호령이 2번 타자로 내세울 수 있는 건 다리가 빠르다 일 뿐이지, 타격 스타일이나 도출하고 있는 결과만 봐도 2번 타자 스타일이 아니라 6-7번에서 큰 거 한 방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컨택과 선구안에 장점이 없는 선수를 2번으로 쓸 이유는 없죠.
그런데 선구안이 좋은 박상준(프로 첫 해인데 순출루율 .108)의 부상으로 마땅한 2번 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범호 감독 머릿속에 김도영은 3번 또는 4번을 쳐야 할 선수이니 김도영을 2번으로 쓸 가능성은 여전히 제로죠. 이범호 감독의 라인업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이 바뀌리라는 기대는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컨택이 좋고 선구안이 좋은 2번 타자감이 있긴 합니다. 바로 한준수입니다. 컨택률 87.1%, 순출루율 .118입니다. 아무리 봐도 2번에 어울리는 스탯이죠. 문제는 한준수의 타구들은 1-2루간으로 강한 라인드라이브성이라는 점이고, 더 큰 문제는 한준수의 발걸음이 너무 느리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병살타가 나올 확률이 너무 높죠.
그래서 적임자가 없긴 합니다. 그나마 또 생각해낼 수 있는 타자가 나성범인데, 나성범의 문제는 '헛스윙'이 너무 많다는 점이죠. 걸음이 느린 건 한준수와 동일한 문제고요. 다만, 나성범은 한준수처럼 라인드라이브 히터라기 보다는, 뜬공 히터라서 병살타는 한준수보다는 덜 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2번 타자에 어울리는 타격 스타일은 아니죠.
결국 박상준이 건강하게 돌아 오길 바래야 할 것 같고, 김도영 2번 안 쓸거면, 김선빈을 2번으로 쓰는 것도 방법인데, 이범호 감독이 김선빈도 2번으로 잘 안 쓰려고 하죠. 아마 김선빈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줄 생각도 있는 것 같고 김선빈도 다리가 느린 편이라 이범호 감독의 고전적인 라인업 개념과는 안 맞긴 합니다.
그래서 그냥 차라리 우투수가 선발일 때는 김규성을 유격수 주전 2번 타자로 내세우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해요. 적어도 다리는 빠르니까요. 다만, 김규성의 문제라면 컨택에 재능이 없어서 삼진이 많을 거라는 거... 뭐, 병살타 나오느니 차라리 김규성처럼 삼진으로 물러나는 게 나을 수도 있고, 박재현이 출루해주면 그냥 번트 작전 대야죠. 암튼, 결론은 박상준이 빨리 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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