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상대 투수가 김건우라서 어려운 경기는 예상했습니다. 김건우 투수 특징이 볼은 많아도 한가운데 들어가는 공은 거의 안 던집니다. 오늘도 똑같더군요. 사사구를 5개나 내줬지만,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실투는 거의 없었어요. '난 한가운데 던지느니 볼넷 주고 만다'는 마인드로 던지는 지라 타자들이 대응하기 어려웠죠. 잠깐 이의리 이야기를 하자면, 이의리는 포심이 계속 벨트 라인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
양현종은 오늘 잘 던졌습니다. 사사구 없이 안타 5개 밖에 허용 안 했는데 4실점할 내용은 아니었어요. 채현우에게 맞은 홈런도 실투가 아니었는데, 채현우의 스윙에 걸리면서 홈런이 됐고, 5회에는 힘이 떨어지면서 추가 실점하긴 했죠. 다만, 역시 시발점은 또 빗맞은 안타... 이번 주 계속 빗맞은 안타로 인해 실점이 생기고 있는데 이것도 야구의 한 모습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 승리는 불펜투수들 칭찬을 먼저 해주고 싶습니다. 4대1 3점 차이라서 6회 이후에 1점만 더 내줬으면 경기 넘어가는 거였는데, 추격조 불펜투수들인 최지민, 한재승 둘이 2이닝을 잘 막아줬습니다.
6회에 최지민은 SSG 좌타 라인을 맞이해서 정준재를 몸쪽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 잡고, 오태곤도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3구 삼진 잡아냈죠. 에레디아 상대로 체인지업이 공략 당해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재환 상대로 던진 포심 2개 위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의 우하단 꼭짓점에 148km/h, 147km/h을 꽂았는데, 김재환도 황당해 했죠. 다만, 3구째는 포심이 아니라 슬라이더를 선택했어야 했는데, 또 그 코스에 포심 넣었다가 공략 당해 안타 맞았죠. 다만, 안타 자체가 잘 맞은 타구는 아니고, 수비 쉬프트만 아니었으면 평범한 2루 땅볼이었습니다.
최지민은 승리계투조에서 내려 온 이후 올해 드디어 1인분을 하기 시작했네요. 최지민이 가장 좋아진 점이 볼넷 허용입니다. 좋은 공을 가지고도 늘 볼이 많아서 문제였는데, 올해 9이닝 당 볼넷이 3.12개로 커리어에서 가장 좋습니다.

2024년에는 심지어 볼넷이 삼진보다 더 많았을 정도로 막장이었는데, 올해는 볼넷 비율이 확연히 줄었죠. 일단, 추격조 역할을 하면서 압박감을 덜 받은 덕분도 있을테고, 투구판 밟는 위치를 옮긴 것도 볼넷 허용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최지민의 경우 쓰리쿼터로 던지는 데다가 낮은 쪽 포심이 주무기인 투수라 2024년 ABS 도입 이후에 스트라이크가 안 잡혀서 고생을 했는데, 올해는 낮은 쪽으로 던지는 대신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고 있죠.
다만, 볼넷이 줄어들면서 삼진율도 줄긴 했는데, '삼진 욕심'은 줄이고, 지금처럼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져 맞춰 잡는 다는 생각으로 던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최지민은 삼진 욕심을 내다가 볼넷이 늘어난 거라고 봐서, 적극적으로 붙어야죠. 그 결과 올해 피홈런이 다른 해에 비해 많긴 합니다만(9이닝 당 1.56개로 커리어에서 가장 나쁨) 일단 볼넷을 줄이는 게 먼저고, 장타 억제와 삼진 증가는 그 다음 스텝을 밟으면서 개선을 했으면 합니다. 아직 23세의 어린 투수이니까요.
한재승도 잘 던져줬죠. 7회에 채현우를 상대로 삼진 아웃을 잡고, 이지영과 최지훈까지 쉽게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재승의 경우 기복이 너무 심해서 믿음이 잘 안 가는데, 올시즌 추격조 역할만 잘 해주고 시즌 끝나고 군 문제 해결 후에 조금 더 가다듬으면 승리계투조로 활용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포심이 나오는 각도가 좋아서, 커맨드만 안정화되면 마운드 뎁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최지민이나 한재승이나 오늘처럼 지고 있는 경기에 나와 던져서 무실점이면 좋은 거고, 기존 승리계투조들의 활약이 괜찮아서 성장 시키기 위한 여건도 잘 조성이 되어 있죠. 남은 건 스스로 압박감 있는 상황에서 이겨내야 하는 경험과 마인드 셋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지민은 군문제를 해결한 상태이니, 올 시즌 끝까지 잘 버티고 자신만의 피칭 디자인을 완성해서 내년부터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봐도 최지민을 두 번 만든 것 같은데
오늘 경기 8회 이전까지는 참 답답했죠. 특히 2회 1사 13루 / 6회 1사 만루 / 7회 1사 3루 이렇게 3차례나 희생타 하나면 점수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점수가 나지 않았던 게 경기가 답답하게 흘러간 원인이 됐습니다. 2회에는 한승연이 김건우의 좀처럼 없었던 초구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그냥 지켜본 게 아쉬웠고(승연아, 주자 있는 상황에서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돌려야 한다.) 7회에는 김도영이 초구에 너무 쉽게 물러난 게 아쉬웠죠. 그리고 역전 이후이긴 했는데 8회 1사 3루에서도 추가점이 안 나온 게 9회까지 가슴 졸이며 보게 했던 원인이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역시 야구는 '장타'가 중요합니다. 8회에 선두타자 아데를린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 연속 커트하더니, 7구째 몸쪽 꽉 찬 148km/h 포심을 잡아 당기며 좌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하더니, 나성범이 몸쪽 낮은 147km/h 포심을 잡아 당겨서 2루타(발 빠른 타자였으면 3루타였을텐데) 한준수가 포크볼을 가볍게 컨택만 하며 2루타, 김규성이 한가운데 밋밋한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성 3루타를 치면서 8회에만 장타가 우수수 나오며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KIA 타선이 좋고, 이범호 감독 코칭을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항상 이런 데에 있습니다. 타자들이 '장타'를 만들어 내는 스윙을 계속 하고 있어요. 똑딱이로만 생각했던 박재현이 홈런 7개를 치고, 호리호리하던 김호령이 컨택을 늘리는 대신 장타를 늘리며 홈런 8개를 치고 있습니다. 8회에 장타를 친 선수 중 김규성을 제외하면 모두 충분히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들이라는 공통점도 있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안 좋은 타입의 야수가 좌타자에 호리호리하고 갖다 맞추는 스윙을 하는 '배드볼 히터'인데, 이 선수들은 3할을 넘게 쳐도 히마리 없는 타구들이 많아서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KIA에는 이런 타자들이 거의 없죠. 오죽하면 김규성은 그냥 컨택만 하고 뛰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김규성까지 장타 스윙을 합니다. 2군에서부터 이런 식의 육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최근 KIA 야수들이 1군과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근간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에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육성 시스템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네 번째 인물은 왜 계속 못 만드니...
생각해보니 히마리 없이 똑딱이 타구 날리는 좌타자는 현재 라인업에는 박정우 정도만 생각 나네요.(정현창은 무늬만 타자이니까 논외) 박정우 이야기를 안 했는데 오늘 7회에 인상적인 주루 플레이로 SSG 내야진을 흔들었죠. 도루는 잘 못 하는데(대주자가 통산 도루 2개) 박정우의 현란한 주루플레이 덕분에 추격할 수 있는 점수를 발판으로 만든 플레이는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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