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어제 경기를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야수들이 타석에서, 그라운드에서 몸놀림이 좋지 못 했습니다. 하루 쉬어서 그런 지 몸이 무거워 보였고, 그게 경기력에 반영된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승부가 갈린 게 '불운'과 '불안한 수비' 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네일이 마운드에서 조금 더 평정심을 유지했더라면, 야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조금 더 집중해서 수비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기에 매우 아쉽네요.
초반 투수전의 흐름이 끊긴 불운
오늘 치리노스는 1회에만 공이 날리고, 2회부터는 제구가 잡혔습니다. 그래서, 1회 박상준의 볼넷 이후, 유리한 카운트에서 김도영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간 게 아쉬웠네요. 그 이후 치리노스의 제구가 완전히 잡혔어요.
그리고 화요일 경기에서 LG 배터리는 KIA의 파워가 부담스러웠는지, '차라리 볼넷을 주지 가운데에 던지진 않겠다'는 전략으로 볼배합을 했고, 치리노스는 그런 공들을 던졌습니다. 오늘 던진 공들 중 높은 존에서 벨트라인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거의 없었고, 치리노스의 주무기인 투심이 스트라이크존 낮게 구사가 잘 됐습니다.
낮은 쪽 경계에 치리노스의 투심이 계속 들어오니 쳐봐야 계속 땅볼만 나왔죠. 5회까지 치리노스는 뜬공 아웃이 단 1개(그것도 첫 타자 박정우가 친 바깥쪽 높은 코스)에 그쳤고, 그 외에는 전부 땅볼이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찬스가 4회말이었죠. 김도영이 친 타구가 먹혀서 행운의 내야 안타가 됐고, 나성범은 불리한 카운트에서 치리노스의 유인구를 모두 골라내며 볼넷을 골라 나가 무사 1, 2루가 됩니다. 그리고 이때 이범호 감독은 김선빈에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김선빈 정도의 컨택이라면 1-2루간으로 밀어서 진루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만한 능력을 갖춘 선수이니까요. 그리고 김선빈은 9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바깥쪽 어중간한 높이의 투심을 잘 밀어 쳤지만, 역시 살짝 가라앉는 투심 성격상 2루수 정면으로 가는 빠른 땅볼 타구가 됐고, 이게 병살로 연결되면서 가장 중요한 찬스를 놓칩니다.
좋은 찬스를 놓치자 바로 첫 타자 오지환이 3볼 이후 풀카운트가 된 상황에서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네일의 한가운데 투심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쳤는데 이 타구가 하필 박상준의 미트에 스치면서, 타구 속도가 죽어 2루타가 됩니다. 미트에 안 맞았더라면 단타로 끝났을테고, 박해민은 번트에 실패해서 유격수 땅볼이 나왔기에 병살은 힘들지언정 1루 주자는 2루에서 아웃시킬 수 있었죠.
그리고 박동원 상대로 던진 스위퍼가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들어갔는데 박동원의 방망이 끝에 맞으면서 빗맞은 안타가 되며, 선취점을 내줍니다. 불운 2개가 겹쳐서 나온 실점이었죠.
평정심을 잃은 네일과 흔들린 내야 수비
하지만, 네일의 피칭도 실망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타자 송찬의를 상대로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죠. 네일의 장점이라면 '볼질'을 하지 않는 다는 건데, 아무리 빗맞은 타구가 나와 기분이 상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영빈의 타구도 빗맞은 안타가 되면서 추가 실점이 되면서 경기 분위기가 넘어가기 시작했죠.
그 이후 계속 KIA 쪽에 아쉬운 수비가 나옵니다. 홍창기의 타구는 3루수 앞 빗맞은 땅볼이라 김도영이 잡고 3루 주자를 충분히 아웃 시킬 수 있었는데, 제대로 포구하지 못 하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고, 신민재의 타구 역시 병살로 끝났어야 했는데 박민의 송구가 옆으로 빗나가면서 박상준(키가 작아 슬픈...)의 발이 베이스에 떨어져 세이프가 되고 말죠. 비록 추가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네일 입장에서는 정말 힘이 빠지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수비 미스는 6회 추가 실점 때도 나왔죠. 이영빈의 2루수 땅볼 때, 김선빈이 제대로 포구만 했으면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을 수 있었는데 그걸 한 번에 포구하지 못 하면서 실점을 막지 못 했습니다. 김도영, 김선빈, 박민... 내야수들이 오늘 모두 실수를 한 것도 결정적인 패인이었습니다.
덕아웃에서도 판단을 잘못 했습니다. 네일은 6회에 마운드에 올리면 안 됐습니다. 5회부터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잃은 게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네일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스태미너가 떨어지는 기미가 보였는데 6회에 그대로 올렸다가 추가 2실점만 더 했죠. 이때 네일이 아니라 최지민을 찍은 치명적인 실점이었습니다.
문정빈에게 던진 투심이 한가운데 144km/h에 그쳤는데 이때라도 투수를 바꿨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밀고 가다가 네일 답지 않게 박해민과 천성호에게 스위퍼를 던지다 사구를 내줬죠. 6회에 네일을 방치한 건 직무 유기에 가까웠고, 네일에게 있어서도 좋은 선택이 되지 못 했습니다.
네일 오늘 부진한 투구로 ERA가 4점대까지 치솟긴 했는데, 오늘 투구는 6회만 안 좋았고, 4회까지는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커맨드가 좋았습니다. 5회에는 불운과 수비의 불안함이 겹쳤을 뿐이었고요. 6회에 안 좋은 투구는, 그냥 네일의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스태미너'
네일의 ERA가 4점대까지 나빠지긴 했어도 그래도 여전히 믿을만한 투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네일 성적이 안 좋은 건 그냥 운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오늘 그렇게 좋지 못한 투구를 했음에도 FIP 순위는 리그 9위로 10위 안에 듭니다. WHIP 1.14를 기록하며, 여전히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고요. 투수가 항상 잘 던질 순 없죠. 다만, 선수 개인에게 있어 승운이 안 따르다보니 마운드에서 조금 초조함을 느끼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긴 합니다.
그리고 네일의 단점이 삼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죠. 올러는 화요일 경기에서도 탈삼진 10개를 잡는 등, 9이닝 당 탈삼진이 8.95개로 리그에서 4번째로 뛰어난 투수인데, 네일은 6.39개로 규정이닝을 충족한 투수 중 9이닝 당 탈삼진 숫자가 두 번째로 적습니다.(가장 적은 투수는 임찬규) 다만, 올해가 조금 튀는 기록이고, 2024년과 2025년에는 9이닝 당 탈삼진이 8개 이상이었으니, 그냥 컨디션이 안 좋다고 봐야겠죠.
네일은 볼넷이 적고,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투수이니까, 다음 경기에서 수비 도움만 잘 받으면, QS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오늘은 모든 것이 안 따랐을 뿐.

실수한 선수들이 만회를 하지 못 함. 그리고 박상준
오늘 경기가 다른 날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수비에서 실수한 선수들이 타석에서 만회를 못 했다는 점이죠. 오늘 경기 타석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활약을 한 선수가 김도영이었습니다. 5회 수비에서 실수만 안 했더라면,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을텐데 타석에서도 찬스 상황에서 번번히 삼진으로 물러났죠. 이게, 본인이 너무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서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박민도 수비에서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는 지(하지만, 실책으로 기록되지도 않았고, 추가 실점은 없었음) 타석에서 좋은 모습 보이려 했지만, 애매하게 컨택이 되면서 또 병살을 쳤죠.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KIA에는 주전 유격수가 없으니까요. 박민, 김규성, 정현창 돌려돌려 계속 써봐야죠. 아마 뚜렷한 주전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 이 선수들끼리 경쟁을 유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회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4회말 공격에 병살을 친 김선빈도 만회하지 못 했죠. 9회 2사 2, 3루 상황에서 안타 하나만 쳤으면 동점으로 끌고 가서 불펜 자원의 우위로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었는데, 김도영, 김선빈, 박민 모두 수비와 앞 타석에서의 아쉬운 모습을 씻어내지 못 했습니다.

오늘 진 경기 와중에도 그래도 건질 게 있다면 박상준의 활약이죠. 3회 찬스를 살리지 못 한 건 치리노스의 공이 너무 좋은 쪽으로 들어갔을 뿐이고, 1사 1, 2루 상황에서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부분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6회 시작하자마자 치리노스의 초구 투심을 노리고 홈런으로 연결시킨 장타력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좌투수 상대로 오늘도 운이 따랐다지만, 그래도 컨택 조차 안 되던 때에 비해서는 컨택은 되고 있고요.
오늘 박재현이 가벼운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진 부분도 아쉬웠는데, 당분간은 박재현 - 박상준 테이블세터진이 계속 기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올해 KIA는 팀 성적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남기더라도, 박재현 - 박상준이라는 테이블세터진만 발굴해 내면 꽤 성과가 있는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유격수까지 누군가 짠~하고 나타나면 좋겠지만, 박찬호가 떠난 자리를 메우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최악의 경우 FA 외부 영입만 오매불망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박상준의 활약 외에도 불펜 B조... 아니 C조를 가동했는데도 이후 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은 점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한재승의 피칭은 좋지 못 했지만, 곽도규, 최지민, 홍민규, 이형범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어요. 특히, 곽도규가 인상적이었는데, 던지는 거 보니 2024년 모습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더라인으로 날카롭게 들어가는 투심을 상대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워 보였어요.
그리고 꾸준한 활약이 이어지지 않아 아쉽지만, 나성범이 이전보다는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9회에 친 1타점 2루타처럼 하이 존의 약점을 짧고 가벼운 스윙으로 타구를 좌측으로 보내는 방향으로 타개를 해 나가는 모습이 나오고 있어서 그 부분이 특히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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