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애초에 선발 매치업에서 밀려서 승패는 큰 관심이 없고, 그저 이의리가 얼마나 나아졌는 지만 궁금한 경기였어요. 결과적으로 이의리는 5.1이닝을 3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경기를 잡지는 못 했습니다.
특히, 3번 김도영, 4번 아데를린, 5번 나성범 3명의 중심타자가 단 하나의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보이고, 삼성의 오러클린 - 이승현 - 이승민 - 김재윤을 상대로 안타를 4개 밖에 때려내지 못 했어요. 박재현이 그나마 2점 동점 홈런을 날렸지만, 거기까지였죠.
가장 아쉬운 찬스는 역시 2회죠. 오러클린이 딱 한 번 흔들린 게 2회였는데 아데를린과 김호령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한승연에게 안타(2루 주자가 들어오기엔 타구가 너무 외야수 정면으로 갔죠.)를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는데 한준수가 초구에 병살타를 치면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게 아쉬웠습니다.

앞서 1회에도 김선빈의 주루가 아쉬웠죠. 1사 이후에 2루타를 치고 나간 뒤에 폭투를 틈 타 3루로 갔지만, 이제 김선빈에게는 빠른 발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세이프 판정이 나왔지만, 눈으로 봐도 아웃이라고 느껴졌을 정도로 너무 과감한 주루였어요. 그리고 2회 병살타도 운이 없었던 게 한준수의 타구 자체는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그게 하필 수비 정면으로 간 게 아쉬운 부분이었네요.
이의리, 나쁘지 않았지만, 잘 던졌다고 하긴 어렵다.
이의리의 투구를 복기해보면, 1회에는 괜찮았습니다. 16개의 공을 던졌는데 볼은 3개 밖에 안 던졌고 디아즈와 김성윤을 3구 삼진으로 잡았습니다. 구자욱에게 홈런은 허용했지만, 이것도 구자욱이 잘 친 거지 이의리가 못 던진 공은 아니었어요. 몸쪽 낮게 포심이 잘 들어갔는데 포심 잔뜩 노렸던 구자욱의 하프 스윙에 걸려서 홈런이 나왔죠.
김성윤과 디아즈가 3구 삼진을 당한 장면에서도 알 수 있는 게, 이의리는 변화구만 존 근처로 가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옵니다. 게다가 이의리의 제구가 불안하다는 것을 모든 상대 타자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의리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첫 번째 스트라이크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스윙을 하지 않습니다. 1회에 삼성 타자들은 모두 첫 번째 스트라이크는 그냥 지켜봤어요.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이의리의 변화구가 모두 존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부 포심 타이밍으로 방망이를 휘둘렀죠. 그래서 구자욱 홈런 전에 제가 안타까웠던 부분이 1-2라는 유리한 카운트였는데 포심을 선택한 점이었습니다. 김성윤, 디아즈처럼 변화구를 존 근처로 던졌으면 구자욱도 헛스윙을 했을 가능성이 컸을 거에요.

2회에는 삼성 타선에서 잇달아 우타자들(박승규 - 전병우 - 이재현 - 강민호)가 나오니까 그때부터 반대 투구가 늘어나더군요. 박승규를 상대로 불리한 카운트에서 풀카운트까지 갔지만, 결국 안타를 허용했고 전병우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떨어뜨려서 삼진을 잡고, 이재현도 몸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강민호는 포심을 존에 집어 넣으며 평범한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위기를 넘깁니다.
이때도 느낀 게 우타자 상대로 포수 한준수가 계속 몸 쪽으로 앉았는데 공은 죄다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나마 보더라인으로 들어갔으니 위기를 넘겼지, 포수는 몸쪽 앉았는데 바깥쪽 경계로 포심이 들어가는 건 참 이상하다 싶어요.
3회에는 박세혁에게 던진 힘 없는 포심이 안타가 됐고, 류지혁의 번트 이후 김성윤의 2루수 땅볼, 구자욱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 하며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디아즈의 타구는 빗맞은 땅볼이었지만, 김선빈의 엉성한 수비로 디아즈를 살려주면서 추가 실점을 했습니다. 아마 김선빈은 1루 주자가 2루로 가는 게 보여서 불편한 자세에서 2루 송구를 한 거겠지만, 디아즈의 걸음을 생각하면 그냥 일어나서 1루로 던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박승규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서 위기를 넘겼지만, 이때도 전부 반대 투구였고, 헛스윙 삼진 148km/h 포심도 포수는 몸쪽 깊숙이 앉았는데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포심이 들어가서 나온 헛스윙이었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이의리의 포심이 바깥쪽으로만 형성된다는 점을 알고서도 우타자들의 대응이 어려운 걸 보면, 확실히 이의리의 구위는 포기하기 어려워요.
4회와 5회에는 볼넷 하나가 나왔지만, 구위를 바탕으로 큰 어려움 없이 5회까지 마쳤고, 6회에 디아즈를 잡은 이후에 박승규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마운드에서 내려왔죠. 5.1이닝 동안 4개의 안타, 3개의 볼넷. 그리고 6개의 탈삼진.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여전히 반대 투구의 공들이 많았고, 버리는 공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체인지업이고요.

개인적으로 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야알못 사이트 엠팍에서 이의리가 잘 던지면 그게 더 안 좋다. 왜냐하면 다음 번에도 기회를 받기 때문이다. 라는 개소리에 동조하지 않지만, 오늘 경기 투구 결과는 이런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의리가 좋아진 건 솔직히 말 하면 거의 없어요. 그냥 운이 따라서 6회까지 마운드에 올랐을 뿐이죠.
여전히, '반대 투구가 많고', '버리는 볼이 많고', '체인지업은 없습니다.' 다음 번에도 오늘처럼 잘 던질까요? 글쎄요. 그 전 투구와 차이가 없었고 단지 운이 좀 따랐을 뿐입니다.(정작, 실점 과정에서는 운이 안 따랐지만) 이의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체인지업 존에서 떨어뜨리고, 반대 투구가 지금보다 30%p 이상 줄여야 그때 신뢰가 갈 것 같습니다.
올 시즌은 경험 부족한 야수들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오늘 경기 타선에서 안타를 친 선수는 박재현, 김선빈, 한승연, 박민 이렇게 네 명 뿐입니다. 해줘야 할 선수들인 김도영, 나성범, 아데를린, 한준수는 안타를 치지 못 했죠. 특히, 박재현은 오늘도 오러클린의 몸쪽 존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받아 쳐서 대형 홈런을 칠 정도로 인상적인 스윙을 보여 줍니다.
박재현은 남은 시즌 타격 슬럼프에 빠져서 박더라도, 무조건 풀 시즌 경험을 받아야 합니다. 돈 걸라면 박재현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건 매우 확률이 낮다고 봐요. 일단, 풀시즌 경험을 하지 못 했다는 점이 가장 크고, 1번 타자로 계속 나오다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도 옵니다. 본인도 어제 인터뷰로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는 말을 했고요.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지 않고 적극적인 건 오히려 좋습니다. 박재현은 지금 스트라이크를 그냥 흘려 보낼 게 아니라 스트라이크가 오면 적극적으로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게 맞아요. 그리고 전, 박재현의 선구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서 이런 식의 타격 접근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박재현은 지난 시즌 2군에서 타율보다 1할 가까이 높은 순출루율을 기록했어요.
그리고 올해 존 밖 스윙률이 36.8%인데, 아데를린(49.6%), 윤도현(49.3%), 김태군(41.3%), 카스트로(38.1%), 김호령(37.1%)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만 19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존 밖 스윙률이 나쁜 편은 아니에요. 다만, 더 좋은 야수가 되려면 존 밖 스윙률을 30% 내외로 조금 더 낮출 필요는 있습니다. 이건 경험이 해결해 줄 문제죠.

현재 팀에 빠진 야수들이 너무 많고, 그 선수들 모두 타팀 유니폼 입고 활약도 좋죠. 그걸 배 아파할 필요도 없고, 배 아파한다고 떠난 선수들이 돌아오진 않습니다.(다만, 이를 통해도 알 수 있는 게 한 시즌 부진했다고 선수를 쉽게 비판하고 비난하고 꺼지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떠난 선수들이 생각나지 않게 새로운 선수들을 육성해야죠. 현재 KIA에 붙박이 주전이 없는 포지션이 많습니다. 포수(한준수는 수비에 더 발전이 필요하고, 김태군은 나이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대체해야 함), 1루수, 유격수, 마지막으로 외야수 한 자리(혹은 두 자리)에 '너가 주전이야'라고 할 선수가 없어요.
포수는 지금처럼 운영하면 될 것 같고, 1루수는 박상준 - 아데를린을 번갈아 기용하고(아데를린 가끔 지명), 유격수는 박민과 정현창, 김규성 셋을 돌림판으로 돌리고, 외야수 한 자리도 한승연, 나성범 등을 번갈아 기용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김선빈 자리도 윤도현 등을 기용하면서 리빌딩을 꾀해야죠.
타선에서는 더 돌아올 자원이 없습니다. 키워야 할 자원들만 잔뜩이죠. 박재현을 키워낸 것처럼 1~2명 정도는 더 가능성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즌 끝까지 1-2군을 오가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고, 1군에서 싹수를 보인 선수에게는 기회를 확실하게 줬으면 좋겠어요. 김도영도 메이저리그 간다고 생각하면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을 키우려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회를 줬음에도 선수가 못 크면, 그때는 FA 영입을 생각해야겠죠.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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