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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KIA : 두산 후기 - 득점력 봉인하는 고전적인 라인업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6. 5. 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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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단순하게 스코어만 보면 타자들이 못 쳐서 졌습니다. 9이닝 동안 고작 1점 밖에 내지 못 했으니까요. 반면, 두산은 5득점을 뽑아내며 6회 이후 원사이드하게 KIA를 이겨냈죠.

 

하지만 오늘 KIA와 두산이 친 안타 개수는 똑같이 7개고, 볼넷은 KIA가 5개, 두산이 4개 얻어서, KIA가 1개 더 많은 볼넷을 얻었습니다. 주자는 더 많이 나갔는데 득점은 5배 차이가 났어요. 왜 그랬을까요?

 

4회 찬스에서 한준수는 강공을 했어야 했다.

 

경기를 잡을 수 있었던 찬스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4회 나성범의 볼넷, 윤도현의 안타로 잡은 무사 1, 2루 찬스에서 한준수가 타석에 들어섰고, 한준수의 번트 타구에 2루 주자가 3루에서 아웃되며, 번트 작전은 실패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죠? 4월 30일 NC와의 경기에서도 5회 무사 1, 2루에서 한준수에게 번트를 지시했는데 주자가 3루에서 아웃 당하며 찬스를 놓쳤고,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자 이 경기도 승리하지 못 했습니다.

 

그 날 리뷰에서도 저는 무사 1, 2루에서 번트가 납득이 되는 상황은 아래 3가지라고 적었습니다.

 

1. 경기 후반 1점이 정말 중요할 때

2. 타석에 들어 선 타자가 컨택이 안 좋은 '우타자' 일 때

3. 다음 타자부터 상위 타순이 나올 때

 

 

오늘은 5회도 아닌 4회였고, 타석에는 컨택이 좋은 좌타자 한준수였고, 다음 타자는 '9번 타자 박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한준수는 그냥 컨택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올 시즌 왼손 투수 상대로 무려 .480의 타율과 .594라는 무시무시한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최승용은 4회 들어서 볼이 늘어나고 있었죠. 그리고 또 하나 이야기할 건, 번트를 대지 않더라도 한준수는 1-2루간으로 깊숙한 땅볼을 충분히 치고도 남을 타자라서 번트가 아니더라도 주자를 진루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다만, 다리가 느려서 깊숙한 땅볼이 아니면 병살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만) 결국, 똑같이 한준수는 번트 실패로 아웃카운트만 헌납하고 물러났습니다.

 

그나마 박민이 볼넷을 골라 나가긴 했는데, 첫 타자부터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냈고, 좌투수 상대로 6할의 출루율을 기록 중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233 치는 타자를 믿고 번트를 시키는 건 정신 나간 작전이죠. 위에도 적었지만, 심지어 2루 주자는 리그에서 가장 다리가 느린 선수 중 한 명이라 번트를 어지간히 잘 대지 않으면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강공보다 못한 작전이죠.

 

 

그리고 애초에 한준수를 8번으로 쓸 게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이야기할게요.

 

 

2번 타자에 항상 가장 약한 타자를 내세우는 황당함

 

오늘 경기 패배의 원흉은 김호령이죠. 정수빈의 3루타로 무사 3루 상황이 되었으면 그냥 1점 준다 생각하고 타구를 안전하게 포구할 생각을 해야지, 수비하다가 너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또 다이빙을 시도하자니 뒤로 빠뜨릴까봐 무섭고, 그러다가 이도저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비를 하다가 박지훈의 단타를 뒤로 흘려서 3루타를 만들어 줬죠.

 

이어서 오명진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고, 올러가 박찬호와 김민석을 삼진으로 잡았으니 김호령의 어리석은 수비 아니었으면 그냥 동점으로 이닝이 끝났을 겁니다. 경기 후반도 아니고 3회초 수비였고, 무사 3루 상황이면 아웃 카운트를 단순히 늘리자는 생각으로 안정적으로 수비를 했어야죠. 베테랑 선수 답지 않은 매우 초보적인 상황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김호령은 평소에 수비를 잘 하니까 이런 수비는 실수겠거니 하고 넘길 수도 있어요. 문제는 김호령을 오늘 경기에서 2번으로 내세운 부분이죠. 

 

다시 4회 찬스 상황으로 돌아 와서 한준수의 번트 실패 뒤에 박민이 볼넷을 골라나가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박재현이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삼진을 당했는데, 이 때는 박재현 탓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최승용의 커맨드가 너무 좋았고, 양의지의 볼배합에 박재현이 한 방 먹었죠. 

 

그래도 1코인이 더 남아 있었는데, 김호령은 첫 2개의 공은 잘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는 1개 지켜본 다음, 2-1이라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어이 없는 헛스윙을 하여 스스로를 궁지로 몰았고, 결국 5구째 자신이 잘 치는 몸쪽 포심이 왔음에도 4구째 변화구에 헛스윙 한 점 때문에 타이밍이 늦어 평범한 2루 땅볼로 찬스가 무산됩니다.

 

이후에도 김호령에게 찬스가 계속 걸렸어요. 2회 2사 1루에서 평범한 포수 팝플라이 아웃, 4회 2사 만루 상황에서 2루 땅볼 아웃, 7회에 박재현의 2루타로 맞이한 1사 2루 찬스에서 1루수 땅볼 아웃, 기어코 마지막 타석에서도 2사 1, 2루에서 투수 땅볼로 아웃입니다.

 

 

김호령이 작년에 타격에 눈을 뜨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한 해 정도는 '운이 따라서' 타격이 좋아질 수 있어요. 이건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당장 KIA내에서 찾아봐도 2013년에 3할이 넘는 타율에 2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WRC+ 116.8을 찍으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 했지만, 그 이후 단 한 번도 2013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신종길. 2016년에 홈런 19개를 치며 드디어 터지나 했지만, 다음 시즌 바로 박아버린 김주형.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커리어에서 '꾸준함'을 찾아볼 수 없는 선수라는 점이죠. 김호령도 마찬가지입니다. 33살에 나이에 드디어 커리어 처음으로 WRC+ 100 이상(무려 123.2)를 찍으며 드디어 좋아지나 싶었던 김호령이었지만, 올해 현재까지는 WRC+ 100 미만(96)으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작년 김호령이 잘 할 때도 언급했지만, 세부 스탯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어요. 그렇다면 자신이 잘 치는 코스에 노림수를 갖고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한 결과 작년의 호성적이 됐고, 올해는 지난 시즌의 경험을 살리지 못 하고, 다시 예년... 아니, 예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김호령의 삼진율과 볼넷율은 작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작년에는 BABIP가 무려 .378이었고, 올해는 .327(이것도 높은데?)로 낮아졌죠. 순장타율도 작년 .151과 큰 차이가 없는 .159이고, 순출루율은 작년 .076에서 오히려 나빠진 .059 입니다. 아마, 풀 시즌을 계속 돌리면 WRC+ 90~100 정도가 김호령이 보여줄 수 있는 타석에서의 최대치가 아닐까 싶어요. 선구안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고, 체력 소모가 큰 중견수 포지션에서 뛰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타격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를 계속 상위 타순으로 쓰려고 하니까 문제인 겁니다. 오늘 이범호 감독이 2번에 김호령이 아니라 8번으로 나온 한준수를 차라리 2번으로 기용했으면 오늘보다는 공격에서 조금 더 나았을 거에요. 좌투수 상대로 5할에 가까운 타율과 6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기록한 타자가 있는데 8번으로 써서 번트 작전이나 걸고 있으니... 득점이 나올 리가요.

 

 

물론, 한준수의 지금까지 좌투수 상대 기록은 표본이 작기 때문에 절대적인 신뢰는 할 수 없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준수는 김호령이 갖지 못 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김호령보다 2배 이상 뛰어난 우월한 선구안(순출루율 .127)이 하나고, 김호령보다 10%p 더 높은 컨택률이 하나입니다. 부진했던 작년에도 한준수의 컨택률은 84.5%를 기록하며 김호령의 77.2%보다 나았고, 올해는 87%입니다. 

 

 

이범호 감독의 라인업은 구시대적이다.

 

저는, 이범호 감독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감독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일단, 선수들과 잘 소통한다는 점. 그리고 투수 운용에 있어서 무리하지 않게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 훌륭한 타격 코치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는 점(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풀스윙을 강조하는 것을 특히 높게 평가함). 그래도 나름 긴 시각으로 시즌을 운영하려고 한다는 점. 이런 점들은 확실히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이범호 감독의 장점이 2024년의 우승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성적이 좋을 때도 가장 납득을 하지 못 한 게 있는데, '라인업' 짜는 겁니다. 2024년에야 타선에 구멍이 없어서 이범호 감독이 발로 라인업을 짜도 타자들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보였지만, 이제는 그때 잘 했던 선수들(최형우, 박찬호, 이우성, 최원준, 소크라테스)이 다 빠져 나가버리니까 이범호 감독의 '구시대적인 라인업'이 감독의 단점을 더 두드러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잠깐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서, 박찬호, 최형우, 이우성, 최원준 다 있었던 작년에는 왜 못했냐는 내용을 종종 보는데, 작년 KIA 타선은 김도영, 김선빈, 나성범 3명이 시즌 반도 못 나왔고(특히 김도영은) 외국인 타자는 망했고, 최원준과 이우성은 슬럼프에 빠졌죠. 부상으로 베스트가 아니었는데, 올해 떠난 선수들 다 있어 봐야 성적 안 나왔다는 이야기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샜는데, 이범호 감독은 라인업을 짤 때, 데이터를 보고 라인업을 짜는 게 아니라 자기의 '신념', '촉', '느낌', '감'으로 라인업을 짠다는 느낌... 아니 확신을 받습니다. 이범호 감독이 생각하는 라인업은 다음과 같아요.

 

  • 1번 - 발 빠른 선수 넣어야징~
  • 2번 - 작전 수행 좋은 선수 넣어야징~ 
  • 3번 - 정확성이 뛰어난 선수를 넣어야징~
  • 4번 - 정확성과 파워를 다 갖춘 선수를 넣어야징~
  • 5번 -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파워 있는 선수를 넣어야징~
  • 6번 - 중심타선에 넣기 애매한 선수 넣어야징~
  • 7번 - 뭐, 그냥 남는 선수 아무나 넣어야징~
  • 8번 - 어, 포수
  • 9번 - 어, 유격수 (또는 중견수)

 

 

선수의 당일 컨디션이나 기록 등을 감안해 라인업을 짜지 않고, 경기를 이기면 '그 느낌'이 좋다고 다음 날 복붙 라인업을 냅니다. 솔직히 이건 감독이 아니라 '무당'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범호 감독의 '감에 의한 라인업' 짜기의 희생양이 '최원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최원준에 대한 언급이 왜 없는 지 오히려 의문일 지경이에요. 이범호 감독은 최원준을 톱타자로 안 썼는데 그 이유가 '몸이 늦게 풀린다'는 감독의 '느낌'이었죠.

 

 

지금 최원준 KT에서 붙박이 1번 타자로 나오고 있는데 몸이 늦게 풀린다면서 출루율 .408에 WRC+ 130.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최원준은 KT에서 1번으로 112타석 2번으로 64타석 나왔는데 2번 일 때 성적이 조금 낫긴 한데(1번 출루율 .375, 2번 출루율 .468) 1번으로 나오나 2번으로 나오나 몸이 늦게 풀리는 거랑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할 근거가 되나요?

 

혹시 첫 타석 기록이 별로일까 해서 찾아보니 올해 최원준은 첫 타석에서 타율 .333에 OPS .852 찍고 있습니다. 이게 몸이 늦게 풀리는 선수의 성적입니까? 오죽 억울했으면 최원준도 수차례 이야기했죠. '톱타자로 매일 나올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요. 최원준은 자기를 몸이 늦게 풀리는 선수로 만들어 버린 이범호 감독이 얼마나 미울까요.

 

 

작년에 최원준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도 이런 감독의 푸대접(?)도 반영이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혹시 대들었나?) 최원준은 1번 타자로 쓰기에 최적화된 선수에요. 선구안이 좋고, 타석에서도 끈질기고, 심지어 다리도 빠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톱타자'로 쓸 수 없다고 낙인을 찍었는 지 모르겠어요.

 

박찬호, 최형우, 최원준, 이우성이 모두 빠져 나가서 선수가 없는 건 저도 이해합니다. 잘 해주고 있지만, 박재현, 박민, 김호령, 윤도현, 오선우 등 검증되지 않은 타자들로 시즌을 운영하려니 힘들 법도 하죠. 그러면 검증된 타자들을 좀 붙여 두면 어디 덧납니까?

 

제가 감독이면 라인업을 아래와 같이 짜겠습니다.

 

1번 박재현 (좌익)

2번 김선빈 (지명)

3번 김도영 (3루)

4번 나성범 (우익) 

5번 아데를린 (1루)

6번 한준수 (포수)

7번 김호령 (중견수)

8번 윤도현 (2루수)

9번 박   민 (유격수)

 

7번부터 9번까지 못 치는 건 거의 대부분 팀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잘 치는 선수는 좀 모아둬야죠. 나성범을 4번으로 쓰고 아데를린을 5번으로 한 건, 나성범이 아데를린보다 정확성이나 선구안이 더 뛰어나 보여서 그렇게 짠 겁니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2번에 가장 약한 타자를 넣고 있어요. 오히려 김선빈이 앞 타순에서 힘들어 하면 한준수를 2번으로 쓰고 김선빈을 6번으로 쓰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왜 자꾸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가 앞에 3명이 지나가야 겨우 타석에 들어서는 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박재현의 발굴이 없었으면 정말 갑갑했을 것 같은데, 그러면 1번에 또 어떤 풋내기 타자를 썼을 지 눈 앞이 깜깜하네요.

 

 

 


선수 단평

 

  • 박재현 - 만루에서 삼진 빼고는 너무 잘 해줬고, 그 상황은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과 투수의 커맨드가 좋았음
  • 김선빈 - 아, 이젠 지명 주기엔 아쉬운 타격인데...
  • 김도영 - 시원한 홈런 한 방 기대했지만, 한 끗 차이로 타이밍이 빗나가다. 그래도 2안타 치면서 클래스 보여 줌
  • 아데를린 - 음, 어... 수비형 1루수? 
  • 나성범 - 안타는 못 쳤어도 최승용을 압박하며 2번의 볼넷을 골라 나감
  • 윤도현 - 절망적인 선구안. 하지만 일단 올해는 건강하기만 해다오.
  • 한준수 - 중심타선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타자를 8번 번트 전문으로 만들어 버리는 정신나간 감독
  • 박민 - 타석에서 못 치는 건 이해하겠는데, 아... 씁... 순발력에서 박찬호 자꾸 생각나게 하네.
  • 올러 - 완봉 이후 계속 날리고 있는 변화구들. 제3구종을 더 날카롭게 해야 한다.
  • 최지민 - 조금만 더 잘 하면 승리계투조 승격도 가능
  • 조상우 - 힘들게 꾸~역~ 꾸~역~. 좌타자 상대로 고전하는 건 여전하네
  • 한재승 - 대량 참사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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