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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KIA : 롯데 후기 - 팽팽한 투수전에서 이기는 방법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6. 5. 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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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롯데 선발 김진욱의 공이 너무 좋았습니다. 뭐지? 내가 알던 선수가 맞나 싶었고, 이런 모습만 봐도 이의리를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내일 선발로 예정된 이의리는 오늘 자기 전에 다른 거 하지 말고 김진욱 오늘 피칭하는 공을 하나하나 다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의리, 김진욱, 김건우 이렇게 3명이 동기인데 처음에는 이의리가 가장 잘 나갔지만, 지금은 이의리가 셋 중 가장 뒤쳐져 있죠. (삼성 이승현도 있지만, 이승현은 파이어볼러와는 거리가 멀어서...)

 

김진욱 오늘 피칭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버리는 공들이 거의 없었고, 좌타자가 우타자를 상대할 때 가장 좋은 무기인 몸쪽 낮은 코스의 포심을 아주 잘 던지더라고요. 이의리도 이런 투구를 항상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의리, 김진욱, 김건우 이렇게 3명 중 이의리의 포심 구속이 가장 좋습니다. 제구만 잡으면 고점이 가장 높은 선수인데 현재까지도 헤매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네요.

 

 

김진욱을 공략한 김호령의 홈런과 박재현의 번트 안타

 

 

김진욱의 공이 너무 좋아서 아 이거 쉽지 않겠는데 싶은 마음으로 중계를 봤는데 상대 투수의 공이 좋으면, 우리도 똑같이 마운드에서 강점을 보이면 됩니다. 일단, 오늘 경기 잡은 첫 번째 요인이 마운드에 있죠. 네일이 그동안의 부진한 투구를 씻고 6이닝 1실점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완성한 롯데 타선을 막았고(1실점으로 막긴 했어도 레이예스, 고승민, 나승엽 라인은 압박감이...) 정해영과 성영탁이 3이닝을 아주 깔끔하게 막았죠.

 

그리고 김진욱을 공략한 건 '파워'와 '스피드' 아주 단순한 야구에서 공격법칙이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공이 좋으면 '연속 안타'로 득점을 짜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한 방이 중요한대, 첫 두 타석에서 김진욱의 날카로운 몸쪽 낮은 포심에 루킹 삼진을 당했던 김호령이 세 번째 타석에서는 김진욱의 한가운데 들어 온 포심을 놓치지 않고 특유의 스윙으로 외야수를 얼어 붙게 하는 동점 솔로포를 날렸습니다.

 

 

그동안 김호령의 타격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래도 하루 정도 쉬니까 확실히 타격감이 다시 올라오는 게, 수비 부담이 큰 선수들은 역시 휴식을 종종 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적고 보니 박찬호는 진짜 괴물 같음) 김호령은 사실상 올해가 풀타임 첫 시즌이니 힘들법도 하고, 이렇게 한 번씩 최저 타격감을 찍고 반등해야 실력이 되거 커리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호령은 마지막 타석에서도 2루타를 치면서 쐐기점의 발판을 놓기도 했죠.

 

결승점은 박재현의 '스피드'에서 나왔습니다. 선두타자로 나와서 기가 막힌 번트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고, 도루로 2루를 훔친 다음에, 김선빈의 유격수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하는 센스까지 선보이며, 김원중을 압박했죠. 박재현이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를 하지 않았더라면 결승점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편의적인 해석이지만, 발 빠른 박재현이 3루에 있었기에 포크볼이 주무기인 김원중이 압박감을 이기지 못 하고, 존에서 덜 떨어진 포크볼을 던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요.

 

 

박찬호와 최원준이 빠지고, 김도영이 도루를 봉인하면서 팀 공격력에서 '스피드'를 잃어 버렸었는데, 박재현이 한 마리의 망아지처럼 그라운드를 휘젓는 주루 플레이를 하면서 팀 공격력에 활로를 뚫고 있죠. 3회에도 우익수 옆 쪽으로 타구가 가자마자 망설임 없이 2루까지 뛰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무모한 플레이였지만, 오늘 김진욱의 구위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에 이런 '모험'은 충분히 시도해볼 법하죠.

 

개인적으로 올 시즌 KIA 타선을 예상하면서 박재현의 등장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요소였는데... 최원준, 이우성, 최형우의 유출로 생긴 빈 자리가 박재현을 성장시켰다는 측면에서 팀이 아주 망하리라는 법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박재현은 외야수비 경험만 부족할 뿐이지, 경험만 쌓이면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토대로 외야 수비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도 훌륭하죠. 여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파워까지... 지금의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한 달 간 보여 준 모습만으로도 시즌 끝까지 톱타자로 내세울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생각입니다.

 

 

뒷문이 이렇게 안정적이었던 때가 있었나... 게다가 돌아올 자원도 있다.

 

작년의 KIA였다면, 불펜이 약해서 2대1로 이기고 있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텐데 정해영과 성영탁이 3이닝을 1피안타 0사사구 3탈삼진으로 막으며 쉽게 승리를 확정지었죠. 성영탁의 경우, 오늘 일주일 만에 등판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가운데 몰린 공들이 많았는데, 김호령의 좋은 수비 도움을 받고 첫 타자 고승민을 잡아서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타자는 주무기인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고 끝냈고요.

 

 

오늘 투구만 보면 정해영이 성영탁보다 나았습니다. 작년에는 포심 구속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존에 몰리는 공들이 많아서 피안타율이 높았는데, 복귀 이후에는 포심의 커맨드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보더라인에 걸쳐서 들어갑니다. 

 

가장 명승부는 리그에서 가장 컨택이 좋은 괴수 레이예스를 상대할 때였는데, 9개의 공을 던지면서 가운데 몰린 공은 단 1개도 없었고, 레이예스가 존에서 잘 떨어진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모조리 컨택해내자, 딱 속기 좋은 높이로 149km/h 포심을 하이 존에 넣어서 헛스윙 삼진 돌려 세웠죠. 

 

시즌 초에 안 좋아서 2군 내려간 이후 조정하고 다시 1군으로 복귀한 이후 정해영은 7경기 등판해서 9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WHIP 0.67 / 피안타율 .167 / 피OPS .386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타를 단 1개도 허용하지 않고 삼진을 무려 11개를 잡아내는 등 완벽히 좋아진 모습이죠. 

 

 

지난해 정해영의 포심 피안타율은 .331를 기록하면서 굉장히 안 좋았는데, 올해 현재까지는 포심 피안타율이 .200에 불과합니다. 구속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존 경계에 포심을 커맨드하고 있고, 원래 변화구가 그렇게 좋지 않은 선수였는데 셋업으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에는 변화구도 존에서 잘 떨어집니다. 

 

여기에 성영탁은 정해영보다 구속은 떨어지더라도, 존 근처에서 심하게 변하는 투심과 우타자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9회에 변수를 차단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마무리 투수는 삼진 잡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성영탁이 마무리로 적합한 지 의문이었지만, 올해 성영탁은 삼진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9이닝 당 9.72개의 탈삼진을 잡아 내고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이죠.

 

 

정해영과 성영탁의 필승계투조만으로도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계투진인데, 여기에 곽도규가 복귀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도 퓨처스 마운드에 올라 던지며 3경기 째 투구를 마쳤는데 3경기에서 3이닝 동안 안타 1개 허용한 게 전부고, 탈삼진을 무려 6개를 잡아냈습니다. 볼넷 2개가 흠이지만, 투구 내용만 보면 지금 당장 1군에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죠. 

 

여기에 늘 항상 푸르른 소나무처럼 KIA의 셋업맨 역할을 해주던 전상현까지 5월 안에 돌아오면, 6월부터 KIA는 곽도규 - 전상현 - 정해영 - 성영탁이라는 탄탄한 불펜진 구성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좌타자는 잘 잡아주고 있는 김범수도 있고, 이태양도 건강하게 돌아오면 조상우, 최지민과 함께 추격조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도 남죠. 

 

물론, 어디까지나 베스트 시나리오고, 아직 복귀하지 않은 투수들이 복귀해서 예년처럼 던져줄 지 모르고, 정해영과 성영탁이 중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잘 던져주리란 법도 없습니다만, 이 선수들이 모두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하면 6월부터는 경기 후반을 편안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런 불펜진 구성이 가능하게 한 건, 코치진이 마운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투구 수를 잘 조절하고 있다는 점도 칭찬을 해줘야겠죠. 곽도규를 지금이라도 1군으로 올리고 싶을텐데 수술 후 복귀 과정이라 확실한 단계를 거치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칭찬해줄 수 있는 부분이고요.

 

개인적으로 KIA가 한 시즌 우승하고 그 이후에 계속 박았던 이유가 투수 관리를 못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손영민, 심동섭, 곽정철, 김윤동 등 허리를 지탱해줬던 선수들, 관리만 잘 했으면 지금까지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요. 그 놈의 한 시즌 우승하려고 '쥐어 짜느라' 팀이 계속 이 지경에 빠진 거죠. 

 

작년에도 KIA가 시즌 성적 박은 건 곽도규와 황동하의 이탈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장현식 대신 영입한 조상우는 기대 이하의 피칭만 계속 했고, 최지민은 성장통 겪고... 임기영은 한 해 반짝하고 ABS 도입으로 말아 먹고... 박준표 역시 ABS의 희생자가 되면서 유니폼을 벗은 게 KIA에게 악재가 됐다는 생각이고요.

 

지금의 행복한 상상에 과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겠으나,

 

  • 마무리 - 성영탁
  • 우완셋업 - 정해영, 전상현
  • 좌완셋업 - 곽도규
  • 좌투원포인트 - 김범수, 이준영
  • 추격조 - 이태양, 조상우, 최지민

 

이 불펜 라인업이 제대로 굴러만 가면, 경기 후반을 마음 졸이며 볼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특정 투수에 대한 과부하 없이 시즌 운영도 가능할 것 같아서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선수 단평

 

  • 박상준 - 리그 정상급 좌투수 상대로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 당분간은 플래툰 기용도 찬성
  • 김선빈 - 특별히 임팩트 있는 모습은 없었지만...
  • 정현창 - 가운데 들어 오는 변화구를 왜 2개나 그냥 보고 있니
  • 김도영 - 뒷 타자가 강해야 견제가 덜 할텐데...
  • 아데를린 - 시즌 첫 단타,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 나성범 - 어제의 모습은 어디가고 붕붕이가 다시 왔니
  • 김태군 - 수비에서 기여를 한다고 생각은 든다. 하지만 타석에서 너무 나쁜 공을 쉽게 건드린다.
  • 박민 - 의심을 씻은 결정적인 2루타
  • 네일 - 실점 과정에서 운이 안 따르긴 했지만, 커맨드를 조금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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