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수목금 야간 근무라서 라이브 경기를 보지 못 합니다. 그래서 하이라이트로 보고 다시보기로 대충 훑어 봤어요.
대조적인 피칭을 보인 류현진과 올러
오늘 경기는 류현진의 커맨드에 당했고, 올러는 투 피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 했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류현진은 선수 생활 말년에 커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레퍼토리를 다양화 했고, 커맨드 능력이 합쳐지니까 40살이 가까운 나이에도 롱런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피칭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대팀이지만, 오늘 투구가 너무 좋더군요.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커맨드 능력이 빛을 발했는데, 1회 김선빈의 볼넷과 김도영의 2루타로 만들어진 찬스에서 아데를린 상대로 바깥쪽 절묘하게 빠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 잡고 위기 넘겼고, 3회 2사 이후에는 김도영을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삼진 잡으면서 위기 넘겼죠.

반면, 올러는 류현진과 대조적인 피칭을 했는데 위기 상황 때마다 결정구가 가운데 몰리면서 실투가 됐고, 이게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올러 투구를 다시보니 슬러브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더라고요.
한창 올러가 잘 던질 때 메이저 가느니 마느니 소리 나올 때도 전 올러는 메이저리그 백 퍼센트 못 간다고 봤고(불펜으로는 갈 수 있음) 그 근거가 '투 피치'라는 점이었는데, 오늘 올러의 주무기인 슬러브가 올러의 의도대로 들어가지 않으니까 대량 실점을 했죠. 올러의 주 레퍼토리가 하이 존의 강력한 포심을 꽂은 뒤에, 그 쪽으로 들어가는 듯한 슬러브로 삼진을 잡거나 범타 잡는 패턴인데, 손에서 빠지는 슬러브가 너무 많다보니 하이 존 포심이 노림수에 많이 당했습니다.
그래서 한화 타순이 세 번째 돌 때부터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는데, 체인지업 위력이 영 별로네요. 이원석에게 맞은 2루타가 체인지업 연거푸 던지다가 맞은 건데, 체인지업이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밋밋하게 존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건 그냥 배팅볼이에요. 결국, 올러도 KBO를 떠나서 더 높은 무대를 가고 싶다면, 제3구종을 연마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네일이나 올러가 투 피치 투수(네일은 투심패스트볼과 스위퍼 조합 / 올러는 하이패스트볼과 슬러브 조합)인 게 KIA에는 좋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하기 어려운 유형이지만, KBO에서는 잘 통하는 유형이거든요. 물론, 두 투수모두 레퍼토리가 단조롭다보니, 이렇게 안 좋은 날에는 실점을 하긴 하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쉽게 공략당할 구질이 아니죠. 각 투수가 가진 두 구종이 모두 플러스급 구종이니까요. 커맨드만 잘 이루어지고 볼배합만 잘 하면 쉽게 무너질 타입이 아니라 MLB든 NPB든 못 가고 딱 KBO형 외국인 투수라는 생각입니다.

괴력을 보인 아데를린
이 친구 파워가 장난 아니네요. 멕시칸리그 기록이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첫 타석 찬스에서 삼진 당했다지만, 류현진의 체인지업 커맨드가 완벽해서 아데를린 탓할 것은 아니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지만 빗맞으면서 3루 파울 플라이,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 타석에서 연거푸 중앙 담장으로 넘겨 버리는 홈런을 만들어 냈죠.
세 번째 타석에서 나온 홈런은 류현진의 실투에 가까웠는데 바깥쪽 체인지업이 아데를린 첫 번째 타석처럼 바깥쪽에서 낮게 떨어진 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밋밋하게 들어갔죠. 아데를린의 방망이는 망설임 없이 돌아갔고 홈런. 어제 경기 데뷔 첫 타석 홈런도 바깥쪽 코스의 변화구(좌투수의 슬라이더)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상대 배터리에서는 아데를린 상대로 바깥쪽 코스는 잘 선택을 안 할 것 같습니다. 하더라도, 바깥쪽으로 많이 빠지는 변화구 위주의 볼 배합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타석 홈런은 쿠싱의 낮은 149km/h 포심을 걷어 올렸는데, 존에서 살짝 낮은 코스였죠. 딱히 실투라고 보기 어려운 코스의 공이었는데, 낮은 공을 히팅 포인트를 제대로 앞에 두고 넘긴 걸 보면, 빠른 공에 상당히 강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첫 두 경기의 모습이 우연이 아니라 정말 아데를린이 강한 코스라면, 국내 투수들은 아데를린 상대할 때 편하게 공을 못 던질 것 같아요.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지도 않아, 바깥쪽 변화구 잘 못 들어가면 담장 넘겨. 결국, 아데를린 상대로는 하이 패스트볼 위주의 볼배합을 하거나, 바깥쪽으로 많이 빠지는 변화구로 상대를 할 것 같은데, 하이 패스트볼은 아직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바깥쪽 많이 빠지는 변화구만 아데를린이 잘 골라내면 꽤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아직 표본이 적어서 정확한 판단은 하기 어렵지만요.

다만, 파워가 확실하다는 모습을 모든 구단들에 선보였기 때문에, 아데를린 상대로 정면 승부를 하는 팀들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아데를린은 무조건 김도영 다음으로 붙여야 겠습니다. 지금 투수들은 김도영 상대로도 어렵게 상대하는데, 뒷 타자가 나성범이면 그냥 피하면 그만이지만, 아데를린은 한 방이 있다보니 김도영을 상대하지 않을 수 없죠.
아데를린의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계속 이야기하지만, KBO 투수들의 집요한 바깥쪽 유인구를 얼마나 참아 내느냐에 따라 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ABS가 아데를린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하이 존에 약한 게 아니라면 횡으로 벗어나는 유인구는 ABS 시대에서는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죠.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면 모를까, 횡으로 변하는 변화구는 스트라이크존 앞 뒤에 모두 걸리기 쉽지 않아서, 횡 변화구가 스트라이크가 될 것이라는 압박감만 벗어나면, 꽤 많은 공들을 골라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파워가 강하다보니 제구력이 부족한 KBO 투수들은 아데를린 상대로 더 고생할 가능성이 크죠. 실투가 나오면 그 결과가 참담하기 때문에 아마 매우 신중하게 던지려고 할 겁니다. 정면 승부는 아마 잘 하지 않으려고 할 거에요.
타선의 검증되지 않은 구멍이 너무 많다.
오늘은 류현진의 투구가 너무 좋았지만, 그 이후에도 한화 불펜진을 전혀 공략해내지 못 했죠. 오로지 아데를린 혼자 야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김선빈, 한준수, 김도영 등 검증된 타자들만 2루타를 하나씩 치면서 존재감을 어필했습니다.
워낙 빠진 자원들이 많다 보니, 구멍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 지금 박찬호는 장타력과 높은 출루율, 많은 도루까지 보여주면서 WRC+ 120.3을 기록하고 있는데, 박찬호 빠진 자리에 데리고 온 외국인 타자는 WRC+ 84.8을 치고 있고, 톱타자 역할을 박재현이 잘 해주고 있긴 한대, 그래봐야 검증되지 않은 신인 타자이고 나간 최원준은 WRC+ 124.4.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우성이 지금 WRC+ 148.7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 이우성이 아니라 나성범을 트레이드로 보내버렸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죠. 다만, 이제와서 최원준과 이우성이 아깝다고 할 이유는 없습니다. 두 선수 모두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팬들의 등쌀이 큰 인기팀의 숙명이려니 해야하고, 김도영이나 김선빈 같은 관종 타입이나 아마 팬들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최원준과 이우성 둘 다 부진한 게 팬들 때문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팀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네요.
정리하면 지금 라인업에 검증된 타자들이 너무 적어요. 김선빈, 김도영, 한준수, 나성범 딱 네 명이고. 나성범은 2년 연속 성적이 하락하고 있어서 에이징 커브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라인업에 검증된 타자는 딱 3명입니다. 김선빈, 김도영, 한준수. 나머지 6명은 검증이 전혀 안 된 선수들이죠.
박재현은 지금 성적이 거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오늘 타석에서 타격을 하는 걸 보니 타석에서 인내심이 없는 게 문제지, 타이밍은 좋더라고요. 다만, 이런 타입이 슬럼프에 한 번 빠지면 길게 빠질 타입이라 걱정이 되고, 박재현은 슬럼프 길게 가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어린 선수입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아시안게임 운운하고 있는데, 아직 시즌 반도 안 했죠.
김호령은 계속 이야기했지만, 커리어에서 유의미하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작년이 유일합니다. 오선우도 마찬가지인데 플루크 시즌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죠. 김호령 초반에는 잘 해나가는 듯 하지만, 박재현과 마찬가지로 선구안이 좋은 타입이 아니다보니 WRC+가 벌써 94.2까지 내려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호령에게 어울리는 타순은 상위 타순이 아니라 9번 타순이에요.
그리고 박민도 아직 검증이 안 됐죠. 그나마 아데를린이 잘 해주면 이상적이긴 한대, 그래봐야 타선에서 절반 이상이 검증이 안 된 선수들입니다. 키워내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실패해야 하죠. 특히, 테이블세터진의 허술함이 너무 큰데, 이건 답이 안 나옵니다. 그냥 박재현, 박민, 김호령 같은 선수들에게 경험치 열심히 먹여야지 답이 없어요.

가장 문제는 검증된 모습을 보여야 할 나성범의 활약이죠. 컨택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최근 포심 타율이 조금 오르긴 했는데, 그 반대 급부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대응 능력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너무 쉽게 당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빠른 공에 자꾸 타이밍이 늦으면 히팅 포인트를 조금 앞에 둘 수밖에 없고, 이러면 변화구에 취약해지죠. 빠른 공 못 치는 타자가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 지, 지금의 나성범이 잘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나성범은 장타 포기하고, 그냥 교타자로 변신한다 생각하고 방망이 무게를 줄이던지, 아니면 스윙을 간결하게 하든지 해야 할 것 같은데, 몇 년을 지금처럼 야구해왔는데 그게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게 쉽지 않죠. 아무튼, 나성범 같은 슬러거 유형이 에이징 커브를 더 세게 맞을 확률이 크다는 느낌이 드는데(최근 은퇴한 박병호나 오재일이 걸었던 길들), 지금 딱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적고 나서 생각해보니 최정은 진짜 미친 재능인 듯)
라이브로 경기를 챙겨 본 게 아니라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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