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카스트로의 부상으로 6주 대체로 영입한 아데를린(아델린 발음이 더 좋은데... 선수가 원했다고 하니)의 합류로 관심이 간 경기였는데요. 첫 타석에서 쓰리런 홈런을 날리며 존재감을 어필했죠. 다만, 타선 폭발로 쉽게 갈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이의리의 말도 안 되는 투구 때문에 경기를 어렵게 운영해서 승리한 점이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이의리의 난조를 제외하면 모든 게 좋았던 경기였다고 봅니다. 특히, 오늘 경기 투수 운영이 너무 좋았어요.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조상우의 난조로 위기를 맞은 6회 1사 만루에서 김범수가 마운드에 올라 강백호를 병살로 잡은 장면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초구 슬라이더로 강백호를 상대로 유리한 지점을 점유하고, 2구째에 슬라이더를 생각하고 있던 강백호의 의표를 찌르고 2스트라이크 잡은 다음에 슬라이더를 존 근처로 완벽하게 떨어뜨리며 2루 땅볼을 유도했죠.
6회 위기 넘긴 다음에는 볼질 안 하는 최지민을 투입하며 첫 타자에게 불길한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채은성 상대로 빠른 공을 윽박지르며 또 병살로 잡으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오늘만큼은 경기 운영을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경기였네요.

이의리의 난조와 투수 물량 투입
이의리는 오늘도 안 좋았습니다. 1회에도 이진영 삼진 잡고 스트레이트 포볼 연속 2개를 내주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2회에는 노시환 상대로 카운트 잘 잡고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면서, 홈런이 되자 그때부터 정신을 못 차리고 마운드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했죠.
역시 체인지업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1회에 이진영을 삼진 잡은 체인지업을 던진 이후에 페라자와 문현빈에게 던진 포심이 하나도 제구가 안 되는 걸 보면, 체인지업을 던지고 난 다음에 포심 제구를 못 잡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2회에 노시환에게 포심으로 유리한 카운트 잡고도 슬라이더 던졌다가 홈런 맞았다고 생각하고요. 또 체인지업 던지면 볼넷 줄 것 같으니까 그러죠.
그리고 홈런 맞은 이후에도 또 채은성에게 슬라이더 연거푸 2개 던지다가 안타 맞고, 그 다음부터는 정신 못 차리고 허인서 상대로도 풀카운트까지 겨우 잡고, 포심 빠지면서 무사 만루 허용했죠. 하주석이 번트 모션을 취했는데 주자 신경 쓰다가 보크까지 저질렀고요. 그냥 마운드에서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보크 허용하고 다음 공에 바로 사구를 내주면서 '아, 안 되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무사 만루 되니까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 지 심우준과 이진영을 연거푸 삼진 잡았습니다. 위기 상황 되니까 그 전에 150km/h도 안 나오던 구속이 150km/h을 상회하면서 강하게 존으로 들어갔고, 둘 다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았죠. 왜냐? 심우준과 이진영은 이의리의 포심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으니까요. 솔직히, 심우준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은 무각(?)으로 한가운데 들어갔는데, 그런 공에도 헛스윙을 할 정도로 이의리의 포심은 정말 위력적입니다. 포인트를 앞에 두지 않으면 못 치는 포심이니까요.
그런데 이진영 삼진 잡고 페라자가 타석에 들어서니까 그때부터 포심을 11시 방향으로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한준수는 계속 몸쪽에 앉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리 특유의 제구 안 될 때 들어가는 11시 포심이 계속 나오더군요. 바로, 밀어내기를 예감했고, 페라자와 문현빈 상대로 또 볼넷을 주고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이 쯤 되면, 이의리는 '체인지업' 커맨드 잡을 때까지 1군에 올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체인지업 던지고 나면 포심 컨트롤을 잃어 버리는 게 투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1군에서 던질 의미가 없어요. 오늘 경기를 끝으로 1군에서 내리고, 체인지업하고 포심 피칭 디자인 완성할 때까지 절대 안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의리의 빠진 로테이션은 김태형으로 일단 가다가 데일 보내고 아시안쿼터 선발 데리고 오든지 해야죠.
개인적으로 아시안쿼터를 선발로 쓰는 건 영 별로라고 생각이 드는데, '자기 실력으로 선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투수 키우려고 선발 자리 비우는 것보다는, 실력으로 꿰차게 하는 게 맞죠. 왜냐면, 모든 구단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국내 선발을 키워야 KT처럼 오랫동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걸요. 그런데 국내 투수들이 그만큼 능력이 안 되죠. 싹수 보이는 투수가 있으면 진작에 썼겠죠.
여튼, 오늘을 끝으로 이의리는 당분간 안 봤으면 좋겠고, 오늘 김태형의 피칭도 결코 좋은 평가를 줄 수가 없는데(이의리보다야 낫지만 2.1이닝 동안 주자를 5명이나 내보낸 것은 좋은 평가를 해줄 수가 없고, 하주석의 번트 실패 더블 아웃 아니었으면 대량 실점 각이었음) 일단, 김태형이 당분간은 로테이션 돌고, 이의리는 함평 로테이션 돌면서 체인지업 다시 찾을 때까진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쑥쑥 자라고 있는 박재현
오늘 타선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재현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경기에서 홈런 포함 4안타로 맹타치고, 다음 날 무안타로 침묵하더니, 오늘 다시 홈런 포함 4안타로 맹타를 쳤네요.
박재현의 가장 큰 장점은, 타석에서 쫄지 않고 자기 스윙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홈런 3개를 치는 모습을 보면, 타구에 힘을 싣는 스윙을 할 줄 알고요. 지금 박재현에게 부족한 건 오로지 '경험' 밖에 없습니다. 아직 KBO의 모든 투수들의 공에 익숙한 게 아니라, 나쁜 공을 자꾸 건드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 친구 아직 통산 200타석도 소화 안 했어요. 그걸 감안하면 발전 속도가 정말 눈부시죠.
첫 타석에도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슬라이더 잘 받아 쳐서 유격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났는데, 두 번째 타석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서 적시타를 쳤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박상원의 한가운데 포심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담장을 넘겼죠. 네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를 받아 쳐서 적시타치고, 마지막 타석에서도 3구째 높은 153km/h 포심을 받아 쳐서 또 적시타를 칩니다. 주자가 있으면 오히려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 같은 좋은 접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해부터 선구안을 가지긴 쉽지 않습니다. 일단, 지금은 타격 타이밍에서 존에 들어 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안타를 치고 나간다는 접근법이 좋아요. 그리고 박재현이 이렇게 잘 치면, 그때부터 상대 투수들은 박재현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유인구를 많이 던질 거에요. 이 공들만 잘 골라나가면, 타석에서도 생산력을 가질 수 있고, 빠른 발 덕분에 톱타자 역할을 오랜 기간 맡아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재현의 선구안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변화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해 2군 기록을 보면, 206타석에서 타율 .296, 출루율 .382를 기록하며 타율 대비 상당히 준수한 순출루율을 보였습니다. 볼넷과 삼진 비율도 거의 1:1에 가까웠고요.(볼넷 23개, 삼진 28개)
지난 주 토요일과 오늘처럼 뛰어난 활약을 하는 날도 있고, 일요일처럼 강한 투수가 나왔을 때는 무안타를 치면서 고생도 하겠지만, 지금 박재현은 한 타석 한 타석이 전부 자산이고 경험입니다. 올해 출루율 .350 내외로만 마무리해도 다음 해에는 더 업그레이드도 가능할 거라고 봐요. 심지어 박찬호가 떠난 현재, 팀에 부족한 '주루 플레이'에서 기여를 하고 있으니(6도루 1실패), 아마 올 시즌 내내 1군에서 내려가는 일 없이 오래 뛸 것 같습니다.
박재현을 보면, 오랜 기간 KIA에 톱타자 걱정을 안 하게 했던 '이용규' 생각도 나는데요. 이용규가 KIA에 왔을 때 첫 해에 124경기 출장해서 .340의 출루율과 31개의 도루(10개 실패)를 기록했죠. 그리고 이용규는 이듬해 출루율 .391을 찍습니다. 박재현도 올해는 타율 2할대 후반, 출루율 3할대 중반 정도만 목표로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경험 쌓다 보면, 원래 선구안이 나쁜 선수는 아니니, 좋은 톱타자 및 외야수를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생각보다 참을성이 좋던 아데를린
박재현의 활약에 묻혔지만, 아데를린의 활약도 좋았죠. 가장 우려되는 점이, 파워 피처의 부족으로 정면 승부보다는 유인구를 남발하는 KBO 투수들의 변화구를 참지 못 하고, 헛스윙 하며 붕붕대는 모습이었는데 첫 타석부터 그런 우려를 씻는 '타석에서의 침착함'을 보여줬습니다.
데일과 위즈덤의 부진을 적중한 송재우 해설이 아데를린을 평가할 때,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아니지만 붕붕이는 아니다'라고 해서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했는데, 정말 붕붕이는 아니더라고요. 첫 타석에 한화 배터리는 아데를린 상대로 변화구만 3개 연속 던졌고, 이게 존에서 잘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타석에서 꿈쩍을 안 하더군요. 그리고 3볼에서 존에 들어오는 포심은 그냥 지켜보더니, 5구째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망설임 없는 스윙을 하며 중앙 담장을 넘겨 버렸죠.
볼넷 골라 나간 마지막 타석도 인상적이었는데, 초구 많이 벗어나는 바깥쪽 슬라이더는 포심 게스 히팅을 해서 헛스윙을 했지만, 그 이후에 들어오는 유인구들은 모두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존에 들어오는 공들도 어느 정도 컨택이 됐고요. KBO 외국인 타자들의 경우, 리그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소모하는데, 첫 경기만 보면 리그 적응은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게다가 1루 수비도 안정적으로 잘 해줬습니다. 덩치가 굉장히 큰 것치고는 날렵하게 점프 캐치도 했고요. 사실, 수비만 폐급이 아니면 적응할 때까지 시간을 더 줄 수 있죠. 어찌됐든 '마이너스'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카스트로가 없는 동안 아데를린이 KBO 존에 잘 적응하면, 정식 계약까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시즌 전만 해도 외야를 볼 수 있는 인원들이 너무 많이 빠져 나가서 외국인 타자는 외야수로 찾아야 한다고 봤는데, 박재현이 생각보다 성장해주면서 외야 한 자리를 붙박이로 주고, 김호령은 중견수로 쓰고, 나머지 한 자리만 나성범과 박정우 또는 그 외 멤버들을 돌려 가며 쓰면 외야의 빈 자리를 생각보다 잘 메울 수 있겠다 싶더군요. 여차하면 오선우도 외야 설 수 있고요.
반면, 1루수는 정말 답이 없었는데 아데를린이 잘 해주면 이보다 더 완벽한 퍼즐은 없긴 합니다. 게다가 팀 내 우타 거포가 김도영 말고는 없어서(좌타 거포는 그래도 나성범, 한준수, 오선우 등이 있는데, 우타로 홈런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정말 없음) 잘만 했다면 위즈덤이 가장 완벽한 퍼즐이었는데, 아데를린이라도 잘 해주면 좌우 불균형 문제도 해결 가능하고 포지션의 밸런스도 가져올 수 있어서, 6주간 좋은 모습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카스트로의 경우, 좌타에 거포가 아니라는 점(직전 시즌 20홈런 친 게 커리어에서 처음이라) 때문에 KIA에 완벽한 퍼즐일까 싶은 생각은 있었으니까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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