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유격수 김규성이 실책을 저질러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컨디션 좋아 보였던 양현종의 이닝 먹방을 방해하며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봤는데, 3번 김선빈이 3회에 1타점 2루타, 5회에 김도영이 2타점 역전 2루타를 치면서 경기를 뒤집고 불펜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비교적 편안하게 승리했습니다.

생각을 바꾼 양현종, 조금 더 롱런할 수 있겠다.
오늘 양현종은 1회 시작부터 삼진 3개를 잡고 시작했죠. 삼진 잡기 어려운 레이예스를 142km/h 구속의 몸쪽 하이패스트볼로 잡고, 전준우를 바깥쪽 낮게 잘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막는 장면은 커맨드 능력의 진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던지기 시작한 커브를 전준우를 상대로 2개 던져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잡았죠. 다만, 커브의 위력이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타이밍 뺏기 용으로 한 두 개 던지는 수준에 그쳐야 할 것 같아요.
양현종이 시즌 전에 했던 말이 있죠. 그 전에는 많은 이닝을 던지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욕심을 버렸다고. 그런 마음가짐이 오늘의 좋은 투구로 연결이 된 것 같아요. 완급 조절 없이 1회부터 전력 피칭을 하면서 '5회만 최소 실점으로 막자'는 마인드로 던지고 있어요. 양현종 같은 베테랑 투수이니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고, 그게 또 통한다는 게 '클래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ERA도 3점대(3.91)로 내렸고, 무엇보다 이닝당 출루허용이 1.22로 매우 준수합니다. 볼넷을 주는 것보다는 존에 넣어서 맞춰 잡자는 마음가짐으로 던지고 있는 느낌이죠. 지난 시즌 무너지는 모습. 그리고 시범경기 때 좀처럼 나오지 않는 구속을 보면서 이제 은퇴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재까지는 양현종은 양현종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양현종 올해 포심 구속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평균 138.9km/h인데, 작년보다 1.4km/h 떨어졌어요. 그래서 양현종이 던지는 포심의 피OPS가 무려 .913이나 됩니다. 자신의 포심 구속이 더 이상 타자를 압도하지 못함을 알기에 양현종이 올해 선택한 전략이 커브의 구사율을 늘리고, 좌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던지는 겁니다.

포심 구사율을 5% 떨어뜨리고, 그 대신 커브 구사율을 늘렸습니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한 것보다는 피칭 디자인을 새로 짜서 상대 타자들의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전략으로 간 게 아닌가 싶어요. 여기에 완급 조절 안 하고, 1회부터 전력 투구를 하면서 5회만 보고 투구를 하고 있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양현종이 살 길은 '커맨드'와 피칭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것, 그리고 완급 조절보다는 5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는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이제 빠른 공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 남는 모습을 보여야죠. 이 경우 노장 투수들은 투심이나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던지는 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은데, 양현종은 커터 던지려다가 밸런스를 크게 잃어버린 적이 있어서인지, 변형 패스트볼 던질 시도는 아예 하지 않는 건 특이한 부분 같습니다.

자신감 찾고 있는 정해영, 미칠듯한 안정감의 성영탁

정해영은 2군 다녀오더니 다시 작년의 포심 스피드를 찾았습니다. 그 전에는 포심 평속이 145km/h도 안 나왔는데 4월 22일,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150km/h에 육박하는 평균 구속을 찾았죠.
오늘 비록 안타 1개와 사구 1개를 내주긴 했으나, 삼진을 2개나 잡았는데 내용을 떠나서 올 시즌 정해영의 투구 중 오늘이 가장 구위가 좋았습니다. 한태양은 슬라이더를 던져서 삼진 잡고, 박승욱은 포크볼을 던져서 삼진을 잡았죠. 포심 구속이 살아 나니까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레이예스에게 맞은 안타도 잘 떨어진 포크볼이었는데, 레이예스니까 컨택해 낸 땅볼 안타였고요.
점수 차이가 넉넉한 것도 아니고 1점 차이였기 때문에 나름 긴장감 있는 상황이었는데 주자 2명 두고도 쫄지 않고 잘 던졌습니다. 롯데 타선이 올 시즌 최악의 타선이라는 것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오늘 정도의 구위면 다시 마무리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구위였어요.
하지만 서둘러서 마무리로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겠다 싶습니다. 성영탁의 존재 때문입니다.

투심의 구속이 높아지면서 타자들이 더 대응하기 어려워졌고, 탈삼진 숫자도 늘었습니다. 제가 지난해 성영탁의 약점은 삼진이 적은 맞춰 잡는 유형이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기 어렵다였는데, 이 정도의 탈삼진율이면 마무리 투수로 써도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볼넷을 내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는 타입이라서 보는 팬들도 성영탁 등판 때는 편안하게 볼 수 있어요. 올 시즌 볼넷 딱 1개인데, 그마저도 고의사구입니다.
성영탁을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이 느려서 10라운드에 겨우 프로 지명을 받았는데,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경험쌓고 1군에 올라와서 부담되지 않는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 자신감을 찾고, 올해는 그 어느 투수에도 뒤지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마운드에서 쫄지 않아요. 야구의 신이 성영탁에게 강속구를 주지 않았지만, 그걸 뛰어 넘는 '강심장'을 선물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영이 분명히 좋은 선수입니다만, 지난해 구속이 더 올랐음에도 약한 팀, 약한 구장에게 항상 더 약하고, 강한 팀, 강한 구장에는 항상 강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마인드 셋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유형 같긴 합니다. 반면, 성영탁은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없죠. 그래서 성영탁을 올 시즌 끝까지 마무리로 기용하고, 정해영도 마음의 부담을 던 상황에서 오늘처럼 7회나 8회에 마운드에 오른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2024년의 장현식 룰을 소화하는 거죠.
이준영은 2군에서 던지고 있기에 복귀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전상현도 큰 부상은 아니라 곽도규와 손 잡고 1군에 복귀하면 KIA 불펜은 더 기대가 됩니다. 불펜의 전력이 모두 돌아오면 아래와 같은 투수 운용으로 후반부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기는 경기나 점수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경기는 6~8회에 전상현, 정해영, 김범수, 곽도규를 연투 상황에 따라 투입하고 지고 있는 경기거나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왔을 때에는 이태양과 황동하를 쓰고. 차이 나게 지고 있는 경우에는 최지민과 조상우를 1이닝 정도 쓰고, 좌타자 저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이준영을 기용하는 식으로 투수 운용만 잘 해줘도 경기 후반에 뒷골 당기는 모습은 덜 볼 것 같습니다. 물론, 더 이상의 부상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지만요.
아, 이렇게 적고 나서 보니까 아시안쿼터 불펜 투수 필요 없는데? 이 또한 이범호의 혜안

1루수와 유격수의 공백 채우기
이기긴 했는데 오늘 유격수 김규성의 미스로 경기 터뜨릴 뻔 했죠. 항상 드는 생각인데 코칭스태프에서는 어째서 박민 유격수 기용은 주저 하면서, 그보다 못 한 김규성은 주구장창 유격수로 쓰는 지 모르겠습니다. 김규성은 툴 자체가 유격수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2루수로 쓰는 게 가장 좋은 선수고, 1루수 수비 강화용으로 쓰는 게 그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1루수로 쓰기에는 공격력이 형편없고요.
물론, 박찬호의 이적으로 유격수에 주전이 없어서 돌려 돌려 돌림판 형식으로 쓰겠다는 마음은 알겠는데 수비가 가장 좋은 선수를 유격수로 썼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과거 박찬호를 키웠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운동 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를 기용해야죠. (박찬호와 강한울이 번갈아 가면서 유격수로 기용됐던 시기가 있었죠.) 김규성은 1루수, 2루수, 3루수 수비 백업요원으로 기용하고 박민이나 정현창에게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김선빈 몸 상태가 수비를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이 되면 데일을 다시 유격수로 써보든지 해야죠.
1루수 자리도 문제입니다. 김주찬 은퇴 이후로 지금 몇 시즌 째 주전 1루수가 없습니다. 아래는 김주찬 은퇴 이후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주전 1루수들의 타석 수와 WRC+ 입니다.

처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나마 작년이 괜찮은 편이었죠.
황대인은 3년간 알을 깨지 못 했고, 수비는 세우면 안 될 정도로 1루 수비가 엉망입니다. 그래서 황대인은 앞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으면 지명타자나 오른손 대타 정도가 한계라고 봐요. 오른손 대타로라도 살아 남으면 다행이고, 올 시즌 2군에서도 좋은 모습이 안 나오면 아마 마지막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3년에는 변우혁, 최원준에게도 기회를 줬는데, 변우혁은 수비는 나쁘지 않았지만 최원준은 1루수로 절대 쓰면 안 된다는 걸 증명했고, 공격력으로도 1루수로 쓰기엔 애매한 선수죠.
결국, 2024년에는 외야수 이우성을 1루수 훈련을 시켜서 포지션 전환을 시켰는데, 역시 공수에서 모두 말아 먹고 이우성 개인에게도 커리어가 꺾이는 최악의 경험을 하게 해줬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로 계속 고집하는 건 사치였고, 작년에 메이저리그 3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위즈덤을 데리고 왔지만, 세이버스탯만 이쁘게 뽑혔고, 득점권에서는 너무나도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득점권 타율은 허상이라고 하지만, 작년 위즈덤은 정말 너무나도 심할 정도로 득점권에서 안 좋았어요.
올해도 이 고통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결국 최근 2경기에서는 원래 내야수이기도 한 카스트로에게 1루를 맡겼고, 카스트로가 생각보다 2경기에서 수비는 좋았는데, 타석에서 좀처럼 나아지는 모습이 안 보이고 있죠. 카스트로에게도 5월까지가 기한이라고 봅니다. 5월까지 존 설정 못 하고, 여전히 나쁜 공 건드리면 답 없는 겁니다. KBO 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잘 안 하니까요. 선수가 이걸 깨달아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이 지경이니 위즈덤에게 한 번 더 속아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선수 대안은 있죠. 작년에 이미 좋은 모습 보인 오선우도 있고, 또 부상을 당하면서 좌절케했지만, 팀내 야수 중 공격력은 가장 기대되는 윤도현도 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우승 시즌에 좌투수 상대로 좋은 모습 보인 변우혁도 있고요. 여기에 올해 깜짝 활약을 하고 있는 박상준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호연은 도대체 왜 데리고 왔는 지 모르겠고, 박상준은 지금 2군 성적이 어마 무시합니다. 1군에서 말소된 이후 5경기에서 무려 10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삼진은 1개 밖에 안 당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24일 경기에서는 4타수 4안타에 홈런 1개까지 쳤고요. 지금 2군에서 16경기 동안 출루율이 .529나 됩니다.
이호연은 유망주도 아닙니다. 95년생으로 이미 포기하다시피한 황대인보다 1살이 더 많은 선수입니다. 박상준도 대졸이라 나이가 많은 편인데 그래도 01년생으로 변우혁보다 1살 어리고요. 그리고 위즈덤 데리고 오면 외야수가 또 구멍이 생기죠. 중견수는 다행히 김호령이 맡아 주고 있지만, 박재현은 아직 유망주이고(생각보다 지금 잘 해주고 있긴 함), 나성범은 김선빈과 함께 지명 타자 자리를 올해 반반 나눠서 출장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론 수비 세우면 안 되고요.
만약, 5월까지도 카스트로가 반등을 못 하고, 윤도현, 박상준, 오선우, 변우혁 그 누구도 가능성을 못 보이면 1루수는 외국인 타자로 다시 시도해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결국엔 국내 선수를 키울 필요도 있죠. 여기에 1루수 요원은 그나마 1군 밥을 먹은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외야는 더 답이 없습니다.
일단, 다음 주에는 박상준 다시 올려서 기회를 다시 줬으면 좋겠어요. 박상준은 기회를 안 주기엔 타석에서 접근법이 너무 좋아요. 1군에서 많은 안타를 때리진 못 했어도 1군에서도 7경기에서 6볼넷을 얻어냈습니다. 제한적인 출장 기회에서도 정말 타석에서의 침착함은 돋보인다고 봐요. 문제는 수비를 잘 하는 지 여부인데, 수비가 좀 불안하더라도 후반부에는 김규성을 1루수로 기용하면 됩니다.
여튼, 작년에 고생했던 불펜 문제는 올해 해결 기미가 보이는데(이태양, 김범수, 성영탁 갓맙다) 유격수와 1루수 문제는 참 눈앞이 깜깜합니다. 유격수 1루수 쪽 문제 해결 기미라도 찾는 시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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