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운'부터 KIA 것이 아니었습니다. 네일이 맞은 6개의 안타 중 제대로 맞은 안타는 김민혁에게 맞은 적시타 밖에 없어요. 다 먹힌 타구였는데, 바운드가 크게 튀거나 코스가 묘하거나 해서 안타가 되더라고요. 운만 평균적으로 작용했어도 오늘 6이닝은 던졌을 겁니다.
운을 떠나서 유격수 정현창의 수비도 많이 아쉬웠죠. 선취점을 빌미를 준 힐리어드의 내야 안타 부터 문제입니다. 이건 나중에 후술하겠습니다.
6회에 데일의 뜬금 홈런이 나오고(다만, 밀려 맞아서 나온 홈런이라 고평가하긴 힘듭니다.) 7회에 타자들이 미친 선구안을 보이면서 역전을 하는 데는 성공했는데 바로 드는 생각. '아 누가 막지?' 7회에만 6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내줬는데, 이 실점의 시작도 김현수의 빗맞은 코스 안타였어요. 오늘 경기는 하늘이 '니들이 감히 이기려고 해?'라고 억까한 경기이죠.
그런데 그걸 떠나서 실력 차이가 너무 두드러졌습니다. 그리고 이 팀의 장기적인 구멍이 크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왔죠. 바로 '유격수' 입니다.

올 시즌 KIA는 유격수 문제로 계속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전 정현창의 수비력을 매우 좋게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고졸 1년차 답지 않게 침착한 수비를 보였고 수비 범위도 넓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당장 수비력만 보면 유격수로 정현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늘 경기 보니까 정현창은 고졸 2년차 답더라고요. 너무나도 풋내기 같은 기초적인 실수를 합니다.
2회 힐리어드를 내야 안타로 살려주는 장면부터 경험 부족 노출입니다. 힐리어드의 주력이 어느 정도 되는 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외국인 타자니까 막연히 느리겠거니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스텝을 한 번 더 밟고 1루로 던졌는데, 박찬호였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면이죠.
박찬호의 실책이 수비력에 비해 많은 이유는 수비를 할 때 공을 잡아 먹을 듯이 공격적으로 수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박찬호가 자기 입으로 스스로 한 말이죠. 수비를 할 때 공격적으로 한다고, 그 과정에서 실책이 나오더라도, 공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안타가 될 타구를 아웃으로 만드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습니다. 오늘 박찬호였다면 힐리어드의 내야안타는 그냥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끝입니다.

비록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정현창의 경험 부족이 또 노출된 장면이 3회에 나왔죠.(졸면서 보느라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무사 1루에서 김현수의 땅볼이 나왔을 때, 충분히 2루부터 아웃 잡을 수 있었는데, 1루에 던져서 선행 주자를 살려줬습니다. 데일의 2루 커버가 늦지 않았고, 아마 박찬호였다면 공격적으로 대쉬하면서 포구하고 스스로 2루를 밟았을 겁니다. 그런데 정현창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전 여전히 정현창의 수비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런데 오늘 수비 하는 모습을 보니 1군 주전 유격수가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박찬호도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가 되기 까지 엄청난 경험치를 먹었고, 많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다만, 그때도 박찬호는 수비를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던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실책이 많았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실책보다 훨씬 더 많은 수비 기여를 했죠.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박찬호가 빠지니까 유격수 수비가 완전히 구멍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 저게 안타가 되네? 아, 저기서 아웃을 못 시키네. 꾸준히 KIA 경기를 지켜봤던 팬들은 올 시즌 KIA 야구를 보면서 많이 체감할 겁니다. 박찬호 생각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죠.

그런데 이제와서 박찬호를 다시 데리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박찬호를 키웠던 그 '시련의 시간'을 다시 보내야죠. 그리고 지금이야 말로 김도영을 유격수로 써야 할 시기에요. 문제는 김도영이 유격수로 가서 박찬호가 생각 나지 않을 정도로 수비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거죠. 데뷔하고 3루로 너무 오래 뛰었습니다.
허경민, 안치홍, 오지환, 김상수 고교 4대 유격수가 나왔을 때, 청소년 대표 유격수는 광주일고 '허경민'이었습니다. 허경민은 당시에 지금 당장 프로에 통할 유격수 수비라는 평가를 들었던 걸로 압니다. 두산에서 허경민을 1라운드로 지명했지만, 두산에는 '김재호'라는 주전 유격수가 있었죠. 허경민은 결국 3루수로 포지션을 바꿔 오랜 기간 뛰었고, 너무 오래 3루수로 뛴 탓(?)에 아마 시절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라는 모습을 재현하지 못 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올 시즌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해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선수가 원하면 유격수로 쓸 타이밍이 지금이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전반적으로 함량 미달인 데일의 수비를 참고 보거나, 경험 없는 정현창과 박민의 유격수를 참고 보거나 해야죠. 아마, 답답해 미칠 겁니다.
김도영이 유격수로 가면 3루가 없다? 지금 유격수에서 제대로 수비할 줄 아는 선수가 없는데, 3루수 걱정은 사치죠. 3루는 윤도현, 변우혁 같은 선수들 돌려 돌려 가며 써봤으면 좋겠네요. 변우혁이나 윤도현이나 부상만 아니라면 지금 1군에서 경험치 먹기 딱 좋은 타이밍인데 부상으로 빠져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조상우에 대한 미련은 이제 그만 버리자
지난해 하반기 시작 전 한때 2위를 넘봤던 KIA가 끝도 없이 추락한 시발점은 조상우가 불펜에서 불을 지르고 볼질을 하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8연승 기간에 조상우가 좀 잘했다고 다시 중요한 보직을 맡아줬는데 어제 오늘 경기 날려 먹은 건 조상우죠.
오늘 경기 KIA쪽에 운이 너무 안 따랐다고 서두에 적었지만, 조상우가 맞은 안타는 '운'이 아니라 그냥 '실력'입니다. 모든 타구가 100 마일은 됐을 법한 배럴 타구였거든요. 어제 경기에서 왜 슬라이더만 남발하다가 이강민에게 빗맞은 안타 맞았는 지 알겠습니다. 오늘 이강민 타석에서 포심 던지니까 바로 총알 같은 적시타 나왔습니다. 조상우의 지금 구위는 파워 없는 고졸 신인 타자도 못 이겨내는 구위입니다.
조상우의 보직은 '승리계투조'여서는 안 됩니다. 조상우의 보직은 그냥 추격조입니다. 그마저도 연투 시키면 안 됩니다. 지난 주에 147km/h 까지 던졌던 모습은 어디가고, 최근 등판 간격이 타이트하니까 바로 똥볼 됩니다. 슬라이더 원툴 인데, 자기가 이준영처럼 좌투수도 아닌데 우투수가 슬라이더만 던지고 포심으로 타자를 압도하지 못 하면 옷을 벗어야 할 시기죠.
조상우 개인에게는 참 안타깝지만, 조상우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합니다. 조상우가 잘할 거라는 기대 자체를 하면 안 되요. 정, 조상우 쓰고 싶으면 연투는 최대한 막고, 2~3일 간격으로 등판시켜야 합니다. 이기고 있을 때는 등판 시키면 안 됩니다. 이게 조상우 사용법입니다. 사실, 더 정확한 조상우 사용법은 1군에서 안 쓰고 2군으로 보내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어요.
KIA 불펜에는 똥볼러들 밖에 없으니까요.

이태양과 김범수가 합류해서 불펜 뎁쓰가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김범수는 한화에서 쓰던 것처럼 철저히 왼손타자만 상대시켜야 합니다. 우타자를 잡는 무기가 없어요. 오늘 동점 적시타는 김도영의 아쉬운 수비(그래도 큰 부상 아니고 뽕알 부상이라서 다행입니다?) 탓이 있지만, 그걸 떠나서 한승택의 타구는 굉장히 잘 맞은 타구였고, 김범수의 포심 위치도 김상수를 잡을 때처럼 몸쪽 낮게 잘 찔러 들어간 포심이 아니라 딱 치기 좋은 높이의 벨트 라인으로 들어 온 포심이었습니다.
이태양이 현재까지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태양의 역할도 한정적이죠. 아직 승리계투조로 쓰기엔 연투할 때 구위가 너무 떨어집니다.
이태양이 올 시즌 연투를 딱 2번 했는데, 연투한 날 평균 구속이 전날보다 1km/h 이상 떨어졌습니다. 가장 최근 연투했던 4월 15일 경기 포심 평속이 전날 144.3km/h에서 무려 2km/h 가까이 떨어진 142.5km/h 였어요. 나이도 있는 선수이니 연투에 약할 법도 하죠.

그 와중에 오늘 간만에 복귀한 정해영이 최고 152km/h. 평균 148.9km/h를 던진 점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해영도 마무리 부담을 내려놓으면 더 나아질 수 있죠. 비록 오늘도 사구와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볼질만 안 하면 되고, 현재까지 구속만 따지면 KIA 불펜에서 정해영을 넘는 투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당장에 평속 145km/h 이상 던질 수 있는 우투수는 정해영과 성영탁 둘 밖에 없어요.
한재승은 전혀 믿음을 줄 수 없습니다. 오늘도 나오자마자 깔끔하게 안타 맞고 시작했는데, 한재승처럼 기복이 심한 투수가 1군에 있고, 홍민규처럼 프레임이 완성되지 않은 투수가 142km/h 힘 없는 공을 던지고 있는데도 1군에 붙어 있는 게 KIA 마운드의 현실입니다. 계속 하는 말이지만, 이 팀 마운드는 답이 없어요. 그나마 야수진은 괜찮았는데 최형우 박찬호 빠지니까 공수에서 공백이 너무 큽니다.
KIA가 다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을까요? 지금 선수 구성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주전 유격수가 없는 팀이 상위권에 도전하려면, KT처럼 마운드가 탄탄해야 합니다. 그리고 KT도 지난 시즌 심우준 없어서 고생 많이 했죠. 이강민이 계속 잘 해 줄 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고요.
그런데 KIA 마운드에는 공 빠른 젊은 선수가 부족하고, 유격수들은 전부 풋내기 들 뿐입니다. 정현창이 오늘의 실수를 통해 배워서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단기간'에 보일 가능성. 박민이 현장의 불신을 이겨내고 유격수로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일 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김도영 유격수를 주장하긴 했지만, 그건 '도저히 답이 안 보여서 이렇게라도 해보자'는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내야 수비 중심의 구멍, 타자를 압도하지 못 하는 불펜투수들, 연투에 약한 불펜투수들을 보면, 올해 KIA가 중위권에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그냥 과감하게 시즌 성적 미련 갖지 말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수 경험치 먹인다 생각하고 시즌 운영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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